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1 ... - 1부 3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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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905회 작성일 20-01-17 00:13본문
30. 새가 춤춘다
창녀인 미요와 약속한 날이었다. 마사오는 그 약속을 잊지않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정열
도 마음 속엔 없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미찌꼬라는 묘한 소녀가 나타나 다에꼬와 마사오 사
이의 풀리지 않던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보자면 마사오가 이제 미요
를 만날 이유는 없었다. 미요도 어쩌면 마사올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밤마다 여러 남자를
끌어안는 창녀였으니까. 다른 시림의 청으로 따라갔다가, 더구나 인사도 한마디 없이 돌아
온 소년 따위를 그때까지 기억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다. 지켜야 할 의무를 느꼈다. "상대가 무책임하다 해도 나는, 약속을
지킨다." 마사오는 자전거로 집을 나섰다. 미요와 만나기로 한 강이 낚시하기엔 적합하지 않
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해 적당히 꾸미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강둑에 다다랐을 때는 열한 시가 채 안 되어 있었다. 자전거를 둑위에 세워놓고 둑의 비탈
길을 내려갔다. 낚시 도구를 꺼내 준비를 하는데 퍼뜩 건너편 건물의 한 이층 창에서 흰 수
건 같은 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요였다. 창은 곧 닫혔다. 마사오는 낚시를 강으로
던졌다. 빨간 찌가 강 위에 떴다. 마사오는 속으로 나오길 잘했다고 뇌이며 물끄러미 찌를
내려다 보았다. 강물이 유유히 흘렀다. 시간의 흐름이 그 강물에 녹아들고 있었다.
십 분 남짓 됐을까, 누가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여자 걸음걸이였다. 발소리가 멎
었다. 뒤를 돌아다 보았다. 미요가 서 있었다. 하얀 반소매 블라우스에 청색 치마, 개끗하게
묶어내린 머리. 평범한 처녀로 손색없을 만큼 소박한 모습이었다.
"안녕?"
미요는 언덕을 내려와서 마사오와 나란히 앉았다. 전혀 화장을 안한 모습이엇다. 분 냄새
도 나지 않았다.
"전에는 고마웠어요."
"응. 이런 모습이 너에게 잘 어울리는데."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눈을 떼지않고, 그렇게 말했다. 마사오는 밀짚모자를 쓰고 작업복 바
지를 입고 있었다.
"그래요. 저도 이런 차림이 좋아요."
마사오는 미요를 위해서 준비해 온 큰 수건을 풀 위에 깔았다. 미요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
고 그 위에 편히 앉았다. 마사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찌까후지와는 그 후에 만났어?"
"들었군요." 미요는 마사오의 팔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할 수 없었어요. 화내지 마세요."
여자다움이 배어 있었다. 요염한 태도였다. 그러나 미요는 마사오에게 변명할 필요는 없었
다.
"아니. 화나지 않았어."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죠?"
"그저 놀랬을 뿐이야."
마사오는 조금 전의 미요가 손을 흔들던 창을 바라보았다.
"자주 나올 수 있나 봐?"
새장 속의 새란 말이 떠올랐다.
"어머, 언제나 나오는 걸요. 모두 영화관에도 자주 가요."
마사오는 그날 밤 이후 미요의 생활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여기 온 것은 그 관
심사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직업이 직업인만큼 눈치코치없이 마구 이것저것 물어볼 수는
없었다.
"아프지는 않았어?"
환경과 생활의 변화 탓에 건강을 해치지는 않았느냐는 뜻의 물음이었다. 그런데 미요는 금
방 뾰루퉁해졌다.
"어머? 우리들은 건강해요. 병이 걸릴 염려는 없어요. 매춘부가 아니예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혹시 감기라도 걸린 게 아니었나 해서 물어본 거야."
"아, 그랬어요? 고마워요. 전, 건강해요."
소박한 성격이었기에 미요는 금방 웃음을 머금었다.
"식사는 좋아?"
"좋은 손님이 많이 오니까 매일 밤 그분들이 사 줘요."
술 좌석의 화려한 요리를 말하고 있었다.
"평소 식사는?"
"배급되는 쌀 같은 건 먹은 적이 없어요. 그럴 정도의 생활은 못 돼요."
"아침은 몇 시에 먹어?"
"대개는 손님이 돌아간 후에 먹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모여서 먹지는 못해요. 방에서 손님
과 먹는 일도 있구요. 자기 몫으로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돌고 돌
아서 결국은 손님이 돈을 내지만."
"정말. 그렇겠군."
겉만 봤을 뿐 내막을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였다.
"배가 고파요."
미요의 눈에 애교가 번지더니 손길이 마사오의 몸에 감아 들었다. 체중이 느껴졌다.
"배가 고플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 미안해."
"나도 노동자니까요. 손님이 어디 한둘인가요?"
"이제 익숙해졌어?"
"아직이요. 손님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 거려요."
"요즘 경제적으로 모두가 어려운데, 대개 어떤 손님들이 와?"
"여러 신분의 사람들이 와요. 이를테면 경찰서장도 오고, 학교 선생님도 오고 또 노동조합
의 간부도 오지요."
마사오는 놀라지 않았다. 법과 윤리를 국민들에게 강조하는 어른들의 사생활이란 것도 알
고보면 자기들의 말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패전했을 때 이미 뼈에 사무치도록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도 와."
"몇 사람 정도. 그중에 한 사람이 내 손님이 되었었지요."
당연히 흥미가 더해졌다.
"누구야?"
"후후후…." 미요는 웃었다.
"그건 비밀이에요. 말해서는 안 되는 게 우리들 규칙이거든요."
"난 알고 싶은데."
학생 품에 안겼던 여자를 그 선생이 또 품에 안은 셈이었다.
"안 돼요."
미요는 앉은 자세를 고치고 마사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대낮이었다. 게다가 사방이 확
트인 곳이었다. 더 떨어져 앉고 싶었다. 그러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
사오는 잠자코 있었다.
갑자기 미요의 손이 마사오의 다리 사이로 뻗어 왔다. 정확한 손놀림이었다. 미요는 태연
하게 마사오를 쥐었다. 마사오는 당황했지만 이미 사태는 벌어진 후였다. 늦었던 것이다. 천
천히 손목을 잡아 슬거머니 그 손을 치우려고 했으나 그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미요의 힘
은 세었다. 더욱더 마사오를 곡 잡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그만 단념하고 말았고, 미요는 손
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흥분하지 않으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몸은 몸대로
따로따로 진행되고 있었다.
"미요는 지까후지가 처음이었지?"
"아니요. 당신 마사오가 처음이었지요."
"아니야. 나는 아니야. 난 손님도 아니었는데…."
"그랬던가요?"
미요는 마사오의 그런 주장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 마사오는 안심했다. 그
리고 손가락을 꼽으며 숫자를 세 보려고 했다.
"그러면 지까후지가 제일 처음이였고, 그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일 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마가오가 센 숫자에 의하면 8명이
었다. 그런데 미요는 11명까지 수를 세었다.
"그렇게나? 이상한데?"
"하룻밤에 두 사람이나 치른 일도 있거든요."
"아하."
"자는 손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수요일 밤에는 한 시간에 두 사람이 다녀갔어요."
미요의 애무에 마사오의 몸은 자연스럽게 달아오르고 굳어졌다. 마사오는 주위를 살폈다.
마사오가 당황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마사오의 귀 가가이에 입을 바싹 가져다대고 장난
치듯이 속삭였다.
"아무도 없어요, 마사오."
마치 어른이 어린애를 다루듯 했다. 더구나 미요는 또 다른 한쪽 손으로 단추를 풀기 시작
했다. 마사오는 거부했다. 잠깐 동안 무언의 싸움. 미요의 손이 멈추었다. 마사오가 얼른 딴
청을 피웠다.
"어쩐지 일하는 것이 괴롭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다미는 괴롭대요. 자주 울어요. 하지만 나는 절대 울지 않아요. 앞으로는 괴로울지도 모르
지만 지금은 신기하게만 느껴져요. 남자가 말이에요."
미요는 허리를 굽혀 몸을 바싹 기대 왔다. 그리고 바지 위에서 마사오를 쓰다듬으며 이야
기를 계속했다.
"사실은 마사오가 다시 와 주었으면 했어요.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난 갈 수가 없어."
그럴 돈이 없어 라는 뜻이었다기보다도 그럴 마음이 없어 라는 편이 진심에 가까웠다. 그
러나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다는 말에 흥미가 생겼다.
"그게 뭔데."
"사소한 거예요."
미요는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시 캐물어서야 마사오느 그것이 미요늬 국민학교 때 사진
과 성적표라는 것을 알았다.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손을 떼고 두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감싸
안은 채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창녀가 된 지 얼마 안 된 한 여자의 후회와 슬픔과 한탄을
느꼈기에 마사오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묵묵히 앉아만 있었다. 이렇게 만나러 와서 다행이
다. 미요는 창녀지만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임을 갑자기 느끼게 해주었다. 자기 자신의 자
만과 욕망 그리고 무기력함에 얽매어서 그것을 느낄 만한 여유가 일찍기 마사오에게는 없었
다. 욕망의 대상인 여자로밖에 미요를 생각하지 않았었다. 마사오는 그것을 깨달았다. 낮은
목소리로 마사오가 말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얼굴이 귀여웠을 거야. 틀림없이 공부도 잘 했을 것 같은데."
"5학년 때까지는 부반장도 했었어요. 6학년 때에는 진학할 예정이었구요."
국민학교는 남녀 공학이었다. 남자가 반장이 되고 여자가 부반장이 된다. 진학할 희망이
없게 되자 미요는 학교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학교에나 다 있는 일이었
다. 마사오의 마음 속에 바람이 불었다.
"부모를 원망해?"
"아뇨." 미요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운명인가 봐요. 부모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이 세상은 모순투성이야. 다음에 만날 때는 사진을 보여 줘."
"내가 있는 곳으로 굳이 올 필요는 없어요. 만약 꼭 오고 싶으면 돈 걱정은 말구요. 내가
되신 지불하면 되니까."
정부(情夫)를 위해서 창녀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마사오도 알고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면 꾼 돈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가서 여자가 그곳에서 영영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순정 많은 창녀는 그 길을 걸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여자는 마음의 의지처
를 삼기 위해 그런 남자를 자기 곁에 두려고 했다. 마사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선 안 돼. 빨리 형편이 좋아지도록 노력을 하는 편이 좋아."
"난 어차피 틀렸어요. 마사오, 지옥을 알고 있어요? 우리는 그곳으로 가야 할 일밖에 안
남았어요."
"안 돼."
마사오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미요가 마사오를 쳐다보며 애잔한 표정으로 방긋
웃었다. 마사오는 웃을 수가 없었다. 돌아선 마사오의 두 눈엔 강물이 들어왔다. 고개를 쳐
들었다. 새 한 마리가 춤을 추며 하늘을 찢고 있었다. 억지로 힘겹게 춤추고 있었다. "안
돼. 미요가 갈 지옥은 이 세상엔 없어." 등 뒤에서 미요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사오, 이리 앉아. 이제부터 넌 내 동생이야."
의외의 말이었다. 꼬박 존댓말을 쓰던 미요가 마치 친누나라도 된 듯이 마사오를 말로 쓰
다듬고 있었다. 더우기 이상한 것은 마사오 자신이었다. 정말로 미요의 친동생이 된 듯한
기분이 전신에 퍼졌던 것이다. 마사오는 누나의 타이르는 말에 따르기라도 하듯 미요 옆으
로 다가가 앉았고 미요는 곧 사랑스러운 동생을 애무하듯 마사오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다독거리기 시작했다.
"마사오, 넌 내 동생이야."
"누나가 동생한테 이런 짓을 해?"
"사랑하니까."
마사오는 도망치지 않았다. 입으로는 비난하면서도 미요의 손을 아니, 누나의 손을 환영하
는 미음이 한구석에 있었다.
"의리 있는 동생이니까 괜찮아."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여자라는 것을 마사오는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
만 같았다. 정말 모를 것이 여자인지도 모른다. 다시 미요는 마사오의 바지 단추를 풀기 시
작했다. 마사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부드럽게 된 마사오의 몸은 미요의 부
드러운 자극으로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미요의 손가락은 마사오를 깊숙이 그리고 꼭
쥐었다.
"여기서는 안 돼."
"입으로 빨아 주고 싶어. 마시고 싶어."
미요는 마사오를 꺼내려고 했다. 마사오는 그 손을 밀었다.
"우리가 이러면 안 돼."
"나는 괜찮아."
"어쨌든 난 이렇게 대낮에 이런 곳에서는 할 수 없어."
"그래?"
미요는 한숨을 내쉬고 마사오의 뺨에 키스를 했다. 역시 전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태도였고
마사오도 이제는 그런 미요를 함부로 창녀처럼 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게 와. 자주 오면 주인 언니에게는 알리지 않아도 되거든. 마사오, 네 것을 마
시고 싶어. 빨고 싶어. 손님은 그런 것을 좋아해. 그러니까 내가 너를 그렇게 해주고 싶어."
미요는 마사오의 넓적다리 위로 상체를 굽혔다. 마사오는 노출되었다. 마사오의 저항은 무
기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강둑은 동서로 뻗어 있
었고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집에서는 두 사람의 남녀가 있는 것을
알수 있겠지만 자세히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요는 더욱더 얼굴을 낮추었다. 어깨가 마사오의 가슴을 밀었다. 마사오는 상체를 뒤로
젖히고 두손으로 중심을 지탱하고 있었다. 미요의 입술이 마사오에게 닿았다. 마사오는 풀
위에 누웠고 저항하지 않았다. 밀짚모자가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모자를 벗고 미요의 머리
에 씌웠다. 미요는 마사오를 입에 넣고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모자가 움직였다. 미요의 혀
도 입술도, 마사오의 가까운 곳을 잡고 있는 손가락도 제각기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의 민
감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미요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이제 됐어."
미요는 고개를 흔들고 계속할 의사를 나타냈다.
"이제 그만해."
마사오의 그 말에 미요의 애무는 더 강렬해졌다. 마사오를 정상으로 이끌려 하는 것이 분
명했다. "정말로 마시려는 걸까. 그 남자를 좋아하지 않으면 마시지 않을 텐데. 입으로 들어
가면 뱉겠지. 좋아 이제 이렇게 된 이상은." 한번 주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고개를 쳐
들고 마사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들판은 초여름의 더운 공
기 속에 말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사오는 자기가 지금 곡대기에 막 올라서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미요의 등을 어루만
졌다. 미요는 더 깊게 마사오를 넣고 혀와 입술과 손가락을 놀렸다. 눈앞이 아뜩해지는 순
간이 고통과 함께 마사오를 찾아왔다. 그것은 커다란 파도가 되어서 밀려오고, 그 위에 또
다른 파도가 덮고, 삼중 사중으로 밀려왔다. 마사오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젖히고
경직됐다. 그러나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사오는 그만 터져 버리고 말았
다.
마침내 마사오가 세게 어깨를 때리자 미요는 멈췄다. 마사오는 호흡을 조절하면서 미요의
행동을 주시했다.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얼굴을 떼고는 곧 마사오를 보았다. 뺨은 붉게 물들
어 있었고 눈은 젖어 있었다. 입술도 젖어 있었다.
"마셔 버렸어."
그렇게 말한 얼굴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휘비(喜悲)가 얽혀 있었다, 두 손으로 마사오를
감싸고 있었다.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켰다.
"빨리 돌아가서 입을 닦아야 할 거야."
"그렇게는 안 해."
미요는 마사오를 도로 안으로 넣어 주고는 허리를 안고서 몸을 기대었다.
"마사오, 믿지 않겠지만 처음이었어."
"……."
"마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왜?"
"마음이 없는 남자가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난 마실수가 없었어, 마시면 토했거든."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맜있었어.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 대신 이것만은 명심해 둬.
이젠 또 나와 헤어질 테니까 미리 해두는 말이야. 헤어질 때 사람들은 언제나 약속을 해.
그리고는 지키지를 않아. 몸보다도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는 이제부터라도 명심해야 돼.
너는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고, 여러 여자와 어울려 놀겠지. 지키지못할 말은 헤어
질 때 하지 마. 처음부터 빈말이라도 지키지 못할 약속 은 하지 말라는 말이야. 우리도 배
운 게 있어. 손님을 보낼 때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지."
"명심해둘께."
"그래 고마워. 그리고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닳고 닳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않을 거야."
"그럴 거 같으니?"
"응."
"그래, 마사오. 나도 네 말을 명심할게. 너는 내 동생이야."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얼마나 있으면 그곳에 갈 수 있는 거야?"
"마음만 있으면 돼."
미요는 일어서서 마사오를 내려다보았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코 언저리에도
송글송글 남아 있었다. 창녀가 아니라, 한 농부의 딸 냄새를 마사오는 맡았다. 미요가 말했
다.
"지금이 한밤중이라면 좋았을 텐데…."
창녀인 미요와 약속한 날이었다. 마사오는 그 약속을 잊지않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정열
도 마음 속엔 없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미찌꼬라는 묘한 소녀가 나타나 다에꼬와 마사오 사
이의 풀리지 않던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보자면 마사오가 이제 미요
를 만날 이유는 없었다. 미요도 어쩌면 마사올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밤마다 여러 남자를
끌어안는 창녀였으니까. 다른 시림의 청으로 따라갔다가, 더구나 인사도 한마디 없이 돌아
온 소년 따위를 그때까지 기억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이다. 지켜야 할 의무를 느꼈다. "상대가 무책임하다 해도 나는, 약속을
지킨다." 마사오는 자전거로 집을 나섰다. 미요와 만나기로 한 강이 낚시하기엔 적합하지 않
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해 적당히 꾸미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강둑에 다다랐을 때는 열한 시가 채 안 되어 있었다. 자전거를 둑위에 세워놓고 둑의 비탈
길을 내려갔다. 낚시 도구를 꺼내 준비를 하는데 퍼뜩 건너편 건물의 한 이층 창에서 흰 수
건 같은 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요였다. 창은 곧 닫혔다. 마사오는 낚시를 강으로
던졌다. 빨간 찌가 강 위에 떴다. 마사오는 속으로 나오길 잘했다고 뇌이며 물끄러미 찌를
내려다 보았다. 강물이 유유히 흘렀다. 시간의 흐름이 그 강물에 녹아들고 있었다.
십 분 남짓 됐을까, 누가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여자 걸음걸이였다. 발소리가 멎
었다. 뒤를 돌아다 보았다. 미요가 서 있었다. 하얀 반소매 블라우스에 청색 치마, 개끗하게
묶어내린 머리. 평범한 처녀로 손색없을 만큼 소박한 모습이었다.
"안녕?"
미요는 언덕을 내려와서 마사오와 나란히 앉았다. 전혀 화장을 안한 모습이엇다. 분 냄새
도 나지 않았다.
"전에는 고마웠어요."
"응. 이런 모습이 너에게 잘 어울리는데."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눈을 떼지않고, 그렇게 말했다. 마사오는 밀짚모자를 쓰고 작업복 바
지를 입고 있었다.
"그래요. 저도 이런 차림이 좋아요."
마사오는 미요를 위해서 준비해 온 큰 수건을 풀 위에 깔았다. 미요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
고 그 위에 편히 앉았다. 마사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찌까후지와는 그 후에 만났어?"
"들었군요." 미요는 마사오의 팔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할 수 없었어요. 화내지 마세요."
여자다움이 배어 있었다. 요염한 태도였다. 그러나 미요는 마사오에게 변명할 필요는 없었
다.
"아니. 화나지 않았어."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죠?"
"그저 놀랬을 뿐이야."
마사오는 조금 전의 미요가 손을 흔들던 창을 바라보았다.
"자주 나올 수 있나 봐?"
새장 속의 새란 말이 떠올랐다.
"어머, 언제나 나오는 걸요. 모두 영화관에도 자주 가요."
마사오는 그날 밤 이후 미요의 생활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여기 온 것은 그 관
심사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직업이 직업인만큼 눈치코치없이 마구 이것저것 물어볼 수는
없었다.
"아프지는 않았어?"
환경과 생활의 변화 탓에 건강을 해치지는 않았느냐는 뜻의 물음이었다. 그런데 미요는 금
방 뾰루퉁해졌다.
"어머? 우리들은 건강해요. 병이 걸릴 염려는 없어요. 매춘부가 아니예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혹시 감기라도 걸린 게 아니었나 해서 물어본 거야."
"아, 그랬어요? 고마워요. 전, 건강해요."
소박한 성격이었기에 미요는 금방 웃음을 머금었다.
"식사는 좋아?"
"좋은 손님이 많이 오니까 매일 밤 그분들이 사 줘요."
술 좌석의 화려한 요리를 말하고 있었다.
"평소 식사는?"
"배급되는 쌀 같은 건 먹은 적이 없어요. 그럴 정도의 생활은 못 돼요."
"아침은 몇 시에 먹어?"
"대개는 손님이 돌아간 후에 먹기 때문에 모두가 함께 모여서 먹지는 못해요. 방에서 손님
과 먹는 일도 있구요. 자기 몫으로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돌고 돌
아서 결국은 손님이 돈을 내지만."
"정말. 그렇겠군."
겉만 봤을 뿐 내막을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였다.
"배가 고파요."
미요의 눈에 애교가 번지더니 손길이 마사오의 몸에 감아 들었다. 체중이 느껴졌다.
"배가 고플 거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 미안해."
"나도 노동자니까요. 손님이 어디 한둘인가요?"
"이제 익숙해졌어?"
"아직이요. 손님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 거려요."
"요즘 경제적으로 모두가 어려운데, 대개 어떤 손님들이 와?"
"여러 신분의 사람들이 와요. 이를테면 경찰서장도 오고, 학교 선생님도 오고 또 노동조합
의 간부도 오지요."
마사오는 놀라지 않았다. 법과 윤리를 국민들에게 강조하는 어른들의 사생활이란 것도 알
고보면 자기들의 말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을 패전했을 때 이미 뼈에 사무치도록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도 와."
"몇 사람 정도. 그중에 한 사람이 내 손님이 되었었지요."
당연히 흥미가 더해졌다.
"누구야?"
"후후후…." 미요는 웃었다.
"그건 비밀이에요. 말해서는 안 되는 게 우리들 규칙이거든요."
"난 알고 싶은데."
학생 품에 안겼던 여자를 그 선생이 또 품에 안은 셈이었다.
"안 돼요."
미요는 앉은 자세를 고치고 마사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대낮이었다. 게다가 사방이 확
트인 곳이었다. 더 떨어져 앉고 싶었다. 그러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
사오는 잠자코 있었다.
갑자기 미요의 손이 마사오의 다리 사이로 뻗어 왔다. 정확한 손놀림이었다. 미요는 태연
하게 마사오를 쥐었다. 마사오는 당황했지만 이미 사태는 벌어진 후였다. 늦었던 것이다. 천
천히 손목을 잡아 슬거머니 그 손을 치우려고 했으나 그 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미요의 힘
은 세었다. 더욱더 마사오를 곡 잡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그만 단념하고 말았고, 미요는 손
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흥분하지 않으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몸은 몸대로
따로따로 진행되고 있었다.
"미요는 지까후지가 처음이었지?"
"아니요. 당신 마사오가 처음이었지요."
"아니야. 나는 아니야. 난 손님도 아니었는데…."
"그랬던가요?"
미요는 마사오의 그런 주장을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 마사오는 안심했다. 그
리고 손가락을 꼽으며 숫자를 세 보려고 했다.
"그러면 지까후지가 제일 처음이였고, 그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일 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마가오가 센 숫자에 의하면 8명이
었다. 그런데 미요는 11명까지 수를 세었다.
"그렇게나? 이상한데?"
"하룻밤에 두 사람이나 치른 일도 있거든요."
"아하."
"자는 손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수요일 밤에는 한 시간에 두 사람이 다녀갔어요."
미요의 애무에 마사오의 몸은 자연스럽게 달아오르고 굳어졌다. 마사오는 주위를 살폈다.
마사오가 당황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마사오의 귀 가가이에 입을 바싹 가져다대고 장난
치듯이 속삭였다.
"아무도 없어요, 마사오."
마치 어른이 어린애를 다루듯 했다. 더구나 미요는 또 다른 한쪽 손으로 단추를 풀기 시작
했다. 마사오는 거부했다. 잠깐 동안 무언의 싸움. 미요의 손이 멈추었다. 마사오가 얼른 딴
청을 피웠다.
"어쩐지 일하는 것이 괴롭지는 않은 것 같은데."
"다미는 괴롭대요. 자주 울어요. 하지만 나는 절대 울지 않아요. 앞으로는 괴로울지도 모르
지만 지금은 신기하게만 느껴져요. 남자가 말이에요."
미요는 허리를 굽혀 몸을 바싹 기대 왔다. 그리고 바지 위에서 마사오를 쓰다듬으며 이야
기를 계속했다.
"사실은 마사오가 다시 와 주었으면 했어요.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난 갈 수가 없어."
그럴 돈이 없어 라는 뜻이었다기보다도 그럴 마음이 없어 라는 편이 진심에 가까웠다. 그
러나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다는 말에 흥미가 생겼다.
"그게 뭔데."
"사소한 거예요."
미요는 말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시 캐물어서야 마사오느 그것이 미요늬 국민학교 때 사진
과 성적표라는 것을 알았다.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손을 떼고 두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감싸
안은 채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창녀가 된 지 얼마 안 된 한 여자의 후회와 슬픔과 한탄을
느꼈기에 마사오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묵묵히 앉아만 있었다. 이렇게 만나러 와서 다행이
다. 미요는 창녀지만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임을 갑자기 느끼게 해주었다. 자기 자신의 자
만과 욕망 그리고 무기력함에 얽매어서 그것을 느낄 만한 여유가 일찍기 마사오에게는 없었
다. 욕망의 대상인 여자로밖에 미요를 생각하지 않았었다. 마사오는 그것을 깨달았다. 낮은
목소리로 마사오가 말했다.
"국민학교 때부터 얼굴이 귀여웠을 거야. 틀림없이 공부도 잘 했을 것 같은데."
"5학년 때까지는 부반장도 했었어요. 6학년 때에는 진학할 예정이었구요."
국민학교는 남녀 공학이었다. 남자가 반장이 되고 여자가 부반장이 된다. 진학할 희망이
없게 되자 미요는 학교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것이다. 그것은 어느 학교에나 다 있는 일이었
다. 마사오의 마음 속에 바람이 불었다.
"부모를 원망해?"
"아뇨." 미요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운명인가 봐요. 부모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이 세상은 모순투성이야. 다음에 만날 때는 사진을 보여 줘."
"내가 있는 곳으로 굳이 올 필요는 없어요. 만약 꼭 오고 싶으면 돈 걱정은 말구요. 내가
되신 지불하면 되니까."
정부(情夫)를 위해서 창녀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것은 마사오도 알고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하면 꾼 돈이 줄기는커녕 더 늘어가서 여자가 그곳에서 영영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대부분의 순정 많은 창녀는 그 길을 걸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여자는 마음의 의지처
를 삼기 위해 그런 남자를 자기 곁에 두려고 했다. 마사오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선 안 돼. 빨리 형편이 좋아지도록 노력을 하는 편이 좋아."
"난 어차피 틀렸어요. 마사오, 지옥을 알고 있어요? 우리는 그곳으로 가야 할 일밖에 안
남았어요."
"안 돼."
마사오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미요가 마사오를 쳐다보며 애잔한 표정으로 방긋
웃었다. 마사오는 웃을 수가 없었다. 돌아선 마사오의 두 눈엔 강물이 들어왔다. 고개를 쳐
들었다. 새 한 마리가 춤을 추며 하늘을 찢고 있었다. 억지로 힘겹게 춤추고 있었다. "안
돼. 미요가 갈 지옥은 이 세상엔 없어." 등 뒤에서 미요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사오, 이리 앉아. 이제부터 넌 내 동생이야."
의외의 말이었다. 꼬박 존댓말을 쓰던 미요가 마치 친누나라도 된 듯이 마사오를 말로 쓰
다듬고 있었다. 더우기 이상한 것은 마사오 자신이었다. 정말로 미요의 친동생이 된 듯한
기분이 전신에 퍼졌던 것이다. 마사오는 누나의 타이르는 말에 따르기라도 하듯 미요 옆으
로 다가가 앉았고 미요는 곧 사랑스러운 동생을 애무하듯 마사오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다독거리기 시작했다.
"마사오, 넌 내 동생이야."
"누나가 동생한테 이런 짓을 해?"
"사랑하니까."
마사오는 도망치지 않았다. 입으로는 비난하면서도 미요의 손을 아니, 누나의 손을 환영하
는 미음이 한구석에 있었다.
"의리 있는 동생이니까 괜찮아."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여자라는 것을 마사오는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
만 같았다. 정말 모를 것이 여자인지도 모른다. 다시 미요는 마사오의 바지 단추를 풀기 시
작했다. 마사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부드럽게 된 마사오의 몸은 미요의 부
드러운 자극으로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미요의 손가락은 마사오를 깊숙이 그리고 꼭
쥐었다.
"여기서는 안 돼."
"입으로 빨아 주고 싶어. 마시고 싶어."
미요는 마사오를 꺼내려고 했다. 마사오는 그 손을 밀었다.
"우리가 이러면 안 돼."
"나는 괜찮아."
"어쨌든 난 이렇게 대낮에 이런 곳에서는 할 수 없어."
"그래?"
미요는 한숨을 내쉬고 마사오의 뺨에 키스를 했다. 역시 전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태도였고
마사오도 이제는 그런 미요를 함부로 창녀처럼 대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내게 와. 자주 오면 주인 언니에게는 알리지 않아도 되거든. 마사오, 네 것을 마
시고 싶어. 빨고 싶어. 손님은 그런 것을 좋아해. 그러니까 내가 너를 그렇게 해주고 싶어."
미요는 마사오의 넓적다리 위로 상체를 굽혔다. 마사오는 노출되었다. 마사오의 저항은 무
기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강둑은 동서로 뻗어 있
었고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집에서는 두 사람의 남녀가 있는 것을
알수 있겠지만 자세히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요는 더욱더 얼굴을 낮추었다. 어깨가 마사오의 가슴을 밀었다. 마사오는 상체를 뒤로
젖히고 두손으로 중심을 지탱하고 있었다. 미요의 입술이 마사오에게 닿았다. 마사오는 풀
위에 누웠고 저항하지 않았다. 밀짚모자가 얼굴을 가렸기 때문에 모자를 벗고 미요의 머리
에 씌웠다. 미요는 마사오를 입에 넣고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모자가 움직였다. 미요의 혀
도 입술도, 마사오의 가까운 곳을 잡고 있는 손가락도 제각기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의 민
감한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미요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이제 됐어."
미요는 고개를 흔들고 계속할 의사를 나타냈다.
"이제 그만해."
마사오의 그 말에 미요의 애무는 더 강렬해졌다. 마사오를 정상으로 이끌려 하는 것이 분
명했다. "정말로 마시려는 걸까. 그 남자를 좋아하지 않으면 마시지 않을 텐데. 입으로 들어
가면 뱉겠지. 좋아 이제 이렇게 된 이상은." 한번 주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고개를 쳐
들고 마사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들판은 초여름의 더운 공
기 속에 말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사오는 자기가 지금 곡대기에 막 올라서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미요의 등을 어루만
졌다. 미요는 더 깊게 마사오를 넣고 혀와 입술과 손가락을 놀렸다. 눈앞이 아뜩해지는 순
간이 고통과 함께 마사오를 찾아왔다. 그것은 커다란 파도가 되어서 밀려오고, 그 위에 또
다른 파도가 덮고, 삼중 사중으로 밀려왔다. 마사오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젖히고
경직됐다. 그러나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사오는 그만 터져 버리고 말았
다.
마침내 마사오가 세게 어깨를 때리자 미요는 멈췄다. 마사오는 호흡을 조절하면서 미요의
행동을 주시했다. 미요는 마사오에게서 얼굴을 떼고는 곧 마사오를 보았다. 뺨은 붉게 물들
어 있었고 눈은 젖어 있었다. 입술도 젖어 있었다.
"마셔 버렸어."
그렇게 말한 얼굴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휘비(喜悲)가 얽혀 있었다, 두 손으로 마사오를
감싸고 있었다. 마사오는 상체를 일으켰다.
"빨리 돌아가서 입을 닦아야 할 거야."
"그렇게는 안 해."
미요는 마사오를 도로 안으로 넣어 주고는 허리를 안고서 몸을 기대었다.
"마사오, 믿지 않겠지만 처음이었어."
"……."
"마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왜?"
"마음이 없는 남자가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난 마실수가 없었어, 마시면 토했거든."
"……."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맜있었어.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 대신 이것만은 명심해 둬.
이젠 또 나와 헤어질 테니까 미리 해두는 말이야. 헤어질 때 사람들은 언제나 약속을 해.
그리고는 지키지를 않아. 몸보다도 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는 이제부터라도 명심해야 돼.
너는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돈을 벌고, 여러 여자와 어울려 놀겠지. 지키지못할 말은 헤어
질 때 하지 마. 처음부터 빈말이라도 지키지 못할 약속 은 하지 말라는 말이야. 우리도 배
운 게 있어. 손님을 보낼 때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지."
"명심해둘께."
"그래 고마워. 그리고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닳고 닳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않을 거야."
"그럴 거 같으니?"
"응."
"그래, 마사오. 나도 네 말을 명심할게. 너는 내 동생이야."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얼마나 있으면 그곳에 갈 수 있는 거야?"
"마음만 있으면 돼."
미요는 일어서서 마사오를 내려다보았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코 언저리에도
송글송글 남아 있었다. 창녀가 아니라, 한 농부의 딸 냄새를 마사오는 맡았다. 미요가 말했
다.
"지금이 한밤중이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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