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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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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20회 작성일 20-01-1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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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일째다. 그 동안 내가 성기에게 한 말이란 저녁에 밥 먹으란 소리 밖에 없었다.

물론 성기는 저녁을 먹지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침 밥상을 차리고 도시락을 싸서 식탁에 놓아두고 성기를 깨우기 위해 방문을 두드린다.

그리곤 난 바로 가계로 와 버린다. 성기는 차려둔 아침밥은 먹지 않고 도시락을 챙겨 학교로

간다. 이런 식이다.



가계에 손님이 뜸할 땐 성기에게 할 말을 생각하다 머리가 복작해져 멍하니 넋을 놓고 있다가도

갑자기 그 여편네를 죽이고 싶은 충동에 휩쌓이곤 했다. 생각할수록 분노는 깊어만 갔다.

5일동안 제대로 자지 못해서인지 두통이 심해 약국으로 향했다. 약을 산 후 저녁 반찬거리를

사려고 시장 안쪽 가계들을 들락날락했다. 반찬거리도 반찬거리지만 사실은 시장에 소문이

퍼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동정을 살피는 것이 나에겐 더 중요했다. 소문은 없었다.

이것 저것 산 후 마지막 가계를 나오는데 시장 끝에서 성기가 얼핏 보이는 것 같아 제자리에

멈추고 사람들 사이로 성기를 찾았다. 하교하는 교복 차림의 성기다. 역시 녀석은 키가 크고

잘 생겼다. 아빠를 닮아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아침에 성기를 깨울 때 녀석의 얼굴에서

난 아빠의 얼굴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성기와 마주치면 어색할 것 같아 돌아서서 가려는데 성기가 어떤 가계 앞에 멈춰 섰다.

잠시 망설이는 듯 싶더니 가계로 들어갔다. 가슴이 철렁했다. 속옷가계. 그 여편네 가계다.

온몸이 떨려왔다. 난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앞뒤 잴 것도 없다. 이젠 이판사판이란 심정으로

그 여편네 그냥...

30여 미터를 남겨 두고 성기가 가계에 나오는 것이 보였다. "어? 금방 나오네."

난 뛰던 것을 멈추고 가계들 사이로 난 좁은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학교에서 부족한 잠을 자도 여전히 머리가 무거웠다. 입맛도 없다.

" 성기야, 성기야."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영식이 아줌마다. 실수다.

아줌마 가계를 피해 돌아다녔는데 깜빡했다. 망설였다.

계속 불러댄다. " 잠시만 들어와봐."

가계로 들어서니 아줌마는 약간 상기되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는다.

" 니 엄마가 아무말 안하디?"

"......."

"응? 뭐라 안해?"

"아니요."

아줌마 표정이 약간 밝아진 듯 보였다.

엄마도 아직 아줌마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나 보다. 솔직히 아줌마는 그렀다치고

엄마는 내게 지난 번 일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속이 타 들어가는 듯 했다.

고문에 가까웠다. 차라리 죽도록 맞는 것이 맘 편하겠다.

" 아무 말 없었다, 이거지. ...... 그래,성기야 지난 번은 미안했다."



난 뒤돌아서서 가계를 나왔다.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다. 가계를 나와 집으로 방향을 잡는데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을 피하려고 떨구었던 고개를 드는 순간 엄마를 본 듯 싶었다.

분명 엄마였다. 급히 옆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엄마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에 띠는 타입이다.



시장에서 엄마는 꽤나 유명하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시장통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젊었다. 내 또래 친구들의 엄마들은 대부분 40대 초반인 반면

엄마는 35살이다. 20살에 날 낳았던 것이다.



그 골목을 지나치며 곁눈질로 확인차 살폈다. 엄마가 날 쳐다보고 있다. 엄마의 얼굴은 심한

걱정스러움으로 일그러져 있다. 내가 속옷 가계로 들어가는 것은 본 것이 분명했다.

"시발, 미치겠다."

시장통을 뛰기 시작했다.



성기가 지나가고 나서 좀 있다 골목을 나왔다. 성기가 보이질 않는다. 사람들에게 가려 보이지

않던 성기가 뛰어 가고 있었다. 나도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가계에서 두통약을 먹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망설임도 없이 성기방을 벌컥 열었다.

침대에 누워 있던 녀석이 벌떡 상체를 일으킨다.



"야,그 가곈 왜 들어가어? 왜 들어갔냐말야."

"......."

"도대체 거기서 무슨 짓을 하거야?" 난 발악을 하듯이 소릴 질렀다.

성기의 눈에서 소리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 엄마가, 엄마가 무슨 말 안 하더냐고 물었어."

" 쌍년 같은 여편네. 그리고 또, 또 뭐라 시불이디."

" 미, 미안하다고."

" 울지마, 니가 뭘 잘했다고 울긴 울어."

" 미안해,엄마."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소리없이 울던 녀석이 엉엉 소리내며 울기 시작한다.



이건 아니였다.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인데, 물론

딱히 적당한 대책도 없긴 했지만 지금 이건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가계 들어가는 성기를 보고 울컥한 마음에... 참지 못하고...

이렇게 풀면 안된다.

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 앉았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용히 말했다.

"성기야, 니 잘못 아냐. 어쩌다 그렇게 된 거잖아, 그치?"

"흐....흐흐"

"울지 말래도. 니 나이땐 이상한 책도 보고 자위도 할 수 있어. .......... 물론 지난 번 일은 아니지만."

"잘못했어,엄마."

갑자기 가슴속에서 울컥하며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내 눈물을 보자 성기는 더욱 흐느껴 울었다.

"울지 말래도. 괜찮데도. 잊어버려."



우리 둘인 이렇게 한참을 울었다.





한참 후 엄마와 난 울음을 멈췄다. 속이 후련했다. 그동안 초조로 찌든 마음이

울고 나니 한결 가벼워졌다. 엄마도 긴 한숨을 내 쉰 뒤에는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내 잘못이 아니며 이젠 그 일을 잊어버리란다. 내 귀를 의심했다. 이걸로

끝내는 걸까? 학교 갔다오면 씻어야지 왜 침대에 기어들어 갔느냐며 빨리 씻으란다.

그리고 방을 나갔다. 잠시 후 부엌에서 물소리가 났다. 저녁을 준비하는 것 같다.

" 빨리 안 씻을래."

난 아직 벗지 않은 교복을 추리링으로 갈아 입고 욕실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잠시 욕실 앞에서 멈췄다. 욕실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열었다.

드르륵 열리는 문소리가 너무 크게 드리는 듯 했다.



지난 5일 동안은 끔찍했었다. 난 그런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답답하기만 했었다.

난 식사 준비를 하며 좀 전 말했던 걸 되새겼다.

"그래 아까 성기에게 한 말은 진심이야. 녀석의 잘못이 아니야. 어쩌다 정말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그래,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풀어 버리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녀석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꼬치꼬치 캐 물을 수도 없잖아.

그렇다고 때려서 풀린 문제는 더욱 아니잖아. 그 쌍년의 잘못이 더 커.

단지,성기는 성적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한 것 뿐이야. 그 나이엔 다 그렇잖아."



저녁을 마루에 차리고 성기를 불렀다. 녀석이 나오질 않는다.

몇번 부른 후에야 녀석이 어색한 동작으로 방안에서 나왔다.

5일만의 대면이다. 말없이 밥만 먹었다. 아까 방에서 보다 훨씬 어색했다.

" 팍팍 퍼 먹어. 복 날아가게 그게 뭐냐."

난 애써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한마디 했다. 녀석이 날 보기에 웃는 표정을

지었다. 내 자신이 느끼기에도 어색하게 웃는 표정이었다.



엄마가 웃는다. 애쓰고 계시다. 더욱 미안했다. 난 밥을 맛있게 먹으려 노력했다.

빨리 먹어치우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조금 후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설거지를 하는가 보다. 난 조용히 방을 나와 부엌으로 향했다.

엄마는 어느새 슬립 차림이다. 엄만 집에서 늘 슬립 차림을 하고 있다.



난 애써 밝은 소리로 말을 했다.

"엄마, 내가 할께요."



"괜찮아. 들어가.다 했어"



난 다시 내방으로 왔다. 책장속 깊숙히 숨겨 두었던 잡지와 빨간책을

꺼내 들고 방을 나왔다. 마침 엄마가 설거지를 끝내고 부엌을 나오고

있었다. 난 빠른 걸음으로 마루를 지나 현관문을 나섰다.

작은 마당을 지나 대문 밖 옆 쓰레기통에 그것들을 버렸다.



녀석이 뭔가를 들고 황급히 현관쪽으로 간다. 잘 보지를 못했지만

빨간색 책이 얼핏 보이는 것 같았다. 순간 긴장이 되었다.

이미 녀석은 현관을 나가 버렸다. "저걸 들고 어딜 가는거지?"

난 안방으로 들어와 창문 틈으로 대문쪽을 보았다.

상기가 대문을 나서는가 싶더니 이내 들어왔다.

마당을 가로 지르는 녀석의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버린 모양이다.

말로 표현이 안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잘했어,성기야라고 말을 해주고픈 그런 마음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걸 아깝게(녀석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소중한 것)

왜 버리니라고 묻고 싶은 마음도 아니다.

하여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녀석이 측은하게 생각 되었다.

마당을 걷는 모습에서 40대의 고개숙인 남자를 본 듯 했다.



다음 날 아침,쓰레기를 버리며 찾아 보았다. 있었다. 난 잡기와 빨간책을

마당과 붙어 있는 가계에다 놓아두고 집으로 들어와 아침을 챙겼다.

오늘 아침은 어제 저녁보다 어색하진 않았다. 학교 생활은 어떻고 친구들은

어떻고 등등을 물었다. 사건 이후 학교 생활이 엉망이 되지 않았나 하는

염려되는 마음으로 물었다. 성기는 다 괜찮고 좋다면 짧게 대답했다.



성기가 등교하자 난 대충 치우고 가계로 나왔다. 이것 저것 가계를 정리하고

의자에 앉았는데 불편함이 느껴져 보니 아침에 쓰레기통에서 들고온 성기

녀석이 버린 잡지와 빨간책이다.

우선 잡기책을 훓어 보았다. 전에도 한 번 봤던 책이다. 성기 책장속 깊은 곳에 감춰진

것을 찾아냈을 때 그 잡지다. 빨간책도 마찮가지다. 발견 당시에 대충 내용을 알기

위해 앞부분 한,두페이지를 읽어었는데 근친상간에 관한 책이었다.

오전에 손님도 거의 없기 때문에 난 빨간책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조잡한 글 구성이지만 아들과 엄마가 뒤엉킬 때의 묘사는 아찔할 만큼 치밀했다.

읽다보니 보지 안쪽 깊은 곳에서 짜릿한 느낌이 퍼져나와 등줄기를 타고 머리로 옮겨왔다.

정말 오랜 만에 느껴보니 느낌이었다.

다시 잡지를 자세히 한장 한장 넘겼다. 대부분 보지가 클로즈업된 사진들과 삽입장면의 사진들이다.

넘기다 삽입 직전인 자지 사진에 내 눈이 고정 되면서 욕실에서 사정하던 성기의 우람한 자지가

갑자기 떠올랐다.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사건 이후로 성기의 자지가 뚜렷하게 머리에

떠올린 것은 처음이다. 그러고 보면 성기의 발기돈 자지를 직접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팬티 바람으로 텐트를 친 모습만 본 적이 있을 뿐이다. 목욕을 시킬 때도 자지에 비누칠 할 때면

발기하려고 끄떡이던 모습만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성기 자지는 크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남자의 자지로 인식되면 흥분시키는 그런 자지가 아니였다. 그냥 아들의 고추였다.

하지만 좀 전에 그 느낌은 짧은 순간이긴 했으나 이상했다. 고추가 아닌 자지란 느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정말 깜짝 놀랬다. 급히 전화를 받으니 공장 박사장이다.

옷샘플은 어떻게 할 거냐고 장사 안 할거냐고 묻는다. 오늘 샘플 넘기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박사장! 괜찮은 사람이다. 30후반이고 성격 좋고 자기일 확실하고.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다. 한 때, 그가 나에게 빠졌을 때 나도 잠시 흔들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관 방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이 있었다. 도저히 남편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잡지와 책을 아래쪽 서랍에 넣었다.

" 그나저나 녀석이 이걸 왜 버렸을까? 갑자기 흥미를 잃었나? 이제 겨우 중2인데?

한창 호기심 강할 나인데? 그 일 때문에 그런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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