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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수생활 썰 다섯번째 이야기[5].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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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16회 작성일 20-01-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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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면 좆된다' 라는 거랑, '남한테 인정받는 것' 이라는게 얼마나 중요한건지 새삼 느끼게 된거야.
사실 장애인새끼들이 아니라면 누구든지 알만한 내용이지만, 우선 실수하면 좆된다는건 씨발 누구든지 경험해봤을거기 때문에 더이상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한테 인정받는것이라는게 진짜 엄청난 거더라.
사실 나한테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던 반 친구들이나, 아니면 내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무언의 압박감을 찔러넣는 담임새끼나 여튼 누구던지
그 새끼들의 기대감을 충족못해주는 바로 그 순간부터 내 자신에 대한 개 병신같은 자존감이 다 사라진다고 보면 되고, 그 순간부터 자신감도 종범
이 법칙은 재수뿐만 아니라 어디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어린새끼가 지적질하는거니까 명심하도록하자






여튼 그렇게 3월 모의고사를 망쳐놓으니 햇빛에 말려죽은 지렁이처럼 힘이 쭉 빠지는것도 사실이더라
일단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없어지니깐 공부 얘기나 시험 얘기가 나오면 왠지 모르게 슬쩍 내빼는 경향도 생기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반했던 걔 앞에서
자신있게 공부얘기를 못한다는게 정말 씨발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세번은 검은콩두유를 쪽쪽 빨면서 뒤에 서있었던 걔 뒷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애정과 동시에 질투심을 느끼고, 그때부터 정말 본격적인 의지를 가지고 아침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게 바로 그 시기야.
안 믿는 새끼도 있겠지만, 내가 적는 얘기는 99% 사실이다. 난 정확히 하루에 15시간씩 공부했다.
그렇게 미칠듯이 공부한것도 첫번째 모의고사를 망치고 난 뒤부터였지 ( 그전엔 하루에 4시간 정도 공부한듯.. 제대로 한 것만 생각해보면 시발ㅋ존나한심)
여자애들하고 아가리 터는 걸 그렇게 좋아하던 내가 애들하고 약간씩 갭을 두면서 내가 계획한 시간에는 무조건 말을 걸지도,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렇게 독하게 일주일정도만 하니까 애들도 '아 저새끼는 공부만 하는 새끼구나' 라면서 나를 대하는게 달라진다. 매점도 같이 안갖ㅁ줌 개새끼들
근데 이렇게 열심히 하니까 걔가 날 대하는 게 달라졌다.
"이거 먹을래"
존나 오글거리는 애니의 한 장면같지만은! 실제로 걔가 사적으로 나한테 처음 말을 걸었던게 저거였다.
맨날 쪽쪽대면서 먹던 검은콩두유를 나한테 건네면서 한 소리였다. 물론 두명이서 있었기때문에 난 고마워ㅋㅋ 하면서 신나게 받아들고 열심히 빨아먹었지
근데 진ㄴ짜 맛은없더라 ㅅㅣ발 그때부터 두유증오함
두유를 받고 왠지 나도 걔한테 말이 걸고 싶어져서, 쓸데없는 걸 질문하기 시작했다.
재수해본 게이라면 알거다. 학원 여자애들이랑 가장 처음에 친해지기 쉬운 방법은 모르는ㅁ 문제를 질문하면서 친해지는거라는 걸.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뻔히 알지만 설명하기 조금 애매한 수학문제를 걔한테 질문하면서 친해졌던 것 같다.
그렇게 서로서로 질문하면서 개드립도 치고, 걔가 리액션도 좋아서 여러가지 자잘한 얘기를 나누면서 점점 친해졌다. 둘이서 매점도 같이 다닐 정도로.
(우리 학원은 존나 프리했음 딴 학원에 비해서)






그렇게 걔랑 설레는 관계를 쌓아나가면서, 어느덧 4월달이 왔다. 날씨는 거품물정도로 좋고, 눈뽕걸릴만큼 예쁜 벚꽃도 이리저리 피니 공부가 될리가.
그래도 난 그걸 배경삼아서 신선처럼 열심히 도닦듯 공부했다. 마음속에는 '수능대박' 이랑, 걔한테 대한 설레임만 간직한채로ㅋㅋ시발오글거리노
그러다가 4월 사설 모의고사를 치는 날이 왔다. 이번에도 OMR실수를 하면 난 운지몬으로 진화할것만같은 불안감에, 그 전날 잠도 설쳤다.
몇시간 못자고 아침에 5시쯤 혼자 일어나 멍하니 앉아있다가, 샤워 한번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시험을 봤는데 왠지 감이 좋은 날이었다.
왜냐면 그 모의고사는 언어가 좆나 깔끔하게 슥슥 넘어가더라고. 수리랑 외국어는 원래 자신있는 거니깐 아무 상관없고.. 자신있는 사탐2개도 무난했다.
그리고 가채점시간, 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번에는 언수외 295, 사탐 50 50 이었거든. 저번보다는 못친거였지만, OMR 실수만 안한다면 학원1등은 무난하게 가져갈 점수대였다.
왜냐면 수리가 존나 어려웠던 시험이라 표준점수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수리 100점이었으니깐.
그러나 이번에도 저번의 실수를 뼈깊이 새기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언어 2개 틀린걸 오답노트 해놓고, 그냥 다시 내 공부로 묵묵히 돌아갔다.
이번 시험에는 엄마한테 전화가 오지 않더라. 벌써 까먹었나 아들을
휴가 안갔냐고 물어보는 게이가 있던데, 난 휴가를 안갔다 1년동안 단 한번도.
그냥 엄마가 가끔씩 와서 내 얼굴 본 정도.. 아빠는 1년동안 못봄ㅋㅋ 야! 신난다.




그렇게 2번째 모의고사를 거창하게 쳐놓고 나서 다시 학원생활로 돌아가니 느껴지는게 문득 '시간이 의외로 빨리 가네..'라는 거였다
친구가 없을때는 몰랐는데, 몇몇 이야기를 건넬 친구가 있으니깐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는게 느껴졌다. 특히 걔랑 있을땐 그냥 시발 롤 한판뛰는 듯한 체감속도
그리고 공부할때도 미친듯이 시간은 빨리 흘렀지. 집중하면 뭐든지 시간이 빨리 흐르는 법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깐 뭐
난 인강을 4월달부터 듣기 시작했다. 뭔가 해이해지는듯한 느낌이 들고 개념도 약간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가스터디 1타강사들의 탐구영역 과목을 죄다
신청해서 개념편부터 차근차근 듣기 시작했다. 그래도 쓸데없는 심화 인강같은건 듣지 않았다. 왜냐면 개념+기출만해도 50점 나오는 건 누구나 아는거잖아
사ㅣ실 심화인강듣는새끼들 호구같음
난 그 유명하다는 신승범 인강도 들어본 적이 없다, 맨날 새끼들이 쉬는시간에 아이스크림먹고 하자. 하면서 신승범따라하면서 매점을 뛰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새끼들 전부 망함
매점=갈때마다 1점 깎임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근데 난 자주갔당께!)





그리고 드디어 2번째 시상식이 다가왔다.
1등이 나였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내가 1등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실제로 내 이름이 불려지고 애들이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 괜히 으쓱해졌다.
애들이 왠지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이 느껴졌고, 특히 걔가 환하게 웃으면서 박수를 쳐주는 모습을 보니까 괜히 울컥해지기까지 하더라.
걔는 그 시험에서 4등으로 미끄러졌지만, 바깥으로는 정말 진심으로 내가 1등한걸 축하해주는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심으로 고마웠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행복한 4월달.. 제일 무난했고, 제일 활기차게 생활했던 것 같은 그 시절은 너무 평범해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다.
사실 가장 행복할 때가 제일 기억에 안남는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나도 기억이 별로 나지 않지만, 걔랑도 지금 얘기해보면 그때가 가장 재밌었고 풋풋했었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5월이 다가왔다. 이 달에는 내가 눈병에 걸려서 고생한 기억밖에 나지 않는ㄴ다 씨발
눈이 진짜 너무 아파서 왼쪽눈을 제대로 뜨고 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책을 억지로라도 보려고 하니까 정말 지랄같아서 그냥 책은 던져두고 앉아있었다.
몰래 들고온 mp3를 후드쓰고 들으면서 그냥 멍하게 눈감고 앉아있었는데, 이 짓하다가 선생한테 걸려서 혼나기도 하고 좆같은 기억이 많다.
그래도 씨발 공부를 할 수 없는게 그럼 뭘하란 말인가요! 노짱이 그리운 시절이었다.
걔가 날 걱정해줘서 참 고마웠던게, 눈에 좋다고 비타민같은 거 (사실상 도움전혀안되는거) 몇개 챙겨서 나한테 건네주고 이랬던 기억이난다
약간 츤데레 기질이 있었던거같다 걔도 그냥 시발 주면될거가지고 별 같잖은 변명을 만들어서 주곤했지
예를들면 '아.. 이거 엄마가 보내준건데 너무 많이 남아서 니 좀 먹을래?'
이런식으로ㅋㅋㅋㅋㅋㅋㅋ 시발 경상도 남자처럼 얘ㅒ기하다니 츤츤거리는 녀석
여튼 정말 고마웠다, 남자새끼들은 진심으로 챙겨주는 새끼가 없어서 하나도 안고마움지금도




5월에 모의고사는 1등을 하지 못했지만, 언수외는 290을 넘겼고 사탐은 언제나 그렇듯 50 48 정도로 무난하게 나왔다.
나름 만족하면서 조금만 더 열심히 하자! 하고 나 혼자 불타는 열정을 꾸준히 다듬었고, 실력이 오르는게 느껴질정도로 열심히 했다(언어는 안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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