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보고 첫눈에 반한 썰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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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06회 작성일 20-01-09 16:0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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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아직 기회는 있어
내자리는 맨 뒷자리고
그녀가 앉았던 점프시트도 맨 뒤쪽이니까…
어쩌면 그녀와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맨뒷자석은 앞에서 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10분은 기다려야 나갈 수 있는데…?
착륙하고 나면 시간이 있다!
마지막 기회다.
10분이면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할 수도 있는 시간이다
비행기가 멈춘후 안전벨트 싸인이 꺼지자 마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으로 갔다.
사람들이 짐을 꺼내기위해 통로쪽으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밀려난 척
맨뒤쪽으로 나왔는데…
그녀는 내 앞좌석 어린이들을 케어 해주고 있네?
미친…
내가 왜 뒤로 왔을까…
내 자리에 있었어도 그녀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였는데
나는 그 기회마저 셀프로 차버린 것이다.
그녀와 나 사이엔 비행기에서 나가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막고 있었다…
그녀는 어린이들의 짐을 꺼내며 여느 승객들처럼 통로에 서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녀의 뒷 모습만 보는것 뿐…
10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들이 빠질때까지 자리에 서있는것이
예전엔 한시간 동안 서있는 기분이었는데
그날 만큼은 10분이 1분 같았다.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앞쪽으로 나가고
나는 내 짐을 꺼내고 터벅 터벅
마지막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9시간동안의 설렘
기내식을 받을때 살짝 스쳤던 그녀의 손길과 그녀의 가슴팍에
달려 있던 명찰속의 이름만 내 마음속에 혼자
간직한체 이 비행기에서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즐거운 여행 되세요”
라고 말하는 다른 승무원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비행기에서 나와 게이트에 발을 디뎠을때
그녀가 오른편에서 나오는 손님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미소를 지었다.
항공기가 연착 되었고
도착하고 해야할 일이 많았기에
나는 어쩔수 없이 게이트를 빠져나와야 했다.
그날따라 입국심사장에 여행객들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뒤쪽에서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무리지어 걸어 오고 있었다.
그중에서 맨 뒤쪽에 그녀가 있었다.
그녀가 남자 승무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오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 남자처럼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긴 할까?’
라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항공사 직원이기에 옆쪽에 따로 승무원 전용 심사대를 지나서 공항을 빠져 나갔다.
그것이 내가 공항에서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갈때 무수히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원래 승무원에 대한 로망이 있었나?’
아니.
나는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듣기로는
대부분의 스튜어디스들이 자존심이 강하다고 들었고
한마디로 말하면 다 까졌다고 말하는 사람도있고
스튜어디스랑 사겼던 친구는 바람까지 맞았고
심지어 요즘 이슈화 되고 있는 사건을 보면
스튜어디스에 대한 나의 인식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스튜어디스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는데
그녀를 보고 난 후 완전히 뒤바꼈다.
‘스튜어디스라도 괜찮아’
‘어쩌면 스튜어디스이기에 내가 이렇게 떨리는거야’
비오는 거리처럼 내 감성도 젖어가고 있었다.
외모.
딱 외모 하나만 보고 그녀에게 꽂혔다.
사람의 전부는 외모가 아닌데…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이상형을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을것이다.
그런 사람이 눈앞에 있다면 그 누구라도 말걸고 싶고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나?
근데 왜
나는
나의 이상형을
눈앞에 두고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한거지?
생각할수록 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졌다.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나니 방안이 너무나도 고요했다.
고요함 덕분이지 만난지 24시간도 안된 여자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컴퓨터를 열어 노래를 뒤적이다 바이브의
꼭 한번 만나고 싶다를 틀고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건 그녀의 이름 세글자 밖에 없었다.
‘페이스북을 하려나…?’
검색창에 그녀의 이름을 쳐보았다.
그녀의 이름은 너무나도 흔했다.
영문 이름으로 쳐보고 한글 이름으로 쳐봐도
내가 본 그녀의 얼굴은 어느 프로필 사진에도 속하지 않았다.
페이지 하나 하나씩 들어가서 찾는다 해도 그녀가 나올 가능성과
또 그안에 그녀의 사진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보니
왠지 헛수고만 할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형에게서 카톡이 왔다.
“잘 도착 했냐?”
“ㅇㅇ”
“니가 아까 말한 승무원한테 말 걸어봤냐? ㅋㅋ”
“아니 시발 못걸었다 개 븅신같이”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생각해보면 말 걸 수 있는 상황이 나오질 않았다.
존나 일하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 이상한놈이 깔짝대면 선임들 눈치보이고
그렇지 않을까? 또 남자친구 있는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
아니 그냥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어쩌면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잡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일주일이 지나고 형과 카톡하면서 자연스레 그녀의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아 그사람 보고싶다”
“ㅋㅋㅋ ㅁㅊ 정신차려라”
“아 존나 내 이상형 이라고ㅡㅡ 근데 이제 얼굴도 까먹은거 같다”
“ㅋㅋ 이름 뭔데? 구글링 해봤냐?”
구…구글링?!
구글링이라는 말을듣고 갑자기 머리에 전구가 켜지는 느낌을 받았다.
페북에서 그녈 찾는건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 정도 라면
구글은 모래사장에서 사람찾기 정도로
그녀를 찾기 수월했다.
이름을 검색하자마자 그녀의 사진이 나왔다.
일주일 만에 본 그녀의 사진은 내 머릿속에
저장된 그녀의 얼굴과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그녈 사진으로라도 볼수 있어서 기분이 날아갈것 같이 좋았다.
그녀의 사진을 더 보기위해
구글링을 하면서 페북까지 뒤쑤시고 다녔다.
그녀의 얼굴이 잘 기억이 안나서 어쩌면 페북에서 찾길 힘들어 했던거 같다.
사진을 다시보고 페북을 뒤적이다보니 그녀의 페북을 찾았다.
사진 몇장이 올라와 있었는데
신세계였다.
이것은 마치 2011년도에 모든게임이 재미 없을때
롤을 접하게된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그녀의 사진들을 더 찾아볼수 있게 되었다.
헤벌쭉한 상태에서 몇시간동안 그녀의 사진들을 마구잡이로 찾아보고 있었다.
아마 그녀의 사진을 찾아 보았던
그 한주는 정말 날아갈 것같이 기뻤던 걸로 기억한다.
쌍방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사진 몇장에 내 마음이
방망이로 두들기는 것 같이 쿵쾅거렸다.
허나 생각해보니 이짓거리도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치 스토커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그냥 스토커였다
어떤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자신의 사진을 보고 히죽거리고 있으면
얼마나 소름이 돋을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어떤 알지도 못하는 여자가 내 사진을 보고 헤벌쭉거리고 있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
근데 내 이상형이라면
기분이 좋을거 같은데?
하지만 내가 그녀의 이상형일 가능성은
그녀가 이 글을 읽고 나에게 연락할 가능성 만큼
희박한 일이었다.
끝내 나는 마음을 접게 되었다.
마치 상상속의 인물에 홀려서
현실을 망각하고
현실을 인정하려하지 않으려는
내 자신을 발견해서였다.
또한 마음을 접게 된건
그녀가 페북도 잘 안하는거 같고
그녀의 페북을 뒤적이다가
그녀의 나이를 어림짐작해보니
나보다 나이도 많은것 같아보이기도 했고
그리고 내가 그녀의 나이를 짐작할만큼
스토킹을 했다는 사실이
내게 자괴감을 주었으며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온몸을 휘감았기 때문이다.
친구들도 이렇게 얘기하더라
“어차피 만나지도 못할 사람 스토킹이나 하지말고
여자사람들도 좀 만나고 그래라”
“니가 필요한건 여자친구인것 같다”
현실을 직시했다.
그냥 잠깐 지나쳤던 사람에게
이토록 집착하는건
누가봐도 이상하다.
하지만
내마음 한편에 자리잡은 아쉬움이
나를 자꾸 그녀에게로 끌어 당기는것 같았다.
그냥 그녀의 사진만 봐도 행복해지는 내마음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어쩌면 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게 아닐까?
며칠이 지나도 떠나지 않고 내맘속에 너무나도 깊히 뿌리내린 그녀를
뽑아내지 못하는건 파고드는 고통보다 뽑아내는 고통이 더 커서
어쩌면 그 고통이 두려워 나는 그녀를 잡아두는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마우스 커서를 친구요청 버튼에 올려 보았다.
하지만 마우스를 클릭하진 않았다
‘결국엔 뽑아내지 못하는건가…?’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한참을 친구요청 버튼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다 놓았다.
‘에이… 접자 스토커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지’
‘연줄도 없고 아는것도 없고 친추를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고…”
라고 생각하며
노트북 패드에 손을 대는 순간
친구요청 버튼이 눌러졌다.
실수로 눌렀지만 어쩌면 이게 내 본심일수도...
몇날 며칠이 지나도 답은 오지않고
친구요청보냄 이라는 버튼만 보고 있던 나는 이내 체념했다.
그녀의 친구요청수락을 기다리는것 보다 힘들었던건
그녀가 나와 연관될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멜론 플레이어를 틀고 랜덤 재생을 했는데
때마침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가 재생되고 있었다.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겐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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