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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g 파오후의 첫사랑 썰 .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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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65회 작성일 20-01-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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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비가 오길래 나가서 담배 하나 피고 바람이 분다 들으니 감성이 빵터지네.
중학교가 공학이였던터라 파오후 돼지였던 나에게도 첫사랑이 생겼다.
아마 중학교 3학년 시절이였을거다.
나는 그 당시 키 170에 94kg인 거구 돼지였으며 누구나 상상하듯 나의 머리는 뾰족뾰족 테니스공 같았고
구렛나루가 존나 병신같아 부채꼴 머리였다.
밥을 먹으러 급식실에 줄을 서고 있을 때 내 옆으로 어떤 여자애가 지나가더라. 지금으로 치면 유이를 닮았다.
키는 160초반에 살짝 통통한? 공부도 상당히 잘했던 아이였다.
아무튼 그렇게 3개월 간 그냥 보기만 했다.
'좋다' 라는 감정도 채 생기지 않았는데 딱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시립도서관에 친구들과 엑윽대며 가던 길,
사복차림의 그 아이를 처음 봤다.
정말 너무 이뻤다. 청바지를 입고있었는데 몸매를 봤다기 보다 무엇인가 알파걸 같은 이과생의 느낌에 동글동글한 눈은
내가 이전까지 가지지 못했던 느낌을 선사했다.
그 아이가 도서관에 들어가고, 우리도 서둘러 도서관에 들어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파오후였기에 땀도 많이 흘렸다.
누군가 옆에 있으면 내가 눈치가 보일정도로 나는 소심했고 사춘기라는 것을 동네방네 알리듯, 여드름도 많았다.
안여돼. 나는 딱 안여돼였다. 이런 내가 그 아이에게 말을 걸 것이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멀리 지켜보기만 하는 짝사랑만 어언 2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그 얘는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1년이 지나 우리 둘 다 이과로 진로를 선택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아마 그 때가 처음이였을 것이다.내가 누군가에게 내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방 친구들에게 말 했다. 내가 같은 이과인 그 친구를 좋아한다고.
내가 뜻하지 않게, 하지만 바라던 바 대로 내 친구는 인맥을 동원해 그 친구와 연락을 시도했으며
여전히 파오후 돼지새끼던 나는 엑윽대며 연락을 서둘러 끊었다.
'안녕 ㅋㅋㅋㅋㅋ' 아직도 기억난다. 수줍은 듯, 내 존재를 아예 모르지는 않는 듯 한 그 목소리.
하지만 여전히 바라만 보던 나는 그렇게 6개월의 시간을 아무 일 없다는 듯 보냈다.
모의고사가 끝나고 독서실에 가기 전 친구들과 피시방에 가던 중, 그 아이의 이야기 나왔다.
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던 나의 요청에 그 아이는 수줍고 당황스럽다는 듯, 거절을 했었고
이에 나는 당연한 결과지만 충격이 너무 커 밥을 거의 안 먹듯 했다.
결국 나는 179에 67kg의 준수한 상태가 됬으며 얼굴의 여드름도 많이 가라앉았다.
변성기도 지났을 무렵, 나는 파오후 시절 덕분에 성대에 살이 찐, 조금은 두꺼운 듯 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이에 그 아이가 내 친구에게 나의 번호를 알려달라고 말 했더란다.
신이 났다. 정말로 신이 났다. 그 동안 열등감에 찌들려 공부고 열심히 했고 성적도 그 아이보다 월등할 정도로 성장했었다.
번호를 주고받고 그렇게 고3 여름방학이 됬는데 내가 이 친구의 생물을 알려주기로 약속도 잡았다.
당시에는 '썸' 이라는 말이 없었다.
표현을 못 한들 어떠하리? 우린 교내의 암묵적인 '썸' 타는 사이가 됬고 야자가 끝나면 집까지 같이 걸어가는 사이까지 되었다.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그 때도 그랬다.
나는 친구와 야자를 째고 바나나우유 하나를 손에 쥔 채, 그 아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도중,
그 아이는 고2 후배 남자아이와 같이 나왔고 당황스러웠던 나는 바나나 우유를 전해주지 못 한 채 그대로 집에 왔다.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휘둘렀다. 걘 대체 누굴까? 나는 그저 친구였던 것일까.
파오후 전적이 있던 만큼 나는 극 소심해졌고
소심함이 극에 다다랐을 때 모든 이들이 한 번 쯤은 겪어봤을 시련에 빠지게 됬다.
나 혼자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성하며 그 시나리오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의심하고 회피하며 지냈었다.
물론 그 때 이 시나리오에
'그럴 리 없잖아 병신새끼야.' 라고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허나 마치 내 머릿속에 다른 사람이 있듯 '아니야. 그럴리가 없다니? 그럼 그 때 행동은 뭔데?' 라며 반박하기 바빴다.
내가, 내가 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그 다음 날. 나는 둘 사이를 의심하며 친구에게 나의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너희들은 속사정은 꼭 남자끼리만 털어놔라. 정말 조언이다.
내가 속사정을 털어놨던 어떤 여자아이가 자기 딴에는 고민을 해결해준답시고 그랬는지
그 아이에게 나의 상황을 모조리 말 해버렸다.
그 날 밤, 여전히 상심에 빠져있던 나에게 그 아이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체 왜 그랬냐고. 그 동안 자신을 피해다닌 이유가 그것 때문이냐고. 나도 섭섭하다. 수능이 끝나기 전 까지 연락하지 마라. 라면서.
말도 안 되는 걱정을 나는 사서 고생했던 꼴이었다. 매일매일이 우울했으며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고 그 날의 전화가 떠올라 그 아이에게 연락을 해봤다.
'나는 널 만날 생각이 전혀 없다. 연락하지 마라.'
멍했다. 금년이 지나가기 전 나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진창 취했고, 이내 잊기로 결심했으나 어찌 잊어지겠는가?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그녀와 사귀지도 못했다. 오로지 나의 생각이지만, 친구 이상 연인 이하의 관계 뿐.
아무것도 아니였다.
그렇게 한 2주가 지났을까. 그 아이의 싸이월드에
내사랑 ㅇㅇㅇ 이라는 일촌이 담벼락을 남겼고 그 ㅇㅇㅇ은 내가 전에 보았던, 바나나 우유를 홀로 가지고 돌아갔던 그 때의 그 후배였다.
아무런 사이 아니라면서, 섭섭하다면서 그녀는 기어코 후배와 사귀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의 3년간의 짝사랑이자 5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썸의 그녀는, 나의 첫사랑은 내가 아닌 다른 남자의 '그녀'가 되었으며
그 다른 남자는 내가 줄곧 의심했던 그 후배였다.
내가 빼앗긴 것은 아니다. 그녀는 분명히 나의 바운더리에 함께 있었다. 이것만큼은 확신한다.
하지만 그녀가 후배와 하교 하던 날, 나의 심리상태는 그녀를 튕겨나가게 만들었고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던 그녀를 그 남자가 데려간 것일 뿐, 내가 그를 탓하기에는 너무나도 유치하고 구차했다.
그렇게, 내게 있어서 첫사랑은 오로지 나에 의해 산산조각났으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대학은 모두 인서울로 갔다.
그 후배는 지방대로 갔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던가? 1년 남짓한 기간으로 서로의 연애를 끝냈다고 한다.
나는 대학 가서 첫 여자친구를 사귀고 1년 전 헤어졌다.
엊그제 친구들과 갔던 술집에서 그 아이와 정말 똑같이 생긴 여자를 봤고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때의 내 행동에 대해 후회만 남아있다. 안타깝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 때 수능이 끝났음에도 쓸쓸한 생각에 홀로 집에 돌아가던 길에 들었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는 사실 아직까지도 듣기가 힘든 노래다.

나가수에 더원과 스윗소로우가 나와 부를 때에도 나는 채널을 바꿀 정도로 듣기를 꺼려했다.
당시 여자친구가 바람이 분다를 추천하면 멋쩍게 웃어 넘기며 듣기를 거부했다. 그렇다고 듣기 싫은 이유를 털어놓지는 않았다.
집착과 의심에 의해 헤어졌다는 것이 창피하고 무엇보다 애써 그 아이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누군가를 만나면서도 듣지 못했다는건 그 아이가 아직까지는 나의 일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아니였을까.
그 때의 생각이 이 노래의 전주의 시작과 함께 떠오른다. 이것이 내가 바람이 분다 라는 노래를 듣지 않는 옹졸한 이유이다.
바람이 분다의 가사 중,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뤄진다.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있던 머리위로바람이 분다.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있다.'
라는 가사는 아직까지도 착잡하게만 느껴진다.
쓸쓸하다. 감성에 젖어 그냥 한 번 끄적거려봤다.
고맙다. 덕분에 살도 빼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
잘 지내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연락이 닿으면 꼭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
너가 아니였으면 나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풋내기 사춘기 시절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3줄요약1. 3년간 짝사랑하던 여자애와 5개월 간의 썸을탔으나2. 나의 의심으로 인해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하고3. 여자친구를 사귀었었음에도 불구하고 5년동안 잊혀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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