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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의느님이었다.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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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94회 작성일 20-01-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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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빠에 관한 이야긴데, 갑자기 쓰고 싶어져서 쓴다.
몇 명이라도 좀 읽어줬으면 좋겠고 해서.. 내가 필력이 딸리니 이해 부탁한다.



여기서 너희들이 의느님 찬양하는 걸 보면 나도 무의식중에 'ㅇㅇ 맞아 의사들 개쩔지' 생각한다.
근데 씨발... 막상 우리 친아빠도 의느님이었다.
서울캠은 아니지만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대 나오셨다.
아빠에 대한 내 기억은 5살때부터 시작이고, 11살로 끝이다.
(이렇게 쓰니까 존나 짧네; 지금 알음)

난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강원도에서 3살부터 11살까지 자랐다.
내가 6살 때까지 아빠는 큰 병원의 의사로 있다가 이후엔 가정의학과 원장이 됐다.

그 때 나는 엄청나게 어렸음에도, 사람들의 부모님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우리 아빠 의사라고 답할 때, 그 사람들 반응을 보고
의사란 직업이 대단한 거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의사 존나 넘쳐나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취급을 받았다)

우리 아빤 우리 엄마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나와 우리 형도 진심으로 좋아했다.
티비에서 야인시대가 할 때면 나와 형이 있는 방으로 찾아와 웃으며
"얘들아! 김또깡 보러가자!" 라고 했던게 너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가족들 다 같이 놀이공원에 가던 길에 무슨 농담이었는지는 생각 안나지만
우리에게 농담을 치시고는, "조크야 조크" 라고 말씀하셔서 
조크가 농담이라는 말이란 것을 깨달은 기억도 생생하다.

근데, 그 기분 좋고 훈훈한 기억들이 가장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아빠는 엘리트 의사인 동시에 알코올 중독자였다.
씨발 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더니 의사가 술에 꼴아 있으면 누구나 기분 좆같고 그 병원 다시는 안 갈거다.

어느정도였냐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냥 술에 취해있는 상태가 아니면 버티지를 못할 정도였다.
가족들 다 모아서 술 끊겠다고 다짐한 것도 두세번은 되는 것 같은데 모두 지키지 못했다.
병원은 빈번히 대낮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고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가정의학과에서는 우리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이 매우 크게 작용했다.

초창기, tv에도 여러번 나왔던 그 병원은 곧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고 우리 아빠는 어차피 손님 없으니
병원 안 나가고 술 쳐마시고 밤에 경찰들이나 동료들 어깨에 이끌려서 집에 들어와
거실에 픽 쓰러지거나, 
그러지 않을 때는 씨발 좆같은 새끼,
우리 엄마한테 폭력을 행사했다.
개 씨발새끼.

아, 너네 토 몇 번은 해봤지, 근데 그게 한 번 하면 존나 숨도 못쉬겠고 기분도 더럽고 냄새도 좆같잖아 눈물나고 코막히고 맵고
근데 난 그럴 때 마다 토를 네 다섯번 반복해서 하다보니 결국엔 아무것도 토해낼 게 없어서 
투명한 액체만 나왔다.

토하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형이랑 나랑은 틈만 나면 토를 해대고, 우린 그냥 그게 재밌어서
토가 나올거 같으면 탁자 위에 올라가서 바닥을 향해 토하고 형이랑 낄낄대는 더러운 습관도 있었다.
물론, 그러고 나면 엄청 혼났지.

내 가장 최근 기억은, 집에 엄마랑 외삼촌, 나, 형 이렇게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지만 외삼촌은 매우 화가 나 있는 상태였고
한 시간정도의 정적을 깨고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취한 상태로 들어왔다.

엄마는 우리를 방으로 들어가게 했고, 밖에선 외삼촌과 아빠가 말다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린 호기심에 몰래 방 문을 열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외삼촌이 그 어린 내가 봤을 때 대략 3미터는 돼 보이는,, (물론 그래봐야 1.5미터 정도겠지만)
철로 된 봉을 들고 우리 아빠를 후려쳤다.

엄마는 말리지 않고 울면서 가만히 있었다.

그 이후로 아빠 얼굴은 보1지 못했고
우리는 서울로 올라와 살았다.


강원도에서 70평짜리 아파트에
가구들은 모두 최신식이고
사고 싶은건 다 살 수 있었고
먹고 싶은건 다 먹을 수 있었고
하고 싶은건 다 할 수 있었지만
씨발 그때로 돌아가긴 싫다
우리 애비 보면 진짜 한대 후려치고 울면서 안아드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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