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치해지는 밤 나의 재수 생활을 돌아보며.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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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38회 작성일 20-01-07 16:44본문
11년 11월 10일..이였던 걸로 기억한다.예년에 비해 춥지 않았던 12학년도 수능일같은 고사장에 배친된 친구들과 실없는 농을 주고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한다올해는 연습이지 난 내년에 갈겤ㅋㅋㅋㅋ아주 틀린말은 아니였다. 아니 맞는 말이었다.나는 이미 수능을 보기 전부터 재수를 결심했다.우리 부모님은 두분 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하셨다.부모님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그저 대학 진학이 아니었다.소위 말하는 sky? 그곳은 더 많은 공부를 하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일종의 관문 정도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곧잘 말씀하셨다.그렇다고 나에게 강요하지는 않으셨지만 19살 철부지는 이미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그런 나였기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학교에서 받아오는 모의고사 성적표는 나의 위치가 sky가 아닌 지방소재 대학교라는 것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재수라는 보험을 들어놓음으로써 자기위로를 하는데 바빳다.한 손에는 집에서 싸준 도시락을 한 손에는 학교 응원단이 주는 싸구려 차를 들고 피상적인 응원의 말들을 뒤로 한채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평소에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싸구려 차가 그렇게 따뜻하고 달콤할 수가 없었다.수능이 끝나고 만끽할 자유는 이렇게 달콤할까?재수는 한 두달 놀다 해도 되겠지? 그래 올해는 그냥보는거지시험을 보지도 않았는데 쓸데 없는 생각이 자꾸만 났다.그렇게 나는 철이 없었다.같은 고사장엔 다른 반의 안면이 있는 친구가 앉아있다. 으레 악덕부자의 이미지라면 심술궃은 볼살에 툭 튀어나온 배를 떠올리는데 이 녀석은 딱 그런 이미지였다.지방에서 손 꼽히는 부자의 자제였고 공부는 손에서 놓은지 오래다.쉽게 말하면 탕아였다.괜히 나에게 아는 척을 하며 담배를 피러 가잔다.화장실엔 이미 몇 녀석이 피다 갔는지 연기가 자욱하다.잔뜩 인상을 쓰며 담배를 꼬나무는 녀석을 본다.녀석에게 수능은 그저 아무대학에나 들어갈 점수를 받는 시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 대학에나 들어가서 적당히 놀다가 외국에 유학을 간댄다. 항상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녀석이 담배를 꼬나물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누군가에게는 일생 일대의 시험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적당히 시간을 때우는 시험에 지나지 않는다.그렇다면 나에게는?나에게 수능이란 무엇일까? 난 수능이 간절한가?답은 쉽게 나온다.대학진학을 위해서라면 당연한 거다.내가 평생 먹고 살만큼 우리집엔 돈이 많지 않다.그런데 지금까지 그렇게 공부한거야?당연한 물음에 당연한 답이 나온 그때 울컥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자만함과 방탕함이 점철된 나의 고3 생활 후 첫 수능은 점 점 짧아지는 장초와 같이 그렇게 무의미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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