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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그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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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64회 작성일 20-01-0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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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우리가 용역을 맡긴 디자인 회사에 나보다 한살 많은 웹 디자이너 였다.
도도하고 냉정하며, 일에 있어선 철저하고자 했던 사람이었지만, 똑똑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우리가 의뢰한 일이 그녀의 일반적인 웹 다자인 업무와는 좀 다른 일이었기 때문에 S는 상당히 헤메고 있었다.
첫 미팅에서 그쪽 회사 대표가 자기 회사에서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진 디자이너라고 소개를 해줬지만,
순돌이 아빠 입장에서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과 디자인을 이해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첫 미팅에서 개괄적인, 그러면서도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이후론 대부분의 일을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진행했기
때문에 실제로 S와 제대로 만난 건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근 2개월이 넘어서였다.


디자인이 그렇지만, 용역을 주는 입장과 디자이너가 받아들이는 것과는 천차만별이다.
이 갭을 줄일려면 자주 만나야 하는데, 잘 만질 못했고 이게 첫 미팅 후 두달정도 흐르니 한계에 다달았다.
S에게서 이런 식으론 절대 못하겠다는 이메일을 받고 나서 그럼 둘이서 끝을 내든 진행을 하는 결정을 하는
마라톤 회의를 제안 했다.
솔직히 나도 S가 짜증이 났을 거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정말 바빴고 굳이 만나야 하는가라는 생각과 같이,
이걸 S에게 이해시켜야 하나? 라는 질문이 많았다. 그냥 하라는데로 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하지만, PPT에 이제까지의 진행과 왜 못하겠는지까지 정성스레(?) 적어서 보낸 S의 노력과 자존심을 한수
무른 가상함(?)에 그만 두더라도 그쪽 회사에 내 핑계라도 댈 수 있게 해줘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회의 장소는 어디로 하실까요? 제 생각에는 저희 회사 회의실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시간은?]
[내일 12시 가능하십니까? 식사 하시고, 차 드시고 그리고 시작하지요.]
[네 좋습니다.]
S가 와줬으니 신경을 써서 식사를 하고 괜찮은 차를 대접하고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회의를 했다.
벽면을 가득 체운 화이트보드를 다섯 번정도 지우고 S의 노트가 그만큼 체워졌을 때,
프로젝트의 의도와 해야할 부분에 대한 S의 이해도 어느정도 된 것 같았다.
더 이상 진행하기엔 S도 나도 지쳐있었고 시간도 이미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 있었다.
[여기까지 하고 저녁 식사 하러 가실까요?]
[아? 네... 설마 저녁 드시고 또 회의 하자고 하시는 건 아니죠?]
약간의 두려움(?)과 그만하자는 애교 섞인 옅은 미소가 흘렀다. 웃는 여자는 항상 옳다.
[더 하실 수 있으시면 더 하구요. 아니면 다시 미팅 하시죠?]
[오늘은 좀...]
[그럼 식사하러 가시죠? 뭐 좋아하시죠? 퇴근도 못하게 해드렸는데, 좋아하시는 거 드셔야죠!]
옅은 미소와 같이 이것 저것 고민하고 있었고, 난 나갈 준비를 하느라 회의실을 나왔다.
S가 회를 좋아한다고 해서 참치집에 가서 참치와 같이 약간의 술을 마셨다.
S가 진작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했다. 웃으며 미안하다고 했고, S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고 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고 내일 정리해서 모레 다시 보자고 했다.
이틀이 지나고 정리 해 온 것을 보니 제대로 이해 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어 몇 가지 수정하고 어쩌고
하느라 또 늦었다.
저번엔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먹었으니 이번엔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해서 치킨에 맥주나 먹자고 하고
또 먹고 마시고 헤어졌다.
자주 보면 정분 난다지만 매번 회의 때마다 다크서클로 줄넘기를 할 정도로 S를 피곤하게 만들어 보냈고,
거의 하루를 같이 있는다고 해도 하는 이야기의 99.9%가 일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분이 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S가 일을 제대로 이해한 뒤부터 그렇게 자주 만날 일은 없어졌지만 거의 2주에 한번 정도는 꼭 보고 있었고
기본 골격이 맞춰진 이후로 자세한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계속 이메일과 통화를 이용했지만, 자주 진행된
회의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S와는 완전히 일로만 만나게 될 것으로 생각했고, 계속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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