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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의 그녀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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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886회 작성일 20-01-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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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 씨, 저 오늘 일찍 퇴근할게요. 죄송해요."



"어? 유, 유경 씨!"





카운터에 앉아있던 직원은 갑작스럽게 미용실 문을 나가려는 유경 누나의 모습에 당황하여 그녀를 불렀지만



너무나 차갑게 굳어진 그녀의 표정과 찬바람이 부는 그녀의 빠른 걸음걸이 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카운터를



지나쳐버리는 것을 아무런 제지도 못하고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유경 누나가 채 몇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어느새 그녀에게 가까이 따라붙은 그 째진 눈의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는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그녀의 손목을 홱 잡아챘다.





"어이, 이거 이래도 되는거야? 난 머리 자르러 온 손님이라고.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하는 직원도 있나?"





손목을 붙든 남자의 손을 뿌리치려 애쓰는 유경 누나의 태도에 그 째진 눈의 남자는



오히려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멀찍이 떨어져 미용실 입구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순간 속에서 뭔가가 이유없이 울컥하는 느낌이었다.





"다시 오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텐데..."



"큭큭, 뭔가 오해하는 거 아냐? 난 그저 이 미용실 고객으로써 온 거라니까. 이 미용실이 맘에 든 것 뿐이야."





차갑게 굳어진 유경 누나의 표정이 급기야 살짝 찡그려졌다.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고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러니까 화내지만 말고 손님 대접 좀 정중하게 해보라구."



"너....!"





손목이 잡아채인 그녀는 분한 마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언성을 올리려다가,



곧 미용실 내의 직원들과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자신과 그 남자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게 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그 쪽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쏠리는 시선들에 차마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주위를 살피던 그녀의 시선이 문득 입구에서 그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내 눈과 불현듯 마주치고 말았다. 그녀는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확연히 얼굴이 새하얗게



창백해진 채로 입술을 지긋이 꼭 깨물었다. 언제나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우아하고 도도한 자태를 보여주었던



그 공주같이 아름다운 눈매가 지금은 분한 마음 때문인지 약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눈을 피하듯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거 놔."





결국 유경 누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그저 손목을 붙든 그 남자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기만 하고는



아직까지도 뱀처럼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있는 그 남자의 곁을 냉정히 지나쳐 뛰다시피하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 미용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탓에 입구에 서있었던 나는 내 곁을 스치듯 지나가버리는 누나의 옆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애써 나에게 시선을 맞추지 않으려는 듯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그렇게 미용실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 뒷모습에서 그녀의 여린 어깨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대체?"





나는 시선을 틀어 그 재수없는 인상의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혼자 남게 된 그는 잠깐 의미없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겨 미용실 입구로 걸어왔다.





.....도대체 이 남자는 뭐지? 대체 누구길래 그녀를 그토록 화나게 만드는걸까?



분명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천사처럼 예쁘게 웃는 얼굴로 나긋나긋하고 따스한 대화를 나누었던



유경 누나를 순식간에 화가 치솟게 만들고 급기야는 미용실에서 나가버리게 만들 정도로 그녀에게



극도의 분노를 안겨주는 이 남자의 정체가 뭔지 나는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토록 화가 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놀랐고, 그렇게나 착한 여인에게서 이 정도로 미움을 받을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이 둘은 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혹시 헤어진 연인?"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시시콜콜한 이유는 아닐 것 같았다.



그렇게 완벽한 절세의 미인이 이런 재수없는 인상의 남자와 연인 사이였을거란 생각 자체도 하기 어렵거니와,



설령 외모로 따지지 않는다고 치더라도 그 남자를 대하는 그녀의 그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볼 때



그 감정의 원천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슨 관계이기에 그렇게 따뜻한 마음씨의 누나에게서 저 정도의 미움을 받는걸까?





혼란과 궁금증이 한데 뒤섞여 마음 속이 뒤죽박죽이 된 내 옆을 스쳐지나가 어느새 미용실 문을 밀고는



밖으로 나가버리는 그 남자.



나는 그 남자가 미용실 밖으로 나서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 방금 그 년 나가는거 봤겠지? 안 들키도록 조심해서 따라가."





뭐?



나는 방금 그것이 무슨 말인가 싶어 핸드폰 수화기에 대고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그 남자의



뒷모습에 귀를 바짝 기울였다.





거리도 좀 떨어져있었고 워낙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탓에 그 곁을 스쳐지나간 나 말고는 주위의 아무에게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 또한 신경을 최대한 집중해도 들릴까 말까했던 작은 목소리여서 다시 그 내용을



듣기 위해선 그 남자에게 되도록 바짝 붙어야했다.





"....그래, 집이 어딘지 알아보란 말야. 그리고 이쪽으로 전화하라고. 그리로 갈테니."





나는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리는 그 남자의 통화 내용을 더 들으려고 애를 썼지만,



안타깝게도 그 남자가 밀어젖힌 미용실 문이 다시 닫히며 그 뒤를 바짝 따라가려던 내 앞을 가로막는 탓에



나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제기랄!"





난 다급히 그 닫혀진 미용실 문을 열고 그 남자를 따라 밖으로 나왔지만, 이미 그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길거리의 사람들 사이에 몸을 숨기듯 길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나는 그 남자를 놓치면 안될거란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아무 생각없이 그 뒤를 쫓으려고 발걸음을 뗐지만,



이내 서너걸음도 못가서 그 발이 우뚝 멈추어섰다.





긴장으로 인한 마른 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마치 온 몸의 신경세포가 내게 불안을 호소하는 듯, 전신으로 느껴지는 불안함이 뼛 속까지 엄습해왔다.





"젠장! 진정해, 조성재. 너무 예민한 걸수도 있어. 과민 반응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듯 타일러보지만 오한이 돋을 듯 밀어닥치는 불안과 혼란을 조금도 떨쳐낼 수는 없었다.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지금은 저 남자를 쫓아갈 때가 아니었다.





"씨발-!"





나는 목구멍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욕지기를 참지 못하고 거칠게 내뱉으며 그 남자가 사라진 방향이 아닌



아까 전 그녀가 떠나갔던 그 쪽 길의 방향으로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말로 내 과민 반응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녀가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뇌리를 관통한 것이다.

























"제길, 이게 대체 뭐하자는 오지랖이람."





난 내 자신이 언제부터 남의 일에 함부로 참견하는 놈이 되었는지 스스로 자문하며 질책했지만



그 와중에도 뜀박질을 하는 발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내 주제에 뭘 안다고 끼어들어? 어쩌면 이거 혼자 착각하고 쌩쑈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고!"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 아무 사정도 모르면서 괜한 일에 끼어들어 나 혼자서 우스꽝스럽게



설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직감이 호소하는 극도의 불안은 나를 가만히 있도록 놔두지 않았다.



만약 아무 일도 없다면 다행, 그것으로 끝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라면?"





그런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나는 그저 달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확신도 없이, 그저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아까 미용실을 나갔던 그녀가 걸어왔을 것으로



짐작되는 길을 하염없이 쫓았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녀의 모습을 찾아본다.





미용실에서 나왔을 때 길은 좌우 두 방향 뿐이다. 옆골목의 샛길도 있긴 하지만 어차피 그 길은 결국엔



왼쪽 길을 걸었을 때와 같은 곳으로 통하게 되어있다. 아까 전 그녀는 확실히 오른쪽 길로 가지는 않았으니



왼쪽 길로 기껏해야 1분 정도, 그리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은 지금 빠른 걸음으로 따라간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만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생각보다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





곧이어 3 거리의 갈래길이 나왔다. 쭉 뻗는 길과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 그리고 큰 길가로 통하는 넓은 도로였다.



나는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모르는 시험 문제를 풀 때도 이 정도로 고민되지는 않으리라.





"...에라, 제길!"





아무렴 끝도없이 쭉 뻗은 앞길이나 복잡한 시장통으로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하기 짝이없는 감각에



의지한 채, 큰 길가의 도로를 택한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빗나간다면 할 말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여기서 시간 끌고 있어봐야 그 사이에 그녀는 더 멀어져간다.





"헉..헉.."





도로가 꺾여지며 길 모퉁이를 돌고나니 차들이 지나가는 넓은 큰 길가로 나오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이 길은 내가 언제나 유경 누나의 미용실을 찾아올 때마다 걸어왔던 길을 반대로 되짚어 온 것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오른편 지하철 입구 부근 골목 안쪽 우측으로 5분 거리.



내가 반대편에서 좌측으로 뛰어온 이 길은 분명히 내게 익숙한 느낌의 바로 그 길이었다.



분명 여기를 나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 것으로 기억한다.





"...정류장?"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버스 안이었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근거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지만 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큰길 도로의



버스 정류장으로 달렸다.





























"있다!"





하늘이 날 도운건지, 내가 감이 끝내주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천만다행스럽게도 유경 누나는 버스 정류장에



가만히 서서 미동도 하지 않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지난 번 누나를 처음 만났을 때는 그녀가 미용실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니 지금은 그 반대편 길가의



정류장에 서있었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를 발견했다는 사실에 내 환상적인 직감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녀는 지금 내가 서있는 곳과는 길 반대편의 정류장에 있었기 때문에 일단 길을 건너야했다.



나는 근처의 신호등을 보았다. 빨간불이었지만 방금 전 한번 신호가 바뀌었는지 대기하고있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신호등을 타는 것보다 나는 육교를 건너는 것을 택했다.





계단을 3층계씩 한꺼번에 밟아가며 육교를 올라가 길을 건너는 와중에 유경 누나가 서있는 정류장을



흘끗 내려다본 순간 나는 다시한번 마음이 참담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방금 막 정류장에 정지한 버스에 올라타려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녀가 버스에 오르는 것보다 빨리 저기에 닿을 수는 없었다.



나는 허탈해진 마음에 육교를 건넜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발을 멈추고 말았다.



그렇게 가만히 서서 그녀가 버스에 몸을 싣는 것을 살펴보고만 있는 나.





"제길.. 역시 내 착각이었나?"





아무런 일도 없이 버스에 오르는 그녀를 보니 순간 멍청하게 뜀박질로 여기까지 뛰어온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



그래도 또 한편으론 그녀에게 아무 일이 없어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어 한숨을 푹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건 내 오산이었다.





버스의 앞문이 치익 소리를 내며 닫히려고 할때, 어디 있었는지 모를 웬 사내 하나가 급히 달려가서



아슬아슬하게 닫히려는 앞문보다 빠르게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이 내 시선에 똑똑히 들어왔다.



물론 그저 단순히 버스를 놓치기 싫어서 다급하게 달려온 승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버스가 출발해서 곧 육교 밑에 서있던 내 곁을 지나갈 때 나는 한순간이기는 해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창문 너머 유경 누나에게 몇자리 떨어진 뒷좌석에 앉아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그 사내의 모습을.





"...빌어먹을."





왈칵 욕지거리가 치밀어 오른다. 나는 도로변에 심어진 소나무를 거세게 걷어차버렸다.



저 멀리서 택시 한대가 다가오고 있는게 보였다.



다행인지, 아니면 내 팔자인지, 그 택시에는 빈차 표시의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난 거의 불가항력으로 그 택시를 잡아세웠다.





"아저씨, 저 버스 좀 따라가주세요. 놓치지 마시고요."





앞머리가 벗겨진 택시기사 아저씨는 내 주문에 택시를 출발시키며 끔뻑거리는 눈으로 조수석에 앉은



나를 보며 물었다.





"혹시 지금 영화 찍는겐가?"



"저도 좋아서 이러는거 아닙니다."





난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거렸지만 시선은 계속 차창 너머 앞의 버스를 쫓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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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왔군요 ^^ 모두 즐거운 추석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전히 느린 진행과 전개... 역시 한부한부의 진행이 느린 감이 드네요 ㅠ.ㅠ



나중에 완결까지 모두 쓰고 한번에 몰아본다면 모를까... 최대한 시간을 내서 올려보긴 하지만



이렇게 부수마다 짧게짧게 올리게되니 읽어주시는 분들께 죄송스럽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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