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있어요" 모르는 여성에 '문자'…스토킹 처벌 가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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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378회 작성일 21-04-04 02:32본문
11층 사는 분 맞으시죠? 관심있어서 연락드리는데요."
광주 광산구 한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는 전모씨(34·여)는 최근 머리가 쭈뼛 서는 경험을 했다. 퇴근 후 혼자 집에 있는데 모르는 남성이 갑자기 관심이 있다며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남성은 심지어 전씨와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어 자신의 얼굴과 사는 곳까지 알고 있었다.
전씨는 최대한 침착하게 "어떻게 번호를 알게됐느냐"고 물었고 남성은 "차량에 붙은 번호로 연락을 했다"고 답해왔다.
전씨는 자신의 번호를 공개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꺼려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차안심번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던 터라 남성의 연락이 더 불쾌하고 두려웠다.
전씨는 자신의 전화번호, 거주지, 차량까지 모두 알고 있는 남성에게 명확한 거절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다. 혹여 남성이 자신에게 해코지할까 두려워 "퇴근이 늦어진다.", "지금은 연락하기 어렵다" 등의 완곡한 표현으로 의사를 전했다.
결국 남자친구가 매번 귀갓길에 동행해 집에서 한동안 머물다 가면서 함께 지내는 척 연기를 해야했고, 그 이후부터는 점차 남성의 연락이 줄어들다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전씨는 "문자에 답장만 해서 그 사람의 얼굴조차 모른다. 그런데 그쪽은 내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아직도 그 남자가 나를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여성의 주차안심번호를 보고 연락한 남성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까.
전씨와 같은 경우 현행법으로는 남성을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지속적 괴롭힘 혹은 불안감 조성) 적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지만 전씨가 명확한 거절의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면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
경범죄 처벌법은 범행 예비 단계가 아닌 착수 단계부터 처벌이 가능하다. 이 경우 집으로 찾아오거나 직접적인 스토킹 행위가 없어 여성이 불안감을 느꼈더라도 처벌은 쉽지 않다.
전씨처럼 남성의 보복이 두려워 완곡한 표현을 했을 경우에는 더욱 처벌 가능성이 낮아진다.
모든 정황을 고려해 여성이 완곡하게라도 거절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판단되면 '불안감 조성'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여성의 의사에 반해 여러 번, 혹은 이따금 지속해서 연락이 와도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현행법으로 처벌하더라도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그쳐 보복이 두려운 여성들이 선뜻 신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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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남성의 경우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로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제처 관계자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 한 번의 연락이어도, 주차안심번호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연락처를 줬어도 여성의 의사에 반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긴급응급조치로 피해자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 현실에서 전씨와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현재로서는 경찰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지만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 좀 더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며 "법 시행 초기에는 여러 진통이 있겠지만 남성들도 호감으로 한 연락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와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상대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당사자나 가족 혹은 동거인에 접근해 따라다니는 등 불안감을 유발하면 스토킹 행위가 된다. 주거지를 서성거리거나 주거지 인근의 시설물 등을 훼손하는 행위,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물건을 보내는 행위도 스토킹이다.
이런 행위를 지속하고 반복하면 범죄로 규정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흉기까지 소지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형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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