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때 만난 츤데레 그녀 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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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27회 작성일 20-01-09 15:11본문
10부http://www.ttking.me.com/149415
지금 이 순간 술집 안 왁자지껄한 소음들, 웃음소리,
술이 취해 나를 계속해서 부르는 부장의 목소리,
주위 그 무엇도 내겐 들리지 않았으며 그 무엇도 지금의 나를 방해할 순 없었다.
내 신경은 오로지 핸드폰 스크린에 집중돼 있었고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렀다.
전송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짧지만 강렬한 내 문자가 그녀에게 전송되었고
희미하게 온전치 않던 내 정신은 전송됨을 확인하고서야 번쩍하고 돌아왔다.
“뭐한거지..”
아차 싶은 마음에 난 손으로 머리를 있는 힘껏 쥐어 잡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 술이 덜 깬 거였을까..
내 딴에는 고심 끝에 보낸 문자여서 후회는 없을 줄 알았는데..
내 마음은 내 앞 정리 안된 채 어질러진 회식 테이블처럼 복잡했다.
결국 난 이 상황의 끝 마무리를 어떡해 지어야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지금의 내 모습을 유심히 봤다.
의자에 반쯤 누운듯한 구부정한 자세,
무언가에 짓눌린 듯 나른하고 무거운 몸뚱아리,
게다가 몸에서 진동하는 소주 특유의 알코올 냄새가 내 코끝을 자극했고
그 역함에 침을 꼴깍 삼키자 침과 함께 몸 안 깊숙이 자리잡은 알코올의 쓰디쓴 맛이 느껴졌다.
그러던 그때, 우리 테이블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부장이었다.
“얘들아 늦었으니까 오늘 회식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일어나자~ “
그의 말에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몇몇 부원들은 아쉬운 듯 몸을 일으켰고
계산대로 향하는 그들의 몸은
이리저리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계산대로 너털너털 향하는 부장과 부원들의 뒷모습은
첫 회식의 끝을 알리고 있었고
나 역시 무거운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그들을 뒤쫓았다.
그 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진욱! 넌 집에 어떡해 가?”
내게 말은 건 사람은 바로 김수빈이었다.
그녀는 내가 밖에 나갔다 들어온 후부터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멀찌감치 혼자 앉아
멍 때리고 있는 내 모습을 확인하곤
내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내 옆자리를 피한 건지
아님 그런 내 모습에 다시금 나를 이상한 놈이라 판단하고
나를 피한건지
다른 무리에 껴서 지금껏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 버스 타고 가야지 너는?”
“나도 버스 타고 가! 너는 어디서 타?”
안타깝게도 그녀가 말한 버스정류장은
내 버스정류장과는 정 반대 방향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늦은 시간이었기에 그녀를 버스 정류장까지 바래다 줄까도 생각해봤지만
지금 내겐 풀어야 할 복잡미묘한 숙제가 있었기에 다른 누군가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계산을 다 하고 나온 우린 각자 서로에게 짧은 인사말을 건네곤
서로의 집으로 혹은 버스정류장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다행히도 부원 중 한 명이 김수빈과 같은 방향으로 간다기에
난 그제서야 마음 편히 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
길가 가로등을 조명 삼아 걷는 거리는 한산했고
오후의 시끌벅적함과는 사뭇 다른 차분한 거리에
내 발걸음은 시원스레 뻗어나갔다.
평소 같으면 조용한 거리에 감성이 충만해질 만도 했지만
버스정류장을 가는 내내 내 머릿속은
다른 건 안중에도 없이 온통 한 사람 생각뿐이었다.
바로 신희연..
그렇게 내 자신과의 끝없는 사투를 벌이던 그때,
버스정류장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니.. 왜?”
그녀의 문자에 내 심장은 차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멍청하게도 보낼 생각만 했지..
그녀에게서 답장이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걸까..
난 고민했다.
떨리는 두 손으로 그녀에게 어떤 답문을 보낼지 말이다..
지금 내가 그녀에게 보낼 문자가 앞으로 나와 그녀를 이어줄 연결고리가 될지
아님 내 한낱 취기가 부른 충동적인 실수로 끝이 날지 나조차도 결말이 궁금했다.
그리고 난 생각에 빠졌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내가 그녀에게서 느꼈던 강렬한 느낌,
그리고 그 동안 그녀와 서스름 없이 지내면서 나도 모르게 느꼈던 감정들..
그 동안의 추억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내 머리를 요란스럽게 휩쓸고 지나가자
핸드폰을 잡은 내 두 손은 다시금 파르르 떨렸다.
그래도 조금 걸어서 그럴까? 아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처음보다 한결 취기가 풀린 내 몸은 이제 온전히 내 것이 된 것마냥 가벼웠다..
그렇게 복잡했던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핸드폰을 쥔 내 두 손에는 긴장감이 가득 섞인 채
그녀와 주고 받은 문자를 다시 한번 천천히 확인했다.
아무리 읽어봐도 우리 둘의 문자에는
서로를 이성으로 여길만한 내용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동안 그녀에게 진지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은 내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내가 용기 내서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한다고 한들
나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오히려 그녀가 당황하진 않을까.
혹은 혼란스러워 하진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섣부른 고백으로 앞으로 신희연과 더이상
친구로도 지내기 힘들어지진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렇게 난 고심 끝에 그녀에게 답문을 보냈다.
“하하.. 술 많이 마시지 말라며”
“나 술 별로 안마셨다고~”
“뭐야.. 너 어딘데 지금?”
“버스 기다리는 중이야.”
“집에나 얼른 들어가 바보야”
“응 잘자..”
결국 우리의 문자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그 날, 그녀를 향한 나의 짝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제 신희연은 내겐 더 이상 친구가 아닌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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