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수건 - 며느리 (딱 한 뼘 ...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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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561회 작성일 20-01-17 13:36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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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빨간 수건 - 며느리 (딱 한 뼘 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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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결혼을 한 뒤에 군대를 간 후 군대생활이 2년 차에 접어 들면서 어느 날 오후 3시쯤 아들이 자대에서 어떤 훈련을 받다가 그만 다쳐 "아드님이 열심히 훈련을 받다가 조금 부상을 입어 자대 의무실에서 아마 3-4일간 입원을 하여 쉬면서 요양을 해야 한다"는 중대장의 전화를 받자마자 시아버지는 집 근처 가까이 있는 조그만 전자제품 조립공장에 일당으로 나가 일하는 며느리를 급하게 불러내어 서둘러 자기 자가용에 태워 강원도 양구 근처 부대로 아들 면회를 가는데, 두 사람의 우울한 걱정을 함께 실은 자가용이 신나게 달리다 소양강 휴게소에 들려 며느리는 플라스틱 용기에 들은 600㎖ 들이 콜라를 사고 시아버지는 유리병에 들은 사이다를 한 병을 산 후 둘다 아무 말 없이 홀짝홀짝 마시면서 달리다가 자동차가 OO초등학교 입구를 막 지나칠 때쯤 제각기 사 온 음료수들을 다 마시고 난 뒤 속이 빈 병들을 뒷좌석에 차례로 던져놓고 계속하여 달기 시작하는데, 군부대라는 것이 대개 민가와는 동떨어져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관계로 두 사람은 아스팔트 포장이 된 도로를 버리고 누런 황토 먼지가 풀풀 날리고 도로 위의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마구 널려 있는 비포장 도로에 접어들자 그래도 제법 쿠션이 좋다는 소나타2 신형 중형차도 심하게 덜컹대기 시작했고 그 때까지도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하시던 시아버지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한 후 입을 열면서 "그래. 많이 다치지 는 않았다고 했지 ?", "네 아버님" , "에이∼조심하지 않고 어쩌다가 쩝 쩝…" , "무릎 인대가 조금 늘어났다고…" , "그래. 젊은 나이라 금방 낳겠지 뭐" , "네. 동네 정형외과 의사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 "그 봐. 그렇다고 하지 ?" , "네" 하고 대답하자 다시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가다가 자동차가 꾸불꾸불한 점O마을 고갯마루쯤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제법 어둑어둑해 졌는데, 이때 갑자기 서쪽 하늘에서 뿌연 먼지와 붉은 흙가루를 날리는 일진광풍이 몰려 와서 자동차 앞 유리에 온통 허옇게 뿌려지자 시아버지는 머리를 계기 판에 가까이 갖다대고 고개를 돌려 눈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어 ? 갑자기 날씨가 왜 이래 응" 하면서 윈도우 브러시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거센 광풍이 한 번 더 몰아치더니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고 금세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워지자 시아버지는 브레이크를 밟아 자동차 속력을 늦추고 헤드라이트를 켰는데 자동차 앞 유리창에 어느새 가는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하자 시아버지는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아, 이 강원도는 말이야. 산악지방이라 날씨가 워낙 변화무쌍하여 햇볕이 쨍쨍 하던 한낮에도 어느새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와서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들어 차를 세우고 한참을 그냥 그 자리에서 기다리게 하지 않나, 그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양동이 채로 쏟아 붓지를 않나, 하여튼 산이 높고 골이 깊어 날씨도 들쭉날쭉 정말 알 수가 없는 것이 강원도 날씨여서 오늘은 제발 무사히…하는 심정으로 길을 출발했는데 오늘도…이거" 하며 말을 중단했다가 시아버지가 마른침으로 입맛을 두 어 번 다시고는 낮은 음성으로 "아가야. 우리…그 때 기억나지 ?" , "네. 언제…요 ?" , "아니…헛…흠…그 때가…형석이 그 놈이 신병훈련을 막 마치고 자대에 배치됐다고 면회를 오라고 하여 내가 널 이 차에 태우고 면회를 갔을 때 말이야" , "네…" , "그 때가…12월 달로 한 겨울이었으니 날씨가 말도 못하게 엄청 추웠지 ?" , "네" , "그래. 그 때가 이곳에 접어들자 라디오에서 아마 영하 20도 랬나 ? 22도 랬나 ? " , "네. 영하 22도 요" , 그래. 우리 그 때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지금도…아, 그 때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했니 응 ?" , "…네…" , "아니, 그래. 무슨 놈의 눈이 겨우 한 40분 정도 내렸는데도 금방 허리 높이 까지 쌓여서 자동차 문도 열지 못하여 꼼짝도 하지 못하고 이 차안에 갇혀 있다가 다음날 오후쯤에 군부대 그레이더가 와서 제설작업을 할 때까지 만 하룻밤하고도 반나절 동안 이 차안에서 한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었으니…" , "…" , "난. 그 때만 생각하면 눈이 자주 오는 겨울에는 다시는 강원도로 가지 않는다고 했는데…지금은 초가을이라 날씨라 별일이야…없겠지 ?" , "…네…" 라고 대답을 하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어느새 비는 뿌연 안개와 같은 가랑비로 변했지만 거친 황토바람은 계속 불어와 누런 먼지와 흙가루를 날려 유리창에 뿌려댔기 때문에 시아버지는 윈도우 브러시는 계속하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사이 사이 간헐적으로 몇 번 정도 브러시 워셔액 스위치를 올려 워셔 액을 뿜어주다가 또 다시 유리창에 먼지와 흙이 뒤덮여 워셔액 스위치를 올리자 나오라는 워셔 액은 올라오지 않고 갑자기 "윙 윙"하는 모터소리만 들리고 워셔액이 나오지 않자, 자동차 앞 유리가 금세 진흙탕으로 범벅이 되어 시야를 완전히 가려 달릴 수가 없게 되어 시아버지는 자동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차 앞으로 가서 본 네트를 열고 어둠 속에서 워셔액이 들어 있는 통을 두르리니 워셔 액이 비어있어 빈 통이 "통통" 소리만 나기에 워셔 액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흔들며 자동차 뒤로 가서 드링크를 열어 놓고 한참을 뒤지다가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서는 "워셔액이나…아무거나 한 방울도 없는데…이거 어떻게 하나" 하고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그 때 무슨 생각이 났는지 운전석에 앉은 채 몸만 뒤로 돌리고 오른쪽 팔을 뻗어 아까 뒷좌석 바닥에 버린 빈사이다 병을 더듬어서 찾아 집어들고 며느리가 들으라는 듯이 혼자서 "밖에 나가서 이 병으로 물을 좀 담아 와야 겠다"하고 자동차 문을 열고 나가서 도로 옆 숲 속으로 들어 간 뒤 한 5-6여 분이 지나고 난 뒤 시아버지는 빈사이다 병에 반쯤 정도 물을 담아와서 워셔통에 부어 그 물로 브러시를 돌려 앞 유리창을 닦으며 자동차는 다시 한참을 달렸는데, 얼마 가지 않아 또 다시 워셔액이 떨어져 도저히 자동차가 달리 수 없게 되자, 시아버지는 자동차를 세웠지만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어색한 침묵 속에 있다가 마른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며느리가 뜸을 들이다가 겨우 "…이번에는 제가 나가서 물을…담아 올 깨요", "아냐. 내가 갈 깨", "아니…아버님은…그 대신 이 피터 병을 칼로…여자들이 신는 코 고무신처럼 잘라 주세요" , "응 ?" , "그래야 물을 퍼 올 수가…병마개는 꼭 닫아 주시고" , "응. 그래" 라고 대답한 시아버지는 조수석 사물함을 뒤져 녹슨 문구용 칼을 찾아들고 빈 피터 병을 옆으로 뉘여 여자 고무신처럼 옴팍하게 잘라주어 며느리에게 주었는데, 며느리는 말없이 피터 병을 받아 든 후 뒷좌석에 둔 핸드백을 가져와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핸드백을 뒤져서 작고 앙증맞은 휴대용 빨간 수건을 손으로 돌돌 말아 쥐고 도로 옆 숲 속으로 들어가서 10여분 뒤에 피터 병에 물을 받아 왔기에 시아버지가 이를 받으면서 " 넌…나 보다 많이 받았…구나". 이제 거의 다 와 가는데 이만하면 거기 까진 가겠지" 라고 말하고 그것을 워셔통에 붓고 난 뒤 두 사람은 자동차 안으로 들어 온 후 차가 출발하기전 시아버지가 그윽한 눈으로 며느리를 쳐다보자 며느리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는데 그 때 시아버지는 두 손으로 며느리의 양손을 살며시 잡고
"아가야. 초겨울이라 손이 시리지 ?"
"…네…" , "그래. 손이 많이 차구나…여기 손에…물도…조금 묻었구나 ?" ,
"…네. 워낙 어두워서…피터 병을 세로로 해서…같은 방향으로 잘 맞추어서…갖다 댔는데도…" ,
"아니…그 때는…작년에 눈 속에 갇혔을 때…아까 그 병과 같은 600㎖들이 작은 피터 병이었는데도 밖으로 튀지도 않고 깔끔하게 잘…하더니만"
"…그 때는 아버님이…두 손으로…잘…잡고…약간 오므려…주셔서…밖으로 튀지는 않았죠 ?"
"…그랬나 ? "
"네"
"맞아. 그 대신…그 때도 아마 내 손에…몇 방울…조금 튀었지…",
"……네…"
"그래…내가 닦아…주랴 ?",
"…………" ,
"……닦아…주랴 ?" ,
"……네……휴지로…" ,
"아니……그 때처럼…내…입으로…응 ?",
"…………" ,
"아가야…응 ?"
"……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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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 및 등록대행 : 정O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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