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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안생전 -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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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41회 작성일 20-01-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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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생전 - 메르스 편>

안생(安生)은 봉천동(奉天洞)에 살았다. 곧장 에그옐로우 밑에 닿으면, 서울대입구역을 지나 봉천고개가 서 있고, 남쪽에는 관악산을 향하여 서울대가 있는데, 그 근처 학생들은 과외로 돈 벌기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안생은 페이스북에 글 싸기만 좋아하고, 따라서 고향에서 일하시는 부모님께 용돈이나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는 안생의 지도교수가 답답해서 말했다."너는 평생 행정고시를 보지 않으니 무얼 하러 경제학 전공을 선택했느냐?"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아직 미시 거시 초수강밖에 못 하였습니다.""그럼 로스쿨에 가게 학점 관리는 못 하겠느냐?""제가 듣는 과목마다 졸업예정자 선배들이 역수강하기 바쁜데 어찌 학점을 받겠습니까?""그럼 취업이라도 하게 이과 전공 하나 할 생각은 없느냐?""제가 이과 전공이 적성에 안 맞아 과고에서 자전을 왔는데 어찌 하기 싫은 일을 계속 하라 하십니까?"지도교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밤낮으로 똥글이나 쓰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습니까?’ 소리만 배웠단 말이냐? 외국어나 배워서 중동 쪽 일자리나 알아보도록 해라."안생은 글을 쓰던 페북 페이지에서 나가기를 누르면서,"아깝다. 내가 당초 자전에서 액티브 러닝으로 통섭형 인재가 되기 위해 육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이 년 반인걸……."하고 확 교수연구실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안생은 페이스북 친구만 많았지 현실에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라 세종정부청사로 나가서 지나가던 사무관 하나를 붙들고 물었다."여기서 일하는 사람 중에 부자가 누가 있소?"이완구 전 총리가 있었는데, 사임해서 국회로 돌아갔다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안생이 곧 국회의사당을 찾아갔다. 안생은 이 의원이 보좌관과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제가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나 학생이라 자본금이 없으니, 혹시 돈이 있으시다면 조금만 꾸어 주시기 바랍니다."이 의원은"그러시오."하고 당장 비타500 박스에 5만원권 600장을 넣어 내주었다. 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이 의원의 보좌관들이 안생을 보니 거지였다. 티몬에서 개당 오천 원에 파는 싸구려 티셔츠에, 입은 청바지는 십 년은 입은 듯 색이 바랬고, 신은 운동화는 낡아서 몇 분에 한 번씩 끈이 풀어지기 일쑤였다. 안생이 나가자, 보좌관들이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저 이를 아시나요?""모르지.""아니, 이제 하루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3천만 원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입니까?"그러자 이 의원이 말했다."내가 국내에 예금이 십수 억이 있다. 나 가난하지 않다."
안생은 3천만 원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증권사 지점에 들어가 주식계좌를 팠다. 안생은 거기서 제약회사와 백신 개발사 등 메르스 테마주를 모조리 시장가로 매입했다. 얼마 안 가서, 국내 메르스 의심환자가 1천 명을 넘나들게 되면서 메르스 테마주가 10일 연속 상한가를 치게 되었다. 안생은 그제서야 입수했던 물량을 개미들에게 털고 주식시장을 떴다.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OECD 회원이라는 선진국에서 메르스 테마주로 이런 거금을 벌다니, 우리나라 보건체계의 형편을 알 만 하구나."
그는 주식으로 회수한 1억 2천을 들고 관세청을 찾아가, 생필품 수입 통제 책임자에게 1억을 꽂아주며 N84 이상 성능의 마스크 수입을 무조건 막아달라고 말했다."며칠만 지나면 온 나라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하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국내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안생은 그제 와서 남은 2천만 원으로 외국에서 N95 방진마스크를 밀수해 암시장에서 원가의 열다섯 배 가격으로 팔았다."이건 이 의원에게 갚을 것이다."
안생이 가서 이 의원을 보고"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하고 묻자,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 의원의 보좌관이 대신 대답하였다."행색이 그대로인 것이, 3천만 원을 손해본 것이 아니오?""품위유지비로 수천만 원을 쓰고, 파스타 집에서 회식하느라 8억 원을 쓰는 것은 당신 같은 고위 공직자 얘기요. 3천만 원이 어찌 인성을 살찌게 하겠습니까?"하고 1억 원짜리 자기앞수표 세 장을 내놓았다.이 의원은 정치자금법에 틀림없이 걸릴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 보지 못했냐며 대경 일어나 사양했지만, 안생은 설령 검찰 수사를 받더라도 언론만 막으면 다음 총선은 걱정 없지 않냐며 끝내 3억 원을 갚아내고 말았다.

이 의원은 본래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과 잘 아는 사이였다. 문 장관이 끝나지 않는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의원에게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이 의원이 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문 장관은 깜짝 놀라면서,"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하고 묻는 것이었다."부끄럽지만 여태껏 이름도 모릅니다.""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밤에 문형표 장관은 보좌관들도 다 물리치고 이완구 의원만 데리고 걸어서 안생을 찾아갔다. 이 의원은 문 장관이 오피스텔 정문 바깥에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안생을 보고 문 장관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안생은 좋다고 말하고 문 장관을 들여보냈다. 문 장관이 나라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저는 그런 인재가 못 되는 페북 잉여입니다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대한 돕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무슨 직책에 있으십니까?""이 나라의 보건복지부 장관이요.""아하, 박 대통령의 신임받는 신하로군요. 제가 대한의사협회에 말씀드려 유능한 감염병 전문 의사 분들을 천거할테니, 장관님께서는 대통령님께 말씀드려 질병관리본부 고위직에 특채하시게 하실 수 있겠습니까?"문 장관은 고개를 숙이고 대통령의 반응을 상상하더니,"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라고 말했다."저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릅니다."하고 안생은 외면하다가, 문 장관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지금 격리병상이 부족해 메르스 의심 환자들이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발적 격리라는 이름으로 자택에 칩거하고 있습니다. [6] 이 때문에 가족들이 2차, 3차 감염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혹시 국회에서 긴급 예산을 따내 각지 거점 3차병원에 남아도는 일반 병상들을 격리병동으로 개조할 수 있겠습니까?"문 장관은 또 머리를 숙였다. 공적 연금 개혁으로 몇 달째 평행선을 달리며 싸우던 국회를 생각하더니,"어렵습니다."했다."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장관님께서 능히 하실 수 있겠습니까?""말씀을 듣고자 합니다.""지금 메르스를 진료한 병원 이름도 알리지 못하게 하고 있고, 그 때문에 풍선효과로 SNS 상에서 메르스 발병지역과 병원 리스트라고 해서 정부에서 말하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메르스 발병 지역과 병원 이름을 밝히고, 해당 지역 주민과 병원 내원 환자에게 손만 잘 씻으라고 당부하고 고성능 마스크만 지급해도 메르스 전파 속도는 급격히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면 잘 되면 메르스 파동을 멈출 수 있을 것이며, 못 되어도 정부 신뢰와 대통령 지지율 정도는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문 장관은 힘없이 말했다."메르스 진료 병원 이름을 밝히면 명예훼손이라고 항의하고,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내놓는 정책이 유언비어 엄벌 수준인데 무엇을 더 기대하시는 겁니까?"안생은 그제서야 크게 꾸짖어 말했다."소위 정부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국민이 정부에 바치는 의무가 있으면 정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자연스레 따라오는 법인데, 최초 확진 환자는 본인이 메르스 같다고 신고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에서 돌려보내니 이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느냐? 지금 병명이 중동 호흡기 증후군인 질환에서 극동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우리나라가 감염자 수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고작 예산과 국회 반발 따위에 포기하다니 그것을 정책이라 할 수 있는가?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신하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신하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메르스는 아니라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나 걸려야 할 것이다."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사방팔방에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문 장관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창문에 설치된 완강기를 타고 오피스텔 건물 1층으로 내려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안생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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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서 퍼왔는데 이거 쓴 사람이 서울대 다니는 안씨라서 안생전이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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