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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 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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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129회 작성일 20-01-1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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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부- 운명의 사내「박삼식」- 1



며칠이 지나자 그 남조선(南朝鮮) 경찰들의 정찰비행기(偵察飛行機)출현이 뜸 해졌어…

아마도 지금의 지휘관인 인민군이 택했던 작전이 맞아들어 갔는지…

그들의 극성스런 정찰(偵察)이 멈춘 것이야…

그때부터 암자 안에는 새로운 생기가 나돌기 시작하고 모든 것이 비상사태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어.

다소간의 숨통들이 트이는 것 같았어.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또 한 떼의 빨치산들이 산 아래로부터 올라왔어.

그리고 다시 그 인민군 중좌의 명령에 의해서 그곳에 있는 전 빨치산대원들에 대한 조사가 다시시작된 거야.

그 인민군 사령관은 말하자면 자기와 같이 행동하는 민간출신의 북한노동당 당원이 뒤처져서 이곳에 당도했다고 하면서 바로 자기가 말하던 이 고장 출신의 혁명영웅이라고 한사람을 소개하는 것이었어.

그러면서 그는 이제부터 새로 당서기(黨書記)로 부임한「박삼식」동무와 다시 여러분들의 출신성분을 조사해서 이곳의 분위기를 개조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거야…



「박삼식」동무라니… !!?? 어디에서 듣던 이름인데… !!??

맞아… !!! 바로 그 사람이야… !! 그 자리에서 엄마와 나는 기절초풍해야 할 사람과 만나야만 했었어.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신도안 우리 마을에서 우리가 떠나기 전까지 같이 살던「종기」네 삼촌인「박 삼식」… ! 바로 그 사람이었던 거야.

다시 말하면 내「언년이」와 혼담이 이루어졌던 애인이기도 하고 또 우리 뒷집인「당집 할아버지」댁의 머슴 놈이기도 했던… !?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자 어느새「조선인민 공화국」치하의 아주 높은 사람으로 변신 해버리기도 했던… !

그 출신을 알 수 없던 바로 그「박삼식」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나타난 거야 … !

「종기네」라고 하면... ?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와 앞뒷집에서 살고 있는「신도안(新都安)」의 땅 부자「당집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집에서「종기」라고 부르는 아이 하나만을 데리고 사는 밥 아줌마를 일컫는 말인데 …

그 밥 아줌마의 친정동생이라는 청년이 몇 년 전부터 찾아와서 그 누이의 추천에 의해서 그 집의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모두들「종기네 삼촌」이라고들 편하게 불러주고 있었던 사람인 거야.

그는 한때 우리 집의「언년이」와 눈이 맞아서 자주 만나고 있었다는 걸 엄마도 일찍부터 알고 계셨었어.

엄마도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을 매우 좋게 보아오고 있어서 우리 집 에서도 두 사람을 짝 지워주자는 말이 나와서 어른들 간에는 허락이 난 걸로 나도 알고 있었어.



그렇던「삼식」이를 이런 지옥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우리들의 놀라움이란 이루 필설(筆舌)로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경지까지 갔던 거야.

「삼식」이도 한눈에 우리를 알아보고 무척이나 놀라는 눈치 같았지만… !?

이내 냉정한 표정으로 바뀌며 아주 모르는 척 하는 거였어.

그가 우리들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우리를 더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거야… !!??



내가 알기로도 그는 우리 동네「당집 할아버지」댁의 머슴노릇을 몇 년 동안 해오는 동안 동네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호감과 신뢰를 주며 건실한 청년으로 소문이 나있었어.

그리고 우리 집「언년」이의 마음을 흠뻑 빼앗아가기도 했었지만 그 외에 우리 동네에 사는 유부녀가 되었던 처녀가 되었던 모든 여인들의 선망(羨望)의 사내가 되어있었기도 했던 아주 미남의 청년이기도 했었어.

그랬던 그가 또 어느 날 갑자기 인민공화국의 높은 사람으로 변신해서 온 동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던... 그「박삼식」이가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이곳 빨치산 소굴의 새로 부임해오는 부대의 부 두목 자격으로 나타난 것이지 …



어쨌거나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던 거야 …

그랬던 그가 우리들을 이곳에서 만났는데… !?

그런데… !!?? 그가 우리들을 전혀 모르는 척 하는 것이야… !?

우리들은 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었어.

그는 엄마와 나에 대한 신상명세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인데… !?

그 동안 그와 우리 집 식구들 간에 서로 악감정은 없었다 하더라도 그가 우리와 같은 부자 집이고 대대로 내려오는 양반 댁에 대한 증오심(憎惡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은 분명한 것이니까… !!??

우리들을 보고 그냥 넘어 갈리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야… !?



그렇던 그가 지금 이곳 빨치산부대의 부두목격인 당서기로 부임해 왔으니… !?

만일에 놈 때문에 우리들의 신분이 들통 나는 날이면… !?

지금까지 거짓말 한 것이 탄로 나서 다른 빨치산 놈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엄마는 나에게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고 있었어.

하기야 엄마의 주의가 없었다 하더라도 신도안에서도 당집할아버지 댁이나 내 할아버지 같으신 부자가 어떻게 되었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내가 우리들의 신분이 탄로가 난다면 어찌 될 것이라는 걸 내가 왜 모르겠는 가… ?



새로 온 인민군의「김종석」중좌라는 사람은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신상 파악이 끝나자 그때부터 자기 나름대로의 전략에 맞도록 부대 편성을 하고 통솔하기 시작했어.

그때까지도「삼식」이는 우리들 모자(母子)에 대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고 있는 거야.

과연「삼식」이라는 사람이 우리들에게 구원의 천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지옥사자가 될 것인지 불안하기만 한 거야.

엄마는 또 엉뚱하게도 그「삼식」이에게 어느 정도 희망을 걸고 있는 것 같기도 했어… !?

마치 과거에 두 사람 간에 무슨 비밀사연이라도 있었던 것 같은 사이였던 것처럼… !?



그리고 우리들 각자들의 임무는 그전이나 다름없이 계속 되어야만 했던 거야.

다행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

이번 당서기의 실질적인 실사와 검사를 거친 후에도 우리들은 별 변동이 없이 그냥 우리들이 하던 대로의 임무가 계속되게 된 거야…

그뿐만 아니라 방도 옮겨졌어… !!

신도안에 있는 별당의 찬방정도 되는 아니 그보다도 더 작은 방이었어.

엄마와 내가 누우면 방안이 꽉 차서 마음껏 구르며 뒤척이지도 못할 정도로 작은 방인 거야.

그런데 그런 방에서 어른여자 네 명과 나까지 합해서 다섯 명이 기거해야 되는 거야.

그래도 나는 다른 어느 것보다도 엄마와 헤어지지 않고 같이 있게 된 것만이 기쁠 따름 인 거야.

그전에 있었던「인민군」무술교관이 이곳의 지휘관으로 있을 때하고는 다소 달랐지만 그런 나름대로의 안정 된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어.

그러나 엄마는 언제쯤「삼식」이로부터 무슨 신호가 올까하고 매시간 초조해 하고 있는 거야.

틀림없이 그는 우리들에게 무언가의 신호를 보낼 것이기 때문인 거지.



빨치산의 장병들은 밤만 되면 떼를 지어서 붉은 기를 높이 쳐들고 이상한 구호를 외치며 산을 내려갔다가 아침이면 또 다른 패들이 올라와서는 지난밤의 전리품들을 보고하며 갈무리를 하는가하면 그때그때 잡아온 포로들을 취조도하고 설득도해서 새로운 빨치산으로 포섭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었어.

더러는 말을 안 듣는 포로들을 즉결처분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엄마는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시고 계신거야…



그들은 대개가 한번 산을 내려가면 삼사일씩 있다가 돌아오기 때문에 돌아온 후에는 그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다시 출정을 나갈 때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야.

그렇게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여인들의 포상(褒賞)인 것이지.

놈들은 산을 내려가서 적들과 벌리는 전투나 약탈행위 중 유별나게 큰 공을 세우거나 좋은 업적을 낸 사람에게는 그것을 포상하는 의미에서 산에 있는 네 명의 미인들을 안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거야.

그런 때문에 여자들은 저녁때가 되면 개울가에 나가서 깨끗하게 몸단장을 하고 처음 이 제도를 시작한 팔로군 무술교관이 만들어놓은 칸막이가 되어있는 방으로 들어가서 그날 밤의 포상자(褒賞者)들을 기다려야만 하는 거지.

그들은 그 방을『분홍실』이라는 별명을 붙여서 부르고 있었어.

분홍실에서 밤새도록 시달림을 받고난 그녀들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거의 녹초가 된 상태로 우리들 방으로 들어와서는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이었어.



그런데… 역시… !!??

「삼식」이가 온 그 다음날부터 엄마는 저녁취사를 하는 일 까지는 그녀들과 같이 하지만… 그다음의 일과에서는 빠진 모양 이었어…

말없는 삼식이의 배려가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지…

나는 의례 껀 엄마가 밤을 지새우고 새벽녘에야 돌아올 줄 알고 내 나름대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한밤중이 아직도 한참인 시각에 우리들의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엄마가 들어 오셨어…

얼마 만에 이렇게 일찍 들어오셨는지… !!??

너무너무 기쁘기만 했던 거야… !

엄마도 초저녁 일찍부터 방에서 잠을 자게 된 것이 너무도 기쁘신지… 방그레 웃으시면서 나를 끌어안으시더니 같이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것이었지…

오래간만에 엄마와 내가 한방에서 오붓하게 잠을 자게 된 것을 즐기면서…



그때 또 방문 고리가 밖으로부터 덜그럭 소리를 내면서 누군가가 들어오겠다는 신호를 내고 있었어… !? 말하자면 지금으로 치면 노-크를 하는 소리인 것이지…

누굴까… ??

설마 그 세명의 아줌마들은 지금쯤 저 불한당 놈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을텐데… !?

그러나 엄마는 이미 그 문고리소리를 낸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봐… !?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엄마는 조용히 일어나셔서 옷매무새를 바로잡더니 문을 열어준 거야… 캄캄한 초겨울 밤하늘의 초승달을 뒤로 한 채 시커먼 사내한명이 문 앞에 서있었어… !!??

엄마는 그가 누구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리신 듯… 조용히 뒤로 물러나시며 그가 들어올 수 있도록 몸을 비켜주시는 거야…

아까 취사장의 일이 끝나고 나서 다음일(?)을 하기위하여 다른 세 명의 여인들과 함께 개울가로 가서 몸을 씻고 있을 때에 당서기의 당번병이라는 젊은이가 와서 엄마는 이제부터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분홍실로 가지 말고 자기 방에서 대기하라고 하는 전갈을 받았을 때에 엄마는 대뜸 짐작을 하셨다는 거지… !!??



- 별당 아씨… ! 어쩌다가 이런 곳에… ? -

사실 엄마와「삼식이」가 이렇게 서로 마주 대하며 말을 섞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어… 과거 같았으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었지만… !?

- 쉬-ㅅ… ! 어데 예… ? 무어가 별당 아씨 인교… ? 종기네 삼촌 예… ! 마치 지옥에서 부처님을 만난 것 같구먼… 예… ! … !?? -

- … !? -

- 어떻게… 좀… 돌아갈 수 있게… ! 아니 문… ?? 이 얼라 하나만이라도… !? -

목이 메시는지 엄마는 말씀을 잇지 못하셨어.

「경상도」억양과 사투리가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있는 엄마의 말소리는 떨리기만 하실 뿐 더 이상 긴말을 못 하시는 거야.

물론 옛날… 아니「신도안」에 있을 때 같았다면「삼식이」가 엄마와 이렇게 마주 앉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또 말조차 부쳐 볼 수 없는 사이였던 거지.

설령 말씀을 하신다고 해도「삼식이」에게 딱 부러지는 반말을 하시는 사이였었고… 또 그는 엄마 앞에서 고개를 들고 쳐다 볼 수도 없는 신분이었던 거지.

그러나 지금의 처지는 서로 간에 입장이 완전히 뒤바뀐 상태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 지금은 그야말로 그가 우리들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는 처지가 아닌가 말이야… !? 나는 입맛이 씁쓸해지는 기분이 들었어.

다만 엄마는 지금까지의 습관대로 놈에게 반말을 해야 하겠지만 어쩐지 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엉거주춤한 말투로 대해주고 있을 뿐 인 거야.



어쨌거나 나는 이제부터 큰 희망을 갖게 되었어.

어떻게든지 엄마만 믿으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두 사람이 한참동안을 서로 말도 못하고 마주 보기만 하고 있는걸 보고 나는 슬그머니 두 사람을 방안에 남겨놓고 밖으로 나와 버렸어.

이 지경이 되어서 나는 이상한 눈치 하나는 굉장히 빠른 놈이 되어 버린 거지…

지금까지 엄마에게 접근하는 사내놈들에게 내가 기회만 만들어 주면 거의 모든 놈들이 엄마에게 흐물흐물 녹아 버린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거지… !?

지금이 우리 모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셈이니까… ??



그날부터 아니 새로 온 인민군 지휘관 팀이 오고 나서부터 그들은 나에게 보초서는 일에서 빼주기도 했어…

전임자인「조성태」대좌가 결정했던 전례(前例)를 지금 새로 온 인민군 지휘관은 감히 바꾸질 못하는 모양인지… !?

아니면… !? 아마도 어쩌면「삼식」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배려(配慮) 같기도 했어.

지금은 자기가 부 두목의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어떻게 해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차차 상황을 보아가며 방법을 강구해 보자고 말하고 있는 그는 옛날에 당집 할아버지 댁에서 일만하던 무식한 머슴만은 결코 아니었어. 어쩐지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우며 전쟁 전 까지 동네에서 머슴 노릇만 하던 그런 천한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어. 마치 대학교까지 마친 아주 훌륭한 지식인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인품과 지성인들에게서 나타나는 대화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거야.

실지로 그는「왜정시절」에「동경」유학까지 갔다 온 사람이었는데 전쟁 전에「남한」에서 지하활동을 하던「남로당」의「충청도」지역 핵심 인물 이었었다나 봐… !?

지금까지 변장을 하고 우리 동네에서 숨어 지내 왔던 터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거지.



바로 문밖에서 있으면서「삼식이」와 엄마가 하는 대화에서 나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이론적』인 주장과 무슨『주의』니 또 무슨『혁명』이니 하는 어려운 말이 튀어나오고 그가 하는 대화에 맞장구를 쳐주고 계신 엄마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그의 정체에 대하여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어.

하기는 지나간 삼 개월 동안「언년이」를 통해서 그의 활약상을 직접보기도 했었고 듣기도 했던 그의 정체에 대하여 이렇게 직접 마주 대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엄마는「삼식」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보시기 시작하신 모양 이셨어.



그런데… !?

다음날인가… 오후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려고 하는 때였어.

웬 전령(傳令) 같은 차림을 한 젊은이 한 명이 보따리 하나를 어깨에 메고 암자에 올라오더니 당시 인민군 부대장 숙소로 들어가는 걸 나는 본 일이 있었어.



그리고 얼마 후「삼식이」가 우리들 방으로 들어오더니 엄마를 데리고 나가는 거야.

좀처럼 없었던 일이라 나나 다른 여인들은 몹시 궁금해 하며 걱정들을 하고 있었지.

그리고 거의 한밤중쯤이 조금 지났을 때 엄마는 몹시 피곤 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오셔서는 나한테 까지도 말 한마디 않으시고 그대로 잠이 드시는 거였어.



그리고 다음날부터 엄마의 일과(日課)는 다른 여인들과 전혀 다르게 바뀌어 진 거야.

그러니까 엄마의 과업이 전임 대장이었던「조성태」대좌가 있었던 당시의 서기(書記)역활을 다시 하게 된 모양 이었어… !?

그래서 아침이면 느지막하게 인민군 대장의 집무실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그곳에서 그 인민군대장의 수발을 들어주며 근무를 하시게 된 모양 이었어…

『빨치산』들의 일과나 개개인의 활동상황을 중국어로 번역하여 기록(記錄) 하기도 하고 또 지리산 본부에 보내는 보고서 작성과 같은 일들을 하시기도 하며 지금까지는 보통 잡일만 하시다가 이제는 제법 유식한 인-테 리 들이나 할 수 있는 사무적인 일 따위 등등을 하시게 된 모양이었어.



알고 보니까…

지난번에 이곳에 있으면서 나에게『팔로군』유격대 특유의 무술과『장백심법(長白心法)』인 단전호흡(丹田呼吸)법을 가르쳐주었던 내 사부(師父)께서 엄마에게 아주 간곡한 편지와 함께 무언가 어려운 일을 부탁하는 것이 있었다나봐… !?

그는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엄마가 중국어를 아주 잘한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었으나… 자기에게 어려운 일이 하나 생기게 되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이곳 계룡산(鷄龍山)아래의 분대(分隊)에 있는「조규정(趙奎貞)」이라는 여자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기의 심복인 전령을 보냈다는 거야…

그 전령도 자기 사령관의 속내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엄마하고만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될 일만은 아닌 거겠지… !?

옆에서 새로 온 인민군 대장이 너무 꼬치꼬치 묻는 바람에 그 전령이 하는 수없이 사실내막을 다 털어놓았던 모양인데… !?

결과적으로 현임「김종석」이라는 대장은 옛날의 전임 지휘관이었던「인민군」대좌의 전령(傳令)사건 때문에 내 엄마의 진가(眞價)를 알게 된 것인 모양이야…

그래서 현재의 이곳부대장은 엄마의 재능을 아낀다고 하면서 이곳 부대의 막강한 참모로 발령을 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는지도 모르는 거야…

엄마는 중국어로 된 전술보고서와 각종서류를 번역해서 가르쳐주기도 하고 직접 이곳전투지역의 상황을 상부에다 보고하는 참모가 된 모양이었어.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고 보니까… 그 때부터 말하자면 엄마가 가장 염려하던 사태가 현실적으로 다시 나타나게 된 것이지…

자칫 잘못하게 되면 엄마는 그들『빨치산』들의 수렁으로 깊이 빠져들게 되어서 엄마자신이 진짜『빨치산』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

엄마는 그날부터 다시 태산처럼 눌러오는 근심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게 되고 만 거야…



그리고 또 그날부터 엄마는 나를 데리고「인민군」대장이 거처하면서 집무도하고 이곳 부대의 사령부(司令部)로 쓰고 있는 방의 옆방으로 숙소를 옮겨야 했어.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나는 독방이라는 것을 배정받게 된 것이지…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엄마와 내가 독방을 쓰게 된 사실만을 기뻐하고 있었어.

그러나 엄마는 또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는 일도 필요 없다는 말씀이신거지… 아마 무던히도 자기는 중국어를 할 줄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시기도 했었겠지만… !!??

이곳에서 엄마의 의지가 통할 리가 없는 것인 거지…

하는 수 없이 엄마는 다시『빨치산』의 작전에 참여하는 일을 하시지 않으면 안 되게 되신 거야… 그저 기록만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야…



그날부터 엄마는 시도 때도 없이 그 대장 놈의 숙소로 불려 나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 방에서 밤을 홀랑 새우며 무슨 일인가를 하시기도 하는 거야… !?

그리고 또 밤을 새우고 들어오신 날은 한숨을 푹푹 내쉬시면서 나를 보듬어 안으시고 대낮인데도 잠이 드시기도 하는 거야.

나는 잠결에도 엄마가 일찍 돌아오신 것만 기뻐했고… 또 엄마하고 단둘이서만 방 하나를 쓴다는 사실 자체만을 즐기고 있었던 거야…



그때쯤 나도 지금의「김종석」대장으로부터 할 일을 부여받은 것이 있었어.

역시 나는 어린아이이니까 근처의 산에 올라가서 솔방울이나 잔챙이 같은 나무 가지 등을 긁어 오는 일이었어.

아직은 그다지 춥지 않지만… 겨울이 점점 다가오면서 추운 겨울날씨에 대배하여 그들은 틈만 나면 주위의 산에서 나무들을 해다가 쌓아놓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거야.

오히려 나는 그 일이 즐겁기까지 하였어.

그렇게 나무 몇 짐을 해다 놓고 나면 그 다음부터의 시간은 자유시간이니까…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 앉아서 벽면을 응시하며 내『괴물(?)』을 꺼내놓고 네 여자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언제나 내 장끼인『손장난』을 지고 있는 것이지.

그렇게 하면서 밤새도록 고인 내 욕망을 풀어 버리는 일이 무어라 말 할 수 없이 즐겁기만 한 거야.



절기는 벌써 겨울철로 들어갔지만 그해 겨울은 웬일인지 별로 춥지가 않았어…

어느 날인가… 엄마는 저녁때쯤 이곳부대의 사령부로 쓰고 있는 놈의 방으로 가기 위한 준비로 어디에서 어떻게 구하셨는지 조그마한 거울을 앞에 놓고 화장을 하시고 있었어.

그런 시절에 화장이라고 해 보아야 별다른 화장품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세수를 깨끗하게 하고 어디서 구하셨는지 『크리-ㅁ』과 입술연지를 엷게 바르는 거야.

그 다음 또 누구 건지는 몰라도 아래위에 비단옷감에 소나무 와 학을 수놓은 열두 폭짜리 고운 한복을 꺼내서 입으시는 거야.

이것도 역시 이렇게 험난한 시절에 어울리지 않는 사치라고 하겠지만 그 인민군 대장 놈이 내 엄마를 위해서 어디에선가 마련 해다 주고 입으라고 했던 모양이었어.

엄마도 한낱 여인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삼단같이 새까만 머리를 곱게 빗어서 비녀를 꼽고 날아갈 듯 날씬한 몸매에 열 두 폭 비단치마를 품위 있게 입고 방문을 나서시는 엄마의 자태는 정말 아름다웠어.

그렇게 차리시고 그「인민군」대장 놈의 방으로 가려는 모양이셨어.

나는 엄마가 단순히 그 사령부의 방에서 사무적인 일만 보기위하여 이 저녁에 가시려는 것은 아닐 꺼라는 것을 눈치를 채고 있었어… !?

그렇게 나가시는 엄마를 보면서 내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란 아무 것도 없었어.

다만 속으로 엄마가 나와 내 아빠를 배신하고 있다는 생각만 할뿐인 것이지 …

그러나 그런 짓을 하셔야하는 엄마의 죽고 싶은 속마음을 나 같은 놈이 어찌 이해 할 수 있었겠어… ?

그런 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어딘지 모르게 엄마는 변해가고 있는 거야.

옛날에 그토록 이나 근엄하시고 깔끔하셨던 엄마`의 자태가 하루하루가 다르게 점점 요염(妖艶)해지고 색정감(色情感)을 풍기는 야사로운 여인으로 변해 가고 있는 거지.

그래도 나는 언제나 자는척하면서 그렇게 변해 가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어.



그럭저럭 며칠이 또 지나갔어.

엄마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몸가짐이 화려해지고 요사스로워 지고 있는 것 같았어.

처음 우리가 그 불한당 놈들에게 잡혀 오던 때 만해도 놈들에게 몸을 더럽혀지는 걸 너무나도 수치스럽게 생각하시고 그 세 놈들에게 차례로 윤간(輪姦)을 당하고 난 직후에는 그 자리에서 당장 자진(自盡)이라도 하실 것 같았었는데… !!??

그 후 이곳에 오셔서 매일 밤 놈들의 위안부(慰安婦)가 되셔서 하룻밤에 대 여섯 명씩이나 상대해 주는 동안까지만 해도 혹시나 내가 알까봐서 노심초사(勞心焦思)하시는 것이 내 눈에까지 비칠 정도로 조심을 해오시기도 했었는데… !!??

그러시는 동안… 본능적으로 엄마는 그 동안 전혀 모르고 지내던 성(性)이라는 것에 대해서 눈을 뜨신 것은 아닐까… !?

저「인민군」대장 놈의 단독비서(?)가 되시고 난 다음부터는 아주 눈에 띠도록 몸매가 요염(妖艶)해지고 색정(色情) 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다니시는 거야.

그때부터 내 가슴속에서 부글거리는 질투(嫉妬)의 불길은 또 끝을 모르게 끓어 넘치면서 야릇한 흥분과 호기심이 발동하고 있는 거지.

엄마는 내게 있어서는 엄마에 불과할는지 몰라도 내 아빠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아내가 되는 셈인 거야…

지금의 내 입장은 아들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 아빠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를 사랑하고 바라보며 보호해야 하는 것이기도 한 거야…

그러니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밤마다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기 위해 몸을 정갈하게 하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화장과 옷단장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저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자는척하며 바라보기만 할뿐인 거지.

엄마가 밤마다 다른 여인들과 함께 이곳에 있는 많은『빨치산』사내놈들을 받아주기 위해 나가야 했던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나는 이렇도록 질투가 들끓는 걸 몰랐었는데… !?

차라리 그때는 어느 특정한 한 놈만을 위해서 몸을 바치는 것이 아니고 우선은 살아야하니까… 또 사랑하는 아들「동훈」이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몸이 만신창이(滿身瘡痍)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악물고 참으며 놈들이 하라는 대로하고 계신…

엄마한테 연민(憐憫)의 정과 더욱 뜨거운 애정만을 느낄지언정 질투(嫉妬)를 하는 따위의 감정은 전혀 없었었는데… !?

그저 심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 정도로 안타깝게만 느끼고 있었던 거지.



그랬었는데 요즈음 엄마는 비록 몸은 편해졌는지는 몰라도 저 인민군 대장 놈 한 명만을 위해서 매일저녁 화장을 하시고 누구의 것인지는 몰라도 한복까지 곱게 입고 몸맵시를 내려고 애를 쓰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거야.

그럴수록 내 자신이 마치 힘과 의욕이 떨어져서 아주 무능하게 된 남편이 자기의 아내를 시켜서 몸을 팔게 해서 얻는 수입으로 근근이 목숨을 연명해 가는 뒷방구석의 못난 사내가 된 것 같은 느낌까지 들고 있는 거야.

그렇다고 내가 엄마에게 대놓고 불평을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저 엄마가 나가는 시간이 되면 무조건 눈을 감고 자는 척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어.

오히려 요즘 와서 엄마는 오히려 내가 잠이 많아진 것을 걱정하실 정도까지 되었어.

엄마 입장에서도 차라리 내가 아무 것도 모르고 잠에 곯아떨어졌을 때 옷단장을 하고 놈의 방으로 가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하셨는지도 모르시는 거지.

어쩌다 하루저녁도 아니고 거의 매일 밤이다 시피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간다는 것은 아무리 어려서 눈치가 없는 아이라고는 하지만 마음이 안 걸릴 수는 없는 일이었던 거지.

그렇다고 이 산 속의「암자」내 에서는 마땅히 따로 옷을 갈아입을 만한 장소도 없는 것이 뻔한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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