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나갔을때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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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37회 작성일 20-01-09 12:40본문
본인은 해군 출신으로 청해부대라는 파병 부대에 있었음.
임무는 소말리아 해1적으로부터 민간 선박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
내 직별은 갑판병이고 당직은 함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파병 동안에 생기는 일들을 대부분 직접적으로 체험을 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있음. 그 중에 하나를 풀겠음.
일단 내가 갔을 때는 우리나라 해군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등
많은 나라의 군함들이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해1적들이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해1적 활동이 많이 줄었던 시기임. (여담이지만, 타국 해군과 발광 신호로 간단한 인사를 하기도 함)
그리고 소말리아 해1적 놈들은 어선과 낚시배를 해1적선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어부로 위장을 하기도 함.
그 작은 배에 여러 명이 타면 충분히 해1적으로 의심해볼 만함.
그래서 선박들은 수상해 보이는 어선들이 다가오면 일단 인근의 해군에 무전을 때림.
우린 이럴 때를 대비해 상검망을 상시로 이용함. 그리고 통역병들도 3교대로 상시 대기하고.
하지만 막상 신고 받고 가면 이미 자취를 감추거나 그냥 어선으로 식별하고 끝나는 경우만 있었음.
그렇게 파병 끝날 때까지 해1적이랑 교전을 할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고 살았음.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배로 구조 신호가 들어옴.
해1적이 구조 신호를 보내는 척하고 선박을 습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매우 신중히 신호 발생지로 향함.
구조 신호는 구명정에서 나오고 있었음. 엔진이나 모터는 존재하지 않는 원형의 그냥 구명정이었음.
조류에 휩쓸려 다니는 그런 구명정. 아무리 해1적이라도 구명정에서 해1적질을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움.
우리가 활동하는 해역이 아라비아 해에서 홍해로 들어가는 길목인데, 이곳은 대략 6~10월 사이에 파도와 너울이 심한 곳임.
심한 날에는 3~4미터씩 파고가 올라감.
구명정을 타고 버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
그래서 우리는 구조 작전을 시행하기로 함. 만날 인명 구조는 훈련만 했었지,실전을 하기는 처음이었음.
난 일단 단정을 바다로 내리고 자함으로 다시 올릴 때 필요한 인원이었기에 모든 상황을 볼 수가 있었음.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의심을 버린 건 아니었음.
그래서 자함에 있는 단정에 무장한 UDT 요원들을 태워서 보냄. 지금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구명정이 약 서너 척 정도 있었음.
유디티 요원들이 안전을 확인한 뒤, 구조를 시작함.
우리 함선이 크기 때문에 현측에 줄사다리를 내리고 단정이 붙어서 사람들을 올려보내야 했음.
그런데 줄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다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구명줄을 내려서 몸에 묶은 뒤 올려보냄.
그렇게 한 명 한 명 올라옴.
지금도 그 사람들 표정이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이젠 살았다.'라는 표정이었음.
오자마자 담요로 몸을 덮어주고 물과 간식부터 줌. 그 이후에는 갑판장이 못 보게 막아서 어떻게 됐는지는 자세히 모름.
이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람들은 선박에 불이 나서 이함을 한 거였음.
그리고 근처에 배가 지나갈 때마다 구조 신호를 보냈는데 다 해1적인 줄 알고 무시하고 그냥 갔다는 거.
다른 나라 군함들도 다 쌩깠다고 함.
이 구조 신호에 응답하여 온 건 우리가 처음. 무려 5일 동안이나 구명정을 타고 바다에 표류하고 있었음.
진짜 어떻게 버텼는지 신기할 정도. 비상 식량과 식수가 구명정에 있긴 하지만,
그 파도에 안 뒤집어졌다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됐음.
아무튼 선박이 예멘 국적이었기에 우린 예멘 해경과 연락해서 구조한 인원들을 예멘에 잘 넘겨줌.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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