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 삼수 실패한 썰.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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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21회 작성일 20-01-08 07:29본문
독학 삼수 실패한 썰.ssul
2011 반수실패까지
난 중딩때 반등수 37명 중 33등에 전교등수 450명 중 350등대까지 내려갈 정도로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내신 60%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갔고,
고1,2 내내 모의고사 평균 5~6등급만 맞아왔다.
고3 들어서는 이과생이었지만 공부를 하도 안한 탓에,
또 당시 새로 온 수학선생의 권유에 3월부터 가형에서 나형으로 갈아타는 꼴통이었다.
(참고: 현 수능과 비교해서 수학A=수리나형, 수학B=수리가형이라 보면 됨.심지어 저 당시 나형엔 미적이 없고 수1이 범위의 전부)
그 때의 내 생활을 상기하자면
야자끝나고 독서실가서 3시간 푹자다 집에 돌아와서는
밤새서 공부한다고 깝치다 매일 몰컴하면서 쳐놀았고
그러다 학교와서 1~2교시 잠깐 말똥말똥하다가 3교시부터 8교시까진
점심시간빼고 책상에 엎드려 스트레이트로 자기 일쑤였던
그야말로 한심한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고3 중후반 들어서면서 쪼끔 올라서 평균 4~5등급대를 유지했고
수능날 찍신 강림으로 3352464라는 대박(?)을 치고
대구에 있는 한 지잡대(지방잡대) 화학과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고2 때부터 좆도 공부 안하는 주제에 인서울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고
또 한 편으론 사대에 들어가 중고딩교사가 되고 싶었던 탓에
5월에 자퇴서내고 미련없이 반수를 택했다.
고3 때부터 재수하면 꼭 독학재수를 해야지하는 다짐이 있었던 탓에,
집에서 20분 거리 독서실에서 독학반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 안하던 놈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겠나 ㅡㅡ;
6월엔 그래도 하루 평균 6시간씩이나마 공부했지만
7월 들어서면서 흐트러지기 시작하더니 또 다시 나태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공부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거늘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그간 공부를 안한 것이 관성이 되어 계속해서 펜을 놓게 되었다.
독서실에 가서 15시간을 앉아있었지만 그 중 공부시간은 2~3시간 정도밖에 안되었고
5시간 가량은 엎드려자고, 8시간 가량은 폰 만지작거리거나 PMP로 나가수를 보기 일쑤였다.(이 때부터 본 나가수를 삼수 끝날 때까지 계속 봤다)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나가는 날의 횟수도 점점 늘어가기 시작했다.
수능 D-60부턴 공부시간이 0에 수렴해갔고
수능 D-30부터 그나마 좀 끄적여보려 했지만 한달간 '총' 공부시간이 20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냥 벌레였다.
결국 수능에서 현역 때보다도 떨어진 처참한 점수를 받게 되었다.
545658
반수땐 목표가 그리 높지 않아 가톨릭대 자연과학부를 목표로 했는데(사대는 중고딩교사가 별로라고 느껴 반수 도중 접음. 지금 생각하면 갈수있었던것도 아니었지만)
가톨릭대 수시 최저등급이 하나 3등급이어서 최저등급에서마저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단국대 천안캠 화학과에 수시를 썼지만 가고픈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고
결국 수시 발로 쓰고 나와서 예비번호조차 받지 못하고 광탈크리를 먹었다.
*12~3월
저 성적으론 자퇴한 학교에 재입학을 하거나,
지잡대 중에서도 하위권 지잡대를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워낙 내 꿈이 컸고, 재입학이나 하위권 지잡대는 내 자존심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삼수를 결심했다. 남들 한다면 하는 삼수, 나라고 못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잡대 졸업 후 어정쩡한데 취직하거나 공무원으로 월1~200씩 근근히 벌며
평생을 지방에서 살아가기는 죽기보다 싫은게 내 신념이었고
그동안 제대로 수능공부를 해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올해라도 제대로 수능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대학에 있어서도 지금 상태로 대학을 들어가면
작년과 다를 바가 없는 막장 생활이 될 게 뻔했다. 머리에 든게 없으니.
난 아직 대학에 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비록 그간 치룬 모의고사 및 수능에서 단 한 과목도 1등급을 받아보지 못한 중하위권이었지만
삼수까지 하는 마당에 나도 SKY에 들어가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고 싶었고,
그 꿈은 최소 연고대에 가야만 이룰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집에서 노량진가서 삼수하겠다고 선언했고,
부모님도 공부 안하는 내 꼬라지를 아시니까 처음엔 허락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계속 삼수 허락을 간청했고 내가 워낙 뜻이 완고하니 부모님도 결국 허락해 주셨다.
결국 정시 원서는 한 군데도 쓰지 않았다.
삼수한다는걸 알려지는게 좀 쪽팔렸고,
친구들과 연락하면 분명 반수 때처럼 존나 쳐놀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시원 입실 이틀 전 페북과 카톡에 군입대한다고 구라쳤다.
미친듯이 연락오는거 다 씹고 폰정지 후 잠적에 돌입했다.
그렇게 2012년 1월 29일, 내 노량진 삼수생활은 시작되었다.
처음 내 주된 계획은 하루 17시간 공부였다.
하루 최소 14시간은 해야 대학간다던 신승범의 조언을 넘어서고 싶었고,
17시간이면 그 어떤 시험도 통과할 수 있다던 고승덕에 닿고 싶어서였다.
이후 총체적인 계획을 짰고, 짜둔 계획은 미루면 메꿀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시원에 8석짜리 자습실이 하나 딸려있었다.
그 곳에 독서실 고정석인마냥 자리 하나를 잡았고,
2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반수 때도 그랬듯
20년 내내 잡혀오지 않은 공부습관이 이제와서 하루아침에 뚝딱 교정되는게 아니었다.
롤러코스터마냥 하루 1시간 공부했다가 하루 8시간 공부했다가 하였고,
평균적으론 4~5시간 가량 공부했다.
하루에 17시간 공부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딱 한번 하루 16시간 반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공부가 끝나고 나서 머리가 두갈래로 쪼개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적당 이하의 공부를 하다 3월 말 내 생일이 되었는데
그날 한 달 뒤 여자친구가 된 애가 서울올라와서 불태웠고,
그게 기폭제가 되어 안그래도 부족한 공부량에서 더 풀어져버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고 그걸로 거진 1주일을 날렸다.
문제는 그 1주일이 끝이 아니었다.
*4~6월
위에서 말했다시피 공부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하루 미친듯이 노니까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펜을 잡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
4월 한달간 '총' 공부시간이 5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작년 반수 말기보다도 더 벌레같은 날백수로서의 모습이었다.
구속하는 사람이 없으니 정모에 참석해 신촌과 홍대 일대에서 술집을 전전했다.
노량진에서 공부하면 새롭고 고립된 공간이니 더 열심히 공부하리라 생각했거늘
내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늘상 대구에만 쳐박혀있다 난생 처음 서울에 정착하다보니
4월 들어서면서 슬슬 노는데 정신이 팔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토록 놀기 좋아하는 새끼가 서울 상경 & 그 누구의 간섭도 없으니
한 번 고삐가 풀리고는 얼마나 개처럼 싸돌아 다녔을지 충분히 감이 오리라 본다.
그렇게 놀다보면 피곤해서 매일 잠을 12시간 넘게 쳐잤고,
점점 자는 시간이 15시간을 넘더니 하루는 20시간동안 잔적도 있다.
그러다 잠에서 깨면 자괴감에 몸서리치고,
결국 의욕을 잃고 펜을 잡지 않는 그런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루는 대구에 내려갔는데 서울에서 부모님과 연락 용도로만 쓰던 2G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집에 두고 왔던 스마트폰을 정지풀고 다시 고시원으로 가져왔다 씨발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대구에 내려간 하룻밤때매 3년 전 사귀던 여자친구와 재결합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쳐놀던 습관에서 폰과 여자친구까지 더해지니 나태엔 가속이 붙었고
이제 정신차렸다며 자습실 내려가서 공부할거라고 폼잡아놓고는 폰켜서 내내 만지작거리고,
여친이랑 3시간씩 카톡에 2시간씩 전화하고, 가끔 술마시러 나가고 그런 날 투성이었다.
5월엔 들어서는 공부를 그나마 4월보단 조금 더 했지만
그래도 많아봐야 하루 5시간 하는 수준이었고 보통 하루 1시간, 하루 30분, 하루 0분인 날 투성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작년 실패를 맛본 반수 때와 같은 루트를 탈게 뻔하였다.
매번 정신차려야지 정신차려야지 하였지만 작심삼일도 아닌 작심삼분이었다.
음악을 들어도, 엄청난 수기를 봐도, 인강강사의 쓴소리 영상을봐도, 그 자극은 길어야 1시간이었다.
계획은 밀리고 밀려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기출은 물론이고, 연계율이 70%라는 EBS는 수능특강 비문학 단 3지문 푼 거 빼고
단 한 페이지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렇게 정신 못차리는 도중 6월 모평이 다가왔다.
455647. 수능 5개월남은 삼수생의 성적이었다.
더군다나 저 성적도 오히려 잘찍은 것이었다..
수리의 경우엔 찍은 문제 중 다섯 문제를 맞췄으니까.
현역 때보다는 당연히 떨어졌고, 반수 수능과 비교한다 해도 백분위는 오히려 떨어졌다. (반수땐 나형)
저렇게 6평을 말아먹었으면 자극받아 공부할만도한데 병신같게도 여전히 난 정신차리지않고 있었다.
20년 습관은 여전히 어딜 가지 않더라.
6평 후 1주일간은 나름 공부할려고 용썼지만 그래도 하루에 공부시간이 3시간을 넘기는 날은 없었다.
1주일이 지난 후엔 4월이랑 다를 바 없이 깊은 나태에 빠져 6월 내내 공부에 거의 손을 놓았다.
머리로만 공부해야지 생각하고 정작 실천은 전혀 하지 않았다.
*7~8월
서서히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냐면, 공부를 놔버린게 아닌 더 병신같은짓을 했다.
하루 22시간 공부하고 1시간 자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이젠 말도 안되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내가 짜놓고도 난 진짜 병신인가 싶다가도 그냥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렇게 하면 힘들긴 존나 힘들어도 죽지는 않겠지 싶었다.
그 유명한 구본석도 하루 2시간 자고 공부했는데 안 죽었고,
스퍼트 낼 때 3일밤을 새면서 공부했다는 수기도 허다했으니 나라고 못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에 무턱대고 연고대 갈 수 있다고 자신한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었다.
언제나 입만 살아가지고 계획만 거창하게 꾸미는 존나게 한심한 새끼였다.
그래서 내가 공부를 했을까? 오히려 더 안 했다.
삼수 초기 때부터 내가 다짐했던게 뭐냐면, 무슨일이 있어도 LOL은 절대 건드리지 말자는 거였다.
결국 그건 지켜서 지금까지 LOL은 건드려본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부턴 평소엔 거의 다니지도 않는 피시방을 출첵하기 시작했다.
LOL은 절대 시작 안해야지 해서 안하고 피시방에서 스타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시원에서 노트북으로 잠깐 한게 재미가 들려버렸고,
고시원이 좀 답답하니 나중엔 피시방을 쳐간 것이었다.
안 그래도 공부 죽어라 안하는 놈이 공부와 상극인 게임을 잡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피시방에 가면 5시간은 좆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8시간 가량을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수능 D-100에 피시방에서 14시간 찍었다.
무더운 여름인데 피시방은 존나 시원하고, 군것질거리도 많고,
피곤하면 바로 앞에 고시원 쫄래쫄래 들어가서 자면 되니까 걍 아무 생각 없이 게임만 존나게 했다.
4~6월은 뭔가 하려는 시도라도 했지 (물론 그때도 존나 한심하긴 했음),
7~8월은 틈만 나면 피시방을 쳐갔으니 시간이 훅훅 흘러갔다.
이 때 난 내 인생의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그 최고기록이 뭐냐면.... 공부시간을 기록해놓은 종이가 있는데, 78일 연속으로 공부시간이 0분이었다.
80일 가량을 펜조차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78일은 세상 그 어디에 내놔도 나보다 한심한 놈이 없을만큼
인생 최하급 쓰레기로 살아왔던 것이다.
백수들은 차라리 게임이라도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난 찌질하게 피시방가서 스타나 밤새 하고..
저 2달반동안의 내가 지금 내 앞에 나타난다면 진짜 줘팼을거다.
그리고 그 78일이 지났을 때 수능은 정확히 60일이 남았었다.
*9~11월
수능 D-60이 되기 직전에 9평을 쳤다.
565736. 6평 점수가 455647 거진 한 등급씩 떨어졌다. 이새끼 사람새끼 맞나 싶었다.
본격적으로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위기감은 6평 치고 나서 서서히 들었지만, 2달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수능이 60일 남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좆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위기가 닥쳤음을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연대논술 시험일이 진짜 딱 한 달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연대는 미친듯이 가고싶은데 당시 내 상태로 보나 입시 트렌드로 보나 정시로 뚫긴 힘드니
수시 우선선발을 노려야 하는데 논술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단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물론 논술공부는 한 글자도 안했다. 수능공부도 안했는데 논술을 했을리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난 수능과 연고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위와 합리화를 미친듯이 해대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능준비 초기기간이라 특히 처음 재수하는 놈들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특히 이건 주의해서 말해주고 싶다
9월이 되면 수능이 다가왔다는게 체감되서 존나 민감해지고
특히 공부 제대로 안한 놈들은 기적적인 점수상승에 굶주리게 된다.
점수만 오를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로.
그래서 단기간에 기적적으로 성적을 올린 수기에 목을 메고,
그런 수기를 보면 무슨 사이비종교마냥 맹신하는 놈들이 속출한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난 그 성공수기에 그 어떤 놈들보다도 굶주렸다.
원래부터 바닥이었기에 기적적인 점수상승에 굶주려 있었고,
6월부터 22시간 공부라는 말도 안되는 계획을 꿈꿨고,
수능이 60일 남기까지 공부안한 개막장 삼수생이었기때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성공사례를 찾아나서기에 바빴다.
아마 이 당시 단기간 성적상승 수기를 가장 많이 수집한 놈들 중 한 명이 나였을거다.
60일 수갤러, 경인교대, 45일 설의, 30일 연대, 15일 구펜션 등 수기 모아놓은게 수십개 된다.
그리고 그 수기들은 내게 "아직 늦지않았어 가능하다"라고 꼬드겼다.
그리고 난 병신같이 "ㅇㅋ난 할 수 있다!!" 이지랄하고 있었고
거기다가 자만심까지 더해져서 "딴새끼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함?" 수준을 넘어서서
"내가 저새끼들보다 더 빡세게 돌려서 더 말도 안되는 성적상승을 이뤄내야겠다.
단기간에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 중에서도 1인자가 되겠다."
라는 말도 안되는 자만과 상상과 바램을 품고 있었다.
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1%도 아닌 존나 특별한 0.1%라고 스스로를 기만했다.
그래서 그 기적과도 같은 수기들이 나에게 가능하단 믿음을 안겨줘서 내가 빡공을 하게 만들었다고?
뭔가 바뀌긴 했다. 지난 78일, 2달 반처럼 하루종일 펜을 놓고 있진 않았다.
근데 그래서 한게 평균 4시간쯤 됐다.
하나 더 말해주고 싶은게 있는데, 절대 수기보고 자위하지 마라
왜이렇게 내가 간곡하게 말하냐면
차라리 3월 전에 1년동안 착실히 공부한 수기보고 의욕을 갖는 거면
차라리 그 때부터 전체적인 계획을 만들어서 지켜나갈 수라도 있다.
근데 60일 남아서 바닥에서 폭풍상승을 일으키는 건 애초에 지가 생각해도 말이안되는 짓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방법론을 짜는게 아니라, 내가 말도 안되는 엄청난 노력을해서
신이 내게 말도 안되는 기적을 갖다준다는,
마치 그것이 종교인듯 그저 믿음을 갖고 따르는 꼴이 되어버린다.
고로 60일을 말아먹어도 45일 수기가 있으니까 "나도 45일만에 될거야!" 하고 자위하게 되고
45일을 말아먹어도 30일 수기가 있으니까 "나도 30일만에 될거야!"하고 자위하게 된다.
더군다나 15일만에 바닥에서 올린 케이스마저 실존하기 때문에,
15일 남아서까지 3시간 자고 공부하면 444 -> 222 가능? 이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수능 7일 남아서면서 아씨발 좆됐구나 싶지ㅋ
내가 단기간에 기적을 일구어낸 수기는 많이 봤어도
그 수기를 보고 감명받아서 뒤이어 성공해낸 새끼는 한 명도 못 봤다.
내가 저런 놈이었다.
내 삼수의 9~10월은 공부안해서 좌절 -> 수기보고 위안 -> 공부안해서 좌절의 무한반복이었다.
"아 진짜 사수는 하기 싫은데;;" 요러면서도 막상 성적은 평균 6등급대인데
이때까지도 연고대는 가고 싶었으니,
근데 하필 한두달만에 바닥에서 연고대급에 진입한 사례가 실제로 있으니
공부안해서 좌절하다가도 그런 감동의 수기를 보면 내가 저걸 할 수 있고
저걸 뛰어넘을 수 있다고 위안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다잡는답시고 거위의꿈이나 그것만이내세상 따위의 곡들을 들으면서
담배 한대 빨고 책피고..
근데 지난 3년간 공부습관이 하나도 잡혀있지 않으니
1시간도 집중 안되고 다시 펜놓고, 이러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한두달 남았으니 난 안될거야 씨발 걍 놀자" 이 꼬라지가 되지 않은 건
단기 수기의 유일한 장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공부안한건 마찬가지니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능이 30일 남기까지 평균 공부시간 4시간.. 아예 공부안한 날도 꽤 섞여있었고
연대논술 치러 안갔다. 쪽팔려서 주위에는 치고 왔다고 구라쳤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의 목표는 고대야 고대가서 막걸리 ㄱㄱ" 이지랄하기 시작했다.
수능 D-29에 순공으로 10시간반 공부했는데, 204일만에 공부시간 두자리수를 채운 것이었다.
그리고 더 한심한건? 그 D-29를 마지막으로 평균 공부시간은 다시 4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15일쯤 남았을 때 절정으로 정신줄을 놓았는데
하루 공부 계획을 40시간씩 쳐잡았다ㅋㅋㅋㅋ 이건 7~8등급 막장새끼들도 안 하는 짓일 거다.
내가 뭘 믿고 이랬냐면,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있었다.
"뇌는 가변적이어서 사람
2011 반수실패까지
난 중딩때 반등수 37명 중 33등에 전교등수 450명 중 350등대까지 내려갈 정도로
공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내신 60%로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갔고,
고1,2 내내 모의고사 평균 5~6등급만 맞아왔다.
고3 들어서는 이과생이었지만 공부를 하도 안한 탓에,
또 당시 새로 온 수학선생의 권유에 3월부터 가형에서 나형으로 갈아타는 꼴통이었다.
(참고: 현 수능과 비교해서 수학A=수리나형, 수학B=수리가형이라 보면 됨.심지어 저 당시 나형엔 미적이 없고 수1이 범위의 전부)
그 때의 내 생활을 상기하자면
야자끝나고 독서실가서 3시간 푹자다 집에 돌아와서는
밤새서 공부한다고 깝치다 매일 몰컴하면서 쳐놀았고
그러다 학교와서 1~2교시 잠깐 말똥말똥하다가 3교시부터 8교시까진
점심시간빼고 책상에 엎드려 스트레이트로 자기 일쑤였던
그야말로 한심한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고3 중후반 들어서면서 쪼끔 올라서 평균 4~5등급대를 유지했고
수능날 찍신 강림으로 3352464라는 대박(?)을 치고
대구에 있는 한 지잡대(지방잡대) 화학과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고2 때부터 좆도 공부 안하는 주제에 인서울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었고
또 한 편으론 사대에 들어가 중고딩교사가 되고 싶었던 탓에
5월에 자퇴서내고 미련없이 반수를 택했다.
고3 때부터 재수하면 꼭 독학재수를 해야지하는 다짐이 있었던 탓에,
집에서 20분 거리 독서실에서 독학반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 안하던 놈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겠나 ㅡㅡ;
6월엔 그래도 하루 평균 6시간씩이나마 공부했지만
7월 들어서면서 흐트러지기 시작하더니 또 다시 나태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공부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거늘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그간 공부를 안한 것이 관성이 되어 계속해서 펜을 놓게 되었다.
독서실에 가서 15시간을 앉아있었지만 그 중 공부시간은 2~3시간 정도밖에 안되었고
5시간 가량은 엎드려자고, 8시간 가량은 폰 만지작거리거나 PMP로 나가수를 보기 일쑤였다.(이 때부터 본 나가수를 삼수 끝날 때까지 계속 봤다)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나가는 날의 횟수도 점점 늘어가기 시작했다.
수능 D-60부턴 공부시간이 0에 수렴해갔고
수능 D-30부터 그나마 좀 끄적여보려 했지만 한달간 '총' 공부시간이 20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냥 벌레였다.
결국 수능에서 현역 때보다도 떨어진 처참한 점수를 받게 되었다.
545658
반수땐 목표가 그리 높지 않아 가톨릭대 자연과학부를 목표로 했는데(사대는 중고딩교사가 별로라고 느껴 반수 도중 접음. 지금 생각하면 갈수있었던것도 아니었지만)
가톨릭대 수시 최저등급이 하나 3등급이어서 최저등급에서마저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울며 겨자먹기로 단국대 천안캠 화학과에 수시를 썼지만 가고픈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고
결국 수시 발로 쓰고 나와서 예비번호조차 받지 못하고 광탈크리를 먹었다.
*12~3월
저 성적으론 자퇴한 학교에 재입학을 하거나,
지잡대 중에서도 하위권 지잡대를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워낙 내 꿈이 컸고, 재입학이나 하위권 지잡대는 내 자존심이 허락해주지 않았다.
삼수를 결심했다. 남들 한다면 하는 삼수, 나라고 못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잡대 졸업 후 어정쩡한데 취직하거나 공무원으로 월1~200씩 근근히 벌며
평생을 지방에서 살아가기는 죽기보다 싫은게 내 신념이었고
그동안 제대로 수능공부를 해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올해라도 제대로 수능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대학에 있어서도 지금 상태로 대학을 들어가면
작년과 다를 바가 없는 막장 생활이 될 게 뻔했다. 머리에 든게 없으니.
난 아직 대학에 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비록 그간 치룬 모의고사 및 수능에서 단 한 과목도 1등급을 받아보지 못한 중하위권이었지만
삼수까지 하는 마당에 나도 SKY에 들어가 당당하게 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살고 싶었고,
그 꿈은 최소 연고대에 가야만 이룰 수 있으리라 여겼다.
집에서 노량진가서 삼수하겠다고 선언했고,
부모님도 공부 안하는 내 꼬라지를 아시니까 처음엔 허락받지 못하였다.
하지만 계속 삼수 허락을 간청했고 내가 워낙 뜻이 완고하니 부모님도 결국 허락해 주셨다.
결국 정시 원서는 한 군데도 쓰지 않았다.
삼수한다는걸 알려지는게 좀 쪽팔렸고,
친구들과 연락하면 분명 반수 때처럼 존나 쳐놀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고시원 입실 이틀 전 페북과 카톡에 군입대한다고 구라쳤다.
미친듯이 연락오는거 다 씹고 폰정지 후 잠적에 돌입했다.
그렇게 2012년 1월 29일, 내 노량진 삼수생활은 시작되었다.
처음 내 주된 계획은 하루 17시간 공부였다.
하루 최소 14시간은 해야 대학간다던 신승범의 조언을 넘어서고 싶었고,
17시간이면 그 어떤 시험도 통과할 수 있다던 고승덕에 닿고 싶어서였다.
이후 총체적인 계획을 짰고, 짜둔 계획은 미루면 메꿀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고시원에 8석짜리 자습실이 하나 딸려있었다.
그 곳에 독서실 고정석인마냥 자리 하나를 잡았고,
2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할 태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반수 때도 그랬듯
20년 내내 잡혀오지 않은 공부습관이 이제와서 하루아침에 뚝딱 교정되는게 아니었다.
롤러코스터마냥 하루 1시간 공부했다가 하루 8시간 공부했다가 하였고,
평균적으론 4~5시간 가량 공부했다.
하루에 17시간 공부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딱 한번 하루 16시간 반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공부가 끝나고 나서 머리가 두갈래로 쪼개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적당 이하의 공부를 하다 3월 말 내 생일이 되었는데
그날 한 달 뒤 여자친구가 된 애가 서울올라와서 불태웠고,
그게 기폭제가 되어 안그래도 부족한 공부량에서 더 풀어져버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심한 감기몸살에 걸렸고 그걸로 거진 1주일을 날렸다.
문제는 그 1주일이 끝이 아니었다.
*4~6월
위에서 말했다시피 공부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하루 미친듯이 노니까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이주일 펜을 잡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
4월 한달간 '총' 공부시간이 5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작년 반수 말기보다도 더 벌레같은 날백수로서의 모습이었다.
구속하는 사람이 없으니 정모에 참석해 신촌과 홍대 일대에서 술집을 전전했다.
노량진에서 공부하면 새롭고 고립된 공간이니 더 열심히 공부하리라 생각했거늘
내 계획을 비웃기라도 하듯, 늘상 대구에만 쳐박혀있다 난생 처음 서울에 정착하다보니
4월 들어서면서 슬슬 노는데 정신이 팔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토록 놀기 좋아하는 새끼가 서울 상경 & 그 누구의 간섭도 없으니
한 번 고삐가 풀리고는 얼마나 개처럼 싸돌아 다녔을지 충분히 감이 오리라 본다.
그렇게 놀다보면 피곤해서 매일 잠을 12시간 넘게 쳐잤고,
점점 자는 시간이 15시간을 넘더니 하루는 20시간동안 잔적도 있다.
그러다 잠에서 깨면 자괴감에 몸서리치고,
결국 의욕을 잃고 펜을 잡지 않는 그런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루는 대구에 내려갔는데 서울에서 부모님과 연락 용도로만 쓰던 2G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집에 두고 왔던 스마트폰을 정지풀고 다시 고시원으로 가져왔다 씨발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대구에 내려간 하룻밤때매 3년 전 사귀던 여자친구와 재결합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쳐놀던 습관에서 폰과 여자친구까지 더해지니 나태엔 가속이 붙었고
이제 정신차렸다며 자습실 내려가서 공부할거라고 폼잡아놓고는 폰켜서 내내 만지작거리고,
여친이랑 3시간씩 카톡에 2시간씩 전화하고, 가끔 술마시러 나가고 그런 날 투성이었다.
5월엔 들어서는 공부를 그나마 4월보단 조금 더 했지만
그래도 많아봐야 하루 5시간 하는 수준이었고 보통 하루 1시간, 하루 30분, 하루 0분인 날 투성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작년 실패를 맛본 반수 때와 같은 루트를 탈게 뻔하였다.
매번 정신차려야지 정신차려야지 하였지만 작심삼일도 아닌 작심삼분이었다.
음악을 들어도, 엄청난 수기를 봐도, 인강강사의 쓴소리 영상을봐도, 그 자극은 길어야 1시간이었다.
계획은 밀리고 밀려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기출은 물론이고, 연계율이 70%라는 EBS는 수능특강 비문학 단 3지문 푼 거 빼고
단 한 페이지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렇게 정신 못차리는 도중 6월 모평이 다가왔다.
455647. 수능 5개월남은 삼수생의 성적이었다.
더군다나 저 성적도 오히려 잘찍은 것이었다..
수리의 경우엔 찍은 문제 중 다섯 문제를 맞췄으니까.
현역 때보다는 당연히 떨어졌고, 반수 수능과 비교한다 해도 백분위는 오히려 떨어졌다. (반수땐 나형)
저렇게 6평을 말아먹었으면 자극받아 공부할만도한데 병신같게도 여전히 난 정신차리지않고 있었다.
20년 습관은 여전히 어딜 가지 않더라.
6평 후 1주일간은 나름 공부할려고 용썼지만 그래도 하루에 공부시간이 3시간을 넘기는 날은 없었다.
1주일이 지난 후엔 4월이랑 다를 바 없이 깊은 나태에 빠져 6월 내내 공부에 거의 손을 놓았다.
머리로만 공부해야지 생각하고 정작 실천은 전혀 하지 않았다.
*7~8월
서서히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냐면, 공부를 놔버린게 아닌 더 병신같은짓을 했다.
하루 22시간 공부하고 1시간 자는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이젠 말도 안되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내가 짜놓고도 난 진짜 병신인가 싶다가도 그냥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렇게 하면 힘들긴 존나 힘들어도 죽지는 않겠지 싶었다.
그 유명한 구본석도 하루 2시간 자고 공부했는데 안 죽었고,
스퍼트 낼 때 3일밤을 새면서 공부했다는 수기도 허다했으니 나라고 못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에 무턱대고 연고대 갈 수 있다고 자신한 것보다 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었다.
언제나 입만 살아가지고 계획만 거창하게 꾸미는 존나게 한심한 새끼였다.
그래서 내가 공부를 했을까? 오히려 더 안 했다.
삼수 초기 때부터 내가 다짐했던게 뭐냐면, 무슨일이 있어도 LOL은 절대 건드리지 말자는 거였다.
결국 그건 지켜서 지금까지 LOL은 건드려본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부턴 평소엔 거의 다니지도 않는 피시방을 출첵하기 시작했다.
LOL은 절대 시작 안해야지 해서 안하고 피시방에서 스타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시원에서 노트북으로 잠깐 한게 재미가 들려버렸고,
고시원이 좀 답답하니 나중엔 피시방을 쳐간 것이었다.
안 그래도 공부 죽어라 안하는 놈이 공부와 상극인 게임을 잡으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피시방에 가면 5시간은 좆도 아니고 평균적으로 8시간 가량을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수능 D-100에 피시방에서 14시간 찍었다.
무더운 여름인데 피시방은 존나 시원하고, 군것질거리도 많고,
피곤하면 바로 앞에 고시원 쫄래쫄래 들어가서 자면 되니까 걍 아무 생각 없이 게임만 존나게 했다.
4~6월은 뭔가 하려는 시도라도 했지 (물론 그때도 존나 한심하긴 했음),
7~8월은 틈만 나면 피시방을 쳐갔으니 시간이 훅훅 흘러갔다.
이 때 난 내 인생의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그 최고기록이 뭐냐면.... 공부시간을 기록해놓은 종이가 있는데, 78일 연속으로 공부시간이 0분이었다.
80일 가량을 펜조차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78일은 세상 그 어디에 내놔도 나보다 한심한 놈이 없을만큼
인생 최하급 쓰레기로 살아왔던 것이다.
백수들은 차라리 게임이라도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난 찌질하게 피시방가서 스타나 밤새 하고..
저 2달반동안의 내가 지금 내 앞에 나타난다면 진짜 줘팼을거다.
그리고 그 78일이 지났을 때 수능은 정확히 60일이 남았었다.
*9~11월
수능 D-60이 되기 직전에 9평을 쳤다.
565736. 6평 점수가 455647 거진 한 등급씩 떨어졌다. 이새끼 사람새끼 맞나 싶었다.
본격적으로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위기감은 6평 치고 나서 서서히 들었지만, 2달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수능이 60일 남았다고 생각하니 정말 좆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 위기가 닥쳤음을 체감할 수 있었던 건,
연대논술 시험일이 진짜 딱 한 달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연대는 미친듯이 가고싶은데 당시 내 상태로 보나 입시 트렌드로 보나 정시로 뚫긴 힘드니
수시 우선선발을 노려야 하는데 논술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단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물론 논술공부는 한 글자도 안했다. 수능공부도 안했는데 논술을 했을리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난 수능과 연고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자위와 합리화를 미친듯이 해대기 시작했다.
지금은 수능준비 초기기간이라 특히 처음 재수하는 놈들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특히 이건 주의해서 말해주고 싶다
9월이 되면 수능이 다가왔다는게 체감되서 존나 민감해지고
특히 공부 제대로 안한 놈들은 기적적인 점수상승에 굶주리게 된다.
점수만 오를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로.
그래서 단기간에 기적적으로 성적을 올린 수기에 목을 메고,
그런 수기를 보면 무슨 사이비종교마냥 맹신하는 놈들이 속출한다.
나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아니, 난 그 성공수기에 그 어떤 놈들보다도 굶주렸다.
원래부터 바닥이었기에 기적적인 점수상승에 굶주려 있었고,
6월부터 22시간 공부라는 말도 안되는 계획을 꿈꿨고,
수능이 60일 남기까지 공부안한 개막장 삼수생이었기때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성공사례를 찾아나서기에 바빴다.
아마 이 당시 단기간 성적상승 수기를 가장 많이 수집한 놈들 중 한 명이 나였을거다.
60일 수갤러, 경인교대, 45일 설의, 30일 연대, 15일 구펜션 등 수기 모아놓은게 수십개 된다.
그리고 그 수기들은 내게 "아직 늦지않았어 가능하다"라고 꼬드겼다.
그리고 난 병신같이 "ㅇㅋ난 할 수 있다!!" 이지랄하고 있었고
거기다가 자만심까지 더해져서 "딴새끼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왜 못함?" 수준을 넘어서서
"내가 저새끼들보다 더 빡세게 돌려서 더 말도 안되는 성적상승을 이뤄내야겠다.
단기간에 기적을 일으킨 사람들 중에서도 1인자가 되겠다."
라는 말도 안되는 자만과 상상과 바램을 품고 있었다.
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1%도 아닌 존나 특별한 0.1%라고 스스로를 기만했다.
그래서 그 기적과도 같은 수기들이 나에게 가능하단 믿음을 안겨줘서 내가 빡공을 하게 만들었다고?
뭔가 바뀌긴 했다. 지난 78일, 2달 반처럼 하루종일 펜을 놓고 있진 않았다.
근데 그래서 한게 평균 4시간쯤 됐다.
하나 더 말해주고 싶은게 있는데, 절대 수기보고 자위하지 마라
왜이렇게 내가 간곡하게 말하냐면
차라리 3월 전에 1년동안 착실히 공부한 수기보고 의욕을 갖는 거면
차라리 그 때부터 전체적인 계획을 만들어서 지켜나갈 수라도 있다.
근데 60일 남아서 바닥에서 폭풍상승을 일으키는 건 애초에 지가 생각해도 말이안되는 짓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방법론을 짜는게 아니라, 내가 말도 안되는 엄청난 노력을해서
신이 내게 말도 안되는 기적을 갖다준다는,
마치 그것이 종교인듯 그저 믿음을 갖고 따르는 꼴이 되어버린다.
고로 60일을 말아먹어도 45일 수기가 있으니까 "나도 45일만에 될거야!" 하고 자위하게 되고
45일을 말아먹어도 30일 수기가 있으니까 "나도 30일만에 될거야!"하고 자위하게 된다.
더군다나 15일만에 바닥에서 올린 케이스마저 실존하기 때문에,
15일 남아서까지 3시간 자고 공부하면 444 -> 222 가능? 이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수능 7일 남아서면서 아씨발 좆됐구나 싶지ㅋ
내가 단기간에 기적을 일구어낸 수기는 많이 봤어도
그 수기를 보고 감명받아서 뒤이어 성공해낸 새끼는 한 명도 못 봤다.
내가 저런 놈이었다.
내 삼수의 9~10월은 공부안해서 좌절 -> 수기보고 위안 -> 공부안해서 좌절의 무한반복이었다.
"아 진짜 사수는 하기 싫은데;;" 요러면서도 막상 성적은 평균 6등급대인데
이때까지도 연고대는 가고 싶었으니,
근데 하필 한두달만에 바닥에서 연고대급에 진입한 사례가 실제로 있으니
공부안해서 좌절하다가도 그런 감동의 수기를 보면 내가 저걸 할 수 있고
저걸 뛰어넘을 수 있다고 위안을 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 다잡는답시고 거위의꿈이나 그것만이내세상 따위의 곡들을 들으면서
담배 한대 빨고 책피고..
근데 지난 3년간 공부습관이 하나도 잡혀있지 않으니
1시간도 집중 안되고 다시 펜놓고, 이러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한두달 남았으니 난 안될거야 씨발 걍 놀자" 이 꼬라지가 되지 않은 건
단기 수기의 유일한 장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공부안한건 마찬가지니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능이 30일 남기까지 평균 공부시간 4시간.. 아예 공부안한 날도 꽤 섞여있었고
연대논술 치러 안갔다. 쪽팔려서 주위에는 치고 왔다고 구라쳤다.
그리고 이때부터 "나의 목표는 고대야 고대가서 막걸리 ㄱㄱ" 이지랄하기 시작했다.
수능 D-29에 순공으로 10시간반 공부했는데, 204일만에 공부시간 두자리수를 채운 것이었다.
그리고 더 한심한건? 그 D-29를 마지막으로 평균 공부시간은 다시 4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15일쯤 남았을 때 절정으로 정신줄을 놓았는데
하루 공부 계획을 40시간씩 쳐잡았다ㅋㅋㅋㅋ 이건 7~8등급 막장새끼들도 안 하는 짓일 거다.
내가 뭘 믿고 이랬냐면, 어디서 주워들은 말이 있었다.
"뇌는 가변적이어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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