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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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곰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33회 작성일 20-01-16 21:49본문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02
자아. 이렇게 의사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나니 슬슬 새벽산행에 꾀가 생기는 겁니다. 불과 한달 남짓
다닌 정도라서 그런가 , 쌀쌀해져가는 날씨탓인가, 아니면 원래 게으른 제 품성탓인지 새벽에 일
어나기가 정말 죽을 맛인 겁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면에서는 단호하더군요. 이불을 휙 제끼고는
절 몰아내는 폼이 아이구,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만큼 찬바람이 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 전 갑자기 아내의 실력행사(?)도 필요 없이 부지런히 아침마다 산행에 나서게
되었답니다. 박소장이란 사람때문이랍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그 박소장의
아내 때문이죠.
공교롭게도 바로 제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 사는 관계로 새벽마다 가끔씩 한 엘레베이터로 내려가는
바람에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게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이 여의도
어디에서 건축사무소를 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금방 친해져선 이런 저런 이야
길 나누게 되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지나내나 첫눈에 천하에 한량이란 걸 꿰뚫어 본거죠.
다만 박소장은 마누라가 무서워서 저처럼 마음껏 놀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 괜히 신이
나서 제가 놀아 본 이야길 두서없이 늘어 놓으며 제자랑을 했습니다만. 아무튼 두사람은 자주 함께
산에 오르게 되고, 나이도 같고 게다가 몸집마저 거의 비슷해서 뒤에서 보면 누가 누구인지 모
를 정도였으니 편하게 말을 틀 정도로 의기투합해 버렸습니다. 악동들처럼 커피 타서 파는 아줌마에
게 별 뜻 없이 서로 시시덕거릴 정도까지였죠. 그정도야 어느 산행이고 있는 일입니다만, 어느날
박소장이 자기 마누라라며 어떤 여자를 제게 소개시켜 주었을 때 전 그만 그 여자를 민망하게 만
들만큼 멍하니 바라 보았던 것입니다.
170은 되어 보이는 큰 키에 타이트한 운동복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가슴의 융기와 쭉쭉 뻗은
다리, 게다가 입가에 마돈나처럼 찍혀져 있는 점.......거기에서 풍겨 나오는 그 섹시함. 한마디로 글
래머란 이런 여잘 일컫는 말일 겝니다. 물론 저도 별에 별 여자를 다 먹어 보았습니다만 이렇게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농염한 육체는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남의 여자란 게 더더욱 제 주의를
끌어 당기더군요. 그뿐인가요. 말씨, 몸짓 하나하나에도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겁니다. 물론 그 애
교는 자기 서방님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저로선 훔쳐보기만 해도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 했습니다.
나중에 박소장에게서 들은 것입니다만, 에어로빅을 한다더군요. 어느 대학에 출강하고 또 개인레
슨도 몇명 한다는 겁니다. 과연....이라 생각하며 전 또 그녀를 훔쳐보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 그 동경은 어쩌면 제 아내와는 180도 다른 그녀가 주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무튼 전 그녀에게서 눈도 떼지 못할 만큼 그녀의 매력에 취해 버렸
습니다. 그런데 이 박소장이란 놈은 제 복을 모르고 잠시 아내와 떨어져 걷게 되자 이젠 혼자하는
이 산행까지 따라와서 죽을 맛이라는 둥 푸념을 늘어 놓더군요.
"아니 왠 행복한 비명이야. 저렇게 쭉쭉빵빵한 마누라랑 살면서"
"아이구. 이봐 김사장.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봐봐. 그밥에 그 나물이야"
"그나저나...자네 부인, 계속 자네 따라 나온다는거야?"
"말 말아. 오늘 나와보더니 너무 좋다고 저 난리야. 이젠 운동까지 마누라하고 같이 할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구만."
박소장에겐 저 별빛이 사그라들지 않은 검은 하늘이 노랗게 보일지 몰라도 제게는 그야말로 구름
한점 찾아 볼 수 없는 청명한 늦가을 하늘이었습니다. 야호!!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으니
까요. 매일 따라 나온다면 저와 자주 마주칠 것이고 그럼 친해질 기회가 무궁무진하단 말이지 않
습니까. 그러다보면 .....흐흐흐.....
그리하여 전 매일 새벽에 아내가 재촉이나 독촉 한 소리 할 틈도 없이 어김없이 박소장부부가 나올
때에 맞추어선 집을 나서곤 했답니다. 실은 10분전부터 어슬렁거리다가 박소장부부가 문밖으로 나
서는 기척이 들리면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선, 마치 시간이 우연히 딱 맞았다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하하하
그런데 제게 오산이 있었습니다. 박소장이야 나하고 함께 산행을 하는 걸 더 좋아해서 저하고 어깨
를 나란히 하고는 자신의 아내는 어디 있는지, 무얼 하는지 거들 떠도 안 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글래머 아내가 샐쭉해져선 삐치기 십상이고요. 그런데 그 골 나는 대상이 의당 무관심한 자
기 서방님에게 향해져야 할 것이지만 터무니없게도 절 그런 무관심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기미가
보이는 것입니다. 제가 동행해서 자기 남편과의 새벽 오붓한 시간을 망친다......뭐 이런 심산이었
나 봅니다. 저로선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죠. 저야말로 지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주댕이가 댓빨인데
오히려 그런 절 개밥도토리로 취급하다니요. 그래도 처음엔 제가 말이라도 붙일 양이면 간단하
게나마 대꾸라도 하더니 그렇게 며칠 지나자 아예 절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되더군요. 그런데다가
절 더욱 당혹시켰던 것은 그녀에게서 절 경계하는 기색이 완연하다는 거였어요. 남자는 나이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더니, 제 얼굴에 난봉꾼, 오입쟁이란 도장이 찍혀있는 건지도. 이러다
간 제가 당초에 품었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커녕 역효과만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
오리란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했습니다. (사자성어쓰니까 폼이 좀 나네요. 비록 뒷문입학이지만
그래도 대학 나온 놈같아 보입니다.) 전 마음속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답니다. 그때 제 심정을 다시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음....노심초사(勞心焦思)....정도일까요
...(밑천 떨어져가니 사자성어는 이만....;;)
출근해서도 머릿속엔 오직 그 생각만 골똘히.....(사정 모르는 회사사람들은 드디어 사장이 뭔가 큰
결단을 준비하고 있구나...여길 만큼).....접대하면서도 그 생각뿐, 아들놈 재롱 더는 걸 보아도 , 그
즈음의 제 공안은 오로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녀와 친해져서 꿀꺽해버릴 것인가 하는.
.....
그리고 마침내 전 어떤 묘수를 생각해 내었습니다.
그날 저녁 때 전 아내에게 넌즈시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 날이 슬슬 추워지네....추워지니까 자꾸 꾀도 나는 것같고...산에 가기 싫어진단 말이야"
아내로서는 뜻밖의 말인듯 했습니다. 요즘은 안 깨워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잘도 다녀오던 사람이 갑
자기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올커니! 하며 예상대로의 반
응에 쾌재를 부르며 느릿느릿하게 서서히 본론으로 이끌어갔습니다.
"혼자 올라가면 재미도 없고말야....."
"거기서 사귄 분 있다면서요. 박소장인가 하는..."
"그 녀석도 요즘은 자기 마누라가 따라 나오는 바람에 나는 개밥도토리란 말야"
그렇게 볼 멘 소리로 푸념을 하자 아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성하때문에...혼자 깨서 울기라도 하면..."
하며 망설이는 말투로 중얼거렸습니다. 성하는 제 아들 이름입니다.
"성하도 요즘은 밤엔 안 깨던데 뭐. 혹시, 가기 싫어서 핑계대는 것 아냐?"
"아뇨. 아네요. 저도 같이 따라 가고 싶어 했다는 거 아시면서..."
그렇잖아도 초창기엔 아내도 같이 가려고 했습니다만 역시 아들 때문에 주저앉은 전력이 있었습니
다. 하기사 운동하고는 담을 쌓은 제 아내로서는 어쩌면 핑계였을런지도 모릅니다만....
"아무튼 이제 당신이 안따라 나서면 나도 안갈꺼야"
"안돼요. 이제 겨우 다시 건강해지셨으면서...."
"싫어. 안갈꺼야. 술도 담배도 다시 다 하고..."
마누라에게 무슨 부탁을 할라 치면 이런 방법이 제일 빠르고 확실하다는 것을 전 6년 동안의 생활
로 파악했답니다. 유난히 모성애가 깊은 그녀에게 아이처럼 칭얼거려 안되는 일이란 없었던거죠.
"그럼.....따라 가볼께요. 못따라 온다고 구박하시면 안돼요"
우여곡절 끝에 아내도 다음날부터는 함께 산에 오르자는 약속을 받아 내고야 말았습니다. 장하다.
아들에게 아빠 전화번호를 적어 베개에 붙여 주고는 혹시 깨어나서 혼자면 전화하라고 신신당부
하는 아내 모습을 바라보며 전 회심의 미소를 내심 띠웠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제 아내는 일종의 바람막이였던 것입니다. 절 경계하는 글
래머에겐 바라 이 문디가시나야. 나도 이렇게 결혼해서 어엿한 마누라가 이따이말이다란 시위도
되고 또 부부끼리 운동하니 남 보기에도 그럴싸하고. 게다가 집밖이라고는 찬거리 살 때만 나가
는 아내에게도 운동되고, 이거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석이조 아니, 일석
삼조 아니겠습니까.
자아. 이렇게 의사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나니 슬슬 새벽산행에 꾀가 생기는 겁니다. 불과 한달 남짓
다닌 정도라서 그런가 , 쌀쌀해져가는 날씨탓인가, 아니면 원래 게으른 제 품성탓인지 새벽에 일
어나기가 정말 죽을 맛인 겁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면에서는 단호하더군요. 이불을 휙 제끼고는
절 몰아내는 폼이 아이구,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만큼 찬바람이 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 전 갑자기 아내의 실력행사(?)도 필요 없이 부지런히 아침마다 산행에 나서게
되었답니다. 박소장이란 사람때문이랍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그 박소장의
아내 때문이죠.
공교롭게도 바로 제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 사는 관계로 새벽마다 가끔씩 한 엘레베이터로 내려가는
바람에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게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이 여의도
어디에서 건축사무소를 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금방 친해져선 이런 저런 이야
길 나누게 되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지나내나 첫눈에 천하에 한량이란 걸 꿰뚫어 본거죠.
다만 박소장은 마누라가 무서워서 저처럼 마음껏 놀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 괜히 신이
나서 제가 놀아 본 이야길 두서없이 늘어 놓으며 제자랑을 했습니다만. 아무튼 두사람은 자주 함께
산에 오르게 되고, 나이도 같고 게다가 몸집마저 거의 비슷해서 뒤에서 보면 누가 누구인지 모
를 정도였으니 편하게 말을 틀 정도로 의기투합해 버렸습니다. 악동들처럼 커피 타서 파는 아줌마에
게 별 뜻 없이 서로 시시덕거릴 정도까지였죠. 그정도야 어느 산행이고 있는 일입니다만, 어느날
박소장이 자기 마누라라며 어떤 여자를 제게 소개시켜 주었을 때 전 그만 그 여자를 민망하게 만
들만큼 멍하니 바라 보았던 것입니다.
170은 되어 보이는 큰 키에 타이트한 운동복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가슴의 융기와 쭉쭉 뻗은
다리, 게다가 입가에 마돈나처럼 찍혀져 있는 점.......거기에서 풍겨 나오는 그 섹시함. 한마디로 글
래머란 이런 여잘 일컫는 말일 겝니다. 물론 저도 별에 별 여자를 다 먹어 보았습니다만 이렇게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농염한 육체는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남의 여자란 게 더더욱 제 주의를
끌어 당기더군요. 그뿐인가요. 말씨, 몸짓 하나하나에도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겁니다. 물론 그 애
교는 자기 서방님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저로선 훔쳐보기만 해도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 했습니다.
나중에 박소장에게서 들은 것입니다만, 에어로빅을 한다더군요. 어느 대학에 출강하고 또 개인레
슨도 몇명 한다는 겁니다. 과연....이라 생각하며 전 또 그녀를 훔쳐보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 그 동경은 어쩌면 제 아내와는 180도 다른 그녀가 주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무튼 전 그녀에게서 눈도 떼지 못할 만큼 그녀의 매력에 취해 버렸
습니다. 그런데 이 박소장이란 놈은 제 복을 모르고 잠시 아내와 떨어져 걷게 되자 이젠 혼자하는
이 산행까지 따라와서 죽을 맛이라는 둥 푸념을 늘어 놓더군요.
"아니 왠 행복한 비명이야. 저렇게 쭉쭉빵빵한 마누라랑 살면서"
"아이구. 이봐 김사장.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봐봐. 그밥에 그 나물이야"
"그나저나...자네 부인, 계속 자네 따라 나온다는거야?"
"말 말아. 오늘 나와보더니 너무 좋다고 저 난리야. 이젠 운동까지 마누라하고 같이 할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구만."
박소장에겐 저 별빛이 사그라들지 않은 검은 하늘이 노랗게 보일지 몰라도 제게는 그야말로 구름
한점 찾아 볼 수 없는 청명한 늦가을 하늘이었습니다. 야호!!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으니
까요. 매일 따라 나온다면 저와 자주 마주칠 것이고 그럼 친해질 기회가 무궁무진하단 말이지 않
습니까. 그러다보면 .....흐흐흐.....
그리하여 전 매일 새벽에 아내가 재촉이나 독촉 한 소리 할 틈도 없이 어김없이 박소장부부가 나올
때에 맞추어선 집을 나서곤 했답니다. 실은 10분전부터 어슬렁거리다가 박소장부부가 문밖으로 나
서는 기척이 들리면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선, 마치 시간이 우연히 딱 맞았다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하하하
그런데 제게 오산이 있었습니다. 박소장이야 나하고 함께 산행을 하는 걸 더 좋아해서 저하고 어깨
를 나란히 하고는 자신의 아내는 어디 있는지, 무얼 하는지 거들 떠도 안 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글래머 아내가 샐쭉해져선 삐치기 십상이고요. 그런데 그 골 나는 대상이 의당 무관심한 자
기 서방님에게 향해져야 할 것이지만 터무니없게도 절 그런 무관심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기미가
보이는 것입니다. 제가 동행해서 자기 남편과의 새벽 오붓한 시간을 망친다......뭐 이런 심산이었
나 봅니다. 저로선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죠. 저야말로 지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주댕이가 댓빨인데
오히려 그런 절 개밥도토리로 취급하다니요. 그래도 처음엔 제가 말이라도 붙일 양이면 간단하
게나마 대꾸라도 하더니 그렇게 며칠 지나자 아예 절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되더군요. 그런데다가
절 더욱 당혹시켰던 것은 그녀에게서 절 경계하는 기색이 완연하다는 거였어요. 남자는 나이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더니, 제 얼굴에 난봉꾼, 오입쟁이란 도장이 찍혀있는 건지도. 이러다
간 제가 당초에 품었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커녕 역효과만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
오리란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했습니다. (사자성어쓰니까 폼이 좀 나네요. 비록 뒷문입학이지만
그래도 대학 나온 놈같아 보입니다.) 전 마음속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답니다. 그때 제 심정을 다시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음....노심초사(勞心焦思)....정도일까요
...(밑천 떨어져가니 사자성어는 이만....;;)
출근해서도 머릿속엔 오직 그 생각만 골똘히.....(사정 모르는 회사사람들은 드디어 사장이 뭔가 큰
결단을 준비하고 있구나...여길 만큼).....접대하면서도 그 생각뿐, 아들놈 재롱 더는 걸 보아도 , 그
즈음의 제 공안은 오로지 그것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녀와 친해져서 꿀꺽해버릴 것인가 하는.
.....
그리고 마침내 전 어떤 묘수를 생각해 내었습니다.
그날 저녁 때 전 아내에게 넌즈시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 날이 슬슬 추워지네....추워지니까 자꾸 꾀도 나는 것같고...산에 가기 싫어진단 말이야"
아내로서는 뜻밖의 말인듯 했습니다. 요즘은 안 깨워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잘도 다녀오던 사람이 갑
자기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올커니! 하며 예상대로의 반
응에 쾌재를 부르며 느릿느릿하게 서서히 본론으로 이끌어갔습니다.
"혼자 올라가면 재미도 없고말야....."
"거기서 사귄 분 있다면서요. 박소장인가 하는..."
"그 녀석도 요즘은 자기 마누라가 따라 나오는 바람에 나는 개밥도토리란 말야"
그렇게 볼 멘 소리로 푸념을 하자 아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성하때문에...혼자 깨서 울기라도 하면..."
하며 망설이는 말투로 중얼거렸습니다. 성하는 제 아들 이름입니다.
"성하도 요즘은 밤엔 안 깨던데 뭐. 혹시, 가기 싫어서 핑계대는 것 아냐?"
"아뇨. 아네요. 저도 같이 따라 가고 싶어 했다는 거 아시면서..."
그렇잖아도 초창기엔 아내도 같이 가려고 했습니다만 역시 아들 때문에 주저앉은 전력이 있었습니
다. 하기사 운동하고는 담을 쌓은 제 아내로서는 어쩌면 핑계였을런지도 모릅니다만....
"아무튼 이제 당신이 안따라 나서면 나도 안갈꺼야"
"안돼요. 이제 겨우 다시 건강해지셨으면서...."
"싫어. 안갈꺼야. 술도 담배도 다시 다 하고..."
마누라에게 무슨 부탁을 할라 치면 이런 방법이 제일 빠르고 확실하다는 것을 전 6년 동안의 생활
로 파악했답니다. 유난히 모성애가 깊은 그녀에게 아이처럼 칭얼거려 안되는 일이란 없었던거죠.
"그럼.....따라 가볼께요. 못따라 온다고 구박하시면 안돼요"
우여곡절 끝에 아내도 다음날부터는 함께 산에 오르자는 약속을 받아 내고야 말았습니다. 장하다.
아들에게 아빠 전화번호를 적어 베개에 붙여 주고는 혹시 깨어나서 혼자면 전화하라고 신신당부
하는 아내 모습을 바라보며 전 회심의 미소를 내심 띠웠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제 아내는 일종의 바람막이였던 것입니다. 절 경계하는 글
래머에겐 바라 이 문디가시나야. 나도 이렇게 결혼해서 어엿한 마누라가 이따이말이다란 시위도
되고 또 부부끼리 운동하니 남 보기에도 그럴싸하고. 게다가 집밖이라고는 찬거리 살 때만 나가
는 아내에게도 운동되고, 이거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석이조 아니, 일석
삼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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