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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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312회 작성일 20-01-17 13:57본문
(3) 외식
그해 겨울은 정말 모질었다.
너무 깊었다. 너무 깊어 저절로 하나 하나 끊어져 나가던 발길... 나무 아래 뒹구는 낙엽마저 하나 둘 자취를 감춰버리는 잔혹한 현실의 공황상태가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얼음 위에 맨발로 선 기분... 그 쓰라림...
그런 모진 날은 눈만 내렸다.
나날 공치는 날... 그 동그라미가 온 달력을 메웠다.
가계부가 불필요한 일상이었다. 나는 너무 빨리 지쳐가고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도... 이웃들도... 다 떠나가고 없었다.
오직 하나 아들뿐이었다.
아들 또한 늘 우울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 얼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 온 겨울이 걸렸다.
그 경황조차 없었던 거다.
쓰라린 지난날을 회고하는 일은 정말 가슴 아프다.
그래서 더 깊은 겨울 얘기는 말기로 한다.
아파트 뜰에 봄빛이 돌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했다.
내일 당장 찬 마련할 돈조차 통장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인 양 꺼려 해온 신용카드에 기대어 보기로 했다.
하긴 오빠가 생활비를 좀 보내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바락바락 악을 썼지만...
그래서 내일 통장 잔고가 늘어나 있지 않을 건지도 모르지만...
우울해 있던 아들이 지글지글 타는 불고기 앞에서 환해져 있었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한참 먹을 나이인데... 그래 한참 먹을 나이지.
둘이서 무려 8인분을 해치웠다. 대부분 아들이 다 먹었지만...
배를 두드리며 일어나 입구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떠와 내게 하나 내미는 그에게 노래방에 갈까고 물었다.
아들은 좋다고 펄쩍펄쩍 뛰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얼마 만에 보는 걸까? 까마득했다.
아들을 노래방에 넣어 놓고 화장실에 간다고 나와선 신용카드로 돈을 뽑았다.
10만원...
비록 작은 돈이지만 신용카드로 뽑은 돈은 그게 처음이었다.
상가에서 신용카드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이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은 내 자존심이라 여겨온 탓도 있었다.
노래방에 돌아오자 아들 혼자 신나 있었다.
나는 알지 못하는 노래... 템포가 빨라 따라 부를 수도 없는 노래를 혼자 열 올려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에 캔 몇이 놓여 있었는데 콜라 하나와 맥주 셋이었다. 안주도 놓여 있었다.
주인이 서비스로 주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시켰다 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잘 했다며 애써 눈빛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밝아진 아들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거다.
나도 몇 곡을 불렀다.
걸걸한 목에 맥주가 들어가자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그래서 아들이 노래를 부를 때엔 뒤에서 백 댄스를 해주었다.
대신 내가 노래를 할 땐 아들이 백 댄서가 되었다.
콜라를 다 마신 아들이 "나도 맥주 먹어도 돼?" 하고 묻길래 짧게 "그래!"라 답하였다.
업 된 내 기분 탓이었을 거다. 아들을 믿고 싶어서여서 인지도 모른다.
처음 조심조심 마시던 아들은 캔 하나를 다 비워버렸다.
나도 노래하는 중간중간 덩달아 마셨다.
나는 주로 심수봉 노래를 불렀는데(내 주요 레퍼토리들이다) 그때마다 나는 아들의 손을 내 어깨에 얹게 하고는 흔들흔들 노래를 불렀다.
내가 가게를 낸 뒤 사라져 버린 아침저녁 등 하교시의 포옹 인사...
아들도 나도 그 포옹이 그리웠을 거다.
지금 우리는 그와 유사한 포옹을 즐기고 있었다.
아들의 한 손에는 탬버린이, 나머지 한 손만 내 어깨에 머물렀는데 어느 순간인가 보니 두 손이 모두 내 어깨에 올라와 있었다.
우연인지 의도적 시도인지 알 바는 없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나의 착한 아들이니까...
아들은 또 하나의 맥주 캔을 따고 있었다.
그 손을 막고 눈을 한번 흘긴 뒤 딴 맥주를 내 입에 부었다.
아들은 더 이상 보채지는 않았다.
대신 제 노래만 주르르 찍어놓고 열나게 불러댔다.
노래는 어디서 배웠냐 물으니까 친구들과 더러 노래방에 간다 했다.
무슨 돈으로...? 그까지 물을 수는 없었다.
내가 주는 용돈에 대해서는 노 터치하기로 일찍이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나쁜 방향으로 덧 나가지는 않으리라는 아들에 대한 나의 믿음이 있었다.
시간이 끝나갈 무렵 주인이 덤으로 넣어준 시간에 우리들의 노래는 더욱 달아올랐다.
아들이 펄쩍펄쩍 뛰며 내 몸의 예민한 부위들을 슬쩍슬쩍 터치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나는 그의 의도적 행위는 아니라고 애써 무시했다.
의도적이라 해도 그 상황에서 별 대처 방법이 없었을 거다.
왜냐? 난 이미 그 터치를 즐기고 있었으니까...
걔의 엄마이기보다 한 여자이기가 더 요원했으니까...
억제한다(멸시에 가까운...)는 것이 얼마나 무망한가를 여실히 깨닫고 있었으니까...
술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 편이 훨씬 내 마음이 숨기 쉬우니까.
술 탓이야! 술 탓...
나는 나머지 캔을 마저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는 아들에게 조금 남은 캔을 넘겨주었다.
아들은 허리까지 꾸벅하고는 한 입에 비워버렸다.
"저래도 되나? 저래도 돼?"
입 속에만 맴도는 말... 그 말은 걔에게 하고픈 말이 아니었다. 내게 하는 말이었다. 걔의 보호자로서...
내가 마이크를 잡자 아들의 두 손이 내 어깨에 올려졌다.
그리고 내 노래와 함께 흔들거렸다.
엉덩이에 대어올 듯한 섶은 좀처럼 다가서지 않았다.
걔 나름대로 조심하고 있는 듯했다.
그럼 방금 펄쩍펄쩍 뛰면서 터치한 건 우연이었단 말인가?
그 답을 얻고 싶었다.
우연인 척 흔들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밀었다.
허리벨트의 반도인지 묵직한 감촉이 대이는가 했더니 멈칫 물러서는 거였다.
확실히 아들은 조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들의 모습이 어쩐지 재밌었다. 귀여웠다.
그래서 다시 시도했다.
또다시 대인 감촉... 그의 건 서있었다.
발딱 발기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도망치는 거 같았다.
다시 장난을 걸 시간을 재다 내 노래는 끝나버렸다.
마이크를 뺏어간 아들은 다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슬금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것도 흔들거리겠네? 생각하고 피식 웃었다.
왜 이리 재미있는지?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왜 이리 재밌어 보이고 웃음이 쏟아지는지... 내가 취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심을 잡아야지! 엄마로서의 중심을 잡아야 해!
그러나 생각뿐 내 몸을 따로 움직였다.
노래를 부르느라 펄쩍펄쩍 뛰고있는 아들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제발 고만 뛰라고 말리듯이... 그러다 불알이라도 떨어져 버리면 어째? 하듯이...
자꾸 터져 나오는 웃음 히죽히죽......
내 몸이 휘청했다.
뒤에서 잡힌 내 품에서 아들이 벗어나려 했을까? 몸을 흔들다 나를 놓친 걸까?
도망치는 것만 같은 그를 잡으려 와락 달려든다는 것이 물컹한 어딘가를 잡고 말았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채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앗 뜨거! 딱 그 표정으로 손을 놓고는 히-죽 웃었다.
아들은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눈치를 못 챈 건지 마이크에 악만 쓰고 있었다.
멍해진 나는 한동안 소파에 앉아 있다가 아들이 날 일으켜 세울 때야 시간이 끝났음을 알았다.
내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아들은 멀쩡한 듯 날 부축하여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까지 오는 골목길을 줄곧 나는 아들에게 매달려 왔다.
"얘, 너 술이 왜 그리 세?"
"아빠 닮았겠지 뭐!"
"엄마 몰래 마시지? 친구들과... 나쁜 친구들과... 꺽!"
"아, 아냐! 절대로..."
"그래! 엄마는 너 믿어! 꺽!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니, 꺼억 그쟈?"
아들은 자꾸 무너져 내리는 나를 끌어올리며 걸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 보니 그의 손바닥 하나가 내 젖가슴을 받히고 있었다.
이래선 안돼! 바로 서야 해! 마음뿐이고 금방이라도 조물락조물락 만져올 것만 같았다.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다리가 삐걱 하며 힐이 벗겨졌다.
아들은 안되겠다 여겼는지 내 앞에 등을 내밀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힐을 벗어들고 그 옆을 지나 몇 걸음 나아갔다.
어느새 앞으로 와 다시 엎드리는 아들의 등에 엎어지듯이 업히고 말았다.
애초 그러고 싶었는지 모른다. 다만 뒤죽박죽인 머리 속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이미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런 속에도 그의 어깨에 눌리는 내 젖가슴의 감촉과 치골에 대인 뾰족한 등뼈의 감각... 그리고 엉덩이에 감싸진 두 손바닥... 들이 모조리 느껴져 오는 거였다.
어쩌면 꿈속인 듯도 같고, 꿈속의 꿈인 듯도 같고...
아들이 날 내 침대 위에 털썩 내려놓았을 때야 다시 정신이 들었다.
정신이 들었다하여 생시는 아니었다. 꿈 아니면 그 언저리였다.
아들이 내 손에 꼬옥 쥐어진 힐을 뺏어들고 나가는 문소리... 발자국소리...
구시렁구시렁...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바람소리와 함께 들리는 거 같았다.
순간 써늘한 기운이 몸을 훑고 갔다.
웅크렸다. 강아지처럼...
떼쓰는 아이에게 옷을 갈아 입히듯 써늘한 바람이 위아래를 몰아세웠다.
아이, 싫은데...!
아이, 싫은데......
이윽고 익숙한 감촉의 이불이 덮였다.
이불은 곧 잠이다.
꿈속의 꿈이라도... 잠 속의 잠이라도 이불은 곧 잠이다.
그것만이 평화다.
내가 잠이 깼을 땐 새벽 두 세 시가 넘어서 일 것이다.
머리맡을 더듬다가 손에 잡히지 않는 물 컵에 놀라 깜짝 잠이 깼다.
내 방이라면 반드시 그게 있을 것이기에...
침대 위 괘종시계에 안심했다. 내 방일 테니까.
침대 아래 저쪽 구석에 놓여있는 물 컵과 주전자... 내가 왜 저기 두었지?
그때야 제 정신이 돌아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 아래로 발을 디디는 순간 섬뜩 놀랐다.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이었다.
혹시 도둑..? 먼저 그 생각부터 나 쭈뼛 머리칼이 일어섰다.
불 밝히기는 도저히 겁나고... 흐릿한 눈으로 살폈다.
아들이었다.
안도도 잠깐... 아들이 왜?
노래방? 그래, 노래방에서 부축 당해 나왔지. 그리고 집으로 오는 어느 골목에선가부터 업혀 왔었지. 이런... 이런 창피해 아들을 어찌 보나......
그렇게 와서는...???
내 옷은 잠옷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다.
그런데 왜 제 방으로 건너가지 않고 여기서 잠들었을까?
혹시 내가 술 주정이라도 한 건가? 토하기라도 했나?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을 다 해보았다. 날 어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나는 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어가서 물을 따러 마셨다.
그런데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데 또 한번 놀랐다.
아들은 정강이까지 아랫도리를 벗어 내린 채 누워 있었고 아직도 한 손으로 그걸 잡고 있는 거였다.
제 방에서 잠잘 때도 이런 모습일까? 근래 보지 못하여 그 답은 알 바 없다.
어찌해야 할지를 망설였다.
깨워 제 방으로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침대 위에 올려 재우기도 내겐 무리인 거 같고...
그렇게 망설이는 중에 차츰 눈에 익은 어둠 속에서 그의 실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아들의 성징인가?
같이 목욕을 하며 장난을 치던 그 때 보고는 처음인 거 같았다.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크기며 모양이며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잠들어 있어 위용을 가름하긴 어려웠지만 거뭇하게 자란 숲이며 내 중지보다 더 길 것만 같이 늘어진 살덩이 끝에 반쯤 얼굴을 내민 귀두... 그 아래 주름봉지 둘... 중간쯤에 검은 점이 있는 건 그대로 같았다.
그때는 손으로 받쳐들고 툭툭 털어 주기도 했는데... 그렇게 장난치며 놀리기도 했는데...
나는 내가 덮었던 이불을 그 위에 덮어주었다.
그런 후 침대로 올라왔다.
쉬이 잠들 거 같지 않았다.
그거마저 제 아빠를 닮았는지 코골이가 제법 심했다.
요즘은 그 코골이도 수술을 한다는데...
애의 포경은 저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제대로 씻기는 하는 건지...?
그렇게 자꾸 아들의 성기에 관심이 가는 것이었다.
성질은 제 아빠를 닮아선 절대 안 될텐데...
그랬다간 또 한 사람의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 게 뻔한데...
겨우 관심을 돌리는가 했는데
아들이 몸부림을 치며 이불을 차 넘기자 애써 감춰주었던 그 부위가 다시 드러났다.
다시 덮어줄까? 그 생각을 한참이나 하며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침대 아래로 손만 내려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다시 차 넘겼다.
이번에는 아예 이불을 깔고 그 위로 올라가 버린 거였다.
내 아이여서 일까, 엉덩이가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참 예뻤다.
아름답다는 표현까지 붙여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그 부위를 슬금슬금 만지고 있었다.
참 예뻐! 너무 예뻐!
손끝이 계곡으로 빠지려 할 때에야 후닥닥 손을 거뒀다.
내 아들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아들인데... 이제 엄연한 남잔데...
그 생각에서 벗어나려 벽을 보고 돌아누웠다.
추웠다. 이불 없이 자긴 추웠다.
장롱 속에 이불이 또 있지만... 두께별 수두룩 많지만... 내려가기가 싫었다. 귀찮았다.
목이라도 다시 탔으면 이불을 꺼냈을지 모른다.
이쪽으로 웅크려 누웠다.
다시 눈에 들어오는 아들의 엉덩이... 왜 저 엉덩이가 자꾸 내 손을 유혹하는 걸까?
눈을 감고... 손을 뻗어내려... 더듬더듬... 탄력이 붙기 시작한 살갗의 감촉...
손끝에 골이 느껴졌지만... 더듬더듬... 아들의 고른 숨소리는 아직 그대로다.
그 숨소리가 요동치지 않는 한 꼭 감긴 눈 속의 탐험을 끝날 기미가 없었다.
그래, 요 감촉은 예나 별 변함이 없군...
요건 많이 자랐어... 너무 자라서 겁나는 걸... 언젠가 요걸 흔들려 내 방 앞에 서있었지.
그리고 요 곳으로 내 뿜었겠지...
그때 아들이 꿈틀하여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살며시 눈을 뜨고 동향을 살폈다.
뒤척이며 몸을 돌려 눕더니 숨소리가 다시 평온을 찾았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한 거지? 내가 요즘 왜 이럴까?
이 놈의 구멍 때문이야! 맛을 기억하는 못된 구멍 때문이야...
아아 이 놈의 보지...! 이 놈의 보짓구멍을 콱 메워버려야 해!
뭘로...???
나는 슬며시 침대 아래로 내려와 아들을 안 밟으려 골라 디디며 밖으로 나왔다.
거실은 더 추었다.
욕실의 문을 만지다가 아들의 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어와 보는 아들의 방...
프라이버시 어쩌고 하면서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살며시 불을 켜자 생각보다 잘 정돈되어 있다는 데에 다소 안도했다.
벽에 브로마이드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소룡 사진만이 남자이고 전부가 여배우들 사진이었는데, 그 속에는 내 사진도 끼어 있었다.
아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프린터로 뺀 거였다.
저게 언제지? 아마 내 가게를 개업하는 날 찍은 거 같았다.
블라우스에 달린 카네이션, 그 꽃은 아들이 달아준 거다. 어버이날을 앞 당겨 달아준다며...
눈물이 핑 돌았다.
글썽이는 눈으로 침대에 깔린 이불을 매만지다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불을 껐다.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 속에 몸을 뉘자 물씬 풍겨오는 아들 냄새가 또 한번 나를 괴롭혔다.
정염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혼은 잘 했는가...? 저 앨 정말 잘 키울 수 있을까...?
걔보다 내가 먼저 앞서는 이 더러운 감정을 어떻게 이겨낼까...?
등등 혼탁한 생각들뿐이었다.
그해 겨울은 정말 모질었다.
너무 깊었다. 너무 깊어 저절로 하나 하나 끊어져 나가던 발길... 나무 아래 뒹구는 낙엽마저 하나 둘 자취를 감춰버리는 잔혹한 현실의 공황상태가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얼음 위에 맨발로 선 기분... 그 쓰라림...
그런 모진 날은 눈만 내렸다.
나날 공치는 날... 그 동그라미가 온 달력을 메웠다.
가계부가 불필요한 일상이었다. 나는 너무 빨리 지쳐가고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도... 이웃들도... 다 떠나가고 없었다.
오직 하나 아들뿐이었다.
아들 또한 늘 우울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 얼굴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 온 겨울이 걸렸다.
그 경황조차 없었던 거다.
쓰라린 지난날을 회고하는 일은 정말 가슴 아프다.
그래서 더 깊은 겨울 얘기는 말기로 한다.
아파트 뜰에 봄빛이 돌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했다.
내일 당장 찬 마련할 돈조차 통장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인 양 꺼려 해온 신용카드에 기대어 보기로 했다.
하긴 오빠가 생활비를 좀 보내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말라고 바락바락 악을 썼지만...
그래서 내일 통장 잔고가 늘어나 있지 않을 건지도 모르지만...
우울해 있던 아들이 지글지글 타는 불고기 앞에서 환해져 있었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한참 먹을 나이인데... 그래 한참 먹을 나이지.
둘이서 무려 8인분을 해치웠다. 대부분 아들이 다 먹었지만...
배를 두드리며 일어나 입구에 놓인 아이스크림을 떠와 내게 하나 내미는 그에게 노래방에 갈까고 물었다.
아들은 좋다고 펄쩍펄쩍 뛰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얼마 만에 보는 걸까? 까마득했다.
아들을 노래방에 넣어 놓고 화장실에 간다고 나와선 신용카드로 돈을 뽑았다.
10만원...
비록 작은 돈이지만 신용카드로 뽑은 돈은 그게 처음이었다.
상가에서 신용카드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이들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만은 내 자존심이라 여겨온 탓도 있었다.
노래방에 돌아오자 아들 혼자 신나 있었다.
나는 알지 못하는 노래... 템포가 빨라 따라 부를 수도 없는 노래를 혼자 열 올려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테이블에 캔 몇이 놓여 있었는데 콜라 하나와 맥주 셋이었다. 안주도 놓여 있었다.
주인이 서비스로 주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시켰다 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잘 했다며 애써 눈빛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밝아진 아들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던 거다.
나도 몇 곡을 불렀다.
걸걸한 목에 맥주가 들어가자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그래서 아들이 노래를 부를 때엔 뒤에서 백 댄스를 해주었다.
대신 내가 노래를 할 땐 아들이 백 댄서가 되었다.
콜라를 다 마신 아들이 "나도 맥주 먹어도 돼?" 하고 묻길래 짧게 "그래!"라 답하였다.
업 된 내 기분 탓이었을 거다. 아들을 믿고 싶어서여서 인지도 모른다.
처음 조심조심 마시던 아들은 캔 하나를 다 비워버렸다.
나도 노래하는 중간중간 덩달아 마셨다.
나는 주로 심수봉 노래를 불렀는데(내 주요 레퍼토리들이다) 그때마다 나는 아들의 손을 내 어깨에 얹게 하고는 흔들흔들 노래를 불렀다.
내가 가게를 낸 뒤 사라져 버린 아침저녁 등 하교시의 포옹 인사...
아들도 나도 그 포옹이 그리웠을 거다.
지금 우리는 그와 유사한 포옹을 즐기고 있었다.
아들의 한 손에는 탬버린이, 나머지 한 손만 내 어깨에 머물렀는데 어느 순간인가 보니 두 손이 모두 내 어깨에 올라와 있었다.
우연인지 의도적 시도인지 알 바는 없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나의 착한 아들이니까...
아들은 또 하나의 맥주 캔을 따고 있었다.
그 손을 막고 눈을 한번 흘긴 뒤 딴 맥주를 내 입에 부었다.
아들은 더 이상 보채지는 않았다.
대신 제 노래만 주르르 찍어놓고 열나게 불러댔다.
노래는 어디서 배웠냐 물으니까 친구들과 더러 노래방에 간다 했다.
무슨 돈으로...? 그까지 물을 수는 없었다.
내가 주는 용돈에 대해서는 노 터치하기로 일찍이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나쁜 방향으로 덧 나가지는 않으리라는 아들에 대한 나의 믿음이 있었다.
시간이 끝나갈 무렵 주인이 덤으로 넣어준 시간에 우리들의 노래는 더욱 달아올랐다.
아들이 펄쩍펄쩍 뛰며 내 몸의 예민한 부위들을 슬쩍슬쩍 터치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나는 그의 의도적 행위는 아니라고 애써 무시했다.
의도적이라 해도 그 상황에서 별 대처 방법이 없었을 거다.
왜냐? 난 이미 그 터치를 즐기고 있었으니까...
걔의 엄마이기보다 한 여자이기가 더 요원했으니까...
억제한다(멸시에 가까운...)는 것이 얼마나 무망한가를 여실히 깨닫고 있었으니까...
술 탓이기도 할 것이다. 그 편이 훨씬 내 마음이 숨기 쉬우니까.
술 탓이야! 술 탓...
나는 나머지 캔을 마저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 모습을 빤히 내려다보는 아들에게 조금 남은 캔을 넘겨주었다.
아들은 허리까지 꾸벅하고는 한 입에 비워버렸다.
"저래도 되나? 저래도 돼?"
입 속에만 맴도는 말... 그 말은 걔에게 하고픈 말이 아니었다. 내게 하는 말이었다. 걔의 보호자로서...
내가 마이크를 잡자 아들의 두 손이 내 어깨에 올려졌다.
그리고 내 노래와 함께 흔들거렸다.
엉덩이에 대어올 듯한 섶은 좀처럼 다가서지 않았다.
걔 나름대로 조심하고 있는 듯했다.
그럼 방금 펄쩍펄쩍 뛰면서 터치한 건 우연이었단 말인가?
그 답을 얻고 싶었다.
우연인 척 흔들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밀었다.
허리벨트의 반도인지 묵직한 감촉이 대이는가 했더니 멈칫 물러서는 거였다.
확실히 아들은 조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들의 모습이 어쩐지 재밌었다. 귀여웠다.
그래서 다시 시도했다.
또다시 대인 감촉... 그의 건 서있었다.
발딱 발기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서 도망치는 거 같았다.
다시 장난을 걸 시간을 재다 내 노래는 끝나버렸다.
마이크를 뺏어간 아들은 다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슬금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것도 흔들거리겠네? 생각하고 피식 웃었다.
왜 이리 재미있는지?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왜 이리 재밌어 보이고 웃음이 쏟아지는지... 내가 취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중심을 잡아야지! 엄마로서의 중심을 잡아야 해!
그러나 생각뿐 내 몸을 따로 움직였다.
노래를 부르느라 펄쩍펄쩍 뛰고있는 아들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제발 고만 뛰라고 말리듯이... 그러다 불알이라도 떨어져 버리면 어째? 하듯이...
자꾸 터져 나오는 웃음 히죽히죽......
내 몸이 휘청했다.
뒤에서 잡힌 내 품에서 아들이 벗어나려 했을까? 몸을 흔들다 나를 놓친 걸까?
도망치는 것만 같은 그를 잡으려 와락 달려든다는 것이 물컹한 어딘가를 잡고 말았다.
그곳이 어디인지 알아채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앗 뜨거! 딱 그 표정으로 손을 놓고는 히-죽 웃었다.
아들은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눈치를 못 챈 건지 마이크에 악만 쓰고 있었다.
멍해진 나는 한동안 소파에 앉아 있다가 아들이 날 일으켜 세울 때야 시간이 끝났음을 알았다.
내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아들은 멀쩡한 듯 날 부축하여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까지 오는 골목길을 줄곧 나는 아들에게 매달려 왔다.
"얘, 너 술이 왜 그리 세?"
"아빠 닮았겠지 뭐!"
"엄마 몰래 마시지? 친구들과... 나쁜 친구들과... 꺽!"
"아, 아냐! 절대로..."
"그래! 엄마는 너 믿어! 꺽!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니, 꺼억 그쟈?"
아들은 자꾸 무너져 내리는 나를 끌어올리며 걸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가 보니 그의 손바닥 하나가 내 젖가슴을 받히고 있었다.
이래선 안돼! 바로 서야 해! 마음뿐이고 금방이라도 조물락조물락 만져올 것만 같았다.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다리가 삐걱 하며 힐이 벗겨졌다.
아들은 안되겠다 여겼는지 내 앞에 등을 내밀었다.
그래도 그렇지... 나는 힐을 벗어들고 그 옆을 지나 몇 걸음 나아갔다.
어느새 앞으로 와 다시 엎드리는 아들의 등에 엎어지듯이 업히고 말았다.
애초 그러고 싶었는지 모른다. 다만 뒤죽박죽인 머리 속에서 스스로의 행동을 이미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런 속에도 그의 어깨에 눌리는 내 젖가슴의 감촉과 치골에 대인 뾰족한 등뼈의 감각... 그리고 엉덩이에 감싸진 두 손바닥... 들이 모조리 느껴져 오는 거였다.
어쩌면 꿈속인 듯도 같고, 꿈속의 꿈인 듯도 같고...
아들이 날 내 침대 위에 털썩 내려놓았을 때야 다시 정신이 들었다.
정신이 들었다하여 생시는 아니었다. 꿈 아니면 그 언저리였다.
아들이 내 손에 꼬옥 쥐어진 힐을 뺏어들고 나가는 문소리... 발자국소리...
구시렁구시렁...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바람소리와 함께 들리는 거 같았다.
순간 써늘한 기운이 몸을 훑고 갔다.
웅크렸다. 강아지처럼...
떼쓰는 아이에게 옷을 갈아 입히듯 써늘한 바람이 위아래를 몰아세웠다.
아이, 싫은데...!
아이, 싫은데......
이윽고 익숙한 감촉의 이불이 덮였다.
이불은 곧 잠이다.
꿈속의 꿈이라도... 잠 속의 잠이라도 이불은 곧 잠이다.
그것만이 평화다.
내가 잠이 깼을 땐 새벽 두 세 시가 넘어서 일 것이다.
머리맡을 더듬다가 손에 잡히지 않는 물 컵에 놀라 깜짝 잠이 깼다.
내 방이라면 반드시 그게 있을 것이기에...
침대 위 괘종시계에 안심했다. 내 방일 테니까.
침대 아래 저쪽 구석에 놓여있는 물 컵과 주전자... 내가 왜 저기 두었지?
그때야 제 정신이 돌아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 아래로 발을 디디는 순간 섬뜩 놀랐다.
사람이 거기 누워 있는 것이었다.
혹시 도둑..? 먼저 그 생각부터 나 쭈뼛 머리칼이 일어섰다.
불 밝히기는 도저히 겁나고... 흐릿한 눈으로 살폈다.
아들이었다.
안도도 잠깐... 아들이 왜?
노래방? 그래, 노래방에서 부축 당해 나왔지. 그리고 집으로 오는 어느 골목에선가부터 업혀 왔었지. 이런... 이런 창피해 아들을 어찌 보나......
그렇게 와서는...???
내 옷은 잠옷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다.
그런데 왜 제 방으로 건너가지 않고 여기서 잠들었을까?
혹시 내가 술 주정이라도 한 건가? 토하기라도 했나?
내가 할 수 있는 상상을 다 해보았다. 날 어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나는 아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어가서 물을 따러 마셨다.
그런데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데 또 한번 놀랐다.
아들은 정강이까지 아랫도리를 벗어 내린 채 누워 있었고 아직도 한 손으로 그걸 잡고 있는 거였다.
제 방에서 잠잘 때도 이런 모습일까? 근래 보지 못하여 그 답은 알 바 없다.
어찌해야 할지를 망설였다.
깨워 제 방으로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침대 위에 올려 재우기도 내겐 무리인 거 같고...
그렇게 망설이는 중에 차츰 눈에 익은 어둠 속에서 그의 실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얼마 만에 보는 아들의 성징인가?
같이 목욕을 하며 장난을 치던 그 때 보고는 처음인 거 같았다.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크기며 모양이며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잠들어 있어 위용을 가름하긴 어려웠지만 거뭇하게 자란 숲이며 내 중지보다 더 길 것만 같이 늘어진 살덩이 끝에 반쯤 얼굴을 내민 귀두... 그 아래 주름봉지 둘... 중간쯤에 검은 점이 있는 건 그대로 같았다.
그때는 손으로 받쳐들고 툭툭 털어 주기도 했는데... 그렇게 장난치며 놀리기도 했는데...
나는 내가 덮었던 이불을 그 위에 덮어주었다.
그런 후 침대로 올라왔다.
쉬이 잠들 거 같지 않았다.
그거마저 제 아빠를 닮았는지 코골이가 제법 심했다.
요즘은 그 코골이도 수술을 한다는데...
애의 포경은 저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제대로 씻기는 하는 건지...?
그렇게 자꾸 아들의 성기에 관심이 가는 것이었다.
성질은 제 아빠를 닮아선 절대 안 될텐데...
그랬다간 또 한 사람의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 게 뻔한데...
겨우 관심을 돌리는가 했는데
아들이 몸부림을 치며 이불을 차 넘기자 애써 감춰주었던 그 부위가 다시 드러났다.
다시 덮어줄까? 그 생각을 한참이나 하며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침대 아래로 손만 내려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다시 차 넘겼다.
이번에는 아예 이불을 깔고 그 위로 올라가 버린 거였다.
내 아이여서 일까, 엉덩이가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참 예뻤다.
아름답다는 표현까지 붙여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그 부위를 슬금슬금 만지고 있었다.
참 예뻐! 너무 예뻐!
손끝이 계곡으로 빠지려 할 때에야 후닥닥 손을 거뒀다.
내 아들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아들인데... 이제 엄연한 남잔데...
그 생각에서 벗어나려 벽을 보고 돌아누웠다.
추웠다. 이불 없이 자긴 추웠다.
장롱 속에 이불이 또 있지만... 두께별 수두룩 많지만... 내려가기가 싫었다. 귀찮았다.
목이라도 다시 탔으면 이불을 꺼냈을지 모른다.
이쪽으로 웅크려 누웠다.
다시 눈에 들어오는 아들의 엉덩이... 왜 저 엉덩이가 자꾸 내 손을 유혹하는 걸까?
눈을 감고... 손을 뻗어내려... 더듬더듬... 탄력이 붙기 시작한 살갗의 감촉...
손끝에 골이 느껴졌지만... 더듬더듬... 아들의 고른 숨소리는 아직 그대로다.
그 숨소리가 요동치지 않는 한 꼭 감긴 눈 속의 탐험을 끝날 기미가 없었다.
그래, 요 감촉은 예나 별 변함이 없군...
요건 많이 자랐어... 너무 자라서 겁나는 걸... 언젠가 요걸 흔들려 내 방 앞에 서있었지.
그리고 요 곳으로 내 뿜었겠지...
그때 아들이 꿈틀하여 재빨리 손을 거두었다.
살며시 눈을 뜨고 동향을 살폈다.
뒤척이며 몸을 돌려 눕더니 숨소리가 다시 평온을 찾았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한 거지? 내가 요즘 왜 이럴까?
이 놈의 구멍 때문이야! 맛을 기억하는 못된 구멍 때문이야...
아아 이 놈의 보지...! 이 놈의 보짓구멍을 콱 메워버려야 해!
뭘로...???
나는 슬며시 침대 아래로 내려와 아들을 안 밟으려 골라 디디며 밖으로 나왔다.
거실은 더 추었다.
욕실의 문을 만지다가 아들의 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들어와 보는 아들의 방...
프라이버시 어쩌고 하면서 내가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살며시 불을 켜자 생각보다 잘 정돈되어 있다는 데에 다소 안도했다.
벽에 브로마이드 사진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소룡 사진만이 남자이고 전부가 여배우들 사진이었는데, 그 속에는 내 사진도 끼어 있었다.
아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프린터로 뺀 거였다.
저게 언제지? 아마 내 가게를 개업하는 날 찍은 거 같았다.
블라우스에 달린 카네이션, 그 꽃은 아들이 달아준 거다. 어버이날을 앞 당겨 달아준다며...
눈물이 핑 돌았다.
글썽이는 눈으로 침대에 깔린 이불을 매만지다가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며 불을 껐다.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 속에 몸을 뉘자 물씬 풍겨오는 아들 냄새가 또 한번 나를 괴롭혔다.
정염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혼은 잘 했는가...? 저 앨 정말 잘 키울 수 있을까...?
걔보다 내가 먼저 앞서는 이 더러운 감정을 어떻게 이겨낼까...?
등등 혼탁한 생각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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