내사랑 영숙이 - 단편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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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479회 작성일 20-01-16 23:16본문
[1] .. 학교 도서관
(1) 나 : 윤정현, 중2
오늘은 3월의 맑은 날씨이고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없다.
그 때문인지 하늘 빛이 유난히 푸른 것 같다.
꽃샘추위가 어쩌다 한번씩 오기는 온다.
그 때를 빼면 요새 날씨는 별로 춥지는 않고 약간 쌀쌀하다.
봄이 오기는 오는데 약간 게으른 것 같다.
이제 나는 지금 성한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2년 전에 새로 생긴 학교이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졸업생들은 없다.
지금 중3들이 1회 졸업생이 될 예정이고 나는 2 회 졸업생일 것이다.
나는 키도 몸집도 작은 편이고 별로 잘 생긴 것도 없다.
또 나는 공부도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반 40명 중에서 10등 안쪽에는 간신히 든다.
전교생은 400명정도인데 80등 아래위였다.
대충 중간 위쪽이라고 하면 되나?
나는 어려서 부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우리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나에게 책을 손에 쥐어주면서 읽게 하셨다.
그리고는 저녁에는 나를 거실로 불러내서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서 물으셨다.
내가 대답을 잘못 하거나 틀리게 말하면 그 부분을 고쳐주셨다.
엄마는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엄마는 책을 읽을 때마다 더 집중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씩 피아노를 치고, 또 일주일에 두번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아무런 필요도 없는 자격증들을 따서 모아두었다.
그것 말고는 나는 주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오시는 날도 있었는데 그러는 날에는 나에게 묻는 것을 생략하신다.
내가 읽는 책들 중에는 그리스 로마신화 처럼 읽기에 짜증나는 책들도 있다.
소설들은 좀 어렵기는 하지만 읽는 재미가 있었다.
역사책들도 그런 대로 읽을만하다.
그렇지만 삼국지는 사람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도 났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이런 내 일상은 이제 컴퓨터 학원에는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내가 중학생이 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중학생이 돼서도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또 집으로 가도 나 혼자이다.
부모님 모두 직장에 다니시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마치면 다른 애들은 바쁘게 집이나 학원으로 간다.
초등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 중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마칠 때 쯤이면 교문 앞 도로에는 학원에서 온 차들이 엄청 많이 서있다.
(2) 우리학교의 도서관 : 여선생님 두 분
작년부터 우리 학교는 지금 도서관을 만드는 중이다.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의 4층에 도서관이 생긴다고 했다.
작년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집에 있는 책을 학교에 내라고 했다.
자기가 읽던 책이라도 좋고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 : 읽지도 않을 책을 집에 쳐박아 두면 뭐할거야?
우리 학교 도서관이 생기니까 도서관에 두고 다같이 읽게 하자.
이렇게 모은 책들은 도서관이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도서관이 될 곳이라는 4층에 가보면 책상 위에 책들을 쌓아 둔 상태였다.
또 여기 저기서 기증 받았다는 책들도 있었는데 그 책들은 새책들이다.
아무튼 도서관이라는 곳에는 이렇게 모아서 쌓아놓은 수많은 새책과 헌책이 엄청 많다.
이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나는 수업이 마치면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이 도서관에 사서 선생님은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 도서관에서 영어 선생님 한 분과 국어 선생님 한 분
이렇게 여선생님 두분이서 매일 그 책들과 전쟁을 치루고 계신다.
두분 선생님들은 작년에 우리반에 수업을 들어오셨는데 이해에는 안들어오신다.
그래서 약간은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튀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일까?
두 선생님은 책 한묶음을 갖다 놓고 풀어헤친다.
그리고는 일단 버려야 할 책들을 골라낸다.
또 버리지 않는 책에는 일일이 분류기호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어딘가에 기록을 하신다.
버려야 할 책들은 바깥에 계단 앞에 쌓아둔다.
삼분의 일 정도는 너무 많이 훼손이 됐거나 낙서 때문에 버려야 했다.
아니면 똑같은 책이 여러권이 있을 때에는 상태가 좋은 두세 권만을 남기고 버린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내가 도서관에 올라가면 여선생님 두 분 중에 한 분은 꼭 계셨다.
또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한 분도 오신다.
맨 첫날은 영어선생님과 협상을 했다.
나는 여기서 공부하고 또 선생님들 심부름을 해주기로.
나는 선생님들 뒤쪽에 앉아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한참 있으면 나는 선생님께 불려가서 심부름을 한다.
심부름이라고 해봤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 한 묶음을 선생님께 갖다 드리는 것이다.
아니면 선생님들로부터 책을 커다란 책장에 갖다가 자리를 찾아서 꽂아 둔다.
버리는 책들은 밖으로 내간다.
이렇게 책을 정리하는 작업은 한학기 내내 계속되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지않고 계속되었다.
선생님들은 한분씩 교대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늦게 나오시거나 못나오시는 날이 있었다.
나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못나가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들 말고는 그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책읽고 또 선생님들을 도와드렸다.
나는 혼자서 두 분의 여선생님들을 돕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그러면 선생님들께서는 나를 칭찬해주시고 또 분식집이나 중국집에 먹을 것을 주문한다.
나중에 음식이 오면 우리는 같이 둘러앉아서 맛있게 먹는다.
영어선생님 : 우리 윤정현은 너무 착해.
국어선생님 :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잘해줄 것 같아.
영어선생님 : 정현이는 공부도 잘할껄?
국어선생님 : 공부 잘하고 착하면 된거야.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책 읽는 것 좋아해?
나 : 예.
영어 선생님 : 어렸을 때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해.
국어 선생님 : 이 일이 끝나면 정현이 책 읽는 것도 도와줄께.
그 때 선생님들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자리로 책을 갖다주면서 나에게 읽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책들 중에는 내가 이미 읽은 책도 꽤 있었다.
영어선생님은 영한대역 (한페이지에는 영어 다음페이지에는 한글) 을 읽으라고 주셨다.
이런 책들은 한번에 조금씩 밖에는 읽지 못했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누나 있어?
나 : 없어요.
영어 선생님 : 여동생은?
나: 없어요.
영어 선생님 : 그럼 잘됐다. .. 나한테 누나라고 해. .. 알았어?
나 : 예.
영어 선생님 : 함 불러봐.
나 : 누나 선생님~!!
영어 선생님 : 바보 아냐? .. 선생님은 빼야죠.
나 : 누나~!!
영어 선생님 : 그렇지~!!
이렇게해서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누나가 되었다.
이 시절에 나는 그 도서관에서 두 분의 선생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외아들이어서 집에가면 혼자라서 외롭다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또 이 선생님들은 엄청 예뻤다.
국어선생님보다는 영어선생님이 더 예쁘다.
이런 예쁜 여선생님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싫어한다면 아마도 내가 비정상이 아닐까?
(3) 내 친구 김수호
그런데 나에게 <김수호> 라는 친구가 생겼다.
수호는 나보다는 키가 크고 잘생겼고 또 운동도 잘한다.
그래서 나는 수호를 엄청 부러워했다.
수호와 나는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서로를 기다렸다가 만나서 4층 도서관으로
같이 올라가는 날도 있었다.
두 분 선생님께서 시키는 심부름도 우리 둘이서 같이 했다.
거기서 우리는 공부도 같이 했다.
수학 문제도 같이 물고 영어 공부도 같이 했다.
또 숙제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호는 수학은 제법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엄청 하기싫어했다.
가금씩 영어선생님게서 우리에게로 오셨다.
그녀는 이것 저것을 물어보고, 설명도 해주고 또 어떤 것들은 꼭 외워두라고 가르쳐주셨다.
국어선생님도 우리에게 오시면 수학을 참 잘 가르쳐주셨다.
나는 학교 도서관에 거의 매일 올라가는 편이었지만 수호는 그렇지 않았다.
아예 나타나지 않는 날도 있었다.
또 끝나고 집에 가려고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 학교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 : 수호는 어쩌다 한번씩 나타나는데 너는 거의 매일 오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여자친구 없어?
국어 선생님 : 있으면 매일 여기서 살겠어?
영어선생님 : 어머머~ .. 얘 얼굴이 빨개지네 ... 호호~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누나같이 친절하게 잘해주신다.
두 여선생님은 나이는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국어선생님은 영어선생님 보다는 훨씬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어쨋든 두 분은 내 눈에는 친절하고, 예쁘고 또 아름다워보이는 여선생님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한학기 내내 그 도서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책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런데 남아있는 책들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 나에게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호는 하루가 끝나면 자기네 집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내가 집에 가면 우리 집으로 나를 따라서 들어온다.
그리고 내 옆에서 같이 자고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같이 간다.
이렇게 이삼일을 그는 집에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자주 있었다.
이런 수호가 우리 엄마의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수호에게 싫은 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우리 엄마 : 가출했니?
수호 : 어머니, 저는 불량학생이 아닌데요.
우리 엄마 : 우리 집에서 자려면 집에 전화는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수호 : 저는 버린자식인가봐요. 안들어가도 아무도 찾지 않아요. .. 하하~
우리 엄마 : 그래도 당장 집에 전화 하세요 !!
수호는 마지 못해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자기 집에 전화를 한다.
그러나 주로 아무도 받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나중에 늦게라도 꼭 전화를 드리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6월 말에 기말시험을 쳤는데 나는 작년 보다는 제법 잘한 것 같았다.
국어와 영어는 내가 시험공부를 엄청해서 100 점을 받았다.
분명 두 여선생님 때문이다.
그러나 수호는 시험 결과에 대해서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전교 50등 안에 들어가면 우리 엄마는 나에게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하셨었다.
나는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시험공부를 했고 또 50등 안에 들었다.
엄마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셨다.
우리 반에 휴대전화기를 가진 애가 한두명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 중에 한명이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 휴대전화기는 엄마의 작전에 내가 걸려든 것이었다.
학교 도서관이나 또 다른 일들 때문에 내가 밖으로 나도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이러는 나를 통제하기 위해서 엄마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휴대전화기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좋아했으니 ....
한번은 수호가 나에게 물었다.
수호 : 영어 선생님한테 누나라고 부른다며?
나 : 그래.
수호 : 왜? .. 너 그 선생님 좋아해?
나 : 좋기도 하지만 .. 날더러 누나라고 부르라고 해서.
수호 : 날더러도 시키던데 ...
나 : 그래서?
수호 : 나는 싫다고 했어
나 : 왜? .. 선생님님 상처받았겠다.
수호 : 나한테는 누나가 있거든. .. 누나할망구
나 : 헐~ ...
수호 : 나이 차이가 15년 이상이 나는데 무슨 누나래? .. 안그래?
나 : 그럴 수도 ...
(4) 독서실에서 만난 김영숙
성한 중학교 주변에는 신라 여자 중학교 그리고 선화 여자 중고등 학교가 있었다.
우리 학교 주변의 분식집에는 여중고 애들이 와서 있을 때가 많았다.
우리 학교 애들도 여중고 주변의 분식집으로 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게 되면 두 분의 여선생님들과 같이 갔다.
아니면 영어선생님께 누나라고 한번 불러주고 가자고 하면 얼른 따라나오셨다.
그러면 물론 선생님들께서 나에게 사주시는 것이다.
나중에 도서관으로 올라가면서 ....
영어 선생님 : 너 혼자서 가야자 나랑 가면 어떻게 해?
나 : 왜요?
영어 선생님 : 여자애들이랑 사귀게 되려면 혼자가야 ....
나 : 여기까지 와서 기웃거리는 애들 별 볼일 없거든요~
영어 선생님 : 하긴 .. 내가 봐도 나만큼 예쁜 애들이 안보이더라~ .. 호호~
나 : 헐~ ... 심하시네요
영어 선생님 : 나? .. 공주병?
나 : 아니. .. 꼭 그렇게 까지 ..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
영어 선생님 : 맞아 .. 나한테 공주병이 있기기는 해.
나 : 왜요?
영어 : 나는 공주야. .. 또 내게는 병이 있어 .. 그러므로 내가 가진 병은 공주병이야. .. 호호~
나 : 이러언~ .. 완전 삼단논법이네요. .. 하하~
영어 : 공주는 항산 공주병이라는 병을 갖고 사는거야. ....
이 말씀을 하시는 영어선생님은 걸음을 멈추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셨다.
나도 걸음을 멈추고 선생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루는 토요일에 밤 10시가 넘었는데 수호가 우리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날더러 독서실에 가서 밤새워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수호 : 기말 시험도 다돼가는데 .....
수호가 약간 뻥을 치는 것 같다.
그 때가 중간고사가 막 끝나고 나서였으니까 기말시험은 아직 두달 정도 남아있다.
나는 엄마에게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수호와 함께 그가 미리 자리를 잡아두었다는 독서실로 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참 후에 보니까 수호는 잠을 자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자는 그의 모습이 딱해보였다.
그를 깨워서 집에 데리고 가서 재우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나는 그 날은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웬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독서실에 엎드려서는 잠을 자지 못한다.
만일 엎드려서 잠을 잘 정도면 나는 집으로 간다.
아마도 나 혼자서 공부하고있었던 것 같다,
수호는 자고있었고 다른 사람 두세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잠을 자고 있는지, 공부를 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아무튼 조용하고 지루한 밤이었다.
새벽 1시가 넘었을 때 여자애들이 두런거리면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여학생 4명이서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 것 같았다.
그 중에 한명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낯이 익은 애였다.
내가 그들을 보고있으니까 그들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하더니 곧 조용해졌다.
그 여학생들은 자리에 앉고 나는 휴게실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낯익은 그 여학생이 내 뒤를 따라서 나왔다.
나는 일단 화장실로 갔다가 휴게실로 갔다.
텅빈 휴게실에 그 여학생 혼자서 앉아있었다.
나는 음료수 자판기로 가서 뭘 마실가를 생각하면서 기웃거렸다.
그 때 나는 뒤에서 나는 여학생의 말소리를 들었다.
여학생 : 윤정현!! .. 나는 콜라!!
나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애는 내 이름을 알고있는데 나는 저 애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내가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내 명찰에서 이름을 읽었을 수도 있겠지.
나는 그녀를 위해서 콜라 한개 그리고 내가 마실 녹차를 꺼냈다.
그녀는 내 옆으로 와서 콜라 캔을 들어내고 도 녹차 캔을 나에게 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빈 자리에 앉아서 녹차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수호를 깨워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앞자리로 그 여학생이 와서 앉았다.
여학생 : 야, 윤정현!! 너 나 누군지 몰라?
나 : 모르겠는데.
여학생 : 우리 같은 초등학교 졸업했거든. .. 나 김영숙!!
나는 6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전학을 모두 4 번 했다.
모두 5 개의 초등학교를 거쳣는데 마지막으로 다닌 초등학교는 6학년 일년 동안 다녔다.
그런 내가 김영숙이라는 여학생을 알 리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김영숙 : 정말 나 몰라?
나 : 미안~!!
김영숙 : 그럼 .. 효원초등학교 후문 기억나?
나 : 효원초등학교? .. 여기 밑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효원초등학교는 이 앞에 있는 큰 길 마지막에 있다.
영숙이는 내가 6학년 때 다니던 그 효원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문방구집 딸이었다.
나도 후문으로 학교를 다녔으므로 영숙이랑 같은 길을 일년을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전학생이었던 나는 그 길을 늘 혼자서 다녔다.
영숙이랑 같이 다닌 기억은 전혀 없다.
나와 영숙이는 같은 반이었던 것도 아니어서 더욱 몰랐다.
나는 학교에서 왕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학교와 집을 오갈 때에는 주로 혼자서 다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전학생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음악을, 영숙이네 담임선생님은 체육을 잘 하는것 같았다.
두 반은 음악과 체육이 같은 시간이에 있었다.
체육 시간이면 우리 담임선생님은 보이지 않았고 영숙이네 담임선생님 온자서
두 반을 모아놓고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셨다.
그 대신에 음악 시간에는 영숙이네 담임이신 체육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담임 선생님 혼자서 두 반을 음악실에 모아놓고 음악 수업을 하셨다.
그 때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를 앞으로 불러내서 음악실에 있는 피아노를 치게 하셨다.
나는 피아노를 치고, 선생님은 지휘를 하시고 또 두 반의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는 일이
자주 있었다.
김영숙은 지금 신라여중 2학년, 나 윤정현과 내 친구 김수호는 성한중학교 2학년이다.
김영숙 : 너 이 독서실에 자주 오니?
나 : 오늘 처음
김영숙 : 나는 자주 왔는데 너를 오늘 처음 봐서 ...
나 : 초등학교 6학년때 네가 반장이었지? .. 지금도 공부 잘해?
김영숙 : 공부 잘한다고 반장하는 것 아니었거든~!
그 날 우리는 주말마다 이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하기로 약속을 했다.
수호는 집이 이 동네가 아니라 제법 멀어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그는 이 동네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당연히 그는 김영숙도 모른다.
그런데 왜 수호가 자기네 동네에 있는 독서실에 안가고 여기로 왔지?
아무튼 그 날 나는 처음으로 독서실에 갔고 또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김영숙을 만났다.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우리는 저녁 5시쯤에 독서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김영숙이 나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 대신에 저녁 먹고 나서는 밤 12 시까지 공부를 같이 하기로 나는 영숙이와 약속을 했다.
영숙이는 지난번 중간고사 시험을 망쳤다면서 부모님 때문에 공부를 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시험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시험을 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시험점수 때문에 화를 낸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그러나 영숙이는 성적이 좋지않게 나오면 부모님께 혼난다면서 시험 때 까지 만이라도
공부를 같이 하자고 나에게 부탁을 했다.
혼자 독서실에 나와서 공부하려고 하면 게을러지면서 나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했다.
아지면 집에서는 독서실을 향해서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 엉뚱한 곳이든지 ..
영숙이는 만일 나랑 한 약속이 있으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서실에 나오게 된다고 했다.
다른 여자애들이랑 약속을 하면 지키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또 여기서 만나면 바로 놀러나가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나는 영숙이가 약속을 얼마만큼 잘 지키는 애일 지가 궁금했다.
아마도 별로일 것 같았다.
** 다음 이야기는 제 2장에서 계속됩니다.
<기러기아빠> 드림
## <써서 즐겁고 읽어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으로 저는 매번 자판을 두들깁니다.
언제나 이런 글이 써질지 ...
살 날도 얼마 안남은 것 같은데 ... 죽기 전에 될까요?
안녕하십니까? .. <기러기아빠> 입니다.
## 이 글은 단순한 야설로서 <기러기아빠> 의 경험담은 아닙니다.
시대도 약간 뒤죽박죽이어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냥 이야기라고 읽어주십시오.
이 글은 길게 가지 않고 3회 아니면 5회 정도에서 끝낼 계획입니다.
## <혜숙이> 이야기는 지난 회에서 일단은 끝을 맺었습니다.
태양금속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난 이후의 얘기는 더 구상을 해서 쓸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손대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네요.
[1] .. 학교 도서관
(1) 나 : 윤정현, 중2
오늘은 3월의 맑은 날씨이고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없다.
그 때문인지 하늘 빛이 유난히 푸른 것 같다.
꽃샘추위가 어쩌다 한번씩 오기는 온다.
그 때를 빼면 요새 날씨는 별로 춥지는 않고 약간 쌀쌀하다.
봄이 오기는 오는데 약간 게으른 것 같다.
이제 나는 지금 성한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2년 전에 새로 생긴 학교이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졸업생들은 없다.
지금 중3들이 1회 졸업생이 될 예정이고 나는 2 회 졸업생일 것이다.
나는 키도 몸집도 작은 편이고 별로 잘 생긴 것도 없다.
또 나는 공부도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반 40명 중에서 10등 안쪽에는 간신히 든다.
전교생은 400명 정도인데 80등 아래위였다.
대충 중간 위쪽이라고 하면 되나?
나는 어려서 부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우리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나에게 책을 손에 쥐어주면서 읽게 하셨다.
그리고는 저녁에는 나를 거실로 불러내서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서 물으셨다.
내가 대답을 잘못 하거나 틀리게 말하면 그 부분을 고쳐주셨다.
엄마는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엄마는 책을 읽을 때마다 더 집중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씩 피아노를 치고, 또 일주일에 두 번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아무런 필요도 없는 자격증들을 따서 모아두었다.
그것 말고는 나는 주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오시는 날도 있었는데 그러는 날에는 나에게 묻는 것을 생략하신다.
내가 읽는 책들 중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처럼 읽기에 짜증나는 책들도 있다.
소설들은 좀 어렵기는 하지만 읽는 재미가 있었다.
역사책들도 그런 대로 읽을만하다.
그렇지만 삼국지는 사람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도 났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이런 내 일상은 이제 컴퓨터 학원에는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내가 중학생이 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중학생이 돼서도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또 집으로 가도 나 혼자이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직장에 다니시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마치면 다른 애들은 바쁘게 집이나 학원으로 간다.
초등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 중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마칠 때 쯤이면 교문 앞의 도로에는 학원에서 온 차들이 엄청 많이 서있다.
(2) 우리학교의 도서관 : 여선생님 두 분
작년부터 우리 학교는 도서관을 만드는 중이다.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의 4층에 도서관이 생긴다고 했다.
작년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집에 있는 책을 학교에 기증하라고 했다.
자기가 읽던 책이라도 좋고, 또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 : 읽지도 않을 책을 집에 쳐박아 두면 뭐 할거야?
우리 학교 도서관이 생기니까 도서관에 두고 다같이 읽게 하자.
이렇게 모은 책들은 도서관이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도서관이 될 곳이라는 4층에 가보면 책상 위에 책들을 쌓아 둔 상태였다.
또 여기 저기서 기증 받았다는 책들도 있었는데 그 책들은 새 책들이다.
아무튼 도서관이라는 곳에는 이렇게 모아서 쌓아놓은 수많은 새 책과 헌책이 엄청 많다.
이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나는 수업이 마치면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이 도서관에 사서 선생님은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 도서관에서 영어 선생님 한 분과 국어 선생님 한 분
이렇게 여선생님 두 분이서 매일 그 책들과 전쟁을 치루고 계신다.
두분 선생님들은 작년에 우리 반에 수업을 들어오셨는데 이해에는 안들어 오신다.
그래서 약간은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튀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일까?
두 선생님은 책 한 묶음을 갖다 놓고 풀어헤친다.
그리고는 일단 버려야 할 책들을 골라낸다.
또 버리지 않는 책에는 일일이 분류기호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어딘가에 기록을 하신다.
버려야 할 책들은 바깥에 계단 앞에 쌓아둔다.
삼분의 일 정도는 너무 많이 훼손이 됐거나 낙서 때문에 버려야 했다.
아니면 똑같은 책이 여러 권이 있을 때에는 상태가 좋은 두세 권만을 남기고 버린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내가 도서관에 올라가면 여선생님 두 분 중에 한 분은 꼭 계셨다.
또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한 분도 오신다.
맨 첫날은 영어선생님과 협상을 했다.
나는 여기서 공부하고 또 선생님들 심부름을 해주기로.
나는 선생님들 뒤쪽에 앉아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한참 있으면 나는 선생님께 불려가서 심부름을 한다.
심부름이라고 해 봤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 한 묶음을 선생님께 갖다 드리는 것이다.
아니면 선생님들로부터 책을 커다란 책장에 갖다가 자리를 찾아서 꽂아 둔다.
버리는 책들은 밖으로 내간다.
이렇게 책을 정리하는 작업은 한 학기 내내 계속되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선생님들은 한 분씩 교대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늦게 나오시거나 못나오시는 날이 있었다.
나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못나가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들 말고는 그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또 선생님들을 도와드렸다.
나는 혼자서 두 분의 여선생님들을 돕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그러면 선생님들께서는 나를 칭찬해주시고 또 분식집이나 중국집에 먹을 것을 주문한다.
나중에 음식이 오면 우리는 같이 둘러앉아서 맛있게 먹는다.
영어선생님 : 우리 윤정현은 너무 착해.
국어선생님 :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잘해줄 것 같아.
영어선생님 : 정현이는 공부도 잘 할껄?
국어선생님 : 공부 잘하고 착하면 된 거야.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책 읽는 것 좋아해?
나 : 예.
영어 선생님 : 어렸을 때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해.
국어 선생님 : 이 일이 끝나면 정현이 책 읽는 것도 도와 줄께.
아니면 우리가 식당으로 가서 먹을 때도 있었다.
그 때 선생님들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자리로 책을 갖다 주면서 나에게 읽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책들 중에는 내가 이미 읽은 책도 꽤 있었다.
영어선생님은 영한대역 (한페이지에는 영어 다음페이지에는 한글) 을 읽으라고 주셨다.
이런 책들은 한번에 조금씩 밖에는 읽지 못했다.
그런데 영어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누나 있어?
나 : 없어요.
영어 선생님 : 여동생은?
나: 없어요.
영어 선생님 : 그럼 잘됐다. .. 나한테 누나라고 해. .. 알았어?
나 : 예.
영어 선생님 : 함 불러봐.
나 : 누나 선생님~!!
영어 선생님 : 바보 아냐? .. 선생님은 빼야죠.
나 : 누나~!!
영어 선생님 : 그렇지~!! ... 호호~
국어선생님 : 정현이가 오늘 저녁 쏴라 .. 공짜 누나 생겼잖아.
나 : 누나라고 안부르고 저녁 안쏘면 안돼요?
영어 선생님 : 누나라고 불러. .. 쏘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할께.
나 : 알았어요.
이렇게 해서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누나가 되었다.
이 시절에 나는 그 도서관에서 두 분의 선생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외아들이어서 집에가 면 혼자라서 외롭다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또 이 선생님들은 엄청 예뻤다.
국어선생님보다는 영어선생님이 더 예쁘다.
이런 예쁜 여선생님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싫어한다면 아마도 내가 비정상이 아닐까?
(3) 내 친구 김수호
그런데 나에게 <김수호> 라는 친구가 생겼다.
수호는 나보다는 키가 크고 잘생겼고 또 운동도 잘한다.
그래서 나는 수호를 엄청 부러워했다.
수호와 나는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서로를 기다렸다가 만나서 4층 도서관으로
같이 올라가는 날도 있었다.
두 분 선생님께서 시키는 심부름도 우리 둘이서 같이 했다.
거기서 우리는 공부도 같이 했다.
수학 문제도 같이 물고 영어 공부도 같이 했다.
또 숙제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호는 수학은 제법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엄청 공부하기 싫어했다.
가금씩 영어 선생님께서 우리에게로 오셨다.
그녀는 이것 저것을 물어보고, 설명도 해주고 또 어떤 것들은 꼭 외워두라고 가르쳐주셨다.
국어선생님도 우리에게 오시면 수학을 참 잘 가르쳐주셨다.
나는 학교 도서관에 거의 매일 올라가는 편이었지만 수호는 그렇지 않았다.
아예 나타나지 않는 날도 있었다.
또 끝나고 집에 가려고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 학교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 : 수호는 어쩌다 한번씩 나타나는데 너는 거의 매일 오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여자친구 없어?
나 : 아픈 상처를 꼭 그렇게 건드리세요?
국어 선생님 : 있으면 매일 여기서 살겠어?
영어선생님 : 어머머~ .. 얘 얼굴이 빨개지네 ... 호호~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진짜 누나같이 친절하게 잘해주신다.
두 여선생님은 나이는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국어선생님은 영어선생님 보다는 훨씬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어쨌든 두 분은 내 눈에는 친절하고, 예쁘고 또 아름다워 보이는 여선생님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한 학기 내내 그 도서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책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런데 남아있는 책들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 나에게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호는 하루가 끝나면 자기네 집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내가 집에 가면 우리 집으로 나를 따라서 들어온다.
그리고 내 옆에서 같이 자고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같이 간다.
이렇게 이삼일을 그는 집에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자주 있었다.
이런 수호가 우리 엄마의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수호에게 싫은 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우리 엄마 : 가출했니?
수호 : 어머니, 저는 불량학생이 아닌데요.
우리 엄마 : 우리 집에서 자려면 집에 전화는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수호 : 저는 버린 자식인가 봐요. 집에 안들어가도 아무도 찾지 않아요. .. 하하~
우리 엄마 : 그래도 당장 집에 전화 하세요 !!
수호는 마지 못해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자기 집에 전화를 한다.
그러나 주로 아무도 받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나중에 늦게라도 꼭 전화를 드리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6월 말에 기말시험을 쳤는데 나는 작년 보다는 제법 잘한 것 같았다.
그러나 수호는 시험 결과에 대해서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전교 50등 안에 들어가면 우리 엄마는 나에게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나는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시험공부를 했고 또 50등 안에 들었다.
그런데 국어와 영어는 내가 시험공부를 엄청 많이 해서 100 점씩을 받았다.
분명 두 여선생님 때문이다.
안그러면 두 분이 나를 엄청 놀릴 것 같았다.
두 선생님은 나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약속 하셨다.
엄마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셨다.
우리 반에 휴대전화기를 가진 애가 한두명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 중에 한명이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 휴대전화기는 엄마의 작전에 내가 걸려든 것이었다.
학교 도서관이나 또 다른 일들 때문에 내가 밖으로 나도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이러는 나를 통제하기 위해서 엄마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휴대전화기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좋아했으니 ....
한번은 수호가 나에게 물었다.
수호 : 영어 선생님한테 누나라고 부른다며?
나 : 그래.
수호 : 왜? .. 너 그 선생님 좋아해?
나 : 좋기도 하지만 .. 날더러 누나라고 부르라고 해서.
수호 : 날더러도 시키던데 ...
나 : 그래서?
수호 : 나는 싫다고 했어
나 : 왜? .. 선생님 상처받았겠다.
수호 : 나한테는 누나가 있거든. .. 누나할망구
나 : 헐~ ...
수호 : 나이 차이가 15년 이상이 나는데 무슨 누나래? .. 안그래?
나 : 그럴 수도 ...
(4) 독서실에서 만난 김영숙
성한 중학교 주변에는 신라 여자 중학교 그리고 선화 여자 중고등 학교가 있었다.
우리 학교 주변의 분식집에는 여중고 애들이 와서 있을 때가 많았다.
우리 학교 애들도 여중고 주변의 분식집으로 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게 되면 두 분의 여선생님들과 같이 갔다.
아니면 영어선생님께 누나라고 한번 불러주고 가자고 하면 얼른 나를 따라 나오셨다.
그러면 물론 선생님들께서 나에게 사주시는 것이다.
나중에 도서관으로 올라가면서 ....
영어 선생님 : 너 혼자서 가야자 나랑 가면 어떻게 해?
나 : 왜요?
영어 선생님 : 여자애들이랑 사귀게 되려면 혼자서 가야 ....
나 : 여기까지 와서 기웃거리는 애들 별 볼일 없거든요~
영어 선생님 : 하긴 .. 내가 봐도 나만큼 예쁜 애들이 안보이더라~ .. 호호~
나 : 헐~ ... 심하시네요
영어 선생님 : 나? .. 공주병?
나 : 아니. .. 꼭 그렇게 까지 ..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
영어 선생님 : 맞아 .. 나한테 공주병이 있기는 해.
나 : 왜요?
영어 : 나는 공주야. .. 또 내게는 병이 있어 .. 그러므로 내가 가진 병은 공주병이야. .. 호호~
나 : 이러언~ .. 완전 삼단논법이네요. .. 하하~
영어 : 공주는 항상 공주병이라는 병을 갖고 사는 거야. ....
이 말씀을 하시는 영어선생님은 걸음을 멈추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셨다.
나도 걸음을 멈추고 선생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나도 하늘을 보았으나 구름에 덮여 있어서 구름 말고는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두 달 쯤 전 5월 초의 얘기다.
하루는 토요일에 밤 10시가 넘었는데 수호가 우리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날더러 독서실에 가서 밤새워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수호 : 기말 시험도 다돼가는데 .....
수호가 약간 뻥을 치는 것 같다.
그 때가 중간고사가 막 끝나고 나서였으니까 기말시험은 아직 두 달 정도 남아있다.
나는 엄마에게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말씀 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수호와 함께 그가 미리 자리를 잡아두었다는 독서실로 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참 후에 보니까 수호는 잠을 자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자는 그의 모습이 딱해 보였다.
그를 깨워서 집에 데리고 가서 재우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나는 그 날은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웬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독서실에 엎드려서는 잠을 자지 못한다.
만일 엎드려서 잠을 잘 정도면 나는 집으로 간다.
아마도 나 혼자서 공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수호는 자고 있었고 다른 사람 두세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잠을 자고 있는지, 공부를 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아무튼 조용하고 지루한 밤이었다.
새벽 1시가 넘었을 때 여자애들이 두런거리면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여학생 4명이서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 것 같았다.
그 중에 한 명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낯이 익은 애였다.
내가 그들을 보고 있으니까 그들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하더니 곧 조용해졌다.
그 여학생들은 자리에 앉고 나는 휴게실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낯익은 그 여학생이 내 뒤를 따라서 나왔다.
나는 일단 화장실로 갔다가 휴게실로 갔다.
텅 빈 휴게실에 그 여학생 혼자서 앉아있었다.
나는 음료수 자판기로 가서 뭘 마실까를 생각하면서 기웃거렸다.
그 때 나는 뒤에서 나는 여학생의 말소리를 들었다.
여학생 : 윤정현!! .. 나는 콜라!!
나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애는 내 이름을 알고있는데 나는 저 애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내가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내 명찰에서 이름을 읽었을 수도 있겠지.
나는 그녀를 위해서 콜라 그리고 내가 마실 녹차를 눌렀다.
그녀는 내 옆으로 와서 콜라 캔을 들어내고 또 녹차 캔을 나에게 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빈 자리에 앉아서 녹차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수호를 깨워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앞자리로 그 여학생이 와서 앉았다.
여학생 : 야, 윤정현!! 너 나 누군지 진짜 몰라?
나 : 모르겠는데.
여학생 : 우리 같은 초등학교 졸업했거든. .. 나 김영숙!!
나는 6년 동안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전학을 모두 4 번 했다.
모두 5 개의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마지막으로 다닌 초등학교는 6학년 일년 동안을 다녔다.
그런 내가 김영숙이라는 여학생을 알 리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김영숙 : 정말 나 몰라?
나 : 미안~!! .. 나 전학생이었거든.
김영숙 : 그럼 .. 효원 초등학교 후문 기억나?
나 : 효원 초등학교? .. 여기 밑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효원 초등학교는 이 앞에 있는 큰 길의 마지막 끝에 있다.
영숙이는 내가 6학년 때 다니던 그 효원 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문방구집 딸이었다.
나도 후문으로 학교를 다녔으므로 영숙이랑 같은 길을 일년을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전학생이었던 나는 그 길을 늘 혼자서 다녔다.
영숙이랑 같이 다닌 기억은 전혀 없다.
나와 영숙이는 같은 반이었던 것도 아니어서 더욱 몰랐다.
나는 학교에서 왕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학교와 집을 오갈 때에는 주로 혼자서 다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전학생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음악을, 영숙이네 담임선생님은 체육을 잘 하는 것 같았다.
두 반은 음악과 체육이 같은 시간이었다.
체육 시간이면 우리 담임선생님은 보이지 않았고 영숙이네 담임선생님 혼자서
두 반을 모아놓고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셨다.
그 대신에 음악 시간에는 영숙이네 담임이신 체육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담임 선생님 혼자서 두 반을 음악실에 모아놓고 음악 수업을 하셨다.
그 음악과 체육 수업 때문에 영숙이가 나를 알게 된 걸가?
잘 모르겠다.
나는 김영숙이 그 문방구 집 딸이라는 것을 내 친구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김영숙은 지금 신라여중 2학년, 나 윤정현과 내 친구 김수호는 성한 중학교 2학년이다.
김영숙 : 너 이 독서실에 자주 오니?
나 : 오늘 처음
김영숙 : 나는 자주 왔는데 너를 오늘 처음 봐서 ...
나 : 초등학교 6학년 때 네가 반장이었지? .. 지금도 공부 잘해?
김영숙 : 그 때는 공부 잘한다고 반장하는 것 아니었거든~!
그 날 우리는 주말마다 이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하기로 약속을 했다.
수호는 집이 이 동네가 아니라 제법 멀어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그는 이 동네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당연히 그는 김영숙도 모른다.
그런데 왜 수호가 자기네 동네에 있는 독서실에 안가고 여기로 왔지?
아무튼 그 날 나는 처음으로 독서실에 갔고 또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김영숙을 만났다.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우리는 저녁 5시쯤에 독서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김영숙이 나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 대신에 저녁 먹고 나서는 밤 12 시까지 공부를 같이 하기로 나는 영숙이와 약속을 했다.
영숙이는 지난번 중간고사 시험을 망쳤다면서 부모님 때문에 공부를 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시험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시험을 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시험점수 때문에 화를 낸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그러나 영숙이는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오면 부모님께 혼난다면서 시험 때까지만이라도
공부를 같이 하자고 나에게 부탁을 했다.
혼자 독서실에 나와서 공부하려고 하면 게을러지면서 나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했다.
아니면 집에서는 독서실을 향해서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 엉뚱한 곳이든지 ..
영숙이는 만일 나랑 한 약속이 있으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서실에 나오게 된다고 했다.
다른 여자애들이랑 약속을 하면 지키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또 여기서 만나면 바로 놀러 나가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나는 영숙이가 약속을 얼마만큼 잘 지키는 애일 지가 궁금했다.
내 예상에는 아마도 별로일 것 같았다.
** 다음 이야기는 제 2장에서 계속됩니다.
(1) 나 : 윤정현, 중2
오늘은 3월의 맑은 날씨이고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없다.
그 때문인지 하늘 빛이 유난히 푸른 것 같다.
꽃샘추위가 어쩌다 한번씩 오기는 온다.
그 때를 빼면 요새 날씨는 별로 춥지는 않고 약간 쌀쌀하다.
봄이 오기는 오는데 약간 게으른 것 같다.
이제 나는 지금 성한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2년 전에 새로 생긴 학교이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졸업생들은 없다.
지금 중3들이 1회 졸업생이 될 예정이고 나는 2 회 졸업생일 것이다.
나는 키도 몸집도 작은 편이고 별로 잘 생긴 것도 없다.
또 나는 공부도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반 40명 중에서 10등 안쪽에는 간신히 든다.
전교생은 400명정도인데 80등 아래위였다.
대충 중간 위쪽이라고 하면 되나?
나는 어려서 부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우리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나에게 책을 손에 쥐어주면서 읽게 하셨다.
그리고는 저녁에는 나를 거실로 불러내서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서 물으셨다.
내가 대답을 잘못 하거나 틀리게 말하면 그 부분을 고쳐주셨다.
엄마는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엄마는 책을 읽을 때마다 더 집중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씩 피아노를 치고, 또 일주일에 두번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아무런 필요도 없는 자격증들을 따서 모아두었다.
그것 말고는 나는 주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오시는 날도 있었는데 그러는 날에는 나에게 묻는 것을 생략하신다.
내가 읽는 책들 중에는 그리스 로마신화 처럼 읽기에 짜증나는 책들도 있다.
소설들은 좀 어렵기는 하지만 읽는 재미가 있었다.
역사책들도 그런 대로 읽을만하다.
그렇지만 삼국지는 사람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도 났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이런 내 일상은 이제 컴퓨터 학원에는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내가 중학생이 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중학생이 돼서도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또 집으로 가도 나 혼자이다.
부모님 모두 직장에 다니시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마치면 다른 애들은 바쁘게 집이나 학원으로 간다.
초등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 중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마칠 때 쯤이면 교문 앞 도로에는 학원에서 온 차들이 엄청 많이 서있다.
(2) 우리학교의 도서관 : 여선생님 두 분
작년부터 우리 학교는 지금 도서관을 만드는 중이다.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의 4층에 도서관이 생긴다고 했다.
작년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집에 있는 책을 학교에 내라고 했다.
자기가 읽던 책이라도 좋고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 : 읽지도 않을 책을 집에 쳐박아 두면 뭐할거야?
우리 학교 도서관이 생기니까 도서관에 두고 다같이 읽게 하자.
이렇게 모은 책들은 도서관이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도서관이 될 곳이라는 4층에 가보면 책상 위에 책들을 쌓아 둔 상태였다.
또 여기 저기서 기증 받았다는 책들도 있었는데 그 책들은 새책들이다.
아무튼 도서관이라는 곳에는 이렇게 모아서 쌓아놓은 수많은 새책과 헌책이 엄청 많다.
이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나는 수업이 마치면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이 도서관에 사서 선생님은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 도서관에서 영어 선생님 한 분과 국어 선생님 한 분
이렇게 여선생님 두분이서 매일 그 책들과 전쟁을 치루고 계신다.
두분 선생님들은 작년에 우리반에 수업을 들어오셨는데 이해에는 안들어오신다.
그래서 약간은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튀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일까?
두 선생님은 책 한묶음을 갖다 놓고 풀어헤친다.
그리고는 일단 버려야 할 책들을 골라낸다.
또 버리지 않는 책에는 일일이 분류기호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어딘가에 기록을 하신다.
버려야 할 책들은 바깥에 계단 앞에 쌓아둔다.
삼분의 일 정도는 너무 많이 훼손이 됐거나 낙서 때문에 버려야 했다.
아니면 똑같은 책이 여러권이 있을 때에는 상태가 좋은 두세 권만을 남기고 버린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내가 도서관에 올라가면 여선생님 두 분 중에 한 분은 꼭 계셨다.
또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한 분도 오신다.
맨 첫날은 영어선생님과 협상을 했다.
나는 여기서 공부하고 또 선생님들 심부름을 해주기로.
나는 선생님들 뒤쪽에 앉아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한참 있으면 나는 선생님께 불려가서 심부름을 한다.
심부름이라고 해봤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 한 묶음을 선생님께 갖다 드리는 것이다.
아니면 선생님들로부터 책을 커다란 책장에 갖다가 자리를 찾아서 꽂아 둔다.
버리는 책들은 밖으로 내간다.
이렇게 책을 정리하는 작업은 한학기 내내 계속되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지않고 계속되었다.
선생님들은 한분씩 교대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늦게 나오시거나 못나오시는 날이 있었다.
나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못나가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들 말고는 그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책읽고 또 선생님들을 도와드렸다.
나는 혼자서 두 분의 여선생님들을 돕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그러면 선생님들께서는 나를 칭찬해주시고 또 분식집이나 중국집에 먹을 것을 주문한다.
나중에 음식이 오면 우리는 같이 둘러앉아서 맛있게 먹는다.
영어선생님 : 우리 윤정현은 너무 착해.
국어선생님 :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잘해줄 것 같아.
영어선생님 : 정현이는 공부도 잘할껄?
국어선생님 : 공부 잘하고 착하면 된거야.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책 읽는 것 좋아해?
나 : 예.
영어 선생님 : 어렸을 때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해.
국어 선생님 : 이 일이 끝나면 정현이 책 읽는 것도 도와줄께.
그 때 선생님들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자리로 책을 갖다주면서 나에게 읽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책들 중에는 내가 이미 읽은 책도 꽤 있었다.
영어선생님은 영한대역 (한페이지에는 영어 다음페이지에는 한글) 을 읽으라고 주셨다.
이런 책들은 한번에 조금씩 밖에는 읽지 못했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누나 있어?
나 : 없어요.
영어 선생님 : 여동생은?
나: 없어요.
영어 선생님 : 그럼 잘됐다. .. 나한테 누나라고 해. .. 알았어?
나 : 예.
영어 선생님 : 함 불러봐.
나 : 누나 선생님~!!
영어 선생님 : 바보 아냐? .. 선생님은 빼야죠.
나 : 누나~!!
영어 선생님 : 그렇지~!!
이렇게해서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누나가 되었다.
이 시절에 나는 그 도서관에서 두 분의 선생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외아들이어서 집에가면 혼자라서 외롭다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또 이 선생님들은 엄청 예뻤다.
국어선생님보다는 영어선생님이 더 예쁘다.
이런 예쁜 여선생님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싫어한다면 아마도 내가 비정상이 아닐까?
(3) 내 친구 김수호
그런데 나에게 <김수호> 라는 친구가 생겼다.
수호는 나보다는 키가 크고 잘생겼고 또 운동도 잘한다.
그래서 나는 수호를 엄청 부러워했다.
수호와 나는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서로를 기다렸다가 만나서 4층 도서관으로
같이 올라가는 날도 있었다.
두 분 선생님께서 시키는 심부름도 우리 둘이서 같이 했다.
거기서 우리는 공부도 같이 했다.
수학 문제도 같이 물고 영어 공부도 같이 했다.
또 숙제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호는 수학은 제법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엄청 하기싫어했다.
가금씩 영어선생님게서 우리에게로 오셨다.
그녀는 이것 저것을 물어보고, 설명도 해주고 또 어떤 것들은 꼭 외워두라고 가르쳐주셨다.
국어선생님도 우리에게 오시면 수학을 참 잘 가르쳐주셨다.
나는 학교 도서관에 거의 매일 올라가는 편이었지만 수호는 그렇지 않았다.
아예 나타나지 않는 날도 있었다.
또 끝나고 집에 가려고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 학교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 : 수호는 어쩌다 한번씩 나타나는데 너는 거의 매일 오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여자친구 없어?
국어 선생님 : 있으면 매일 여기서 살겠어?
영어선생님 : 어머머~ .. 얘 얼굴이 빨개지네 ... 호호~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누나같이 친절하게 잘해주신다.
두 여선생님은 나이는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국어선생님은 영어선생님 보다는 훨씬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어쨋든 두 분은 내 눈에는 친절하고, 예쁘고 또 아름다워보이는 여선생님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한학기 내내 그 도서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책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런데 남아있는 책들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 나에게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호는 하루가 끝나면 자기네 집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내가 집에 가면 우리 집으로 나를 따라서 들어온다.
그리고 내 옆에서 같이 자고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같이 간다.
이렇게 이삼일을 그는 집에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자주 있었다.
이런 수호가 우리 엄마의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수호에게 싫은 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우리 엄마 : 가출했니?
수호 : 어머니, 저는 불량학생이 아닌데요.
우리 엄마 : 우리 집에서 자려면 집에 전화는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수호 : 저는 버린자식인가봐요. 안들어가도 아무도 찾지 않아요. .. 하하~
우리 엄마 : 그래도 당장 집에 전화 하세요 !!
수호는 마지 못해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자기 집에 전화를 한다.
그러나 주로 아무도 받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나중에 늦게라도 꼭 전화를 드리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6월 말에 기말시험을 쳤는데 나는 작년 보다는 제법 잘한 것 같았다.
국어와 영어는 내가 시험공부를 엄청해서 100 점을 받았다.
분명 두 여선생님 때문이다.
그러나 수호는 시험 결과에 대해서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전교 50등 안에 들어가면 우리 엄마는 나에게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하셨었다.
나는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시험공부를 했고 또 50등 안에 들었다.
엄마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셨다.
우리 반에 휴대전화기를 가진 애가 한두명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 중에 한명이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 휴대전화기는 엄마의 작전에 내가 걸려든 것이었다.
학교 도서관이나 또 다른 일들 때문에 내가 밖으로 나도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이러는 나를 통제하기 위해서 엄마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휴대전화기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좋아했으니 ....
한번은 수호가 나에게 물었다.
수호 : 영어 선생님한테 누나라고 부른다며?
나 : 그래.
수호 : 왜? .. 너 그 선생님 좋아해?
나 : 좋기도 하지만 .. 날더러 누나라고 부르라고 해서.
수호 : 날더러도 시키던데 ...
나 : 그래서?
수호 : 나는 싫다고 했어
나 : 왜? .. 선생님님 상처받았겠다.
수호 : 나한테는 누나가 있거든. .. 누나할망구
나 : 헐~ ...
수호 : 나이 차이가 15년 이상이 나는데 무슨 누나래? .. 안그래?
나 : 그럴 수도 ...
(4) 독서실에서 만난 김영숙
성한 중학교 주변에는 신라 여자 중학교 그리고 선화 여자 중고등 학교가 있었다.
우리 학교 주변의 분식집에는 여중고 애들이 와서 있을 때가 많았다.
우리 학교 애들도 여중고 주변의 분식집으로 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게 되면 두 분의 여선생님들과 같이 갔다.
아니면 영어선생님께 누나라고 한번 불러주고 가자고 하면 얼른 따라나오셨다.
그러면 물론 선생님들께서 나에게 사주시는 것이다.
나중에 도서관으로 올라가면서 ....
영어 선생님 : 너 혼자서 가야자 나랑 가면 어떻게 해?
나 : 왜요?
영어 선생님 : 여자애들이랑 사귀게 되려면 혼자가야 ....
나 : 여기까지 와서 기웃거리는 애들 별 볼일 없거든요~
영어 선생님 : 하긴 .. 내가 봐도 나만큼 예쁜 애들이 안보이더라~ .. 호호~
나 : 헐~ ... 심하시네요
영어 선생님 : 나? .. 공주병?
나 : 아니. .. 꼭 그렇게 까지 ..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
영어 선생님 : 맞아 .. 나한테 공주병이 있기기는 해.
나 : 왜요?
영어 : 나는 공주야. .. 또 내게는 병이 있어 .. 그러므로 내가 가진 병은 공주병이야. .. 호호~
나 : 이러언~ .. 완전 삼단논법이네요. .. 하하~
영어 : 공주는 항산 공주병이라는 병을 갖고 사는거야. ....
이 말씀을 하시는 영어선생님은 걸음을 멈추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셨다.
나도 걸음을 멈추고 선생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하루는 토요일에 밤 10시가 넘었는데 수호가 우리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날더러 독서실에 가서 밤새워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수호 : 기말 시험도 다돼가는데 .....
수호가 약간 뻥을 치는 것 같다.
그 때가 중간고사가 막 끝나고 나서였으니까 기말시험은 아직 두달 정도 남아있다.
나는 엄마에게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수호와 함께 그가 미리 자리를 잡아두었다는 독서실로 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참 후에 보니까 수호는 잠을 자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자는 그의 모습이 딱해보였다.
그를 깨워서 집에 데리고 가서 재우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나는 그 날은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웬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독서실에 엎드려서는 잠을 자지 못한다.
만일 엎드려서 잠을 잘 정도면 나는 집으로 간다.
아마도 나 혼자서 공부하고있었던 것 같다,
수호는 자고있었고 다른 사람 두세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잠을 자고 있는지, 공부를 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아무튼 조용하고 지루한 밤이었다.
새벽 1시가 넘었을 때 여자애들이 두런거리면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여학생 4명이서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 것 같았다.
그 중에 한명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낯이 익은 애였다.
내가 그들을 보고있으니까 그들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하더니 곧 조용해졌다.
그 여학생들은 자리에 앉고 나는 휴게실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낯익은 그 여학생이 내 뒤를 따라서 나왔다.
나는 일단 화장실로 갔다가 휴게실로 갔다.
텅빈 휴게실에 그 여학생 혼자서 앉아있었다.
나는 음료수 자판기로 가서 뭘 마실가를 생각하면서 기웃거렸다.
그 때 나는 뒤에서 나는 여학생의 말소리를 들었다.
여학생 : 윤정현!! .. 나는 콜라!!
나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애는 내 이름을 알고있는데 나는 저 애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내가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내 명찰에서 이름을 읽었을 수도 있겠지.
나는 그녀를 위해서 콜라 한개 그리고 내가 마실 녹차를 꺼냈다.
그녀는 내 옆으로 와서 콜라 캔을 들어내고 도 녹차 캔을 나에게 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빈 자리에 앉아서 녹차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수호를 깨워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앞자리로 그 여학생이 와서 앉았다.
여학생 : 야, 윤정현!! 너 나 누군지 몰라?
나 : 모르겠는데.
여학생 : 우리 같은 초등학교 졸업했거든. .. 나 김영숙!!
나는 6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전학을 모두 4 번 했다.
모두 5 개의 초등학교를 거쳣는데 마지막으로 다닌 초등학교는 6학년 일년 동안 다녔다.
그런 내가 김영숙이라는 여학생을 알 리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김영숙 : 정말 나 몰라?
나 : 미안~!!
김영숙 : 그럼 .. 효원초등학교 후문 기억나?
나 : 효원초등학교? .. 여기 밑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효원초등학교는 이 앞에 있는 큰 길 마지막에 있다.
영숙이는 내가 6학년 때 다니던 그 효원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문방구집 딸이었다.
나도 후문으로 학교를 다녔으므로 영숙이랑 같은 길을 일년을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전학생이었던 나는 그 길을 늘 혼자서 다녔다.
영숙이랑 같이 다닌 기억은 전혀 없다.
나와 영숙이는 같은 반이었던 것도 아니어서 더욱 몰랐다.
나는 학교에서 왕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학교와 집을 오갈 때에는 주로 혼자서 다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전학생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음악을, 영숙이네 담임선생님은 체육을 잘 하는것 같았다.
두 반은 음악과 체육이 같은 시간이에 있었다.
체육 시간이면 우리 담임선생님은 보이지 않았고 영숙이네 담임선생님 온자서
두 반을 모아놓고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셨다.
그 대신에 음악 시간에는 영숙이네 담임이신 체육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담임 선생님 혼자서 두 반을 음악실에 모아놓고 음악 수업을 하셨다.
그 때 우리 담임 선생님께서는 나를 앞으로 불러내서 음악실에 있는 피아노를 치게 하셨다.
나는 피아노를 치고, 선생님은 지휘를 하시고 또 두 반의 학생들은 노래를 부르는 일이
자주 있었다.
김영숙은 지금 신라여중 2학년, 나 윤정현과 내 친구 김수호는 성한중학교 2학년이다.
김영숙 : 너 이 독서실에 자주 오니?
나 : 오늘 처음
김영숙 : 나는 자주 왔는데 너를 오늘 처음 봐서 ...
나 : 초등학교 6학년때 네가 반장이었지? .. 지금도 공부 잘해?
김영숙 : 공부 잘한다고 반장하는 것 아니었거든~!
그 날 우리는 주말마다 이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하기로 약속을 했다.
수호는 집이 이 동네가 아니라 제법 멀어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그는 이 동네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당연히 그는 김영숙도 모른다.
그런데 왜 수호가 자기네 동네에 있는 독서실에 안가고 여기로 왔지?
아무튼 그 날 나는 처음으로 독서실에 갔고 또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김영숙을 만났다.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우리는 저녁 5시쯤에 독서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김영숙이 나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 대신에 저녁 먹고 나서는 밤 12 시까지 공부를 같이 하기로 나는 영숙이와 약속을 했다.
영숙이는 지난번 중간고사 시험을 망쳤다면서 부모님 때문에 공부를 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시험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시험을 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시험점수 때문에 화를 낸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그러나 영숙이는 성적이 좋지않게 나오면 부모님께 혼난다면서 시험 때 까지 만이라도
공부를 같이 하자고 나에게 부탁을 했다.
혼자 독서실에 나와서 공부하려고 하면 게을러지면서 나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했다.
아지면 집에서는 독서실을 향해서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 엉뚱한 곳이든지 ..
영숙이는 만일 나랑 한 약속이 있으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서실에 나오게 된다고 했다.
다른 여자애들이랑 약속을 하면 지키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또 여기서 만나면 바로 놀러나가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나는 영숙이가 약속을 얼마만큼 잘 지키는 애일 지가 궁금했다.
아마도 별로일 것 같았다.
** 다음 이야기는 제 2장에서 계속됩니다.
<기러기아빠> 드림
## <써서 즐겁고 읽어서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으로 저는 매번 자판을 두들깁니다.
언제나 이런 글이 써질지 ...
살 날도 얼마 안남은 것 같은데 ... 죽기 전에 될까요?
안녕하십니까? .. <기러기아빠> 입니다.
## 이 글은 단순한 야설로서 <기러기아빠> 의 경험담은 아닙니다.
시대도 약간 뒤죽박죽이어서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냥 이야기라고 읽어주십시오.
이 글은 길게 가지 않고 3회 아니면 5회 정도에서 끝낼 계획입니다.
## <혜숙이> 이야기는 지난 회에서 일단은 끝을 맺었습니다.
태양금속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난 이후의 얘기는 더 구상을 해서 쓸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손대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네요.
[1] .. 학교 도서관
(1) 나 : 윤정현, 중2
오늘은 3월의 맑은 날씨이고 하늘에는 구름이 한 점도 없다.
그 때문인지 하늘 빛이 유난히 푸른 것 같다.
꽃샘추위가 어쩌다 한번씩 오기는 온다.
그 때를 빼면 요새 날씨는 별로 춥지는 않고 약간 쌀쌀하다.
봄이 오기는 오는데 약간 게으른 것 같다.
이제 나는 지금 성한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우리 학교는 2년 전에 새로 생긴 학교이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졸업생들은 없다.
지금 중3들이 1회 졸업생이 될 예정이고 나는 2 회 졸업생일 것이다.
나는 키도 몸집도 작은 편이고 별로 잘 생긴 것도 없다.
또 나는 공부도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반 40명 중에서 10등 안쪽에는 간신히 든다.
전교생은 400명 정도인데 80등 아래위였다.
대충 중간 위쪽이라고 하면 되나?
나는 어려서 부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우리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나에게 책을 손에 쥐어주면서 읽게 하셨다.
그리고는 저녁에는 나를 거실로 불러내서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서 물으셨다.
내가 대답을 잘못 하거나 틀리게 말하면 그 부분을 고쳐주셨다.
엄마는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엄마는 책을 읽을 때마다 더 집중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시절에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씩 피아노를 치고, 또 일주일에 두 번은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 아무런 필요도 없는 자격증들을 따서 모아두었다.
그것 말고는 나는 주로 책을 읽고 시간을 보냈다.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오시는 날도 있었는데 그러는 날에는 나에게 묻는 것을 생략하신다.
내가 읽는 책들 중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 처럼 읽기에 짜증나는 책들도 있다.
소설들은 좀 어렵기는 하지만 읽는 재미가 있었다.
역사책들도 그런 대로 읽을만하다.
그렇지만 삼국지는 사람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짜증도 났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었다.
이런 내 일상은 이제 컴퓨터 학원에는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내가 중학생이 됐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중학생이 돼서도 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또 집으로 가도 나 혼자이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직장에 다니시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마치면 다른 애들은 바쁘게 집이나 학원으로 간다.
초등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 중학생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학교가 마칠 때 쯤이면 교문 앞의 도로에는 학원에서 온 차들이 엄청 많이 서있다.
(2) 우리학교의 도서관 : 여선생님 두 분
작년부터 우리 학교는 도서관을 만드는 중이다.
우리 교실이 있는 건물의 4층에 도서관이 생긴다고 했다.
작년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집에 있는 책을 학교에 기증하라고 했다.
자기가 읽던 책이라도 좋고, 또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 : 읽지도 않을 책을 집에 쳐박아 두면 뭐 할거야?
우리 학교 도서관이 생기니까 도서관에 두고 다같이 읽게 하자.
이렇게 모은 책들은 도서관이라는 곳으로 옮겨졌다.
도서관이 될 곳이라는 4층에 가보면 책상 위에 책들을 쌓아 둔 상태였다.
또 여기 저기서 기증 받았다는 책들도 있었는데 그 책들은 새 책들이다.
아무튼 도서관이라는 곳에는 이렇게 모아서 쌓아놓은 수많은 새 책과 헌책이 엄청 많다.
이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나는 수업이 마치면 도서관으로 올라갔다.
이 도서관에 사서 선생님은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그 도서관에서 영어 선생님 한 분과 국어 선생님 한 분
이렇게 여선생님 두 분이서 매일 그 책들과 전쟁을 치루고 계신다.
두분 선생님들은 작년에 우리 반에 수업을 들어오셨는데 이해에는 안들어 오신다.
그래서 약간은 알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내가 공부를 잘해서 튀는 학생이 아니기 때문일까?
두 선생님은 책 한 묶음을 갖다 놓고 풀어헤친다.
그리고는 일단 버려야 할 책들을 골라낸다.
또 버리지 않는 책에는 일일이 분류기호를 적은 종이를 붙이고 어딘가에 기록을 하신다.
버려야 할 책들은 바깥에 계단 앞에 쌓아둔다.
삼분의 일 정도는 너무 많이 훼손이 됐거나 낙서 때문에 버려야 했다.
아니면 똑같은 책이 여러 권이 있을 때에는 상태가 좋은 두세 권만을 남기고 버린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내가 도서관에 올라가면 여선생님 두 분 중에 한 분은 꼭 계셨다.
또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한 분도 오신다.
맨 첫날은 영어선생님과 협상을 했다.
나는 여기서 공부하고 또 선생님들 심부름을 해주기로.
나는 선생님들 뒤쪽에 앉아서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한참 있으면 나는 선생님께 불려가서 심부름을 한다.
심부름이라고 해 봤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 한 묶음을 선생님께 갖다 드리는 것이다.
아니면 선생님들로부터 책을 커다란 책장에 갖다가 자리를 찾아서 꽂아 둔다.
버리는 책들은 밖으로 내간다.
이렇게 책을 정리하는 작업은 한 학기 내내 계속되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선생님들은 한 분씩 교대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늦게 나오시거나 못나오시는 날이 있었다.
나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는 못나가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들 말고는 그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또 선생님들을 도와드렸다.
나는 혼자서 두 분의 여선생님들을 돕다가 날이 어두워져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그러면 선생님들께서는 나를 칭찬해주시고 또 분식집이나 중국집에 먹을 것을 주문한다.
나중에 음식이 오면 우리는 같이 둘러앉아서 맛있게 먹는다.
영어선생님 : 우리 윤정현은 너무 착해.
국어선생님 :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잘해줄 것 같아.
영어선생님 : 정현이는 공부도 잘 할껄?
국어선생님 : 공부 잘하고 착하면 된 거야.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책 읽는 것 좋아해?
나 : 예.
영어 선생님 : 어렸을 때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해.
국어 선생님 : 이 일이 끝나면 정현이 책 읽는 것도 도와 줄께.
아니면 우리가 식당으로 가서 먹을 때도 있었다.
그 때 선생님들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자리로 책을 갖다 주면서 나에게 읽으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책들 중에는 내가 이미 읽은 책도 꽤 있었다.
영어선생님은 영한대역 (한페이지에는 영어 다음페이지에는 한글) 을 읽으라고 주셨다.
이런 책들은 한번에 조금씩 밖에는 읽지 못했다.
그런데 영어선생님이 나를 부르셨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누나 있어?
나 : 없어요.
영어 선생님 : 여동생은?
나: 없어요.
영어 선생님 : 그럼 잘됐다. .. 나한테 누나라고 해. .. 알았어?
나 : 예.
영어 선생님 : 함 불러봐.
나 : 누나 선생님~!!
영어 선생님 : 바보 아냐? .. 선생님은 빼야죠.
나 : 누나~!!
영어 선생님 : 그렇지~!! ... 호호~
국어선생님 : 정현이가 오늘 저녁 쏴라 .. 공짜 누나 생겼잖아.
나 : 누나라고 안부르고 저녁 안쏘면 안돼요?
영어 선생님 : 누나라고 불러. .. 쏘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할께.
나 : 알았어요.
이렇게 해서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누나가 되었다.
이 시절에 나는 그 도서관에서 두 분의 선생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았다.
내가 외아들이어서 집에가 면 혼자라서 외롭다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또 이 선생님들은 엄청 예뻤다.
국어선생님보다는 영어선생님이 더 예쁘다.
이런 예쁜 여선생님들과 같이 있는 시간을 싫어한다면 아마도 내가 비정상이 아닐까?
(3) 내 친구 김수호
그런데 나에게 <김수호> 라는 친구가 생겼다.
수호는 나보다는 키가 크고 잘생겼고 또 운동도 잘한다.
그래서 나는 수호를 엄청 부러워했다.
수호와 나는 수업이 끝나면 운동장에서 서로를 기다렸다가 만나서 4층 도서관으로
같이 올라가는 날도 있었다.
두 분 선생님께서 시키는 심부름도 우리 둘이서 같이 했다.
거기서 우리는 공부도 같이 했다.
수학 문제도 같이 물고 영어 공부도 같이 했다.
또 숙제를 같이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호는 수학은 제법 하지만 다른 과목들은 엄청 공부하기 싫어했다.
가금씩 영어 선생님께서 우리에게로 오셨다.
그녀는 이것 저것을 물어보고, 설명도 해주고 또 어떤 것들은 꼭 외워두라고 가르쳐주셨다.
국어선생님도 우리에게 오시면 수학을 참 잘 가르쳐주셨다.
나는 학교 도서관에 거의 매일 올라가는 편이었지만 수호는 그렇지 않았다.
아예 나타나지 않는 날도 있었다.
또 끝나고 집에 가려고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 학교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국어 선생님 : 수호는 어쩌다 한번씩 나타나는데 너는 거의 매일 오네.
영어 선생님 : 정현이는 여자친구 없어?
나 : 아픈 상처를 꼭 그렇게 건드리세요?
국어 선생님 : 있으면 매일 여기서 살겠어?
영어선생님 : 어머머~ .. 얘 얼굴이 빨개지네 ... 호호~
영어선생님은 나에게 진짜 누나같이 친절하게 잘해주신다.
두 여선생님은 나이는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국어선생님은 영어선생님 보다는 훨씬 조용한 성격인 것 같았다.
어쨌든 두 분은 내 눈에는 친절하고, 예쁘고 또 아름다워 보이는 여선생님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한 학기 내내 그 도서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책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런데 남아있는 책들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 나에게는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호는 하루가 끝나면 자기네 집으로 가려고 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내가 집에 가면 우리 집으로 나를 따라서 들어온다.
그리고 내 옆에서 같이 자고 다음 날 아침에 학교에 같이 간다.
이렇게 이삼일을 그는 집에 들어가지 않을 때도 자주 있었다.
이런 수호가 우리 엄마의 마음에 썩 들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수호에게 싫은 소리를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우리 엄마 : 가출했니?
수호 : 어머니, 저는 불량학생이 아닌데요.
우리 엄마 : 우리 집에서 자려면 집에 전화는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수호 : 저는 버린 자식인가 봐요. 집에 안들어가도 아무도 찾지 않아요. .. 하하~
우리 엄마 : 그래도 당장 집에 전화 하세요 !!
수호는 마지 못해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자기 집에 전화를 한다.
그러나 주로 아무도 받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나중에 늦게라도 꼭 전화를 드리라고 말씀하시지만 그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6월 말에 기말시험을 쳤는데 나는 작년 보다는 제법 잘한 것 같았다.
그러나 수호는 시험 결과에 대해서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전교 50등 안에 들어가면 우리 엄마는 나에게 휴대폰을 사주겠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나는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시험공부를 했고 또 50등 안에 들었다.
그런데 국어와 영어는 내가 시험공부를 엄청 많이 해서 100 점씩을 받았다.
분명 두 여선생님 때문이다.
안그러면 두 분이 나를 엄청 놀릴 것 같았다.
두 선생님은 나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약속 하셨다.
엄마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셨다.
우리 반에 휴대전화기를 가진 애가 한두명 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 중에 한명이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이 휴대전화기는 엄마의 작전에 내가 걸려든 것이었다.
학교 도서관이나 또 다른 일들 때문에 내가 밖으로 나도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이러는 나를 통제하기 위해서 엄마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 휴대전화기였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좋아했으니 ....
한번은 수호가 나에게 물었다.
수호 : 영어 선생님한테 누나라고 부른다며?
나 : 그래.
수호 : 왜? .. 너 그 선생님 좋아해?
나 : 좋기도 하지만 .. 날더러 누나라고 부르라고 해서.
수호 : 날더러도 시키던데 ...
나 : 그래서?
수호 : 나는 싫다고 했어
나 : 왜? .. 선생님 상처받았겠다.
수호 : 나한테는 누나가 있거든. .. 누나할망구
나 : 헐~ ...
수호 : 나이 차이가 15년 이상이 나는데 무슨 누나래? .. 안그래?
나 : 그럴 수도 ...
(4) 독서실에서 만난 김영숙
성한 중학교 주변에는 신라 여자 중학교 그리고 선화 여자 중고등 학교가 있었다.
우리 학교 주변의 분식집에는 여중고 애들이 와서 있을 때가 많았다.
우리 학교 애들도 여중고 주변의 분식집으로 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게 되면 두 분의 여선생님들과 같이 갔다.
아니면 영어선생님께 누나라고 한번 불러주고 가자고 하면 얼른 나를 따라 나오셨다.
그러면 물론 선생님들께서 나에게 사주시는 것이다.
나중에 도서관으로 올라가면서 ....
영어 선생님 : 너 혼자서 가야자 나랑 가면 어떻게 해?
나 : 왜요?
영어 선생님 : 여자애들이랑 사귀게 되려면 혼자서 가야 ....
나 : 여기까지 와서 기웃거리는 애들 별 볼일 없거든요~
영어 선생님 : 하긴 .. 내가 봐도 나만큼 예쁜 애들이 안보이더라~ .. 호호~
나 : 헐~ ... 심하시네요
영어 선생님 : 나? .. 공주병?
나 : 아니. .. 꼭 그렇게 까지 ..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
영어 선생님 : 맞아 .. 나한테 공주병이 있기는 해.
나 : 왜요?
영어 : 나는 공주야. .. 또 내게는 병이 있어 .. 그러므로 내가 가진 병은 공주병이야. .. 호호~
나 : 이러언~ .. 완전 삼단논법이네요. .. 하하~
영어 : 공주는 항상 공주병이라는 병을 갖고 사는 거야. ....
이 말씀을 하시는 영어선생님은 걸음을 멈추고서 하늘을 올려다보셨다.
나도 걸음을 멈추고 선생님을 기다려야만 했다.
나도 하늘을 보았으나 구름에 덮여 있어서 구름 말고는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까 두 달 쯤 전 5월 초의 얘기다.
하루는 토요일에 밤 10시가 넘었는데 수호가 우리 집으로 나를 찾아왔다.
날더러 독서실에 가서 밤새워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수호 : 기말 시험도 다돼가는데 .....
수호가 약간 뻥을 치는 것 같다.
그 때가 중간고사가 막 끝나고 나서였으니까 기말시험은 아직 두 달 정도 남아있다.
나는 엄마에게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고 내일 아침에 오겠다고 말씀 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수호와 함께 그가 미리 자리를 잡아두었다는 독서실로 갔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공부를 시작했다.
한참 후에 보니까 수호는 잠을 자고 있었다.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자는 그의 모습이 딱해 보였다.
그를 깨워서 집에 데리고 가서 재우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러나 나는 그 날은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웬만큼 피곤하지 않으면 독서실에 엎드려서는 잠을 자지 못한다.
만일 엎드려서 잠을 잘 정도면 나는 집으로 간다.
아마도 나 혼자서 공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수호는 자고 있었고 다른 사람 두세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잠을 자고 있는지, 공부를 하는지는 나는 모른다.
아무튼 조용하고 지루한 밤이었다.
새벽 1시가 넘었을 때 여자애들이 두런거리면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여학생 4명이서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 것 같았다.
그 중에 한 명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낯이 익은 애였다.
내가 그들을 보고 있으니까 그들은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하더니 곧 조용해졌다.
그 여학생들은 자리에 앉고 나는 휴게실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낯익은 그 여학생이 내 뒤를 따라서 나왔다.
나는 일단 화장실로 갔다가 휴게실로 갔다.
텅 빈 휴게실에 그 여학생 혼자서 앉아있었다.
나는 음료수 자판기로 가서 뭘 마실까를 생각하면서 기웃거렸다.
그 때 나는 뒤에서 나는 여학생의 말소리를 들었다.
여학생 : 윤정현!! .. 나는 콜라!!
나는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애는 내 이름을 알고있는데 나는 저 애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내가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내 명찰에서 이름을 읽었을 수도 있겠지.
나는 그녀를 위해서 콜라 그리고 내가 마실 녹차를 눌렀다.
그녀는 내 옆으로 와서 콜라 캔을 들어내고 또 녹차 캔을 나에게 주면서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빈 자리에 앉아서 녹차를 마셨다.
그리고 나서 수호를 깨워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 앞자리로 그 여학생이 와서 앉았다.
여학생 : 야, 윤정현!! 너 나 누군지 진짜 몰라?
나 : 모르겠는데.
여학생 : 우리 같은 초등학교 졸업했거든. .. 나 김영숙!!
나는 6년 동안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전학을 모두 4 번 했다.
모두 5 개의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마지막으로 다닌 초등학교는 6학년 일년 동안을 다녔다.
그런 내가 김영숙이라는 여학생을 알 리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김영숙 : 정말 나 몰라?
나 : 미안~!! .. 나 전학생이었거든.
김영숙 : 그럼 .. 효원 초등학교 후문 기억나?
나 : 효원 초등학교? .. 여기 밑에?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효원 초등학교는 이 앞에 있는 큰 길의 마지막 끝에 있다.
영숙이는 내가 6학년 때 다니던 그 효원 초등학교 후문에 있는 문방구집 딸이었다.
나도 후문으로 학교를 다녔으므로 영숙이랑 같은 길을 일년을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전학생이었던 나는 그 길을 늘 혼자서 다녔다.
영숙이랑 같이 다닌 기억은 전혀 없다.
나와 영숙이는 같은 반이었던 것도 아니어서 더욱 몰랐다.
나는 학교에서 왕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학교와 집을 오갈 때에는 주로 혼자서 다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전학생이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담임선생님은 음악을, 영숙이네 담임선생님은 체육을 잘 하는 것 같았다.
두 반은 음악과 체육이 같은 시간이었다.
체육 시간이면 우리 담임선생님은 보이지 않았고 영숙이네 담임선생님 혼자서
두 반을 모아놓고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셨다.
그 대신에 음악 시간에는 영숙이네 담임이신 체육선생님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담임 선생님 혼자서 두 반을 음악실에 모아놓고 음악 수업을 하셨다.
그 음악과 체육 수업 때문에 영숙이가 나를 알게 된 걸가?
잘 모르겠다.
나는 김영숙이 그 문방구 집 딸이라는 것을 내 친구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다.
김영숙은 지금 신라여중 2학년, 나 윤정현과 내 친구 김수호는 성한 중학교 2학년이다.
김영숙 : 너 이 독서실에 자주 오니?
나 : 오늘 처음
김영숙 : 나는 자주 왔는데 너를 오늘 처음 봐서 ...
나 : 초등학교 6학년 때 네가 반장이었지? .. 지금도 공부 잘해?
김영숙 : 그 때는 공부 잘한다고 반장하는 것 아니었거든~!
그 날 우리는 주말마다 이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하기로 약속을 했다.
수호는 집이 이 동네가 아니라 제법 멀어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걸린다.
그래서 그는 이 동네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다.
당연히 그는 김영숙도 모른다.
그런데 왜 수호가 자기네 동네에 있는 독서실에 안가고 여기로 왔지?
아무튼 그 날 나는 처음으로 독서실에 갔고 또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김영숙을 만났다.
다음날이 일요일이어서 우리는 저녁 5시쯤에 독서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김영숙이 나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 대신에 저녁 먹고 나서는 밤 12 시까지 공부를 같이 하기로 나는 영숙이와 약속을 했다.
영숙이는 지난번 중간고사 시험을 망쳤다면서 부모님 때문에 공부를 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는 시험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르는 대로 시험을 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시험점수 때문에 화를 낸 적은 아직 한번도 없다.
그러나 영숙이는 성적이 좋지 않게 나오면 부모님께 혼난다면서 시험 때까지만이라도
공부를 같이 하자고 나에게 부탁을 했다.
혼자 독서실에 나와서 공부하려고 하면 게을러지면서 나오지 않는 날이 많다고 했다.
아니면 집에서는 독서실을 향해서 출발했는데 도착한 곳은 엉뚱한 곳이든지 ..
영숙이는 만일 나랑 한 약속이 있으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서실에 나오게 된다고 했다.
다른 여자애들이랑 약속을 하면 지키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또 여기서 만나면 바로 놀러 나가게 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나는 영숙이가 약속을 얼마만큼 잘 지키는 애일 지가 궁금했다.
내 예상에는 아마도 별로일 것 같았다.
** 다음 이야기는 제 2장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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