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첫키스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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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69회 작성일 20-01-16 23:49본문
5학년 -첫키스
4학년 때 순이와의 경험은 제게 아주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았던 모양입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나면, "어려서 그랬다, 괜찮다"하고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어보려고 하지만 소름끼치고 무서운 느낌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젓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처녀가 아니라는 깨달음에 좌절했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이제 시집은 어떻게 가나, 처녀가 아니면 안된다던데하고 걱정을 하며, 실망하실 부모님을 생각하고 자다가도 일어나 울곤 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나는 그 아찔하게 달아오르던 열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억을 할 수 없는 어느 날 나는 조심스럽게 다리 사이로 손을 넣었었죠. 볼펜으로 자해를 한 순이는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 애를 썼고, 대신 잊으려고 노력했던 원이를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이는 지배적(dominant)이었죠. 적어도 원이는 나를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아프게 한 적은 없거든요.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상황을 지배적으로 이끌어가는 애였어요. 그렇게 리드를 당하는 상상을 하며 남몰래 옷 위로 다리 사이를 문지르던 나의 손은 어느 날 잠옷 아래로 옮겨갔고, 몇 주 후에는 자연스럽게 속옷 아래로 グ丙Ы윱求?
살아 있는 살에 또 다른 따뜻한 살이 닿는 그 느낌을 아시나요. 아직 성(性)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11살의 어린 민희는 그렇게 혼자서 성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손을 놀려서 굳게 닫혀 있는 살을 열어보면, 어린 탄력 있는 살이 지금과는 달라서 오뚜기처럼 손가락을 놓자마자 재깍 제자리로 돌아왔지요. 어떻게 이렇게 여린 살이, 벌려 놓으면 벌린 데로 있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고무줄처럼 돌아올까하고 신기해했어요. 그것이 신기해서 민희는 열심히 다리사이를 열어보기도 하고, 샤워를 하다가 비누 묻은 손으로 문질러 보기도 하다가, 다시 밀려오는 또 다른 죄책감과 두려움에 모든 일을 멈추고 베게를 눈물로 적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까짓거 처녀가 아닌데 어때 뭐. 이미 엎지러진 물인데"하는 생각이 들어 자포자기한 날을 보냈죠. 그렇게 생각을 하니 찝쩍거리던 동네 아저씨들, 친구들의 손길에 무관심하게 되더군요. 손가락만 닿아도 메뚜기가 놀라서 뛰듯이 화들짝 놀라던 저는, 궁뎅이를 두들기는 친구들이나 어른들의 손에도 순순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죄책감등의 모든 일을 잊기 위해 몰두하기 시작 한 것이 공부였습니다. 한국말을 잊었던 저는 귀국 1년 후 5학년이 되자 한국말을 꽤 능숙하게 했고, 5학년 2학기가 되어서는 전교 1등을 하는 반장이 되었습니다. 대신 이탈리안은 자연스럽게 잊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를 이탤리에서 잠시 다니긴 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하여튼 아직 조금 알아듣기는 하지만 이제 말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깝네요.
성적이 좋아지다보니 여러모로 인기도 좋아지더군요. 저희 집은 놀러오는 제 친구들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집이 좀 부유한 편에 속한다는 것과 여러 가정적인 배경이 알려진 후에는 선생님들도 자주 드나들어 저녁도 잡수시고 가곤 했었죠. 부유하게 태어난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전문직에서 한 몫 하시던 분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당시 70년대에 남들이 못타는 외국차를 타고 등하교를 했고, 외제를 배척하던 박정일 군인정권 산하에서도 우리 집은 언제나 외제로 목욕을 한 정치인들이 득실대었어요.
말이 빗나갔네요. 말하고자 한 것은, 한국에서는 여러 모로 사람들이 제 주위에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개발도상국가였던 한국 사람의 피가 섞인 동양 혼혈 계집애를 보던 이탤리에서와는 조금 다른 대우였지요. 그 때쯤에는 제 머리색도 옅은 갈색에서 점점 밤색이 되어 있었구요. 눈동자의 색도 햇빛 밑에서 보지 않으면 파란빛이 안보이던 때였습니다. 혼혈아라는 주목보다는 이국적으로 생긴 예쁜 한국아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듣기 시작했죠. 한국 생활이 편해지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나는 한국이 좋았습니다. 그 때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은 "승"이라는 급우였어요. 이름은 물론 가명이구요. 그도 지금은 유명한 사람이 되어있더군요. 승은 덩치도 크고 묵직한 것이 어쩐지 남자다운데가 있었습니다. 저의 눈에 익어있는 이탤리 사람같이 이목이 뚜렷하고 장대한 사내아이였어요. 조그맣고 마른 아이들보다는 당연히 약간 살이 붙은 승에게 눈이 끌렸었죠. 그러나 반장으로 행동을 바르게 하는 저는 승이에게 그런 눈치를 줄 수가 없었어요. 항상 관심이 있어도 없는 척, 장난을 걸어도 상대도 안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지만, 저의 그런 차가운 태도가 승이의 관심을 끌었었데요. 승이는 외국 냄새가 풀풀 나는 혼혈 반장에게서 눈이 떨어지지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오늘은 저 애가 내게 어떻게 반응을 할까 하며 짖굿은 장난을 하기도 했었데요. 그런데 왜 나는 그 짖굿은 장난이라는 것들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걸까요. 그래도 기억이 나는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승이가 산수 공부를 도와달라며 우리 집에서 함께 공부해도 되겠냐고 물은 날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여름날이었어요. 거절할 리가 있나요. 집안 손님이 물러가는 조용한 시간을 택해, 매주 두 번 방과 후 저녁 먹고 제 방에서 만나기로 했죠. 그 후 승이는 주 중 하루와 주말 중 하루를 택해 매 주 놀러 와서 제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도 먹고 집에 돌아가곤 했어요.
승과는 그렇게 반 년을 사이좋게 지냈어요. 항상 그렇게 같이 지내니 승이의 성적이 올라간 것은 좋았지만, 어린 국민학생들이 그렇듯이 소문이 돌기 시작했죠.
-- 얼래꼴래리. 누구 누구와 누구 누구는 그렇고 그런 사이래.
아침에 등교를 해 보면 누군가 칠판에 커다랗게 써 놓은 "민희와 승이는 애인이래"라는 글을 찾기가 일쑤였어요. 아무 소리 않고 잠자코 칠판을 지우는 내 주위에 찬바람이 쌩 불면 교실은 조용해지곤 했지만, 그것이 다음날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요.
5학년이 끝나는 겨울날이었습니다. 어느 때처럼 집에 놀러온 승과 나는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앉아 숙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승이가 나의 손을 잡았습니다
-- 승: 애들이 우리들에 대해서 모라고 하는지 알지?
-- 민희: 응...
-- 승: 너 나 좋아해?
-- 민희: 응...
새침떼기였지만 이성문제에 대해서만은 쑥맥이었던 저였어요. 그냥 "응"만 되풀이 했죠.
-- 승: 좋아하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거 있지... 너는 잘 알겠지만.
-- 민희: 응 ....
뭔지 모르겠지만 저는 또 다시 그 뭔지 모를 것에 시인을 했어요.
-- 승: 그럼 좋아하는 사람들이 헤어질 때 하는 거 할까.
-- 민희: 응?
-- 승: 키스. 입에다 하는 거.
-- 민희: 응....
순간적이었어요. 승이의 얼굴이 반은 누워있는 제 얼굴 위에 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입을 맞추었어요. 민희의 첫키스는 그렇게 어이없게 이루어졌죠.
-- 승: 좋아?
-- 민희: ....
이상했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 얼얼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애매한 기분이 들더군요. 잠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승이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어쩔 줄을 몰라했죠. 좋았다고 해야 하나?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승의 얼굴이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덮칠 때까지도 나는 멀뚱멀뚱 승이를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두 번째는 더욱 좋았습니다. 첫 번째는 그냥 당한 입장이있고, 두 번째는 승의 입술을 느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그랬나봐요. 입술이 닿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살살 입술을 그의 입술이 문질러 주는데, 반은 누운 상체를 지탱하고 있던 팔에 그만 힘이 빠지고 말았어요. 승의 큰 손이 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오면서 힘껏 제 몸을 당길 때는, 손과 팔을 어디에 둘 지 몰라 승이의 몸 아래에서 허우적거렸지요.
잠시 승이가 입술을 떼었어요. 아직 정신이 없는 저는 눈을 반은 감은 상태였지요. 그런 저를 확인한 승이는 다시 한 번 입술을 포개었는데, 그 다음은 정말 잊지 못할 키스였어요. 전과는 달리 포개진 입술 사이에서 무엇인가 나의 입술을 핥고 있는 살을 느꼇어요. 따뜻하고 집요하게, 제 입술을 잡아먹은 입안에서, 열심히 제 입술 사이로 파고들고 있는 것은 그의 혀였지요. 그 감미로움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열었는데, 뭔가가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어요. 따뜻한 타액과 그의 혀였어요. 그것이 그의 혀라는 것을 안 순간, 저는 그만 다시 한 번 오랫동안 못 느껴왔던 그 갑작스런 열기가 제 몸에 지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음소리가 나는 제 자신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 으음....
승이의 혀는 제 입안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아주 능숙하게 치아를 자극하기도 하고 나의 혀를 찾아 다니기도 하면서 두 팔로는 저를 억세게 안고 있었는데,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저는 어쩔 줄 모르고 그렇게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점점 누운 자세가 되는 민희의 몸에 올라탄 승이를 느끼면서 나는 숨이 막혀 정말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열기를 없엘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승이를 떠밀어내고도 싶었지만 무안을 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천천히 승이가 혀를 거두고 제게서 입술도 거두었어요.
-- 좋아?
-- 으음...
신음인지 시인인지 알 수 없이 힘없이 대답하는 저에게 승이 제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 우린 이제 어른이야. 이제부터 만나면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헤어질 때 이렇게 하는거야. 그렇지만 우리 둘이만 있을 때 하는 거야. 알았지?
너무 좋은데 동의 안 할 리가 있나요. 좋다고 했죠. 그리고 매주 두 번뿐인 그와의 만남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문제는 키스가 끝나고 그가 집으로 간 후였는데, 몸은 뜨겁고, 해결 방법은 없고 해서 어쩔 줄 몰라했던 몇 일간이었습니다.
4학년 때 순이와의 경험은 제게 아주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았던 모양입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나면, "어려서 그랬다, 괜찮다"하고 스스로 자기최면을 걸어보려고 하지만 소름끼치고 무서운 느낌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젓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처녀가 아니라는 깨달음에 좌절했던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 이제 시집은 어떻게 가나, 처녀가 아니면 안된다던데하고 걱정을 하며, 실망하실 부모님을 생각하고 자다가도 일어나 울곤 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나는 그 아찔하게 달아오르던 열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억을 할 수 없는 어느 날 나는 조심스럽게 다리 사이로 손을 넣었었죠. 볼펜으로 자해를 한 순이는 기억에서 지우기 위해 애를 썼고, 대신 잊으려고 노력했던 원이를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이는 지배적(dominant)이었죠. 적어도 원이는 나를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아프게 한 적은 없거든요.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상황을 지배적으로 이끌어가는 애였어요. 그렇게 리드를 당하는 상상을 하며 남몰래 옷 위로 다리 사이를 문지르던 나의 손은 어느 날 잠옷 아래로 옮겨갔고, 몇 주 후에는 자연스럽게 속옷 아래로 グ丙Ы윱求?
살아 있는 살에 또 다른 따뜻한 살이 닿는 그 느낌을 아시나요. 아직 성(性)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11살의 어린 민희는 그렇게 혼자서 성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손을 놀려서 굳게 닫혀 있는 살을 열어보면, 어린 탄력 있는 살이 지금과는 달라서 오뚜기처럼 손가락을 놓자마자 재깍 제자리로 돌아왔지요. 어떻게 이렇게 여린 살이, 벌려 놓으면 벌린 데로 있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고무줄처럼 돌아올까하고 신기해했어요. 그것이 신기해서 민희는 열심히 다리사이를 열어보기도 하고, 샤워를 하다가 비누 묻은 손으로 문질러 보기도 하다가, 다시 밀려오는 또 다른 죄책감과 두려움에 모든 일을 멈추고 베게를 눈물로 적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까짓거 처녀가 아닌데 어때 뭐. 이미 엎지러진 물인데"하는 생각이 들어 자포자기한 날을 보냈죠. 그렇게 생각을 하니 찝쩍거리던 동네 아저씨들, 친구들의 손길에 무관심하게 되더군요. 손가락만 닿아도 메뚜기가 놀라서 뛰듯이 화들짝 놀라던 저는, 궁뎅이를 두들기는 친구들이나 어른들의 손에도 순순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죄책감등의 모든 일을 잊기 위해 몰두하기 시작 한 것이 공부였습니다. 한국말을 잊었던 저는 귀국 1년 후 5학년이 되자 한국말을 꽤 능숙하게 했고, 5학년 2학기가 되어서는 전교 1등을 하는 반장이 되었습니다. 대신 이탈리안은 자연스럽게 잊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를 이탤리에서 잠시 다니긴 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어요.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하여튼 아직 조금 알아듣기는 하지만 이제 말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깝네요.
성적이 좋아지다보니 여러모로 인기도 좋아지더군요. 저희 집은 놀러오는 제 친구들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 집이 좀 부유한 편에 속한다는 것과 여러 가정적인 배경이 알려진 후에는 선생님들도 자주 드나들어 저녁도 잡수시고 가곤 했었죠. 부유하게 태어난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전문직에서 한 몫 하시던 분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당시 70년대에 남들이 못타는 외국차를 타고 등하교를 했고, 외제를 배척하던 박정일 군인정권 산하에서도 우리 집은 언제나 외제로 목욕을 한 정치인들이 득실대었어요.
말이 빗나갔네요. 말하고자 한 것은, 한국에서는 여러 모로 사람들이 제 주위에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어요. 그 당시만 해도 개발도상국가였던 한국 사람의 피가 섞인 동양 혼혈 계집애를 보던 이탤리에서와는 조금 다른 대우였지요. 그 때쯤에는 제 머리색도 옅은 갈색에서 점점 밤색이 되어 있었구요. 눈동자의 색도 햇빛 밑에서 보지 않으면 파란빛이 안보이던 때였습니다. 혼혈아라는 주목보다는 이국적으로 생긴 예쁜 한국아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듣기 시작했죠. 한국 생활이 편해지기 시작했을 때였어요. 나는 한국이 좋았습니다. 그 때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은 "승"이라는 급우였어요. 이름은 물론 가명이구요. 그도 지금은 유명한 사람이 되어있더군요. 승은 덩치도 크고 묵직한 것이 어쩐지 남자다운데가 있었습니다. 저의 눈에 익어있는 이탤리 사람같이 이목이 뚜렷하고 장대한 사내아이였어요. 조그맣고 마른 아이들보다는 당연히 약간 살이 붙은 승에게 눈이 끌렸었죠. 그러나 반장으로 행동을 바르게 하는 저는 승이에게 그런 눈치를 줄 수가 없었어요. 항상 관심이 있어도 없는 척, 장난을 걸어도 상대도 안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지만, 저의 그런 차가운 태도가 승이의 관심을 끌었었데요. 승이는 외국 냄새가 풀풀 나는 혼혈 반장에게서 눈이 떨어지지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오늘은 저 애가 내게 어떻게 반응을 할까 하며 짖굿은 장난을 하기도 했었데요. 그런데 왜 나는 그 짖굿은 장난이라는 것들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걸까요. 그래도 기억이 나는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승이가 산수 공부를 도와달라며 우리 집에서 함께 공부해도 되겠냐고 물은 날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여름날이었어요. 거절할 리가 있나요. 집안 손님이 물러가는 조용한 시간을 택해, 매주 두 번 방과 후 저녁 먹고 제 방에서 만나기로 했죠. 그 후 승이는 주 중 하루와 주말 중 하루를 택해 매 주 놀러 와서 제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고 저녁도 먹고 집에 돌아가곤 했어요.
승과는 그렇게 반 년을 사이좋게 지냈어요. 항상 그렇게 같이 지내니 승이의 성적이 올라간 것은 좋았지만, 어린 국민학생들이 그렇듯이 소문이 돌기 시작했죠.
-- 얼래꼴래리. 누구 누구와 누구 누구는 그렇고 그런 사이래.
아침에 등교를 해 보면 누군가 칠판에 커다랗게 써 놓은 "민희와 승이는 애인이래"라는 글을 찾기가 일쑤였어요. 아무 소리 않고 잠자코 칠판을 지우는 내 주위에 찬바람이 쌩 불면 교실은 조용해지곤 했지만, 그것이 다음날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요.
5학년이 끝나는 겨울날이었습니다. 어느 때처럼 집에 놀러온 승과 나는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앉아 숙제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승이가 나의 손을 잡았습니다
-- 승: 애들이 우리들에 대해서 모라고 하는지 알지?
-- 민희: 응...
-- 승: 너 나 좋아해?
-- 민희: 응...
새침떼기였지만 이성문제에 대해서만은 쑥맥이었던 저였어요. 그냥 "응"만 되풀이 했죠.
-- 승: 좋아하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거 있지... 너는 잘 알겠지만.
-- 민희: 응 ....
뭔지 모르겠지만 저는 또 다시 그 뭔지 모를 것에 시인을 했어요.
-- 승: 그럼 좋아하는 사람들이 헤어질 때 하는 거 할까.
-- 민희: 응?
-- 승: 키스. 입에다 하는 거.
-- 민희: 응....
순간적이었어요. 승이의 얼굴이 반은 누워있는 제 얼굴 위에 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입을 맞추었어요. 민희의 첫키스는 그렇게 어이없게 이루어졌죠.
-- 승: 좋아?
-- 민희: ....
이상했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 얼얼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애매한 기분이 들더군요. 잠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승이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어쩔 줄을 몰라했죠. 좋았다고 해야 하나?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승의 얼굴이 내 얼굴을 다시 한 번 덮칠 때까지도 나는 멀뚱멀뚱 승이를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두 번째는 더욱 좋았습니다. 첫 번째는 그냥 당한 입장이있고, 두 번째는 승의 입술을 느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그랬나봐요. 입술이 닿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살살 입술을 그의 입술이 문질러 주는데, 반은 누운 상체를 지탱하고 있던 팔에 그만 힘이 빠지고 말았어요. 승의 큰 손이 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오면서 힘껏 제 몸을 당길 때는, 손과 팔을 어디에 둘 지 몰라 승이의 몸 아래에서 허우적거렸지요.
잠시 승이가 입술을 떼었어요. 아직 정신이 없는 저는 눈을 반은 감은 상태였지요. 그런 저를 확인한 승이는 다시 한 번 입술을 포개었는데, 그 다음은 정말 잊지 못할 키스였어요. 전과는 달리 포개진 입술 사이에서 무엇인가 나의 입술을 핥고 있는 살을 느꼇어요. 따뜻하고 집요하게, 제 입술을 잡아먹은 입안에서, 열심히 제 입술 사이로 파고들고 있는 것은 그의 혀였지요. 그 감미로움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살짝 열었는데, 뭔가가 입술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왔어요. 따뜻한 타액과 그의 혀였어요. 그것이 그의 혀라는 것을 안 순간, 저는 그만 다시 한 번 오랫동안 못 느껴왔던 그 갑작스런 열기가 제 몸에 지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음소리가 나는 제 자신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 으음....
승이의 혀는 제 입안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아주 능숙하게 치아를 자극하기도 하고 나의 혀를 찾아 다니기도 하면서 두 팔로는 저를 억세게 안고 있었는데,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저는 어쩔 줄 모르고 그렇게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점점 누운 자세가 되는 민희의 몸에 올라탄 승이를 느끼면서 나는 숨이 막혀 정말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그 열기를 없엘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승이를 떠밀어내고도 싶었지만 무안을 주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천천히 승이가 혀를 거두고 제게서 입술도 거두었어요.
-- 좋아?
-- 으음...
신음인지 시인인지 알 수 없이 힘없이 대답하는 저에게 승이 제 귀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 우린 이제 어른이야. 이제부터 만나면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 헤어질 때 이렇게 하는거야. 그렇지만 우리 둘이만 있을 때 하는 거야. 알았지?
너무 좋은데 동의 안 할 리가 있나요. 좋다고 했죠. 그리고 매주 두 번뿐인 그와의 만남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문제는 키스가 끝나고 그가 집으로 간 후였는데, 몸은 뜨겁고, 해결 방법은 없고 해서 어쩔 줄 몰라했던 몇 일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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