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리는 영민이 - 1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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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736회 작성일 20-01-17 00:45본문
영민은 서울에 도착해 민영과 간단한 식사를 하고 바로 고향으로 내려갔다. 군인의 신분이 아닌 일반인의
신분으로는 2년만에 오는 고향이라 그런지 휴가 나왔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르게 반가웠다. 하지만 고향에서 쉴
여유도 없이 영민은 가족들과 저녁식사만 하고 바로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만 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좀 더
쉬고 가라며 매우 아쉬워했지만 이미 병장 휴가 나왔을 때 복학 신청을 다 마치고 수강 신청까지 해 놓은 상태라 하루라도 빨리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왠지 복학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영민에게 들었다. 복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생각이지만..
막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서울역에서 내리니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어 있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게 오히려
영민에겐 잘 된 일인 거 같았다. 벌써 9월이였지만, 아직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는데 꽤나 늦은 밤에
도착하다보니 시원한 밤 공기가 영민의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하아..시원하네.. 옛날 생각나네.. 서울에 처음 올라왔던..."
예전의 아련한 기억들.. 하린... 지은누나.. 민영이.. 학교 친구들.. 수빈.. 참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많은 추억들이
영민의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벌써 흘러 영민은 서울에 올라와 정신 못차리던 갓 20살 먹은 풋내기가 아닌 이제 군대까지 갔다온 어엿한 22살의 청년이 되어 있었다.
"이젠..공부도 열심히 하고.. 내 여자도 지키고.. 열심히 살아야지..!!"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영민은 학교 근처의 원룸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원룸촌 근처에서 내렸다. 그리곤
병장휴가때 나와서 이미 계약해놓은 원룸으로 향했다. 비록 지은누나와 같은 건물에 다시 들어갈 수 없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지은누나의 원룸에서 꽤나 가까운 곳에 원룸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였다. 신축해서
그런지 원룸은 꽤나 깔끔한 외양에 안도 상태가 양호했다. 빨간 벽돌의 5층 원룸건물은 영민에게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영민은 전에 건물주인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꺼내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영민의 방은 2층.. 바로 앞 동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듯 했다. 열쇠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빈 방 안 풍경이 영민의 눈에 들어왔다. 비록 휴가 나왔을 때
이것저것 꽤나 많이 갔다놓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들여놓은 물건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방은 꽤나 썰렁해
보였다. 짐들을 내려놓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자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려댔다. 민영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응~ 집에 들어왔어?"
"어~ 좀 전에 도착해서 씻고 나왔어"
"그래?? 미안해.. 오늘 약속 있어서.. 서울역에 마중 못 나갔오~"
"알어~~ㅋㅋ 이해한다니까..ㅎㅎ"
"그랭~ 이해 한다면 다행이구..헤헤.. 많이 피곤하지?"
"많이는 아니고.. 조금 피곤하네~ 아구~"
"그래...그럼 얼른 쉬어.."
"그래야지~ 너두 피곤할텐데 일찍 자"
"어~ 안 그래두 그럴꺼야.. 내일 학교 오지?"
"그럼~ 나가야지.. 수업 시작한 지 벌써 며칠 지났잖어"
"뭐.. 이제 2~3일 정도 지났는데.. 조금 더 쉬어도 뭐라고 하진 않을꺼야..ㅎㅎ 어차피 다음 주 수강 정정 기간 전에
안 나오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 걸 뭐..."
"그래도... 내가 뭐 수강정정 할 것도 아니고.. 계속 들을껀데.. 미리 수업 들어놓는게 이득이지"
"그건 그래~ 히힛.. 하튼 그럼 내일 봐~ 내일 점심 약속 없지?"
"점심 약속은 무슨;;; 지금 학교 가면 내가 아는 사람이 있긴 하냐?ㅎㅎ"
"그건 그래... 남자 애들은 다 군대 갔고... 여자애들도 몇 명은 휴학하고 그러니까"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우웅~ 자기 잘자~"
"ㅋㅋ 너두~~"
"맨날 너두래... 언제 호칭 바꿀래??"
"알았으니까 그만 자.. 늦었다.. 벌써 12시 거의 다 되어가는구만.."
"알았오~~"
정신없는 민영과의 통화를 마치고 영민은 그대로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정말 긴 하루였다. 어떻게 갔는지
모를... 하루새에 서울을 몇 번이나 왕복한건지.. 그나마 시대가 좋아져서 KTX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 예전
같이 서울 오는데 시간이 4~5시간 걸릴때면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물론 영민이 사는 상주까지 아직 KTX가 들어오지 않아 다시 다른 곳으로 나가 KTX를 타야 해서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상당히 서울 오는 시간이 단축되었다는건 변함없는사실이였다.
침대에 눕자 영민은 극심한 피로가 몰려오며 눈이 저절로 스스르 감겼다.
"아우...피곤하다.. 오늘 많이 돌아다니긴 했나 부네..하아암~"
영민은 하품을 한 번 하고는 그대로 잠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영민은 6시가 되서 자동으로 눈이 번쩍 떠졌다. 아직 알람을 맞춰놓은 시간까진 1시간이나 더 남았는데
말이다.
"아오~~ 망할 놈의 군대버릇!!! 귀에서 빰빠빠빠빰~ 거리는 환청이라도 들리는게냐!! 잠 좀 더 자자고~~"
영민은 귀를 베개로 감싸쥐고는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한 번 깨버린 잠이 쉽게 오지 않고, 영민의
정신은 더욱 말똥말똥 해져만 갔다.
"아우~~ 썅!! 더 자고 싶다고~~~ 무슨 6시간 잤는데 눈이 떠 지냐고!!"
하지만 그런 신세한탄을 해봤자 정신만 더욱 맑아질뿐.. 침대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던 영민은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를 하고 나와 시계를 보니 고작 6시 20분이였다.
"에휴... 그래 일찍 일어났는데 운동이나 하자..운동이나.."
영민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와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새벽시간이라 누가 있겠거니 했는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학가 근처의 원룸촌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였다. 가끔씩 나이든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영민은 철봉 근처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팔굽혀펴기를 한 후 천천히 조깅을 시작했다. 뛰는동안 새벽의
맑은 공기를 마시자 영민의 정신은 더욱 맑아지는 듯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새벽에 일찍 일어난 걸 후회하는
영민이였지만.. 운동을 하자 영민은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끼며.. 일찍 일어나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은 30~4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와 아침을 차려 먹고 서서히 학교 갈 준비를 했다. 학교 갈 준비라고 해봤자 가방 챙기는 거, 옷 입는 거 정도밖에 없었지만..
영민은 옷장을 열어 이것저것 옷을 꺼내 거울에 대보며 고민을 했다. 최소한 복학한 아저씨 취급은 받고 쉽지
않았기에.. 한참을 고민하며 이 옷, 저 옷을 보던 영민은 결국 가장 무난하게 청바지에 휴가 때 나와서 샀던 반 팔 티 중에 하나를 입었다. 너무 튀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난하지도 않게 딱 적당하게 이 정도가 괜찮을 것 같았다.
옷을 다 입고는 영민은 왁스를 꺼내 머리를 손질했다. 갓 제대한 사람치고는 영민은 꽤나 머리가 길었다.
머리가 어느 정도 길다보니 왁스가 꽤나 머리에 잘 먹었고, 영민은 제대하기 전에 머리를 잘리지 않기 위해
행보관을 피해 다녔던게 몹시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 정도면 됐고..ㅎㅎ 이제 슬슬 나서볼까~"
시계를 보니 이제 8시가 조금 넘어있었지만, 영민은 그냥 집에서 바로 나왔다. 9시 수업이지만 집이랑 학교가
워낙 가까워 여유가 꽤나 있었지만 그냥 학교에 일찍 가서 여기 저기 둘러보고 싶었다. 강의실이나..과방..
기왕이면 학과사무실에 찾아가 인사해서 조교선생님께도 잘 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집이 지하철을 타면 학교까지 두 정거장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고 있던 영민은 예상시간보다 훨씬 일찍 학교에 도착해 버렸다. 학교에 도착하니 이제 8시 30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너무 일찍 도착했나;; 강의실 문이나 열려 있는 줄 모르겠네.."
영민의 예상대로 강의실이며 학과사무실은 모두 문이 잠겨 있었다. 이제 영민이 갈데라곤 과방 밖에 없었다.
영민은 과방에 아무도 없길 바라며 과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불행히도 과방엔 사람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과방에 사람이 한 명뿐이였다.
"누구...?"
"아... 안녕하세요.. 전 이번에 복학한 이영민이라고.."
"아~ 그러세요? 그럼 선배님이시네요~ 전 09학번 김가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
"네~ 아 그래요...하핫..."
"말 놓으세요 선배님인데~"
"그...그럴까?"
"그럼요~ 친하게 지내요 선배님~"
"어..어어 그래~"
가을이라고 하는 아이.. 09학번이라 그런가 정말 완전 제대로 상큼하고 풋풋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군대
갔다와서 어린 후배를 보는게 이런 느낌인건지.. 정말 왜 신입생이 영어로 freshman인지 알 것 같은 영민이였다.
한 눈에 봐도 가을인 참 밝은 아이같았다. 웃을땐 눈까지 같이 웃어 정말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웃는 걸 보면 옆에 있는 사람이 같이 웃고 싶어질 정도로.. 거기에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티셔츠에 적당한 길이의 앙증맞은
미니스커트.. 스니커즈 신발은 가을이를 더욱 귀엽고 예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한참을 가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남자 3~4명과 여자 2~3명이 들어왔다.
"가을아 일찍 왔네~ 어! 이 분은 누구..?"
"우리 선배님이셔~ 이번에 복학했대~"
"그래? 안녕하세요~ 09학번 박승호라고 합니다. 1학년 과대하고 있어요"
"그래~ 난 07학번 이영민이야.. 과대한다니 힘들겠네.."
"아니에요~ 그렇게 힘들 것도 없는데요..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영민은 가을이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1학년애들이 들어오자마자 자기들끼리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하고 떠드는 통에 옆에서 그냥 하는 이야기들이나 들으며 멍하게 앉아 있었다. 한참을 앉아 떠들던 1학년애들은 50분이 되자 일어서서 강의실로 향했고 영민이도 덩달아 따라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과방은 몇 번
오긴 했지만 강의실은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굉장히 낯설었다. 의자와 책상들이 모두 바껴서 그런건지..
아까 1학년애들이 오고나서부터 계속 어색하게 있던 영민을 배려해서인건지 가을인 영민의 바로 옆으로 와서
앉았다.
"선배 옆에 앉아도 되죠??"
"어? 어어..그래..나야 괜찮지"
"그럼 옆에 앉을께요~ 히힛.."
"어..."
잠시 후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됐다. 영민이 빠진 시간에 이미 수업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는지 오늘 수업이 본격적인 첫 수업이였다. 제대하고 하루만에 듣는 수업이라 그런지.. 영민은 수업시간 내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그냥 멍하게 교수님이 말하는 것만 열심히 받아적었다. 반은 이해하고 반은 이해하지도
못한 체로... 수업 시간이 끝이 나고 1학년애들은 모두 자기들끼리 나가고 강의실 안에는 가을이와 영민만
남아있었다.
"선배님 다음 시간 수업 없으세요?"
"어~ 나 이제 오후수업이야.. 도서관이나 갈려구.."
"그래요? 그럼 같이 가요~ 저도 수업 없거든요"
"그래? 그러자 그럼..."
"선배님 오늘 점심 사주시면 안돼요?"
"오늘??"
"왜요? 약속 있으세요?? 약속 있으시면 다음에 사주셔도 되는데.."
"아..그게 아니라.. 너도 아는 사람하고 점심 약속인데..너가 괜찮다면.."
"제가 아는 사람이요??"
"민영이라고.."
"민영선배요?? 혹시.. 선배가 그럼 민영선배랑 사귄다는??"
"어...하핫;;"
"우와~~ 그렇구나~ 선배가 민영선배랑 CC인 그 분이셨구나~ 난 군대 가 있다 하길래 누군가 했는데.."
"그래? 하튼 그런데.. 너가 괜찮다면.."
"저야 괜찮은데... 두 분이서 데이트 하는데 제가 방해되는게 아닌가 해서.."
"방해는 무슨~~ 그럼 같이 먹자"
"네~ 좋아요 그럼~"
영민은 얼떨결에 가을이를 점심 약속에 포함시켜버렸다. 민영이에겐 허락도 받지 않고.. 왜 자기가 먼저 괜찮다고 같이 가자고 한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민은 가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가서 자리를 맡고 책을 꺼냈다. 토익책.. 2년만에 영어공부를 다시 할려고 하니 영민의 눈은
핑글핑글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 영민이였기에 일단 그냥 무작정 토익책을
펴고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가을이도 옆에서 토익책을 펴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영민의 책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책 같았다.
"1학년인데 벌써..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구나... 하긴 요즘은 놀면 바보인 세상이니...아휴~ 나도 얼른 열심히
해야지"
영민이 한참을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영어공부를 하며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을때 휴대폰의 진동이
울려왔다. 영민은 휴대폰을 쥐고 밖으로 뛰어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어디야?"
"어디긴 도서관이지~"
"그럴 줄 알았어~ㅋㅋ 대단해~ 이영민 복학하자마자 수업 끝나고 처음 간게 도서관이냐;; 이 독종아~"
"알았거든~ 넌 어디야?"
"나? 나 도서관 밖이야~ 얼른 내려와"
"그래..근데 민영아"
"어??"
"아니다.. 얼굴 보고 얘기하자"
"그래~ 얼른 내려와"
"어~"
영민은 민영에게 가을이랑 같이 점심을 먹게 됐다고 어떻게 얘기해야 할 지 머리가 복잡했지만.. 일단 일은
저질러 놓은 상태였기때문에 가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나와 밖으로 나갔다.
"어 가을아~ 영민이랑 같이 있었어??"
"네~ 같이 공부했어요"
"그래?? 점심은?"
"아직 안 먹었어요~"
"그렇구나..누구랑 먹으려고?"
"저기 민영아.."
"어??"
"가을이 내가 오늘 밥 사주기로 했는데 같이 가면 안될까?"
"오늘???"
황당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영의 눈빛.. 물론 영민이라도 황당할 것 같았다.
"으응..;;; 괜찮지?"
"어? 어어...괜..괜찮지~ 그래 후배 밥 사준다는데... 다만 가을이가 불편하지 않을까?"
"전 괜찮은데...하핫;; 선배님이 불편하시다면 전 가도 되는데.."
"아니야~~ 같이 가자 그래..영민이가 사준다는데 뭘~ 내가 사는 것도 아니고 가자~"
"네...그럼...하핫..;;"
그렇게 해서 얼떨결에 영민은 민영과 가을 두 사람한테 동시에 점심을 사주게 됐다. 원래 예정은 민영이 영민한테 점심을 쏘는거였는데... 물론 점심을 사주면서도 영민은 민영에게 계속해서 눈치를 받아야 했다. 영민의 바람끼인지... 아니면 여자가 잘 꼬이는건지..아무튼 영민 주변의 여자들은 항상 민영에겐 경계대상이었으므로..
점심을 먹고 가을이가 잠깐 친구 만나러 간다며 가고 둘만 남은 상태에서 영민은 민영의 잔소리를 단단히
들어야 했다.
"야~ 너...아니지?"
"뭐..뭐가;;;"
"가을이 좋아하는거 아닌거 맞지?"
"얘가 무슨 큰일 날 소리를~~ 나 오늘 쟤 처음 봤거든;;;"
"흐음~ 수상해..수상쩍어~ 이영민 너.."
"왜 그래 진짜~~;; 아니다.. 나 아니거든...;;"
"쳇~ 몰라~ 그럼 갑자기 왜 데리고 나온건데~~ 내가 얼마나 황당했는 줄 알어?"
"그래;; 잘 알지~ 왜 모르겠냐~ 나도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으휴~ 너 알아서 잘 해~~ 알았지?"
"그래~ 알아서 잘 할께"
"그럼 가자 나도 수업 있어"
"어어..."
영민은 그동안 자신이 해온게 있었기때문에 민영에게 한 마디 대꾸도 못하게 죽은 척하고 가만히 듣기만 하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민영이 약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감도 있었지만.. 영민도 자신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은 여자도 아닌데... 마음이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처럼 너무 자주 변했으니...
"아우~ 난 왜 이러냐;; 복학 첫 날부터..또 여자문제네.. 조심하자 이영민..!! 이번엔 실수하면 안돼..!"
ps. 군대생활을 끝내고 다시 본격적으로 학창물로 컴백한 영민입니다~ㅎㅎ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랑해주시고
추천, 댓글 팍팍 날리고 가주세요~~ 취업하고 나서 이 시간에 글을 업데이트하는 건 처음이네요..ㅎㅎ 오늘은
사무실에 일도 거의 없고 한가해서.. 눈치보며 글을 작성해서 이렇게 올립니다...^^ 그럼 좋은 주말 되세용~~
신분으로는 2년만에 오는 고향이라 그런지 휴가 나왔을 때의 느낌과는 또 다르게 반가웠다. 하지만 고향에서 쉴
여유도 없이 영민은 가족들과 저녁식사만 하고 바로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만 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은 좀 더
쉬고 가라며 매우 아쉬워했지만 이미 병장 휴가 나왔을 때 복학 신청을 다 마치고 수강 신청까지 해 놓은 상태라 하루라도 빨리 수업을 들어야만 했다. 왠지 복학하면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영민에게 들었다. 복학생이라면 누구나 다 하는 생각이지만..
막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서울역에서 내리니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어 있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게 오히려
영민에겐 잘 된 일인 거 같았다. 벌써 9월이였지만, 아직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는데 꽤나 늦은 밤에
도착하다보니 시원한 밤 공기가 영민의 정신을 맑게 해주었다.
"하아..시원하네.. 옛날 생각나네.. 서울에 처음 올라왔던..."
예전의 아련한 기억들.. 하린... 지은누나.. 민영이.. 학교 친구들.. 수빈.. 참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많은 추억들이
영민의 머리 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벌써 흘러 영민은 서울에 올라와 정신 못차리던 갓 20살 먹은 풋내기가 아닌 이제 군대까지 갔다온 어엿한 22살의 청년이 되어 있었다.
"이젠..공부도 열심히 하고.. 내 여자도 지키고.. 열심히 살아야지..!!"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영민은 학교 근처의 원룸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원룸촌 근처에서 내렸다. 그리곤
병장휴가때 나와서 이미 계약해놓은 원룸으로 향했다. 비록 지은누나와 같은 건물에 다시 들어갈 수 없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지은누나의 원룸에서 꽤나 가까운 곳에 원룸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였다. 신축해서
그런지 원룸은 꽤나 깔끔한 외양에 안도 상태가 양호했다. 빨간 벽돌의 5층 원룸건물은 영민에게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영민은 전에 건물주인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꺼내 비밀번호를 누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영민의 방은 2층.. 바로 앞 동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듯 했다. 열쇠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빈 방 안 풍경이 영민의 눈에 들어왔다. 비록 휴가 나왔을 때
이것저것 꽤나 많이 갔다놓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들여놓은 물건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방은 꽤나 썰렁해
보였다. 짐들을 내려놓고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자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려댔다. 민영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응~ 집에 들어왔어?"
"어~ 좀 전에 도착해서 씻고 나왔어"
"그래?? 미안해.. 오늘 약속 있어서.. 서울역에 마중 못 나갔오~"
"알어~~ㅋㅋ 이해한다니까..ㅎㅎ"
"그랭~ 이해 한다면 다행이구..헤헤.. 많이 피곤하지?"
"많이는 아니고.. 조금 피곤하네~ 아구~"
"그래...그럼 얼른 쉬어.."
"그래야지~ 너두 피곤할텐데 일찍 자"
"어~ 안 그래두 그럴꺼야.. 내일 학교 오지?"
"그럼~ 나가야지.. 수업 시작한 지 벌써 며칠 지났잖어"
"뭐.. 이제 2~3일 정도 지났는데.. 조금 더 쉬어도 뭐라고 하진 않을꺼야..ㅎㅎ 어차피 다음 주 수강 정정 기간 전에
안 나오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 걸 뭐..."
"그래도... 내가 뭐 수강정정 할 것도 아니고.. 계속 들을껀데.. 미리 수업 들어놓는게 이득이지"
"그건 그래~ 히힛.. 하튼 그럼 내일 봐~ 내일 점심 약속 없지?"
"점심 약속은 무슨;;; 지금 학교 가면 내가 아는 사람이 있긴 하냐?ㅎㅎ"
"그건 그래... 남자 애들은 다 군대 갔고... 여자애들도 몇 명은 휴학하고 그러니까"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우웅~ 자기 잘자~"
"ㅋㅋ 너두~~"
"맨날 너두래... 언제 호칭 바꿀래??"
"알았으니까 그만 자.. 늦었다.. 벌써 12시 거의 다 되어가는구만.."
"알았오~~"
정신없는 민영과의 통화를 마치고 영민은 그대로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정말 긴 하루였다. 어떻게 갔는지
모를... 하루새에 서울을 몇 번이나 왕복한건지.. 그나마 시대가 좋아져서 KTX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 예전
같이 서울 오는데 시간이 4~5시간 걸릴때면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물론 영민이 사는 상주까지 아직 KTX가 들어오지 않아 다시 다른 곳으로 나가 KTX를 타야 해서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상당히 서울 오는 시간이 단축되었다는건 변함없는사실이였다.
침대에 눕자 영민은 극심한 피로가 몰려오며 눈이 저절로 스스르 감겼다.
"아우...피곤하다.. 오늘 많이 돌아다니긴 했나 부네..하아암~"
영민은 하품을 한 번 하고는 그대로 잠으로 빠져들었다.
다음날 영민은 6시가 되서 자동으로 눈이 번쩍 떠졌다. 아직 알람을 맞춰놓은 시간까진 1시간이나 더 남았는데
말이다.
"아오~~ 망할 놈의 군대버릇!!! 귀에서 빰빠빠빠빰~ 거리는 환청이라도 들리는게냐!! 잠 좀 더 자자고~~"
영민은 귀를 베개로 감싸쥐고는 다시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한 번 깨버린 잠이 쉽게 오지 않고, 영민의
정신은 더욱 말똥말똥 해져만 갔다.
"아우~~ 썅!! 더 자고 싶다고~~~ 무슨 6시간 잤는데 눈이 떠 지냐고!!"
하지만 그런 신세한탄을 해봤자 정신만 더욱 맑아질뿐.. 침대에 누워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던 영민은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세수를 하고 나와 시계를 보니 고작 6시 20분이였다.
"에휴... 그래 일찍 일어났는데 운동이나 하자..운동이나.."
영민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와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새벽시간이라 누가 있겠거니 했는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대학가 근처의 원룸촌이라 그런지 거의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였다. 가끔씩 나이든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영민은 철봉 근처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팔굽혀펴기를 한 후 천천히 조깅을 시작했다. 뛰는동안 새벽의
맑은 공기를 마시자 영민의 정신은 더욱 맑아지는 듯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새벽에 일찍 일어난 걸 후회하는
영민이였지만.. 운동을 하자 영민은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끼며.. 일찍 일어나길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은 30~4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와 아침을 차려 먹고 서서히 학교 갈 준비를 했다. 학교 갈 준비라고 해봤자 가방 챙기는 거, 옷 입는 거 정도밖에 없었지만..
영민은 옷장을 열어 이것저것 옷을 꺼내 거울에 대보며 고민을 했다. 최소한 복학한 아저씨 취급은 받고 쉽지
않았기에.. 한참을 고민하며 이 옷, 저 옷을 보던 영민은 결국 가장 무난하게 청바지에 휴가 때 나와서 샀던 반 팔 티 중에 하나를 입었다. 너무 튀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난하지도 않게 딱 적당하게 이 정도가 괜찮을 것 같았다.
옷을 다 입고는 영민은 왁스를 꺼내 머리를 손질했다. 갓 제대한 사람치고는 영민은 꽤나 머리가 길었다.
머리가 어느 정도 길다보니 왁스가 꽤나 머리에 잘 먹었고, 영민은 제대하기 전에 머리를 잘리지 않기 위해
행보관을 피해 다녔던게 몹시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 정도면 됐고..ㅎㅎ 이제 슬슬 나서볼까~"
시계를 보니 이제 8시가 조금 넘어있었지만, 영민은 그냥 집에서 바로 나왔다. 9시 수업이지만 집이랑 학교가
워낙 가까워 여유가 꽤나 있었지만 그냥 학교에 일찍 가서 여기 저기 둘러보고 싶었다. 강의실이나..과방..
기왕이면 학과사무실에 찾아가 인사해서 조교선생님께도 잘 보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집이 지하철을 타면 학교까지 두 정거장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잠시 까먹고 있던 영민은 예상시간보다 훨씬 일찍 학교에 도착해 버렸다. 학교에 도착하니 이제 8시 30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너무 일찍 도착했나;; 강의실 문이나 열려 있는 줄 모르겠네.."
영민의 예상대로 강의실이며 학과사무실은 모두 문이 잠겨 있었다. 이제 영민이 갈데라곤 과방 밖에 없었다.
영민은 과방에 아무도 없길 바라며 과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불행히도 과방엔 사람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과방에 사람이 한 명뿐이였다.
"누구...?"
"아... 안녕하세요.. 전 이번에 복학한 이영민이라고.."
"아~ 그러세요? 그럼 선배님이시네요~ 전 09학번 김가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
"네~ 아 그래요...하핫..."
"말 놓으세요 선배님인데~"
"그...그럴까?"
"그럼요~ 친하게 지내요 선배님~"
"어..어어 그래~"
가을이라고 하는 아이.. 09학번이라 그런가 정말 완전 제대로 상큼하고 풋풋한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군대
갔다와서 어린 후배를 보는게 이런 느낌인건지.. 정말 왜 신입생이 영어로 freshman인지 알 것 같은 영민이였다.
한 눈에 봐도 가을인 참 밝은 아이같았다. 웃을땐 눈까지 같이 웃어 정말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웃는 걸 보면 옆에 있는 사람이 같이 웃고 싶어질 정도로.. 거기에 귀여운 곰돌이가 그려진 티셔츠에 적당한 길이의 앙증맞은
미니스커트.. 스니커즈 신발은 가을이를 더욱 귀엽고 예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한참을 가을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남자 3~4명과 여자 2~3명이 들어왔다.
"가을아 일찍 왔네~ 어! 이 분은 누구..?"
"우리 선배님이셔~ 이번에 복학했대~"
"그래? 안녕하세요~ 09학번 박승호라고 합니다. 1학년 과대하고 있어요"
"그래~ 난 07학번 이영민이야.. 과대한다니 힘들겠네.."
"아니에요~ 그렇게 힘들 것도 없는데요..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영민은 가을이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1학년애들이 들어오자마자 자기들끼리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하고 떠드는 통에 옆에서 그냥 하는 이야기들이나 들으며 멍하게 앉아 있었다. 한참을 앉아 떠들던 1학년애들은 50분이 되자 일어서서 강의실로 향했고 영민이도 덩달아 따라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과방은 몇 번
오긴 했지만 강의실은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굉장히 낯설었다. 의자와 책상들이 모두 바껴서 그런건지..
아까 1학년애들이 오고나서부터 계속 어색하게 있던 영민을 배려해서인건지 가을인 영민의 바로 옆으로 와서
앉았다.
"선배 옆에 앉아도 되죠??"
"어? 어어..그래..나야 괜찮지"
"그럼 옆에 앉을께요~ 히힛.."
"어..."
잠시 후 교수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됐다. 영민이 빠진 시간에 이미 수업에 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는지 오늘 수업이 본격적인 첫 수업이였다. 제대하고 하루만에 듣는 수업이라 그런지.. 영민은 수업시간 내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그냥 멍하게 교수님이 말하는 것만 열심히 받아적었다. 반은 이해하고 반은 이해하지도
못한 체로... 수업 시간이 끝이 나고 1학년애들은 모두 자기들끼리 나가고 강의실 안에는 가을이와 영민만
남아있었다.
"선배님 다음 시간 수업 없으세요?"
"어~ 나 이제 오후수업이야.. 도서관이나 갈려구.."
"그래요? 그럼 같이 가요~ 저도 수업 없거든요"
"그래? 그러자 그럼..."
"선배님 오늘 점심 사주시면 안돼요?"
"오늘??"
"왜요? 약속 있으세요?? 약속 있으시면 다음에 사주셔도 되는데.."
"아..그게 아니라.. 너도 아는 사람하고 점심 약속인데..너가 괜찮다면.."
"제가 아는 사람이요??"
"민영이라고.."
"민영선배요?? 혹시.. 선배가 그럼 민영선배랑 사귄다는??"
"어...하핫;;"
"우와~~ 그렇구나~ 선배가 민영선배랑 CC인 그 분이셨구나~ 난 군대 가 있다 하길래 누군가 했는데.."
"그래? 하튼 그런데.. 너가 괜찮다면.."
"저야 괜찮은데... 두 분이서 데이트 하는데 제가 방해되는게 아닌가 해서.."
"방해는 무슨~~ 그럼 같이 먹자"
"네~ 좋아요 그럼~"
영민은 얼떨결에 가을이를 점심 약속에 포함시켜버렸다. 민영이에겐 허락도 받지 않고.. 왜 자기가 먼저 괜찮다고 같이 가자고 한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민은 가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가서 자리를 맡고 책을 꺼냈다. 토익책.. 2년만에 영어공부를 다시 할려고 하니 영민의 눈은
핑글핑글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 영민이였기에 일단 그냥 무작정 토익책을
펴고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가을이도 옆에서 토익책을 펴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영민의 책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책 같았다.
"1학년인데 벌써..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구나... 하긴 요즘은 놀면 바보인 세상이니...아휴~ 나도 얼른 열심히
해야지"
영민이 한참을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영어공부를 하며 머리를 쥐어싸매고 있을때 휴대폰의 진동이
울려왔다. 영민은 휴대폰을 쥐고 밖으로 뛰어나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응~ 어디야?"
"어디긴 도서관이지~"
"그럴 줄 알았어~ㅋㅋ 대단해~ 이영민 복학하자마자 수업 끝나고 처음 간게 도서관이냐;; 이 독종아~"
"알았거든~ 넌 어디야?"
"나? 나 도서관 밖이야~ 얼른 내려와"
"그래..근데 민영아"
"어??"
"아니다.. 얼굴 보고 얘기하자"
"그래~ 얼른 내려와"
"어~"
영민은 민영에게 가을이랑 같이 점심을 먹게 됐다고 어떻게 얘기해야 할 지 머리가 복잡했지만.. 일단 일은
저질러 놓은 상태였기때문에 가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나와 밖으로 나갔다.
"어 가을아~ 영민이랑 같이 있었어??"
"네~ 같이 공부했어요"
"그래?? 점심은?"
"아직 안 먹었어요~"
"그렇구나..누구랑 먹으려고?"
"저기 민영아.."
"어??"
"가을이 내가 오늘 밥 사주기로 했는데 같이 가면 안될까?"
"오늘???"
황당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영의 눈빛.. 물론 영민이라도 황당할 것 같았다.
"으응..;;; 괜찮지?"
"어? 어어...괜..괜찮지~ 그래 후배 밥 사준다는데... 다만 가을이가 불편하지 않을까?"
"전 괜찮은데...하핫;; 선배님이 불편하시다면 전 가도 되는데.."
"아니야~~ 같이 가자 그래..영민이가 사준다는데 뭘~ 내가 사는 것도 아니고 가자~"
"네...그럼...하핫..;;"
그렇게 해서 얼떨결에 영민은 민영과 가을 두 사람한테 동시에 점심을 사주게 됐다. 원래 예정은 민영이 영민한테 점심을 쏘는거였는데... 물론 점심을 사주면서도 영민은 민영에게 계속해서 눈치를 받아야 했다. 영민의 바람끼인지... 아니면 여자가 잘 꼬이는건지..아무튼 영민 주변의 여자들은 항상 민영에겐 경계대상이었으므로..
점심을 먹고 가을이가 잠깐 친구 만나러 간다며 가고 둘만 남은 상태에서 영민은 민영의 잔소리를 단단히
들어야 했다.
"야~ 너...아니지?"
"뭐..뭐가;;;"
"가을이 좋아하는거 아닌거 맞지?"
"얘가 무슨 큰일 날 소리를~~ 나 오늘 쟤 처음 봤거든;;;"
"흐음~ 수상해..수상쩍어~ 이영민 너.."
"왜 그래 진짜~~;; 아니다.. 나 아니거든...;;"
"쳇~ 몰라~ 그럼 갑자기 왜 데리고 나온건데~~ 내가 얼마나 황당했는 줄 알어?"
"그래;; 잘 알지~ 왜 모르겠냐~ 나도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다~"
"으휴~ 너 알아서 잘 해~~ 알았지?"
"그래~ 알아서 잘 할께"
"그럼 가자 나도 수업 있어"
"어어..."
영민은 그동안 자신이 해온게 있었기때문에 민영에게 한 마디 대꾸도 못하게 죽은 척하고 가만히 듣기만 하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물론 민영이 약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감도 있었지만.. 영민도 자신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은 여자도 아닌데... 마음이 바람에 흩날리는 갈대처럼 너무 자주 변했으니...
"아우~ 난 왜 이러냐;; 복학 첫 날부터..또 여자문제네.. 조심하자 이영민..!! 이번엔 실수하면 안돼..!"
ps. 군대생활을 끝내고 다시 본격적으로 학창물로 컴백한 영민입니다~ㅎㅎ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랑해주시고
추천, 댓글 팍팍 날리고 가주세요~~ 취업하고 나서 이 시간에 글을 업데이트하는 건 처음이네요..ㅎㅎ 오늘은
사무실에 일도 거의 없고 한가해서.. 눈치보며 글을 작성해서 이렇게 올립니다...^^ 그럼 좋은 주말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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