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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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52회 작성일 20-01-17 12:37본문
모자들의 교향곡 10부
우유배달을 끝낸 태수는 허겁지겁 뛰어와보니 엄마는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 안깨셨나보지?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쉰 태수는 엄마옆에서 한동안 책을 읽다가 엄마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어제보다는 식은땀도 줄어드렀고 열도 많이 내려져 있었다.
[주사를 맞아서 나아지시나보지?]
엄마의 얼굴은 헬쓱해졌지만 많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엄마가 평소에 보았던거보다 더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고운 엄마의 얼굴을 보니 아버지가 이해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따로 없네. 젊으셨을때는 이거보다 더 예쁘셨겠지? 아버지가 쫓아다실만도 하셨겠어]
그러는데 엄마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으..응"
"일어나셨어요?"
혜영은 힘없게 눈을 뜨자 근심과 기쁨으로 가득찬 태수의 얼굴이 보였다. 몸이 좀 무겁고 정신이 몽롱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촛불과 방안이 제법 환한게 낮인것 같았다.
"책방에서 일찍 나왔니?"
태수는 창백한 엄마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오늘은 월요일이에요. 어제부터 엄마가 아프셨어요"
"뭐? 정말이야?"
"네. 그동안 공사때문에 무리를 하시고 찬바람을 맞으셔서 감기몸살이 나신거에요. 어제 선규엄마가 오셔서 주사를 놓고 약과 미음을 주셨어요. 며칠 쉬시면 괜찮아진데요"
혜영은 어리벙벙해서 태수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렇게나 오래 잔거야? 어제 네가 나간후에 정리를 계속하다가 몸이 무거워서 잠깐만 잘려고 누웠었는데. 일어났을때 아직 일요일낮인지 알았어"
천장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태수를 보았다.
"밥은 먹었니?"
"이 경황에서 제걱정이 나세요?"
"그래도 내가 누워있었잖아"
"어제저녁은 선규엄마가 갖다줘서 먹었고 아침은 제가 차려 먹었어요"
"선규엄마가 고맙구나. 너까지 챙겨주고"
그러자 태수는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엄마, 죄송해요"
"뭐가?"
"제가 조금만 신경썼었더라면 엄마가 아프지 않았을텐데요"
태수의 얼굴을 보니 죄책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혜영은 미소를 지으며 태수의 손을 잡았다.
"네잘못 아니야. 그리고 너라도 아프지 않으게 얼마나 다행이니?"
"그래도요. 다음부터는 엄마가 아프지않게 신경쓸게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태수의 마음이 고마워서 쳐다보니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어제밤에 한숨도 안잤니?"
"네. 계속 엄마옆에 있었어요"
"왜 그랬어? 피곤했었을텐데. 감기옮으면 어떻게 할려고"
"저는 괜찮으니 걱정마세요"
"배달은 갔다왔니?"
"네"
그러자 혜영의 머리속에 책방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 몇시니?"
"아침 10시가 넘었어요"
"어떡하니? 책방에 나가야 하는데"
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하자 태수가 얼른 그녀를 다시 눕혔다.
"안돼요"
"무슨 소리야? 나가봐야지"
"엄마를 며찰간 쉬시게 하라고 선규엄마가 그러셨어요. 나중에 제가 나가든가 아니면 며칠 문을 닫으면 되잖아요"
"그럼 장사는?"
"건강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해요? 그러시다가 병이 재발하면 어떡해요?"
혜영은 속으로 안절부절 했으나 태수의 단호한 얼굴을 보니 그의 고집을 꺾을수가 없었다.
"알았어. 그럼 며칠간만 쉬지"
그러자 태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잘 생각하셨어요. 제가 미음 가져올게요"
나가는 태수를 보면서 혜영은 의아해 했다.
[마치 나를 중병에 걸린 환자취급하네]
태수는 엄마가 깨어나자 마치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난것처럼 생각되어 뛸듯이 기뻐했다.
[엄마를 잘 간호해야지. 내가 아팠을때 엄마는 날 돌보느라 고생하셨잖아]
미음을 뎁힌다음 쟁반에 놓아서 약과 함께 가져왔다. 쟁반을 내려놓은다음 누워있는 엄마을 일으켜 앉혔다.
"미음 드세요"
"별로 생각이 없어. 나중에 먹을게"
"약때문에 드셔야해요"
태수는 숟가락으로 미음을 뜬후 호호 불어서 엄마의 입으로 가져갔다.
"이리줘. 내가 먹을게"
"아니에요. 제가 먹여드릴게요. 엄마는 힘도 없으시잖아요"
태수가 하도 걱정하는것 같아서 혜영은 할수없이 태수가 주는 미음을 받아먹었다.
[부모와 자식이 뒤바뀐거 같네. 애처럼 아들이 먹여주는 밥을 받아먹고]
미음을 억지로 목구멍에 넘기며 좋아하는 태수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기는 했다. 어렸을적 이후 이러한 대접을 받아보지 못했던 혜영은 마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태수아빠도 이렇게까지 해주지는 않았는데. 이런 대접을 아들한테 받아보네]
미음을 다 먹고 약을 먹은후 혜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세요? 누워서 쉬세요"
"이제 네방에 가서 네할일을 해. 옷이 땀에 젖어서 갈아입어야겠어"
태수는 계속 엄마옆에 있고싶었지만 엄마가 옷을 갈아입겠다는데 옆에 있을수가 없어 할수없이 일어났다.
"그럼 제가 필요하시면 부르세요. 밥은 제가 알아서 먹을테니 걱정하시지 마시고요"
"그래, 알았다"
혜영은 쟁반을 들고 나가는 아들을 쳐다보다가 불렀다.
"태수야"
"네?"
"고마워"
"뭐가요?"
"내옆에 있어줘서"
그러자 태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별말씀을 다하세요. 엄마도 제가 아팠을때 그러셨잖아요"
혜영은 나가는 태수의 뒷보습을 바라보다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태수와 선규는 버스에서 내려 보급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줌마는 어떠셔?"
"많이 좋아지셨어. 다 너희엄마덕분이야"
"다행이다. 연말에 감기걸린 사람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더라"
"너까지 걱정해줘서 고맙다"
"당연한거지. 그런데 책방은?"
"며칠 문을 닫아야지. 엄마가 완전히 나으실려면 다른 도리가 없잖아"
"잘 생각했다. 감기몸살은 확실하게 뿌리를 뽑아야 해"
태수는 책방얘기를 하니까 유진이생각이 났다.
[유진이누나가 오늘 책산다고 온다그랬는데 못사겠네]
한편 선규는 태수가 태수엄마와 같이 잤다는 말이 자꾸만 생각났다.
"태수야, 아줌마와 같이 자니까 어때?"
"무슨 소리야?"
"엄마와 자니까 좋아?"
태수는 마음한구석에 찔리는것이 있었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렇더라. 엄마와 자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어? 그런데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너는 너희엄마와 자주 안으며 살잖아"
요사이 선규는 엄마를 보기만해도 흥분하는게 겁이 나서 엄마를 잘 안지도 못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자본지가 오래되서. 그냥 좋았나하고 물어본거야"
"어린애처럼 엄마의 품에서 자보고 싶어?"
"글쎄.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네"
"그럼 아줌마한테 물어봐라. 너를 끔찍히 생각하시니 들어주시겠지"
"그럴까?"
태수는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갑자기 왠 애타령이냐? 빨리 가자. 늦겠다"
태수와 선규는 서둘러서 보급소를 향해 걸었다.
명숙은 혜영의 생각이 나서 일찍 약국문을 닫고 혜영의 집으로 가보았다. 태수가 보급소로 가기전에 엄마에게 무슨일이 있으면 봐달라고 열쇠를 줘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혜영은 부엌에서 밥을 짓다가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어? 네가 왜 우리집 열쇠를 갖고있냐?"
"네가 잘있는지 봐달라고 태수가 주더라. 몸은 어때? 하루밤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낮에 잤더니 많이 좋아졌어. 어제는 고마웠어. 태수에게 밥도 챙겨줬다며?"
"그런걸 가지고 뭘 그래? 몸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먼지가 나고 추웠을텐데 우리집에 와서 자지 왜 여기서 잤니?"
혜영은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될줄 알았나? 처음에는 갑자기 무리를 해서 그러나하고 생각했지"
"자기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지. 태수가 멀쩡한게 그나마 다행이다"
"맞아"
"그런데 누워있지않고 지금 워하는거야?"
"태수오면 저녁차려줘야지"
그러자 명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만둬라. 태수가 알면 또 걱정한다. 내가 집에서 가져올게"
"됐어. 몸도 괜찮아졌는데 서서히 움직여야지"
명숙은 혜영과 바닥에 앉으며 말했다.
"하여튼 어제는 태수때문에 정말 놀랬다"
"왜?"
"저녁준비를 하는데 누가 문을 정신없이 두들기며 나를 부르잖아. 그래서 무슨일인가 하고 나가봤더니 태수가 얼굴이 하얗게 되어서 네가 아프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거야. 나는 처음에 네가 어떻게 된줄 알고 가슴이 철렁하더라고"
"태수가 그랬어?"
"응. 지엄마가 아프다고 팔짝팔짝 뛰는게 어찌나 애처로워 보이던지....."
"........"
혜영은 아침에 미음을 먹여주던 태수의 생각이 나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태수가 그렇게 날 생각해주니 더이상 혼자라는 생각이 안드네. 고마워라]
명숙의 말은 계속 되었다.
"태수가 널 걱정하는게 마치 내가 선규를 걱정하는 모습 같았어. 좋겠다. 너를 끔찍히 생각해주는 아들이 있어서"
"선규도 너에게 잘하잖아"
선규얘기가 나오니까 명숙은 저도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요즘 선규때문에 걱정이 되서 죽겠어"
"아직도 그문제야?"
"네가 준 책들을 읽어보았는데도 해결책이 안나오더라"
"그래? 그럼 성상담소에 가야되겠네. 그런데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거 아냐?"
명숙은 잠시 머뭇거라다가 입을 열었다.
"그걸 많이 하는거 같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선규방에 있는 휴지통에 매일 휴지가 수북히 쌓이거든. 그렇게 자주 하면 몸에 안좋잖아"
"듣고보니 그러네"
"그런데 난 그애방에 휴지를 더 갇다놓은거 아니?"
"엉? 그게 무슨 소리야?"
"많이 하는걸 보니 성충동이 자주 일어나나봐. 그걸 못참고 밖에서 무슨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잖아"
"설마 그러겠어?"
"모르지. 요즘애들은 그런거에 빨라서 가끔가다 중고등학생같은 여학생이 임신 테스트기를 사러오면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10대들이 낙태수술을 받는다는 소리는 나도 들었어. 정말 큰일이다"
"그래서 책을 보니까 그런구절이 있더라. 그걸 도와주면 그런일이 나는걸 예방할수 있대"
"맙소사. 그래서 정말 그렇게 한거야?"
"그럼 어떡하니? 뾰족한 수는 없고 걱정은 되고. 내가 잘하는건지를 모르겠어. 오죽했으면 애한테 콘돔을 가지고 다니라고 말할까라는 생각도 나더라니까"
그말을 듣고 혜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명숙을 쳐다보았다.
"그정도야?"
"그렇다니까. 여자애라면 이런걸 말하기가 쉬울텐데 남자애라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주위에 삼촌같은 사람없니?"
"내가 친척들을 만나는걸 싫어하는것을 잘 알잖아"
"그럼 상담소에 가라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지금 그걸 고려하고 있는데 선규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겠고. 네말대로 상처받으면 안되잖아"
"정말 괴롭겠다"
"자식을 키우면 이런점이 힘드네. 그만 가봐야겠다"
혜영도 일어나서 명숙을 문앞에까지 바래다주었다.
"다시한번 너무 고마웠어"
"또 그런다. 우리사이에 그런게 어디있니? 약은 거르지않고 잘 먹고있지?"
"응"
"며칠간 책방에 나가지말고 푹 쉬어. 다 나으지 않았는데 무리하면 오래동안 고생하니까"
"알았어. 마치 시어머니가 2명이나 있는거 같네"
"나와 태수? 호호, 그럼 시집살이 즐겨봐라"
"놀리기는. 어서 가봐. 선규 오겠다"
"그래. 몸조리 잘해"
명숙을 보내고 혜영은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온 태수는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을 보고 놀랐다.
"엄마가 하셨어요?"
"응. 어서 먹어라"
"쉬시지 않고 왜 하셨어요? 제가 차려 먹을수 있는데"
"가만히 있기가 따분해서"
"엄마도 참. 몸은 어떠세요?"
"이제 괜찮아"
"집안일은 제가 할테니 엄마는 그냥 계세요"
헤영은 같이 앉아서 태수가 밥먹는것을 지켜보았다.
"선규엄마가 다녀가셨다면서요?"
"응. 열쇠 받을때 그래?"
"네"
태수를 보면서 명숙이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태수야, 어제 많이 놀랬니?"
"네. 평소에 몸도 약하신 엄마가 끙끙거리며 앓으시니 놀랄수밖에요. 다음부터는 무리하시거나 아프시지 마세요"
"그래. 조심할게"
밤에 책을 읽고있는데 태수가 방문을 두들겼다.
"엄마, 제가 옆에 있어드릴까요?"
"괜찮아. 네방에 가서 자. 어제 잠도 못잤는데 피곤할거 아니야. 나는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늦게 잘거 같애"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자"
방문을 닫는 태수의 얼굴에는 왠지모를 서운한 기색이 있었다.
혜영은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고있었다.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는데 태수의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조용히 열고 들여다보니 태수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명숙의 말과 태수가 자신을 걱정하던게 생각나서 문을 닫고 태수옆에 앉아서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옆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네가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러면서 태수가 옆에서 밤새도록 자신을 간호해줬던 일, 미음과 약을 챙겨줬던 일등이 생각났다.
[그렇게 나를 헌신적으로 생각해주는 이런 애가 남편이나 애인이면 행복할거야]
그런생각을 하자 혜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왜 자꾸 태수를 그런쪽으로 결부시키지?]
저번에 태수를 남자로 생각했었을때도 그런생각을 했던 자신이 무척이나 놀랐었다. 또한 태수가 미음과 약을 먹여줬을때는 저도모르게 안먹겠다고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고 싶었을 정도였다.
[내가 너무 오래 혼자 살아서 그러나? 아들에게 그런감정이 생기고]
혜영은 힘없이 웃으며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이틀이 지나고 명숙은 혼자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선규는 친구를 만나고 곧장 보급소로 간다고 해서 저녁시간까지는 선규가 집에 올일이 없었다. 설겆이를 하고 선규의 방에 들어가서 청소하는데 휴지통에 쌓인 휴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얼마나 자주 하는거야?]
휴지들을 꺼내 펴보니 무언가 말랑말한게 만져졌다. 그러자 명숙은 얼굴이 빨개졌다.
[어이구, 선규의 정액이 굳은거잖아]
황급히 휴지들을 다시 휴지통에 넣고 버릴려고 나오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혹시 선규가 집에서 음란물을 숨겨놓고 보는거 아니야?]
선규의 방을 뒤진다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아들을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책상서랍이나 옷장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념하고 나갈려는데 침대밑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거기를 보니 여행가방들이 있었다. 가방들을 꺼내 그뒤를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가방을 다시 집어넣을려다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가방을 열어보았다. 안에도 텅 비어있었는데 어느 한가방의 속주머니가 뭉특하게 튀어나온게 보였다. 아무생각없이 속주머니를 열어본 명숙은 기겁을 했다.
[여자의 브래지어와 팬티잖아! 이게 왜 여기에 들어있지? 가만. 내거같은데?]
이리저리 실피며 모양과 상표를 보니 분명히 자신의 속옷임이 틀림없었다.
[최근에 입었던거 같은데?]
명숙은 화장실로 뛰어가서 세탁기를 열어보니 안에는 아침에 집어넣은 속옷들이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속옷들은 가방안에 있었던거보다 입은지 더 오래된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브래지어와 팬티안에는 휴지에 묻어있었던 말랑말랑한것들이 묻어있었다.
[그럼 선규가 내속옷들을 가지고 자위를 한단 말이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자신이 방이나 화장실에서 나올때 문앞에서 서성거린던 선규가 기억났다. 그때는 대수롭지않게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가 궁금한가? 하지만 내속옷들을 가지고가서 자위를 하는건 이상하잖아. 그러다가 잘못되서 나중에 변태가 되면 어떡해?]
명숙은 걱정이 심하게 되면서 다시 선규의 방으로 가서 뒤져보다가 침대의 매트리스밑에서 여자들의 나체사진들이 들어있는 책들을 발견했다. 사진들은 보면서 명숙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선규도 다른애들처럼 음란물을 보는구나. 호기심이 많은 나이인데 야단칠수도 없고]
다시 책들을 매트리스밑에 숨긴뒤 가방들을 밑으로 밀어넣을려다가 손에 쥐고있는 속옷들을 보았다.
[이따가 없어진걸 알면 내가 발견한걸 눈치챌텐데. 그러면 내게 얼마나 창피해할까? 만날 여자가 없으니 그애딴에는 내속옷을 보고 흥분한 모양인데]
자꾸만 신경이 쓰였지만 선규가 놀랄가봐 속옷들을 다시 가방안에 집어넣었다. 자신의 속옷들이 아들의 자위헹위에 사용된다는것이 부끄러웠지만 나중에 선규가 커서 성적으로 이상해지는것이 두려웠다.
[성상담소에나 데려가야 하겠어]
가방을 집어넣고 휴지통을 들며 일어서다가 책장을 보게되었다.
[요즘 선규가 무슨 책을 읽지?]
책장에 꽃혀있는 책들을 보니 모두 참고서나 교양책들이었다. 한번 훑어보고 나갈려는데 우연히 책장뒤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는 몰랐는데 벽과 붙어있어야할 책장이 약간 사이를 두고 벽에서 떨어져 있었다. 자세히 생각을 안하면 그냥 지나칠 일이었다.
[왜 책장이 떨어져 있지?]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책장과 벽사이는 간신히 팔을 집어넣을수 있을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었다. 팔을 넣어 이리저리 짚어보니 뭔가가 잡혔다. 뭔지도 모르는 물건을 꺼내는데 그뒤에 또 뭔가가 짚어졌다. 물건들을 모두 꺼내니 케이스가 없는 2개의 비디오테이프들이었다 . 테이프들에는 제목도 안적혀 있었다.
[혹시 포르노테이프 아니야?]
테이프안에 무슨내용이 있나 볼려고하다가 시계를 보니 다시 약국에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할수없이 테이프들을 있던 자리에 놓고 방을 나왔다. 그러나 가방안에 있는 자신의 속옷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저걸 어떻게 해야하나? 가져올수도 없고]
근심으로 가득찬 명숙은 한숨을 쉬며 약국으로 갔다.
다음날 혜영은 태수를 간신히 설득해서 책방으로 나왔다. 몸도 많이 좋아졌고 또한 몇권이라도 책을 팔아야 할 판국에 여러날을 문닫을수는 없었다. 책방을 청소하고 자리에 앉아서 장부를 검토하는데 태수가 머리에 떠올랐다. 오래간만에 집에서 며칠을 쉬어보고 태수에게 지극정성으로 간호까지 받아보니 기분이 개운했다. 그러나 혜영은 자꾸만 태수에게 의지하고싶고 남편이나 애인처럼 투정을 부리고싶은 마음이 생겨 이상하기도 하고 혼동이 되기도 했다. 태수의 간호를 즐겼고 또한 태수가 자신을 챙겨줄때는 마치 남편이나 애인이 자신을 아껴주는것같은 행복감마저 드는것이었다.
[왜 자꾸 태수가 아들로 안느껴지지? 자식같은 구석이 안보여서 그런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있는데 문이 열리며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아주머니, 오늘은 나오셨네요"
"잘 있었어? 유진이 학생"
혜영은 생글생글 웃고있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큰책방과는 달리 이렇게 작은 책방은 단골을 확보해두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혜영은 단골들의 이름을 외어가며 책방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냥 인사만 나누는 단골도 있었고 유진이처럼 얘기를 나누는 단골손님도 있었다. 혜영은 유진이가 마음에 들었다. 예의가 깍듯하고 정감있게 행동해서 마치 딸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지난 며칠동안 문을 안열으셔서 어디 가셨는지 알았어요"
"그동안 좀 아팠었어"
그러자 유진은 눈을 크게 뜨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았다.
"이제는 괜찮으세요?"
"응. 푹 쉬어서 많이 나았어"
"아드님이 많이 걱정했겠네요"
그소리에 혜영은 놀라서 유진을 보았다.
"우리아들을 알어?"
"네. 태수가 맞죠?"
"응. 어떻게 알어?"
"일요일마다 태수가 나와서 책방을 보잖아요. 착한것 같기에 얘기를 나눠봤어요"
"그랬구나"
"태수가 아주머니를 많이 생각하던데 무척 놀랐었겠네요"
그말을 듣고 혜영은 왠지 쑥스러움이 느껴져 미소를 지었다.
"좀 그랬어. 엄마와 단둘이 사니 그럴만 하지"
"그런 아드님을 두셔서 든든하시겠어요"
"별탈없이 잘 자라줘서 고맙게 생각해"
혜영은 책을 사고 나가는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뉘집여식인지 참하기도 해라. 나중에 태수가 저런 여자애와 결혼했으면 좋겠네]
유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혜영은 다시 장부를 보며 책들을 정리했다.
선규가 신문배달을 하러 나가자 명숙은 약국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제 선규가 자신의 속옷들을 가지고 자위를 한다는걸 안 이후로는 민망해서 선규를 똑바로 볼수가 없었다. 성상담소에 가자는 말을 꺼낼려고 했지만 놀랄 아들의 반응이 걱정이 되어서 얘기도 못했었다.
[오죽했으면 내속옷들을 가져갈까?]
선규에게 어떻게 말을 하나하고 고민하는데 문득 어제 발견했던 포르노테이프들이 생각났다. 남편과 같이 살았을때는 남편이 포르노테이프를 들고와서 같이 보기는 했었는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남편과 할때는 몰랐는데 남들의 행위를 보니 이상했고 또한 남자포르노배우의 커다란 성기도 징그러워서 그다음부터는 포르노를 보기를 꺼려했었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그런 명숙이 재미없다고 심통을 부리곤 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선규는 어떤 포르노를 보는지 궁금했다.
[설마 변태적인 포르노를 보는건 아니겠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받다가 궁금증을 더이상 못참아서 약국문을 닫았다.
[이럴때는 누구밑에서 일을 안한다는게 편하고 좋네]
집문이 잠겨있는지를 확인한뒤 명숙은 선규방에서 테이프들을 가져와 그중의 하나를 비디오에 집어넣었다. 계속 보니까 예전에 남편과 보았던것과 비슷한 젊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그저 성행위만 하는 내용없는 포르노였다.
[이런걸 왜 보지? 재미도 없고 징그럽기만 한데]
중간에서 테이프를 끄집어내고 다른 테이프를 넣어 뒤로 돌렸다. 테이프가 다 돌아가고 틀자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나왔다.
[타부? 금기라는뜻 아니야? 그런데 이런거에도 나이가 든 배우들이 나오네]
배우들간에 대화도 꽤 있고 내용이 있는것 같아서 계속 보다가 명숙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어..어떻게 엄마와 아들이.....]
명숙은 입을 크게 벌리고 숨도 제대로 못쉬면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보고만 있었다.
[세..세상에. 저런걸 보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
그러자 뒷통수를 뭔가에 얻어맞는 느낌이 들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호..혹시 선규가 나에게?]
그동안의 선규의 행동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사춘기때 흔히 오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충동으로 여겼지만 포르노를 보니 선규가 자신을 보며 얼굴이 빨개졌던 일, 속옷들을 가져가 자위를 하는 일, 방이나 화장실을 나올때 문앞에서 서성거리던 일등이 예사롭게 생각되지가 않았다.
[그럼 선규가 나를 여자로 생각한단 말이야? 마..말도 안돼. 그런 끔찍한 일이......]
명숙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포르노테이프들을 제자리에 갖다놓고 식탁앞에 앉아서 저녁준비를 할 생각도 안하고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었다.
10부끝
멜주소: [email protected]
우유배달을 끝낸 태수는 허겁지겁 뛰어와보니 엄마는 아직 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 안깨셨나보지?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쉰 태수는 엄마옆에서 한동안 책을 읽다가 엄마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어제보다는 식은땀도 줄어드렀고 열도 많이 내려져 있었다.
[주사를 맞아서 나아지시나보지?]
엄마의 얼굴은 헬쓱해졌지만 많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엄마가 평소에 보았던거보다 더 예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고 고운 엄마의 얼굴을 보니 아버지가 이해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따로 없네. 젊으셨을때는 이거보다 더 예쁘셨겠지? 아버지가 쫓아다실만도 하셨겠어]
그러는데 엄마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으..응"
"일어나셨어요?"
혜영은 힘없게 눈을 뜨자 근심과 기쁨으로 가득찬 태수의 얼굴이 보였다. 몸이 좀 무겁고 정신이 몽롱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촛불과 방안이 제법 환한게 낮인것 같았다.
"책방에서 일찍 나왔니?"
태수는 창백한 엄마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오늘은 월요일이에요. 어제부터 엄마가 아프셨어요"
"뭐? 정말이야?"
"네. 그동안 공사때문에 무리를 하시고 찬바람을 맞으셔서 감기몸살이 나신거에요. 어제 선규엄마가 오셔서 주사를 놓고 약과 미음을 주셨어요. 며칠 쉬시면 괜찮아진데요"
혜영은 어리벙벙해서 태수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렇게나 오래 잔거야? 어제 네가 나간후에 정리를 계속하다가 몸이 무거워서 잠깐만 잘려고 누웠었는데. 일어났을때 아직 일요일낮인지 알았어"
천장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태수를 보았다.
"밥은 먹었니?"
"이 경황에서 제걱정이 나세요?"
"그래도 내가 누워있었잖아"
"어제저녁은 선규엄마가 갖다줘서 먹었고 아침은 제가 차려 먹었어요"
"선규엄마가 고맙구나. 너까지 챙겨주고"
그러자 태수는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엄마, 죄송해요"
"뭐가?"
"제가 조금만 신경썼었더라면 엄마가 아프지 않았을텐데요"
태수의 얼굴을 보니 죄책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혜영은 미소를 지으며 태수의 손을 잡았다.
"네잘못 아니야. 그리고 너라도 아프지 않으게 얼마나 다행이니?"
"그래도요. 다음부터는 엄마가 아프지않게 신경쓸게요"
자신을 걱정해주는 태수의 마음이 고마워서 쳐다보니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
"어제밤에 한숨도 안잤니?"
"네. 계속 엄마옆에 있었어요"
"왜 그랬어? 피곤했었을텐데. 감기옮으면 어떻게 할려고"
"저는 괜찮으니 걱정마세요"
"배달은 갔다왔니?"
"네"
그러자 혜영의 머리속에 책방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 몇시니?"
"아침 10시가 넘었어요"
"어떡하니? 책방에 나가야 하는데"
혜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하자 태수가 얼른 그녀를 다시 눕혔다.
"안돼요"
"무슨 소리야? 나가봐야지"
"엄마를 며찰간 쉬시게 하라고 선규엄마가 그러셨어요. 나중에 제가 나가든가 아니면 며칠 문을 닫으면 되잖아요"
"그럼 장사는?"
"건강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해요? 그러시다가 병이 재발하면 어떡해요?"
혜영은 속으로 안절부절 했으나 태수의 단호한 얼굴을 보니 그의 고집을 꺾을수가 없었다.
"알았어. 그럼 며칠간만 쉬지"
그러자 태수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일어섰다.
"잘 생각하셨어요. 제가 미음 가져올게요"
나가는 태수를 보면서 혜영은 의아해 했다.
[마치 나를 중병에 걸린 환자취급하네]
태수는 엄마가 깨어나자 마치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난것처럼 생각되어 뛸듯이 기뻐했다.
[엄마를 잘 간호해야지. 내가 아팠을때 엄마는 날 돌보느라 고생하셨잖아]
미음을 뎁힌다음 쟁반에 놓아서 약과 함께 가져왔다. 쟁반을 내려놓은다음 누워있는 엄마을 일으켜 앉혔다.
"미음 드세요"
"별로 생각이 없어. 나중에 먹을게"
"약때문에 드셔야해요"
태수는 숟가락으로 미음을 뜬후 호호 불어서 엄마의 입으로 가져갔다.
"이리줘. 내가 먹을게"
"아니에요. 제가 먹여드릴게요. 엄마는 힘도 없으시잖아요"
태수가 하도 걱정하는것 같아서 혜영은 할수없이 태수가 주는 미음을 받아먹었다.
[부모와 자식이 뒤바뀐거 같네. 애처럼 아들이 먹여주는 밥을 받아먹고]
미음을 억지로 목구멍에 넘기며 좋아하는 태수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기는 했다. 어렸을적 이후 이러한 대접을 받아보지 못했던 혜영은 마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기분이 들었다.
[태수아빠도 이렇게까지 해주지는 않았는데. 이런 대접을 아들한테 받아보네]
미음을 다 먹고 약을 먹은후 혜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세요? 누워서 쉬세요"
"이제 네방에 가서 네할일을 해. 옷이 땀에 젖어서 갈아입어야겠어"
태수는 계속 엄마옆에 있고싶었지만 엄마가 옷을 갈아입겠다는데 옆에 있을수가 없어 할수없이 일어났다.
"그럼 제가 필요하시면 부르세요. 밥은 제가 알아서 먹을테니 걱정하시지 마시고요"
"그래, 알았다"
혜영은 쟁반을 들고 나가는 아들을 쳐다보다가 불렀다.
"태수야"
"네?"
"고마워"
"뭐가요?"
"내옆에 있어줘서"
그러자 태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별말씀을 다하세요. 엄마도 제가 아팠을때 그러셨잖아요"
혜영은 나가는 태수의 뒷보습을 바라보다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태수와 선규는 버스에서 내려 보급소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줌마는 어떠셔?"
"많이 좋아지셨어. 다 너희엄마덕분이야"
"다행이다. 연말에 감기걸린 사람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되더라"
"너까지 걱정해줘서 고맙다"
"당연한거지. 그런데 책방은?"
"며칠 문을 닫아야지. 엄마가 완전히 나으실려면 다른 도리가 없잖아"
"잘 생각했다. 감기몸살은 확실하게 뿌리를 뽑아야 해"
태수는 책방얘기를 하니까 유진이생각이 났다.
[유진이누나가 오늘 책산다고 온다그랬는데 못사겠네]
한편 선규는 태수가 태수엄마와 같이 잤다는 말이 자꾸만 생각났다.
"태수야, 아줌마와 같이 자니까 어때?"
"무슨 소리야?"
"엄마와 자니까 좋아?"
태수는 마음한구석에 찔리는것이 있었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렇더라. 엄마와 자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어? 그런데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너는 너희엄마와 자주 안으며 살잖아"
요사이 선규는 엄마를 보기만해도 흥분하는게 겁이 나서 엄마를 잘 안지도 못했다.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자본지가 오래되서. 그냥 좋았나하고 물어본거야"
"어린애처럼 엄마의 품에서 자보고 싶어?"
"글쎄.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네"
"그럼 아줌마한테 물어봐라. 너를 끔찍히 생각하시니 들어주시겠지"
"그럴까?"
태수는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갑자기 왠 애타령이냐? 빨리 가자. 늦겠다"
태수와 선규는 서둘러서 보급소를 향해 걸었다.
명숙은 혜영의 생각이 나서 일찍 약국문을 닫고 혜영의 집으로 가보았다. 태수가 보급소로 가기전에 엄마에게 무슨일이 있으면 봐달라고 열쇠를 줘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혜영은 부엌에서 밥을 짓다가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어? 네가 왜 우리집 열쇠를 갖고있냐?"
"네가 잘있는지 봐달라고 태수가 주더라. 몸은 어때? 하루밤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낮에 잤더니 많이 좋아졌어. 어제는 고마웠어. 태수에게 밥도 챙겨줬다며?"
"그런걸 가지고 뭘 그래? 몸이 좋아졌다니 다행이다. 먼지가 나고 추웠을텐데 우리집에 와서 자지 왜 여기서 잤니?"
혜영은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될줄 알았나? 처음에는 갑자기 무리를 해서 그러나하고 생각했지"
"자기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지. 태수가 멀쩡한게 그나마 다행이다"
"맞아"
"그런데 누워있지않고 지금 워하는거야?"
"태수오면 저녁차려줘야지"
그러자 명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만둬라. 태수가 알면 또 걱정한다. 내가 집에서 가져올게"
"됐어. 몸도 괜찮아졌는데 서서히 움직여야지"
명숙은 혜영과 바닥에 앉으며 말했다.
"하여튼 어제는 태수때문에 정말 놀랬다"
"왜?"
"저녁준비를 하는데 누가 문을 정신없이 두들기며 나를 부르잖아. 그래서 무슨일인가 하고 나가봤더니 태수가 얼굴이 하얗게 되어서 네가 아프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거야. 나는 처음에 네가 어떻게 된줄 알고 가슴이 철렁하더라고"
"태수가 그랬어?"
"응. 지엄마가 아프다고 팔짝팔짝 뛰는게 어찌나 애처로워 보이던지....."
"........"
혜영은 아침에 미음을 먹여주던 태수의 생각이 나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태수가 그렇게 날 생각해주니 더이상 혼자라는 생각이 안드네. 고마워라]
명숙의 말은 계속 되었다.
"태수가 널 걱정하는게 마치 내가 선규를 걱정하는 모습 같았어. 좋겠다. 너를 끔찍히 생각해주는 아들이 있어서"
"선규도 너에게 잘하잖아"
선규얘기가 나오니까 명숙은 저도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요즘 선규때문에 걱정이 되서 죽겠어"
"아직도 그문제야?"
"네가 준 책들을 읽어보았는데도 해결책이 안나오더라"
"그래? 그럼 성상담소에 가야되겠네. 그런데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거 아냐?"
명숙은 잠시 머뭇거라다가 입을 열었다.
"그걸 많이 하는거 같애"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선규방에 있는 휴지통에 매일 휴지가 수북히 쌓이거든. 그렇게 자주 하면 몸에 안좋잖아"
"듣고보니 그러네"
"그런데 난 그애방에 휴지를 더 갇다놓은거 아니?"
"엉? 그게 무슨 소리야?"
"많이 하는걸 보니 성충동이 자주 일어나나봐. 그걸 못참고 밖에서 무슨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잖아"
"설마 그러겠어?"
"모르지. 요즘애들은 그런거에 빨라서 가끔가다 중고등학생같은 여학생이 임신 테스트기를 사러오면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10대들이 낙태수술을 받는다는 소리는 나도 들었어. 정말 큰일이다"
"그래서 책을 보니까 그런구절이 있더라. 그걸 도와주면 그런일이 나는걸 예방할수 있대"
"맙소사. 그래서 정말 그렇게 한거야?"
"그럼 어떡하니? 뾰족한 수는 없고 걱정은 되고. 내가 잘하는건지를 모르겠어. 오죽했으면 애한테 콘돔을 가지고 다니라고 말할까라는 생각도 나더라니까"
그말을 듣고 혜영은 얼굴이 빨개져서 명숙을 쳐다보았다.
"그정도야?"
"그렇다니까. 여자애라면 이런걸 말하기가 쉬울텐데 남자애라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도 모르겠고"
"주위에 삼촌같은 사람없니?"
"내가 친척들을 만나는걸 싫어하는것을 잘 알잖아"
"그럼 상담소에 가라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지금 그걸 고려하고 있는데 선규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겠고. 네말대로 상처받으면 안되잖아"
"정말 괴롭겠다"
"자식을 키우면 이런점이 힘드네. 그만 가봐야겠다"
혜영도 일어나서 명숙을 문앞에까지 바래다주었다.
"다시한번 너무 고마웠어"
"또 그런다. 우리사이에 그런게 어디있니? 약은 거르지않고 잘 먹고있지?"
"응"
"며칠간 책방에 나가지말고 푹 쉬어. 다 나으지 않았는데 무리하면 오래동안 고생하니까"
"알았어. 마치 시어머니가 2명이나 있는거 같네"
"나와 태수? 호호, 그럼 시집살이 즐겨봐라"
"놀리기는. 어서 가봐. 선규 오겠다"
"그래. 몸조리 잘해"
명숙을 보내고 혜영은 다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온 태수는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을 보고 놀랐다.
"엄마가 하셨어요?"
"응. 어서 먹어라"
"쉬시지 않고 왜 하셨어요? 제가 차려 먹을수 있는데"
"가만히 있기가 따분해서"
"엄마도 참. 몸은 어떠세요?"
"이제 괜찮아"
"집안일은 제가 할테니 엄마는 그냥 계세요"
헤영은 같이 앉아서 태수가 밥먹는것을 지켜보았다.
"선규엄마가 다녀가셨다면서요?"
"응. 열쇠 받을때 그래?"
"네"
태수를 보면서 명숙이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다.
"태수야, 어제 많이 놀랬니?"
"네. 평소에 몸도 약하신 엄마가 끙끙거리며 앓으시니 놀랄수밖에요. 다음부터는 무리하시거나 아프시지 마세요"
"그래. 조심할게"
밤에 책을 읽고있는데 태수가 방문을 두들겼다.
"엄마, 제가 옆에 있어드릴까요?"
"괜찮아. 네방에 가서 자. 어제 잠도 못잤는데 피곤할거 아니야. 나는 잠을 너무 많이 자서 늦게 잘거 같애"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자"
방문을 닫는 태수의 얼굴에는 왠지모를 서운한 기색이 있었다.
혜영은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고있었다.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는데 태수의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조용히 열고 들여다보니 태수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명숙의 말과 태수가 자신을 걱정하던게 생각나서 문을 닫고 태수옆에 앉아서 아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옆에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네가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그러면서 태수가 옆에서 밤새도록 자신을 간호해줬던 일, 미음과 약을 챙겨줬던 일등이 생각났다.
[그렇게 나를 헌신적으로 생각해주는 이런 애가 남편이나 애인이면 행복할거야]
그런생각을 하자 혜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왜 자꾸 태수를 그런쪽으로 결부시키지?]
저번에 태수를 남자로 생각했었을때도 그런생각을 했던 자신이 무척이나 놀랐었다. 또한 태수가 미음과 약을 먹여줬을때는 저도모르게 안먹겠다고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고 싶었을 정도였다.
[내가 너무 오래 혼자 살아서 그러나? 아들에게 그런감정이 생기고]
혜영은 힘없이 웃으며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이틀이 지나고 명숙은 혼자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선규는 친구를 만나고 곧장 보급소로 간다고 해서 저녁시간까지는 선규가 집에 올일이 없었다. 설겆이를 하고 선규의 방에 들어가서 청소하는데 휴지통에 쌓인 휴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얼마나 자주 하는거야?]
휴지들을 꺼내 펴보니 무언가 말랑말한게 만져졌다. 그러자 명숙은 얼굴이 빨개졌다.
[어이구, 선규의 정액이 굳은거잖아]
황급히 휴지들을 다시 휴지통에 넣고 버릴려고 나오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혹시 선규가 집에서 음란물을 숨겨놓고 보는거 아니야?]
선규의 방을 뒤진다는게 마음에 걸렸지만 아들을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책상서랍이나 옷장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념하고 나갈려는데 침대밑이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거기를 보니 여행가방들이 있었다. 가방들을 꺼내 그뒤를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가방을 다시 집어넣을려다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가방을 열어보았다. 안에도 텅 비어있었는데 어느 한가방의 속주머니가 뭉특하게 튀어나온게 보였다. 아무생각없이 속주머니를 열어본 명숙은 기겁을 했다.
[여자의 브래지어와 팬티잖아! 이게 왜 여기에 들어있지? 가만. 내거같은데?]
이리저리 실피며 모양과 상표를 보니 분명히 자신의 속옷임이 틀림없었다.
[최근에 입었던거 같은데?]
명숙은 화장실로 뛰어가서 세탁기를 열어보니 안에는 아침에 집어넣은 속옷들이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
속옷들은 가방안에 있었던거보다 입은지 더 오래된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브래지어와 팬티안에는 휴지에 묻어있었던 말랑말랑한것들이 묻어있었다.
[그럼 선규가 내속옷들을 가지고 자위를 한단 말이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요즘 자신이 방이나 화장실에서 나올때 문앞에서 서성거린던 선규가 기억났다. 그때는 대수롭지않게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여자가 궁금한가? 하지만 내속옷들을 가지고가서 자위를 하는건 이상하잖아. 그러다가 잘못되서 나중에 변태가 되면 어떡해?]
명숙은 걱정이 심하게 되면서 다시 선규의 방으로 가서 뒤져보다가 침대의 매트리스밑에서 여자들의 나체사진들이 들어있는 책들을 발견했다. 사진들은 보면서 명숙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선규도 다른애들처럼 음란물을 보는구나. 호기심이 많은 나이인데 야단칠수도 없고]
다시 책들을 매트리스밑에 숨긴뒤 가방들을 밑으로 밀어넣을려다가 손에 쥐고있는 속옷들을 보았다.
[이따가 없어진걸 알면 내가 발견한걸 눈치챌텐데. 그러면 내게 얼마나 창피해할까? 만날 여자가 없으니 그애딴에는 내속옷을 보고 흥분한 모양인데]
자꾸만 신경이 쓰였지만 선규가 놀랄가봐 속옷들을 다시 가방안에 집어넣었다. 자신의 속옷들이 아들의 자위헹위에 사용된다는것이 부끄러웠지만 나중에 선규가 커서 성적으로 이상해지는것이 두려웠다.
[성상담소에나 데려가야 하겠어]
가방을 집어넣고 휴지통을 들며 일어서다가 책장을 보게되었다.
[요즘 선규가 무슨 책을 읽지?]
책장에 꽃혀있는 책들을 보니 모두 참고서나 교양책들이었다. 한번 훑어보고 나갈려는데 우연히 책장뒤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는 몰랐는데 벽과 붙어있어야할 책장이 약간 사이를 두고 벽에서 떨어져 있었다. 자세히 생각을 안하면 그냥 지나칠 일이었다.
[왜 책장이 떨어져 있지?]
궁금해서 들여다보니 책장과 벽사이는 간신히 팔을 집어넣을수 있을정도로 틈이 벌어져 있었다. 팔을 넣어 이리저리 짚어보니 뭔가가 잡혔다. 뭔지도 모르는 물건을 꺼내는데 그뒤에 또 뭔가가 짚어졌다. 물건들을 모두 꺼내니 케이스가 없는 2개의 비디오테이프들이었다 . 테이프들에는 제목도 안적혀 있었다.
[혹시 포르노테이프 아니야?]
테이프안에 무슨내용이 있나 볼려고하다가 시계를 보니 다시 약국에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할수없이 테이프들을 있던 자리에 놓고 방을 나왔다. 그러나 가방안에 있는 자신의 속옷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저걸 어떻게 해야하나? 가져올수도 없고]
근심으로 가득찬 명숙은 한숨을 쉬며 약국으로 갔다.
다음날 혜영은 태수를 간신히 설득해서 책방으로 나왔다. 몸도 많이 좋아졌고 또한 몇권이라도 책을 팔아야 할 판국에 여러날을 문닫을수는 없었다. 책방을 청소하고 자리에 앉아서 장부를 검토하는데 태수가 머리에 떠올랐다. 오래간만에 집에서 며칠을 쉬어보고 태수에게 지극정성으로 간호까지 받아보니 기분이 개운했다. 그러나 혜영은 자꾸만 태수에게 의지하고싶고 남편이나 애인처럼 투정을 부리고싶은 마음이 생겨 이상하기도 하고 혼동이 되기도 했다. 태수의 간호를 즐겼고 또한 태수가 자신을 챙겨줄때는 마치 남편이나 애인이 자신을 아껴주는것같은 행복감마저 드는것이었다.
[왜 자꾸 태수가 아들로 안느껴지지? 자식같은 구석이 안보여서 그런가?]
머리를 갸우뚱하며 있는데 문이 열리며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아주머니, 오늘은 나오셨네요"
"잘 있었어? 유진이 학생"
혜영은 생글생글 웃고있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큰책방과는 달리 이렇게 작은 책방은 단골을 확보해두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혜영은 단골들의 이름을 외어가며 책방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냥 인사만 나누는 단골도 있었고 유진이처럼 얘기를 나누는 단골손님도 있었다. 혜영은 유진이가 마음에 들었다. 예의가 깍듯하고 정감있게 행동해서 마치 딸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지난 며칠동안 문을 안열으셔서 어디 가셨는지 알았어요"
"그동안 좀 아팠었어"
그러자 유진은 눈을 크게 뜨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았다.
"이제는 괜찮으세요?"
"응. 푹 쉬어서 많이 나았어"
"아드님이 많이 걱정했겠네요"
그소리에 혜영은 놀라서 유진을 보았다.
"우리아들을 알어?"
"네. 태수가 맞죠?"
"응. 어떻게 알어?"
"일요일마다 태수가 나와서 책방을 보잖아요. 착한것 같기에 얘기를 나눠봤어요"
"그랬구나"
"태수가 아주머니를 많이 생각하던데 무척 놀랐었겠네요"
그말을 듣고 혜영은 왠지 쑥스러움이 느껴져 미소를 지었다.
"좀 그랬어. 엄마와 단둘이 사니 그럴만 하지"
"그런 아드님을 두셔서 든든하시겠어요"
"별탈없이 잘 자라줘서 고맙게 생각해"
혜영은 책을 사고 나가는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뉘집여식인지 참하기도 해라. 나중에 태수가 저런 여자애와 결혼했으면 좋겠네]
유진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혜영은 다시 장부를 보며 책들을 정리했다.
선규가 신문배달을 하러 나가자 명숙은 약국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어제 선규가 자신의 속옷들을 가지고 자위를 한다는걸 안 이후로는 민망해서 선규를 똑바로 볼수가 없었다. 성상담소에 가자는 말을 꺼낼려고 했지만 놀랄 아들의 반응이 걱정이 되어서 얘기도 못했었다.
[오죽했으면 내속옷들을 가져갈까?]
선규에게 어떻게 말을 하나하고 고민하는데 문득 어제 발견했던 포르노테이프들이 생각났다. 남편과 같이 살았을때는 남편이 포르노테이프를 들고와서 같이 보기는 했었는데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남편과 할때는 몰랐는데 남들의 행위를 보니 이상했고 또한 남자포르노배우의 커다란 성기도 징그러워서 그다음부터는 포르노를 보기를 꺼려했었다. 그럴때마다 남편은 그런 명숙이 재미없다고 심통을 부리곤 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선규는 어떤 포르노를 보는지 궁금했다.
[설마 변태적인 포르노를 보는건 아니겠지?]
찾아오는 손님들을 받다가 궁금증을 더이상 못참아서 약국문을 닫았다.
[이럴때는 누구밑에서 일을 안한다는게 편하고 좋네]
집문이 잠겨있는지를 확인한뒤 명숙은 선규방에서 테이프들을 가져와 그중의 하나를 비디오에 집어넣었다. 계속 보니까 예전에 남편과 보았던것과 비슷한 젊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그저 성행위만 하는 내용없는 포르노였다.
[이런걸 왜 보지? 재미도 없고 징그럽기만 한데]
중간에서 테이프를 끄집어내고 다른 테이프를 넣어 뒤로 돌렸다. 테이프가 다 돌아가고 틀자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나왔다.
[타부? 금기라는뜻 아니야? 그런데 이런거에도 나이가 든 배우들이 나오네]
배우들간에 대화도 꽤 있고 내용이 있는것 같아서 계속 보다가 명숙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어..어떻게 엄마와 아들이.....]
명숙은 입을 크게 벌리고 숨도 제대로 못쉬면서 영화가 끝날때까지 보고만 있었다.
[세..세상에. 저런걸 보면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어?]
그러자 뒷통수를 뭔가에 얻어맞는 느낌이 들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호..혹시 선규가 나에게?]
그동안의 선규의 행동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사춘기때 흔히 오는 성에 대한 호기심과 충동으로 여겼지만 포르노를 보니 선규가 자신을 보며 얼굴이 빨개졌던 일, 속옷들을 가져가 자위를 하는 일, 방이나 화장실을 나올때 문앞에서 서성거리던 일등이 예사롭게 생각되지가 않았다.
[그럼 선규가 나를 여자로 생각한단 말이야? 마..말도 안돼. 그런 끔찍한 일이......]
명숙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포르노테이프들을 제자리에 갖다놓고 식탁앞에 앉아서 저녁준비를 할 생각도 안하고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었다.
10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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