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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사랑했습니다 - 1부 13장

작성일 20-01-1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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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익명 조회 4,20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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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잠깐 잠이들었는가보다.. 여전히 우리는 좁은 소파위에서 포개져 있었고, 수정이는 쌔근쌔근 잠들어있다. 내 자지는 어느새 원상태로 돌아가 있었고, 수정이의 질에서는 내가 뱉어놓은 욕정의 찌꺼기가 뿌옇게 말라붙어있는게 보인다.

젠장... 내가 뭘한거야..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욕실로가서 대충 씻고 주섬주섬 옷을 줏어입었다. 그 소리에 수정이가 잠에서 깼는지 "갈려구?"라고 묻는다.

"..어.."

....

어색하다... 빨리 벗어나고 싶을뿐이다.

"나 간다.."



"야~ 신태우"

가방을 들고 신발을 신고있는데 뒤에서 수정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수정이가 뒤에 서있는게 느껴졌다. 돌아보기가 겁난다.

"넌 사람이 부르는데 쳐다도 안보니?"

어쩔수없이 슬그머니 돌아보니 수정이는 수건으로 살짝 몸을 가리고 서있다.

"왜?"

"지연이랑 헤어지고 나랑 사귀자"

"뭐? 그건안돼.."

"칫.. 그럼 나랑 이러구 계속 지연이랑 사귀겠다는거야?"

"그건...."

"뭐 좋아. 그럼 사귀자고는 안할테니 지연이 몰래 가끔 만나줘"

...

짜증이 몰려온다. 어린기지배가 뭐하는짓이야..

"싫어.."

난 수정이의 다음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을열고 나와버렸다.

후회된다.... 설마 지연이한테 고자질하는건 아니겠지...



집으로 돌아가는데 폰이 울렸다. 지연이다. 지은죄가 있어서 덜컥 겁이났다. 한참을 울린후에 애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왤케 전화를 안받어~"

"어.. 몰랐어.."

"나 오늘 서울 올라가는데 시간있어?"

"아.. 오늘은 쪼금 바쁜데... 담에보면 안될까?"

오늘은 도저히 지연이 얼굴을 태연하게 마주볼 자신이 없다.

"치.. 무슨일인데 그래.. 나 안보고싶어? 난 엄청 보고싶은데.."

"그그게... 형수가 몸이 안좋아서.."

"뭐? 언니가 왜? 애기 낳을거 같애?"

"아아니.. 아직 그런건 아닌데.. 그래도 내가 옆에 있어야할거같아서.."

"웅... 그럼 할수없지모.. 담에보자"

"그래.. 미안해.."



역시 사람은 죄짓고는 못사는가보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거실에 형수가 괴로운 표정으로 배를잡고 있다. 바닥이 흥건하다. 양수가 터진모양이다.

"누나!!"

가방을 내팽개치고 달려가 형수를 부축했다.

"태..우야.. 아기 낳으려..나..봐..."

"어? 아기?"

이런.. 예정일은 아직 남았는데.. 말이 씨가된다더니... 난 재빨리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해야되지? 땀을 비오듯 흘리는 형수를 바라보면 난 어찌할바를 몰라 그냥 손만 꼭 잡아주고 있을 뿐이었다. 형수도 내품에 안긴채 내손을 꼭 잡고 가쁜숨을 내쉬고 있다..

그렇게 억겁같은 시간이 흘러 구급요원들이 들이닥쳤다. 구급대원들은 조심스럽게 형수를 앰블런스로 옮겨 병원으로 달렸다.

산모라 약을 함부로 쓸수 없었기에 그냥 호흡기만 대줄뿐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형에게 전화를했다. 형 회사가 한창 포천에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라 형이 책임자로 내려가있었기 때문에 올라오는데 한참이 걸릴거같다.

난 안절부절하며 수술실앞을 서성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수술실안에서 우렁찬 아기울음소리가 들린다. 낳았나보다.. 그리고 얼마후 또 한번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아까만큼 크지는 않지만, 아기 둘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쩌렁쩌렁한다.

아기들은 건강한것같다... 제발 형수도 건강해야 할텐데...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선생님이 나오신다.

"산모는요?"

날 위아래로 훑어보던 선생님은

"동생이신가?"라고 묻는다. 아기를 낳는데 교복차림의 소년하나만 달랑 기다리고 있으니 좀 황당하신가보다..

"예. 산모가 저희 형수세요"

"음.. 아기들도 건강하고, 산모도 괜찮아요"

그말만 남기고 선생님은 자리를 떠나신다.

휴우... 다행이다..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형 얼굴을 어찌봤을까..

잠시후 간호사 둘이 아기들을 안고 나왔다. 아직 빨간 핏덩이들이지만 왜 그렇게 이뻐보이는지..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호호호"

내말에 간호사들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다. 뭐야.. 아들인지 딸인지 묻는게 웃겨??

"아들도 있고, 딸도 있어요~"

잉?? 그럼 이란성 쌍둥이??

"공주님이 누나고, 왕자님이 동생이예요. 1분차이구요"

ㅎㅎㅎ;

그래서 접때 산부인과 선생님에게 성별을 물었을때, 그냥 아무옷이나 준비하라고 했었구나..

"산모는..."

"회복실로 옮기면 그때 면회하실수 있어요. 잠시 기다리세요"

"네..."



쌍둥이.. 그것도 이란성.. ㅎㅎ 우리형 능력도 좋으셔. 한방에 아들, 딸 다 얻었네..

근데 분명히 큰 경사인데 왤케 허전하지...

한참을 멍하니 혼자 앉아있는데 간호사가 면회 가능하다고 부른다. 병실에 들어가자 침대에 누운 형수가 보인다. 그 예쁘던 얼굴이 퉁퉁 부어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쁘다..

"도련님..."

"형수님.. 고생하셨어요.." 가만히 형수의 손을 잡았다.

형수가 살풋 미소를 보인다.

"아기 봤어요?"

"예.. 넘 이뻐요. 이란성 쌍둥이래요. 딸이 누나고 아들이 동생이래요"

"난 아들 가지고 싶었고, 형님은 딸이면 했는데 한꺼번에 다 됐네요~"

"ㅎㅎ 그러게요. 갑자기 식구가 확 늘었네~ 이제 집안이 쪽 복작복작하겠다~"

그때 병실문이 벌컥 열리면서 형이 들어왔다.

"괜찮아?"

내가 살짝 뒤로 물러나자 형이 걱정스런 얼굴로 형수손을 꼭 잡고 묻는다.

"예. 괜찮아요.."

"정말 고생했어... 옆에 못있어줘서 미안해.."

"아녜요. 예정일도 아닌데 빨리 낳아서 그런걸 어떡해요.."

두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뒤로하고 난 병실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깜깜한 밤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넘었다. 휴우.. 그새 몇시간이 지났네.. 피곤한줄도 모르겠다.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왔다. 지연이한테 전화해볼까.. 시간이 너무늦어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먼저 문자를 한통 보내봤다. "자니?" 한참을 기다렸지만, 답문이 없다.. 자나보다..

병원 대기실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폰이 울린다. 지연인가보다. 반가운 마음에 잽싸게 전활 받았는데 형이다... 뭐냐 이 실망감은.. 내가 지연이를 그렇게 맘에 두고 있었나.

형은 자기가 병원에 있을테니 나에게 집에가서 눈좀 붙이란다.

그러마고 대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잠은 오지않았다. 짧은 하룻동안 참 많은일이 있었다..



다음날 지연이에게 형수소식을 알려주려고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불통상태다. 문자를 써도 답도없고... 왠지 찝찝하다.

며칠후 형수가 퇴원을 했다. 아기들은 며칠사이에 제법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이쁘다.. 여자애는 눈이 커다란게 형수를 빼다 박았고, 사내애는 형을 닮은것같다.

우리 형제는 형수 시중들랴, 애들보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지연이에게 연락이왔다. 집앞 놀이터인데 잠깐 보잖다. 슬리퍼를 신고 득달같이 뛰어나갔다.

지연인 그네에 앉아서 조금씩 왔다갔다하고 있다. 얼마만에 보는건가..

"지연아~"

내가 소리치며 달려가자 지연이가 날 쳐다보며 살짝 웃어준다.

"야~ 왜그렇게 연락이 안돼~ 죽은줄 알았다~"

"미안.. 이것저것 좀 정신이 없어서.."

"하긴. 나도 정신없이 지냈으니까.."

"넌 왜?"

"형수가 애기 낳았거든~"

"진짜? 아들? 딸?"

"맞춰봐~"

"글쎄..."

"히히~ 둘다야~"

"둘다? 설마 이란성?"

"응~"

"우아~ 잘됐다~ 한꺼번에 아들, 딸 다 얻었네~"

"히히~ 그러게. 아~ 이러지말구 지금 집에가서 보구가~"

난 지연이 팔을 잡고 당겼다.

응?

끌려올줄 알았던 지연이가 그냥 서있다.

"안갈꺼야?"

...

"사실.. 나 할말이 있어서 왔어.."

"할말? 뭔데?"

"...."

불안감이 밀려온다...

"뭔데그래...."

"나...."

나도 모르게 마른침이 삼켜진다.

"프랑스로 이민가..."



쿠쿠쿵.....

이게 무슨 소리야..

"이..민...?"

"..응..."

"갑자기 왜...."

"그렇게 됐어..."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말하러 온거야.. 아기는... 나중에..나중에 볼께.."

"..언제 가는데.."

"열흘뒤에..."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는 날 뒤로하고 지연이는 돌아섰다. 잠시후 등뒤로 탁탁탁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지만, 난 돌아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한참을 서있었다...

이민....



집에 돌아와서도 혼자 한참을 뒹굴다가 참다못해 지연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폰은 꺼져있었다. 젠장!!!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지연이의 폰은 계속 꺼져있다.

지연이가 떠난다는 전날.. 결국 지연이 집앞으로 찾아갔다.

벨을 누를까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애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벨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등뒤에서 자동차소리가 들린다.

왠 고급승용차가 대문앞에 선다. 앞문 조수석과 뒷문이 거의 동시에 열리면서 앞문에서는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중년신사가, 뒷문에서는 예의 대학생같은 미모의 지연이 어머니가 내린다.

"누구신가..."

지연이 아버지신가보다..

"어머.. 태..우 학생?"

"예. 안녕하세요. 지연이 친구 신태우라고합니다"

꾸벅 인사를 했지만, 지연이 아버지는 인사를 받는둥 마는둥 그냥 날 위아래로 스윽 훑어보시더니 집으로 쑥 들어가버리신다.

"원래 저런분이니까 기분나빠하지말아요"

지연이 어머니가 자애롭게 웃으며 말씀하신다.

"아..아닙니다."

"지연이 만나러왔어요?"

"예..."

"들어와요. 지연이 집에 있을거예요"

난 삐쭉삐쭉 지연이 어머니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갔다. 지연이 아버지는 방으로 들어가셨는지 안보이신다. 좀 안심이다..

그때 2층에서 지연이가 내려오다가 날보고 멈칫 멈춰선다.

"신.태우..."

지연이는 놀란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올라와" 한마디만하고 돌아서서 다시 올라간다.

난 지연이 어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지연이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앉어.."

지연이가 방석을 깔아준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갑자기 왜 이민을 가는거야.."

"...... 아빠가 유럽지사 책임자로 발령이나셨어.. 그래서 같이가는거야.. 거기가 미술공부하기도 좋구.."

"... 며칠전까진 아무말 없었잖아.."

"미안해.. 갑자기 그렇게됐어.."

"후우.... 그럼 왜 계속 날 피한건데.."

"그건...."

"이민간다고하면 내가 뭐라고할까봐?"

"그런건 아니야.."

"그럼뭔데..."

.................



"나도 이유를 알아야할거 아냐..."

"............"

"훗....... 하긴... 너같은 공주님이랑 나같은 거지랑 어울리기나 하겠냐.. 묻는 내가 바보지.. 그래 잘가라.."

난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그런거아냐!!"

손잡이를 잡고 돌리는데 뒤에서 지연이가 고함을 친다.

"바보야.. 그런거아니라구...."

어느새 지연이의 목소리는 울음이 섞여있다.

당황스럽다...

난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한참을 훌쩍이던 지연이가 입을 열었다.

"너... 수정이랑 잤지..."

철렁...

"뭐...뭐?"

"다 아니까 거짓말 안해두돼.."

"그그건..."

"수정이가 유혹한거 아니까 변명안해두돼"

"..미안해..."

"미안해 하지않아도돼...."

............



"사실...... 나도... 경험있어..."

지연이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들으니 충격이다.

"나도 너만나기 전까지 수정이처럼 그랬어... 근데.... 시험장에서 첨 너 만나고는 한번도 안그랬어.. 그리고.. 너랑 사귀면서 내 더러운 과거가 너무 후회스럽더라.. 6개월만 널 빨리 만났더라면.. 아니 내가 6개월만 그 호기심을 눌러놨더라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너 만나기전에.."

"알아.. 그래서 한편으론 되게 안심되더라.. 니가 내 과거를 눈치채도 이해해줄거라 기대했거든.."

"그럼 수정이랑 한것때문에 그런거니.. 그것때문이라면 니 화가 풀릴때까지 뭐라도 할께.. 그러니까.."

도리도리...

"아니.. 그런거아냐.."

"그럼 왜그러는건데.."

"사실.. 수정이랑 그런거 수정이가 얘기한거 아냐.."

?? 그럼 어떻게 알았지..

"접때 수정이 집에서 본 남자애있지.. 수정이랑 화장실에서.."

아.. 그자식...

"사실은 걔가 예전부터 나한테 찝적댔었거든... 근데 내가 태우 너때문에 싫다고 거절했어.."

그랬구나... 젠장... 수정이 유혹에 단번에 넘어간 난 뭐냐.. 더러운놈.. 한심한놈....

"걔가 얼마전 전화로 그러더라... 너랑 수정이가 잤다구... 그러니까 나도 그만 빼고 자기랑하자 이거지.."

이런 개새끼.....

"근데.. 그말을 들으니까 화가 나는게 아니라 내가 너무 더럽게 느껴지더라.. 너랑 사귀면서 나도 섹스하고 싶었어.. 근데.. 너한테만은 싼애로 보이기 싫어서... 흑흑...."

거기까지 말하고 지연인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난 말없이 지연일 안아주었다.

지연인 한동안 내품에서 소리내서 울었다.



"나... 지금 니옆에 서있을 자신이 없어... 쫌더 멋진 모습으로.. 좀더 당당한 여자로 니앞에 다시설래.. 그래서 가는거야.."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지연이 얼굴을 감싸고 바라봤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지만, 그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없다.. 지연이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댔다. 어떤 성적인 의미도 없는 순수한 입맞춤...



다음날 지연인 프랑스로 떠났다.. 지연이가 날아간 8월의 하늘은 뜨거웠다..





어제는 제가 일이 있어서 못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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