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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나기의 첫사랑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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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22회 작성일 20-01-0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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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http://www.ttking.me.com/361622


나는 싫다고 했는데 정현이가 억지로…”


이미 이야기 중간 즈음 부터 울먹이던 지은이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해놓고선 테이블에 엎드려 펑펑 울기 시작한다. 옆테이블 사람들이 막 흘낏흘낏 쳐다보고 수근대는 대도 우리 둘은 들리지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무슨 묵직한걸로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기분이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그렇게 보고싶어 했던 사람이 날 배신했을 줄이야... 어이가 없다. 기가 막혀서 화도 않났다. 나는 그동안 도대체 누구때문에 그렇게 가슴아파 했을까? 그냥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순간...


"정현아 제발...가지마..."


소맷 자락을 잡는 지은이의 손을 뿌리치고 나는 끝내 그자리를 벗어나고야 말았다. 부산대 앞에서 우리집 까지는 버스로 40분 거리... 아무생각 없이 그냥 걷기 시작했다. 나는 술을 못한다. 삼켰다 하면 머지않아 다시 나와버린다. 대신에 담배를 남들 곱절로 피워댔다. 그날 밤 집까지 걸어오면서 담배를 세갑 정도 피워댄 것 같다. 이거라도 물고 있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차라리 저게 우리 마지막 만남 이었더라면...


일병 달고 갓 두달 지났을 때였다. 누가 면회를 왔단다. 올사람이 없는데? 가서 보니 지은이다. 사실 나도 그동안 생각 많이 했었다. 그때 지은이도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겠지... 우린 그때 어린애였다. 충분히 납득이 갔다. 생각이 어느정도 바뀐 후에 보는거라 난 지난번 처럼 과격하게 대하거나 할 생각 없었다. 대체로 무표정한 나였지만, 사실 속으론 반가웠기 때문에, 그게 표정에 어느 정도 들어 났었는지... 지은이가 저 멀리서 볼때는 안절부절 하는 것 같았는데 내 얼굴이 보일 때 즈음엔 자기도 환하게 웃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남자친구도 있다는 애가 뭐하러 나보러 강원도까지 그 먼길을... 안쓰러운 마음에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안녕!"


"어? 티비에서 보면 막 '필승!' 이러던데? 니 왜 안하는데?ㅋ"


"필승 아니고 '충성'이거든?"


"그거나 그거나?"


그나저나 얘는 진짜 뭐때메 왔을까? 아직도 나한테 더 할 말이 있나?


"그나저나 여긴 또 어떻게 알고?"


"민규한테 물어봤지..."   이런 가끔씩 고마운 자식...


"너거 남자친구도 니 여기온거 알고 있나?ㅋ"


"아니. 나 헤어졌다."   이 한마디에 갑지기 또 마음이 싱숭생숭 한다.


"언제?"


"그때 니만나고 한 1주일 뒤에?"   설마 나때문에?


"어이그...좀 잘하지 그랬노..."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


"군생활 할만 하나?"


"뭐, 그럭저럭"


"근데 여기 무슨 외박 이런거는 안되나?"


"그럼 아까 신청을 면회외박으로 했어야...아니지...가족만 된다."


"아...니 누나라 그럴껄...원래 키는 내가 니보다...ㅋ"


"그건 옛날 얘기고.ㅋ"


"나 다음달에 한국 떠난다. 아마 한 2년 있다 오지 싶은데..."


"우와~! 좋겠네?"


"좋긴...고생이지..."


"그럼 니 마지막으로 내 보고싶어서 온거네?ㅎㅎ"   


"어째알았노? 니 얼굴 한번 더 안보면은 도저히 못갈것 같아서 이래 멀리까지 왔자나...ㅋ"


둘다 생글생글 웃어가며 실없이 농담조로 주고 받는 말속에 뼈가있다. 본인들은 안다. 절대 농담만은 아닌걸... 결국 면회시간 다가도록 이딴식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끝났다. 그나저나 지은이는 정말 외박이 가능했더라면 그럴 작정으로 왔을까? 아마 그랬을 지도...


지은이는 내 손에 편지 한장을 꼭 지어주고 떠났다. 나중에 꼭 자기 가고 나서 읽어보란다. 그게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지은이 모습이다. 그 후론 지금까지 진짜 한번도 지은이를 보지 못했다. 마지막 편지 속 내용을 추려 보자면 대충 이렇다.


지난번에 못다 한 말이 마음에 걸려 편지를 쓴단다. 지은이는 그렇게 엄마에게 혼이 나다가 겁에 질려 나를 팔았고, 지은이네 엄마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궁리끝에 시끄럽게 만들어 봤자 결국 지은이만 다치는 꼴이 될거라고 판단해서 학교에 알리거나 법적인 해결책을 찾거나 하는 방법들은 포기하고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 우리엄마에게 심한말을 퍼부었다. 정작 학교에 알리지 않고서는 지은이랑 나를 갈라놓을 방법이 없다고 판단돼서 지은이를 전학 시키기로 마음먹었고, 전학을 가버리면 더 이상 나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은이는 다시 말을 바꿔 정현이 잘못이 아니라고, 절대 강제로 그런적 한번도 없다고, 다 자기가 그런거라고, 제발 전학보내지 말아달라며 울고불고 난리를 쳤단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더 화가난 나머지 결국 지은이 엄마는 아는 사립학교에 돈다발을 싸들고 찾아가 딸을 전학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까지 처분하고 학교 근처로 이사를 가버렸다고 한다. 그런 후에도 계속되는 엄마의 감시와 구속 때문에 차츰 지은이는 나에대한 미련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단다.


그날 오후, 화장실에 짱박혀 편지를 읽다가 어찌나 울었던지 퉁퉁부은 눈을 하고 내무반으로 들어오는데 두 기수 위 선임이 수작을 걸어온다. 그것도 아까 같이 면회 나가서 지놈 여자친구 만나고 오는 걸 뻔히 다 봤던 나한테...

"야? 아까 누구냐? 애인이냐? 아니면 나 소개 좀 시켜주..." 딱 여기까지 듣고 그새끼얼굴 피떡으로 만들어놓고 나는 한동안 영창신세를 져야만 했다.


뭐 이제 더이상 쓸래야 쓸 내용이 없네. 그 뒤로 진짜 만난 적이 없으니. 보고싶기야 무지 보고싶지. 근데 이제 와서 만나 본들 뭐 어쩌겠노...에혀...그동안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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