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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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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82회 작성일 20-01-09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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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내가 중1때..
아주 무더운 여름방학이었다
중2부터는 내신이 들어간다고
내 나름대론 더 이상 방학때 편하게 놀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앞으로 한동안은 바닷가를 못갈테니
'이번 방학에 바닷가에 가서 신나게 놀아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아빠의 고향이 바닷가 근처였고
아빠의 친한 고향 친구분중 한명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서 사신다는 얘길듣고
아빠에게 며칠만 놀다와도 되냐고 물었다.
다행히 아빠친구는 흔쾌히 허락해주시고 난 열대야가 지속되던 그 여름에
아빠친구네 집에서 4일간 묵게되었다.
여러가지 물놀이 기구와 옷가지, 내 게임보이
그리고 몇주전에 선물받은 내 새끼비글(이름 루시퍼로 지었음ㅋㅋ)
암튼 그렇게 다 챙겨서 나혼자 기차타고 가서 아저씨가 마중 나오셨다.
근데 아저씨옆에 진짜 얼굴이 뽀얗고 이쁜 여자가 있었다.
내가 올린짤과 닮았다. 저거보다 더 어리게 생김 ㅎㅎ
차타고 가면서 아빠친구아저씨가 인사시켜줬는데
아저씨 딸이었다. 진짜 이뻐서 조금 말도 잘 못했다. 병신같이 ㅋㅋ
가면서 알게된건 아저씨는 딸이 3명이고
중3 중1 초4 이렇게 있었다.
얘가 나랑 동갑이고 집에가보니 누나도 이쁘고 동생도 귀어웠다.
근데 처음 얠 봤을때 이미 조금 반한거같고 또 동갑이라니깐 조금 더 설레이는 것도 있었다.
아직도 이름이 기억난다. 채유진.. 근데 둘째만 ㅋㅋㅋ
근데 얘네들도 말을 많이 안해줘서 친해지기 힘들었다.
어둑어둑해서 집에 도착했는데 멀리서 파도소리 들리고 별 진짜 많이 보이고
마당있고 텃밭있는 뭔가 세련되보이는 시골집이었음
첫째날 맛있는거 너무 많이 차려주셨는데
유진이 눈치보여서 뭔가 많이 안먹으려고 해서 적당히 먹었는데
아주머니가 눈치를 깠는지 웃으면서 '잘 먹는 남자가 멋있는거야~'
이러면서 유진이한테 '그렇지~?'
이랬는데 너무 쪽팔렸다. 내 속마음을 들킨거같아서 속으로 시발시발
그러면서 밥을 은근슬쩍 더 많이 먹으면서 어필하려고 했다.ㅋㅋㅋ 병신같이
밥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가지고 그날을 물놀이 못함. 힘들어서 ㅋㅋ
그날은 그냥 빨리 자야겠다 했음 그래서 밥먹고 바로 졸리다고 하고 들어가서 잤음
다음날 8시에 일어났는데 마당에서 세딸들이 뭔가 밥을 주는중이었음.
근데 창문으로 내가 보다가 첫째누나가 나한테 토끼보여준다고 나오라고해서
나갔는데 하얀 나무울타리 안에 흰토끼 한마리가 상추랑 당근 먹고있었음.
엄청 애지중지 한다고 느낀게 토끼 털이 완전 윤기있어서 털진짜 이쁘다니깐
토끼 전용샴푸 사서 그걸로 매일 씻겨준다고 그랬음. 집에서 치우고 싶은데 아저씨가
동물은 나가서 살아야 된다면서 못들어 오게 해서 그렇다고 했음.
그때 유진이가 뭔가 억울한 눈빛으로 내 강아지는 방에서 재웠는데
왜 자기네 토끼는 안에서 못기르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순간 뭐지? 시발 그거때문에 나한테 안좋은 감정이 싹텄나? 그랬음
그렇게 토끼보다가 아침먹고 나는 물놀이 간다고 했는데 아무도 같이 안갔음
다들 살타는게 싫어서 그랬나
암튼 그래서 강아지랑 같이 바닷가 가서 점심먹을때 들어오고 계속 놀았음
그리고 저녁먹을때 들어와서 좀 피곤했음.
루시퍼도 원래 항상 힘이 넘치는데 그땐 뭔가 차분해보임 ㅋㅋ
저녁먹으면서 아저씨가 강아지 원래는 집안에 안들이는데
첫날에 너 빨리자서 말을 못했다면서 상자줄테니깐 밖에서 재우라고 했음.
근데 차라리 나도 그게 더 맘이 편할거같았다. 유진이한테 원망도 덜 사니깐
그래서 저녁먹고 상자 잘 세팅해놓고 루시퍼 넣어줬음. 졸린지 눈이 가물가물했음.
근데 막내가 나한테 오더니 '오빠 같이 산책가자' 그랬음
'오 말걸어줘서 좋다' 그랬는데 둘째도 같이 감.
그래서 '오 짱 좋음' 근데 좀 피곤했지만 상관없이 좋은 티 안내고
알겠다고 하고 같이 나갔다. 근데 막내가 토끼 들고옴.
산책의 목적은 토끼산책이었음ㅋㅋ
산책한다고 엄마한테 말했더니 나랑 같이가면 허락해준데서 그랬다고 말함.
암튼 토끼 풀어주기도 하고 잡고 놀고 그러면서 막내랑도 친해지고 유진이랑도 친해졌다
토끼도 만지게 해주고. ㅋㅋ
점점 뭔가 얘랑 가능성이 보이는거같고 혼자 사귀는 상상 계속함 ㅋㅋ
근데 시발 갑자기 배가 존나 아픈거야 너무 아파서 '아 시발 똥 마렵다'
근데 티내기가 싫었지만 점점 존나 마려워져서 ' 나 잠깐 집에좀 다녀올께' 그러고
존나 빠르게 집에 달려가서 설사함. 근데 좀 오래걸림 한 20~30분?
그러고 아까 헤어진곳으로 다시 갔는데 안보임
근데 너무 피곤한거야 졸리고.
그래서 좀더 둘러보다가 길잃을거같고 조금씩 해도 지려고 하길래
집에 다시와서 방에서 이불덮고 살짝누웠는데 깜빡 잠이 듬.
눈을 딱 떴는데 새벽 4시인거임. 근데 존나 더운거야. 그래서 시발 아 더워 했는데
옷입고 이불덮고 또 밤인데도 열대야라 그런지 기온이 많이 안떨어졌더라고
암튼 더워서 그 밖에 의자같은데 앉을라고 나왔어.
그러다 내 루시퍼 잘있나 확인해보려고 갔는데 시발 상자가 옆으로 엎어져 있는거야
시발 뭐지 이새끼 탈출했나? 그랬는데 저쪽 텃밭쪽에서 시발 소리가 나는거야
그래서 루시퍼인가보다 하고 갔는데..
이ㅠ개쌔끼가 피범벅이 되서 죽은 토끼를 물고 놀고있는거야.
그때 시발 소름이 쫙 끼치면서 '시발 좆됐다'만 존나 속으로 외치고
멘붕옴... 순간 유진이와의 관계와ㅠ그동안의 추억이 물거품이 되는거같고
사귈수있었는데 저ㅠ개새끼가 다망쳤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야
일단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토끼를 빼앗았는데.
아깐 어두워서 잘 못봤는데 토끼가 피가 아주 머리부터 온몸에 묻고 빨간토끼가 되어있었음.
일단 개색기부터 처리해야겠다 해서 토끼는 잠시 놔두고 루시퍼부터 화장실로 몰래 데려가서
입가에 묻은 피랑 얼룩들을 지움. 그리고 다시 상자넣고 안쓰러지게 의자랑 돌을 옆에다 대놈.
그리고 이제 토끼...
존나 징그러웠는데 머리속엔 온통 유진이 뿐이었음.
새빨간 토끼를 화장실로 들고와서 샤워기로 따뜻한 물을 뿌리자
핏물들이 수챗구멍으로 들어가며 점점 본연의 색을 찾아갔다.
근데 문득 그 털의 윤기가 생각나며 완전범죄를 꿈꾸며
토끼 샴푸를 찾아내고 죽은토끼를 새면대에서 실내화 빨듯 거품내며 빨았다.
빤짝거리는 토끼를 수건으로 말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헤어드라이기로 구석구석 말려줬다.
존나 구석구석 나도 해어드라이기 안쓰는데 그렇게 세심하게 물기를 말려준적이 없었음.
암튼 그렇게 죽은 토끼를 다 씻겨주고 말려주고 나니깐 진짜 편안히 자고있는듯 이뻤다
털도 완전 뽀송뽀송하고 윤기도 흐르고 그래서 그 토끼를 들고 토끼장안에다가 다시 넣어줬다.
얼핏보니 진짜 잠자고 있는거 같았어.
혼자 속으로 '이제 저 토끼는 자연사 한거야' 이렇게 나를 세뇌해며
방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4시 50분이었어. 누워서 있는데
걱정이 막 드는거야. 내일이면 시발 난리가 나겠구나.. 난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해야 티가 안날까. 걸릴까? 티가 날까? 집에 갈까?
들키면 어떻하지? 루시퍼입은 잘 씻겼었나? 시발 쫓겨나나?
무수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유진이가 나한테 고백하는 상상까지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듬
웅성웅성 소리에 잠이 딱 깨고 바로 기상함
시계를 보니 8시30분이 었음
창문을 보니깐 마당에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한 15~6명정도?
모른척하고 나도 마당에 나갔다. 여기저기서 탄식과 간간히 '미쳤네 미쳤어' 이런소리도 들렸다.
다행히 내가 의심받는 상황은 아니었다. 누가봐도 자연사한거같은 모습이었으니깐
막내는 막 울면서 아주머니를 안고있었고 유진이는 뭔가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문득 드는생각은 토끼하나 죽었다고 이정도로 사람이 많이 올 일인가 싶었다.
비싼 토끼였나?
암튼 나는 모르는 사람이여야 했기에 토끼장 옆에 서 계신 아저씨한테 물어보았다.
무슨일 있냐고..
아저씨가 말했다
'어제 애들이.. 토끼데리고 밖에 가서 놀다가
토끼가 어떤 할아버지 자전거에 밟혀서 죽어서..
애들이 울고불고 하다가 텃밭옆에다가 무덤만들어서 묻어줬는데..
어떤 미친놈이 그 피묻은 토끼를 꺼내서.. 깨끗히 빨아서 다시 토끼장에 넣어놨다....'
헐.. 그렇게 말하고 '완전 미친놈이네요.........' 하고 조용히 방안에 있다가 다음날 집에 돌아왔다.
유진아 보고있니? 미안해 너가 너무 이뻐서 너랑 잘해보려고 그랬어.
근데 사실 내가 죽인게 아니잖아? 그치?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한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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