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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시여.......... - 1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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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859회 작성일 20-01-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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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풀렸지만 은희는 아직도 많이 우울한 듯 했다.

철봉의 눈치를 살피며 경숙과 계속 연락을 하며 만나는 듯 했다.

철봉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해주었다. 아마 철봉의 소식은 은희로 인해 경숙이도 잘 알 것이다.



회사의 일이 많아져 철봉은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인자가 월급 외에 따로 생활비를 챙겨 주어 경제적으로 많이 좋아진 철봉은 지금의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



인자와 은희를 만나지 않는 날 대부분은 애란과 지냈다.

이젠 은혜와 승호도 철봉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게 되었다.

철봉은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며 자신을 버린 어머니도 용서를 하고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찾을려고 해도 단서가 없었다.

고등학교때 돌아가신 할머니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돌아 가셨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나마 철이 들어 죽었다고 말하던 어머니가 살아 있는 걸

알게 된 것도 할머니의 말 실수로 알게 된 것이였다.



철봉은 어린 시절 자신이 살던 덕유산 자락을 떠 올리며 다른 단서들을 떠 올릴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생각나는 건 예쁘장한 계집 아이의 얼굴 뿐이였다.

그 여자 아이가 분명 자신의 누이일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생각나는게 없었다.

그 누이가 왜 사라졌는지 할머니는 왜 아무말도 없이 돌아 가셨는지 철봉은 막막하기만 했다.

철봉은 조만간에 시간을 내서 직접 고향으로 가 주변을 탐문해 보기로 작정했다.



요란한 전화 소리에 철봉은 눈을 떳다.

시계를 보니 세벽 두시가 막 지난 시간이였다.

옆에 자던 은희가 눈을 비비며 철봉을 바라 봤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하~아~~~~~ 난데 ...............집으로 좀 와 줄래?.............-



혜진이였다.

혜진과 철봉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주면서 만났다.

이렇게 새벽에 무턱대고 전화를 할 혜진이 아니였다. 무슨 일인가 있는 듯 했다.



"금방 갈께..............."



철봉이 침대에서 일어나자 은희가 따라 일어 났다.



"미안해..........가봐야겠다...........더 자..............."



철봉이 옷을 입고 나올때까지 은희는 별 말이 없었다.

현관으로 가자 은희가 따라 나오며 철봉의 팔을 잡았다.



"꼭...........꼭 가야되?................"



철봉이 말없이 은희를 바라 봤다. 은희도 철봉을 똑바로 바라 봤다.

철봉이 고개를 끄떡이자 은희는 실망한 눈빛으로 철봉의 팔을 놓았다.



"은희야..........."



"빨리 가봐...........오빠가 이러는데는 이유가 있겠지...........얘기 안해도 되........."



철봉이 은희를 안으며 말했다.



"미안하다............갔다 와서 말해 줄께..........."



철봉은 심란했다.

은희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혜진은 아무것도 바라는 여자가 아니였는데 분명 무슨 일이 있는 듯 했다.



은희는 거실벽에 등을 붙이고 주저 앉았다.

철봉에게 자신 말고 여자가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있을 때는 언제나 자신에게 충실한 철봉이였기에 아무말 하지 않았다.



은희는 가슴 한 켠에 횡하니 찬 바람이 지나가는 걸 느꼈다.

이 새벽에 아무리 급해도 자신을 두고 가는 철봉이 너무 야속했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닦지 않았다. 수줍게 웃으며 자신에게 자판기 커피를 내밀던 인표가 떠 올랐다.



혜진의 아파트는 경비를 통과해야 들어 갈 수 있었다.

경비가 철봉의 얼굴을 알지만 늦은 시간이라 경비가 인터폰을 해야 한다고 우겨서 했는데 받지 않았다.

경비에게 전화기를 보여주고 사정을 얘기했다.



결국 경비하고 같이 혜진의 아파트로 올라 갔다.

경비가 문을 따고 철봉이 급하게 거실로 들어 섰는데 혜진은 보이지 않았다.

안방문을 열자 바닥에 혜진이 쓰러져 있었다.



혜진을 안아 든 철봉이 방을 나서자 경비가 놀라더니 주춤했다.



"아저씨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빨리.............."



경비도 사태가 심각함을 느꼈는지 바로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했다.

철봉이 혜진의 얼굴을 살짝 치면서 깨웠지만 혜진은 정신을 못 차렸다.

구급차를 기다릴 시간이 없어 철봉은 혜진을 안고 아파트를 내려 왔다.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 구급차를 만났다.

다행이 가까운 곳에 큰 병원이 있었다.

혜진을 응급실에 들여 보내고 철봉은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아침이 될때까지 별 다른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가족이 없는 혜진인지라 철봉은 출근을 미루고 담당의사를 기다렸다.

응급실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철봉 앞으로 중년의 의사가 다가 왔다.



"장 혜진씨하고 어떤 관계죠?.................."



"먼 친척입니다...........상태가 어떤거죠?................"



중년의 의사는 철봉을 세세히 뜯어 봤다.



"장 혜진씨 주치의입니다..........가족이 없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왔습니다.............어제요.............."



"장 혜진씨는 말기 위암입니다..............다른 가족들이 여태 몰랐나요?..........."



"예...........몰랐습니다.............."



"장 혜진씨 자신이 치료를 거부합니다..................물론 늦긴 했지만................"



"치료가 힘든가요?................"



중년의 의사는 고개를 끄떡이며 철봉을 봤다.



"얼마전까지 항암 치료를 할려고 했는데..........자신이 거부를 하니..........."



"지금 만날 수 있습니까?................"



혜진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 졌다.

철봉이 침대로 다가 서자 혜진이 힘없이 웃었다.



"놀랬지..............미안해..................."



"괜찮아..........얘기 들었어...............치료를 왜 안받는데?....................."



"늦었어..........살지도 못 하는데...............흉하게 죽기 싫었어.............."



혜진의 말을 철봉은 이해했다.

항암치료를 하면 사람이 금방 망가진다. 온몸의 털은 다 빠지고 흉하게 되는 것이다.

혜진은 치료시기를 놓치자 아예 치료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통증을 참기 위해 진통제로 만 버티는 것이였다.

회사와 애란에게 전화를 한 철봉은 하루 종일 혜진의 곁에 있었다.



"바쁠텐데 가봐.................."



"괜찮아.............걱정마................"



혜진이 눈을 감더니 조용하게 말했다.



"너무 아파서 죽을 꺼 같았는데.............자기가 생각났어............."



"잘 했어............"



"나........잘해야...........석달이래...............그런데 마지막을 보내 줄 사람이 없잖아....."



혜진의 감은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내가 있어 줄께...................내가 해줄게 없어 미안해................"



"아니야........고마워..........."



"미국에 있는 딸이라도 부를까?..............."



혜진이 조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혜진은 갈등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보고 싶어..............그런데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어...........그리고.............

내 존재조차 모를거야...........지 이모를 엄마로 알아..............."



혜진은 누구보다 상처가 많은 여자였다.

그런데도 언제나 제일 밝은 여자였다. 아니 그런 척 했던 것이다.

철봉은 한 숨을 내 쉬었다.



철봉은 낮에 혜진의 집에 들려 화장대와 서랍을 뒤졌지만 미국 연락처는 나오지 않았다.

아마 눈에 안 띄는 곳에 금고라도 있는 듯 했다.

혹시나 해서 인선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 보았지만 인선도 모른다고 했다.



철봉은 혜진의 아파트를 나와 회사 근처로 가서 인자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접니다....................."



-어.........그래.............볼일을 잘 봤어?................-



"아직........... 여기 회사 근천데 잠깐 볼까요?................"



-응.....그래.............금방 나갈께................"



인자는 철봉이 갑자기 사표를 낸다고 하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탁자위의 냉수를 마시고 잠시 진정을 하던 인자가 침착하게 물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어?...................."



"예..................."



"그래도 갑자기 이러면 어떻게 해?....................."



철봉이 인자를 뚫어지게 바라 봤다.

인자는 침착했지만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절 믿죠?......................."



인자가 눈에 촞점을 맞추고 철봉을 봤다.

한 참 철봉을 바라 보던 인자가 고개를 끄떡 거렸다.



"믿어..............."



"서너달 시간이 필요합니다...............물론 그 사이 자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더 이상 묻지 않을께...........너무 오래 걸리면 안되............."



"고맙습니다................"



커피숖을 나와 인사를 하고 헤어질려는데 인자가 잠시 기다리라며 회사로 들어 갔다 나왔다.

인자의 손에 흰 봉투가 들려 있었다.



"남자가 어딜 가든 주머니가 든든해야 일도 잘 풀리는거야.............."



철봉이 봉투와 인자를 번갈아 봤다.

인자는 말없이 눈으로 빨리 받으라고 재촉했다.

철봉은 봉투를 쥐고 있는 인자의 손을 꼭 잡았다.



"잘 쓰겠습니다.............."



인자가 환하게 웃었다.



"당연한거야........... 남자가 일이 생기면 여자가 잘 내조를 해야지..........."



길거리에 사람이 없었다면 철봉은 인자를 안았을 것이다.

자신의 남자를 믿고 존경할 줄 아는 인자가 너무 고마웠다...........그리고 미안했다.

몆일내로 집에 들린다고 하고는 인자와 헤어진 철봉은 자신의 집으로 갔다.



당분간 집을 비워야 하기에 대충 청소를 끝내자 저녁때가 가까워졌다.

애란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벨이 울리자 애란이 바로 받았다.



-철봉씨................-



"응 나야........퇴근했어?.................."



-예.......막..........친척분은 괜찮아요?................-



"아니..............오늘 사표 냈어..................."



-.......예?..............그렇게 심각해요?................-



애란은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 여자였다.



"서너달 일을 못 할 것 같아................"



-너무 걱정 말아요..............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주고요...........-



"응......그래...........내일 쯤 갈께..............."



-예..........기다릴께요...............-



철봉은 언제부턴가 말을 놓았지만 애란은 아직 철봉에게 존칭을 썼다.

철봉이 편하게 말하라고 했지만 자신은 이게 편하다고 바꾸지 않았다.

애란은 철봉을 존경하고 받들고 싶은 것이다. 전 남편이 그런 남자가 아니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다시 병원으로 온 철봉은 혜진의 얼굴을 잠깐 보고 말았다.

중환자실 면회 시간이 짧아 어쩔 수 없었다.

혜진이 우겨 내일 퇴원을 하기로 했다.



철봉은 혜진의 아파트로 와서 다시 미국 연락처를 찾았다.

하지만 꼭꼭 숨겨 놓았는지 아니면 아예 없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철봉은 선반에 있던 양주를 꺼내 한 잔을 단숨에 마셨다.



자신이 서너달 자리를 비워도 별일은 없을 것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다시 한 잔 마신 철봉은 소파에 깊이 묻혀 생각에 잠겼다.

혜진의 처지에 동정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철봉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쟀든 철봉도 혜진을 좋아한 건 사실이였다.

육체는 더 할 나위 없었고 생각도 비슷해 혜진은 한번도 철봉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다.

어제 새벽을 빼면.................은희!



택시를 타고 은희의 집 앞에 내렸다.

주택 이층엔 불이 들어와 있는게 은희가 있는 듯 했다.

집 옆으로 난 계단으로 이층에 올라 간 철봉이 키를 꺼내 현관문을 열었다.



거실로 막 들어서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며 알몸의 남자가 나오다 철봉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어?......어?..............조 대리님..........."



재단반의 인표였다.



방문이 열리면서 은희가 나왔다.

무표정 했지만 단정한 모습이였다.



"이거.............미안하구만.............."



철봉이 주머니에서 은희 집 키를 꺼내 거실 탁자에 던져 놓고 돌아서 나왔다.

은희 앞을 스쳐 지나 오는데 은희가 고개를 숙이며 철봉을 외면 했다.

인표도 덜렁거리는 물건을 가릴 생각도 못 하고 멍하게 철봉을 바라 봤다.



밖으로 나온 철봉이 담배를 빼 물고 불을 붙이는데 이층에서 은희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 꺼져...........내 앞에서 사라지란 말야~~~~........."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은희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철봉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갔을까 뒤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인표가 철봉을 불러 세웠다.



"잠깐만.............조 대리님 잠깐만요..............."



철봉이 돌아 서서 인표를 바라 봤다.

인표는 숨을 고르더니 철봉을 보고 말했다.



"은희하고 아무일 없었어요..................."



"그래서..............."



"그게................은희는 조 대리님 좋아합니다.............오늘은 무슨 이윤지 몰라도 저를

끌여 들었지만...........은희는 조 대리님 정말 좋아합니다............."



"인표야..............."



"예..............."



"은희 좋아하지?.............."



"예?...................그게.................."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다..............은희는 착하고 불쌍한 여자야...................너라면

은희에게 잘 해줄꺼야.........."



철봉은 인표의 어깨를 한 번 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몆걸음 걷던 철봉이 다시 돌아서서 인표를 봤다.



"나 오늘 사표 냈다...............은희한테 정말 잘 해줘라..............."



돌아서는 철봉의 눈가로 눈물이 한 방울 흘러 내렸다.

회한과 안도가 뒤섞인 눈물이였다.

눈물을 훔친 철봉은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성큼 성큼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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