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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탔던 이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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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56회 작성일 20-01-0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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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http://www.ttking.me.com/318775

어둑어둑해질때쯤 진도들어가기전 어딘가의 번화가에서 내려서 식당에 들렀다


몇분쯤 기다리고 선주가 들어왔는데 걸쭉한 전라도말을쓰는 키큰 아재였다

그는 연신 날보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술을 권했고

나는 술을 못마신다고 하면서 기를쓰고 고기를 주워먹었다


계약서를 1년으로 쓰고 반보합식 그러니까 기본급에 그해에 추가수당을 받는방식인데

보통 꽃게통발같이 매년마다 작황이 다른 배들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기본급여를 높게 받는 방법이 월급식이고 완전보합식처럼 로또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서해안에서 가장 주력인 근연해안 상품은 꽃게인데

게라는게 풍년일때가있고 지독하게 가물때가있다

산란주기에따라서 달라진다고 하는데...풍작일때는 모두가 행복하던 시절도 있었다


술이 몇잔 들어간 아재가 나를 붙잡고 말수가 많아졌다


"니 딱 얼굴보니까 도망갈 얼굴은 아니네"


"그런거 보면 아세요?"


"도망가는애들이 겁나 많다 다들 못버티꼬"


"저 근성은 있습니다 힘도 있구요"


"배는 그런걸로 타는게 아니니까네"


"그럼 뭘로 타는데요?"


"도망가고 싶어서 타는기라"


그땐 그말이 무슨소리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할수 있다

아마 스스로에게든 세상으로든..도망치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자리를 파하고, 우리에게 모텔방을 잡아주었고 5만원정도를 찔러주었다

먹고싶은거있으면 사먹으라고 했는데 나는 받은돈을 잘접어 깔창안에 넣어두었다

돈은 너무 소중한거고, 허투로 쓸수 없다


담배를 피고 길거리를 걸어다니다가 쪽잠을 자고 다음날 항구로 출발했다

진도 목항.. 선장과 소장은 다른선원을 구하러 간다고 가버렸고

나는 며칠동안 배위에서 먹고 자고 라면을 끓여먹으며 지냈다


풍경은 낯설었고 나는 밧줄세아리는법 꽃게용 통발을 손질하는법을 배웠고

2000개 남짓넘어가는 통발들의 망을 수리하고 고리들을 점검했다


참 재밌는건 대개의 사람들이 뱃멀미로 고생을 하곤하는데

나는 정말 신기하게 뱃멀미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배위에서 라면을 끓이고 밥을 지었고 음식물쓰레기는

다른배들과 마찬가지로 바닷가에버렸다

항구의 물은 정말 쓰레기장이나 진배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가끔 해경들이 지나갈떄마다 가슴이 쿵쾅거렸고

나는 죄지은것도없는데 추심자들이 나타날까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공포는 무지에서온다 낯선환경조차도 나에게는 너무 큰스트레스였다


선원아재는 별말이 없었다 우리는거의 하루에 한마디도 하지않은적도 있었다. 그냥

필요한걸 내가 알아서 가져다왔고 그는 말없이 나에게 이런저런것을 보여주고 가르쳤다

 


낮에는 꽃게를 잡는 통발을 수리하고 밤에는 배에서 잠을 잤다

선장은 일주일째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선장이름으로 가게에 가불로 담배를 사서 피고

곧 라면이 떨어지게 되어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음날 선장은 또한사람을 데려오고는 떠났다

그는 쓸데없는말이 많은 아재였는데 선원아재보다는 나이가적고 삐쩍마르고 왼쪽다리를 약간 절었다

정말 지독한 수다를 떠는데 대부분은 자기가 얼마나 잘나갔었는지 다방레지가 얼마나 이쁜지 

언제쯤 떡을 쳤는지에대한 쓸모없는 정보들이었고 특히 자기자랑이 극을 넘어섰다


나는 애초에 윗사람에게 대해 깍듯한것을 어릴때 복싱과 운동부를 거치면서 익혀왔기에 깍듯이대했는데

이사람이 삼일도 채되지않아 개인적인 심부름을 심각하게 시키기 시작했고 나는 어쩔수 없이 들어줄수밖에 없었다


며칠이 지나고 사장은 돌아오지 않았고 숙소대용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에 들어갔는데 내 짐이 잔뜩 파헤쳐있었는데

두벌밖에없는 내 아끼는 사제(사회용)옷 중에 하나를 훔쳐 입은 그를 보았다


"제옷이니까 돌려주시죠"

"내 입고 다닐껀데 어쩔건데"


깐죽거리는 그를보다가 폭발한 나는 

그의멱살을 잡고 부둣가로 끌고나가서 귓방망이를 흠칫두들겨패었고 결국 나중에 다른배 선주가 와서 말렸다옷을 

벗긴다음 땅바닥에 내팽기친뒤 들어가서 짐을쌌다 밖에서는 경찰에 신고한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 병신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경찰에끌려가는건가 하는 짜증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니 갈거가"


선원아재가 어느새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담배를 물고있었다


"걍 가려구요 저사람이랑 일 못하겠어요"

"니는 일 잘하니까 나랑 딴데로 가자 여긴 못쓰겟다"

평소말이없던 아재가 내짐을 하나 들어주었고 우리는 말없이 항구 외곽으로 걸어나갔다

우리가 나가는걸 지켜보던 병신아재는 암말도 못하고 씩씩거리고만 있었다


그는 남은 돈으로 택시를 불렀고 먼길을 달려 온택시를 타고 우리는 도망치듯 진도 목항을 빠져나가 

읍내에 도착했고 택시비는 오만원이 넘게 나왔다

아재는 돈이 모잘라서 당황했고 나는 깔창속에 숨겨둔 만원짜리 다섯장을 꺼내서 건냈다

그리고 남은돈으로 허름한 여인숙에서 라면 두개를 부셔먹었다


그래도 그래도

그날밤이 항구에서의 어떤날보다도 편했다

나는 여기서 뭘하고 있는걸까 하고 뒤척이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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