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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재미 없는 게이들 있냐.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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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20-01-0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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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요즘 사는게 정말 너무 재미 없다.
문득 문득.. 그런생각이 들어.
할게 없는거 아니냐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거 같다.
공부니 자격증이니..
싫어하지만 운동도 꾸준히 다니고 있고,
나름 독특한 취미도 하나 가지고 있고... (음악쪽인데 정말 좋아한다)
자주는 아니지만 봉사활동도 다닌다.

그렇게 잘 살다가, 문득 문득, 심지어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때에도, 땀흘리면서 운동을 하면서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거지...?"
이런 생각이 난다.

학창시절은 그냥 평범했던걸로 기억한다,
아주 어린 시절엔 내성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
요즘은 자신감에 차있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ㅎ 
두루두루 많이 알고 지내면서 정말 마음맞는 친구도 두어명 있었고,
중학교때까진 공부를 잘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막 들어와서는 전교에 손꼽힐정도로 공부를 잘하기도 했었다.(여기까지가 한계였던거 같다 헤헤 고2 ~ 3 되고서는 그냥 평타침 ㅎ)

저때는 정말 뭐라 해야할까...
꿈도 많았고 희망도 많았고,
거리에 나가서 꽃 한송이만 봐도 즐거워지고 열정이 생기는 때였던거 같다.
내가 조금 싫어하는걸 하고 있어도 이해가 가던 때였고,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또 낙관적으로 하면서 살수 있었던거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게 하나둘씩 점점 잊혀진거 같다...

사실 별로 큰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하루하루 그냥 저냥 살아가는거... 
적정선 내 능력의 한계 인정하고, 부딪혀보고, 깨져도 보고...
그러면서 내 자신에 대해 인정하고, 일정부분 포기하면서, 또 거기에서 노력해서 살아가고...
아주 어린 나이 아니면 다들 이렇게 살아가지?

그래서 사실 잘 모르고 살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아는 사람을 한명 만나게 되었다.
나랑 친하지는 않지만 그냥 안면정도 있는 사람이었는데,
꼭 내 고등학교때 그 모습을 보는거 같았다...
자신이 하는일 하나하나를 모두 열정적으로, 조금 싫거나 마음에 안드는것도 마음을 비우고 정말 열심히... 정말 부러울정도로 행복해 보이더라.
그 사람 보면서 "나도 분명 저랬었는데 언제 이렇게 된거지...?"
라는 생각이 문뜩 들더라...

그 후로 뭐라해야하나.. 사는게 정말 부쩍 재미 없어진거 같다.
남아있는 삶이 너무 훤히 보인다고 해야하나?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려나...
내가 남은 인생을 알고 무슨일이 일어날지 안다는게 아니라,
그냥 무슨일이 일어나도 옛날에 느꼈던 그 감정과 열정, 그리고 재밌던 기억이든 나쁘고 가슴시린 감정이든,
별로 그런것들이 남아있을거 같지가 않다.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아무리 나쁜일이 있어도 그냥 그다지 나를 흥분시켜주지 않을거 같다는 느낌?
앞으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도.. 뭐 크게 기쁜일이 있어도 나쁜일이 있어도...
크게 재미있을거 같지가 않다...

이쯤되면 하는게 없고 열심히 살지 않았다거나 고생한번 안해봐서 그렇다고 할 게이들이 있을텐데,
고생이야 솔직이 고생 안하고 사는 사람이 어딨냐...
나도 나 나름대로 좀 특이한 상황을 겪어서 고생을 했었고 (밝히기엔 좀 너무 특이해서 여기까지 한다 ㅎ)
내 생활 방식도 뭐 크게 다른사람들과 다른건 없는거 같다.


근데 요즘들어 자꾸 뭘 하든지, 뭐에 집중을 하든지
정말 문득 문득..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심지어 운동에 집중해서 땀을 흘리고 있을때도
"이런걸 해서 뭐하나... 참 재미없다.." 
이런 느낌이 나를 괴롭힌다...

솔직히 말해서 나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없었으면
나쁜 결심을 했을거 같기도 하다...
이대로 50년 살고 죽나 지금 죽나 큰 차이가 없을거 같다...
뭐 이런 생각이 하루에도 서너번씩 머리를 스쳐간다...

정말 내가 살아가는 이유 단 하나가 나 믿어준 부모님 계셔서 
뭐라도 해드릴려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거 같다...


저번에 비슷한 글을 올렸을때 여행을 추천해주는 게이들이 많았는데,
참 고맙고 좋은 조언이지만, 지금 내가 어떻게 여행을 갈수 있는 상황이 아닌거 같다.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까운 곳, 내가 못가본 곳이면 가끔 그냥 혼자 떠나기도 하는데,
그런곳에 도착하면 후련함, 해방감보다는 자꾸 위에 써놓은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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