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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여자 아이돌 만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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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66회 작성일 20-01-1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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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전 밤 늦게 퇴근하고 TV보는데 


트와이스가 출연한 치킨 광고가 나왔다
그닥 식욕을 자극하는 광고는 아니었지만
늦은 점심을 먹어 저녁을 걸렀더니 
공복에 치맥이 땡겼다.
이놈에 일때문에 살이 더 찐다니깐
치킨을 주문하기전 죄책감에 저울에 올랐다
‘79kg…’
저번달 보다 2kg가 쪘다
이제 체급으로는 하마년에게 비빌만 했다
하마년은 내 마눌님이다
아니 싸울때는 들소같았지만 집안일할때는 하마 같은 년이었다.

어쨌든 난 80kg 를 찍고나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치킨을 주문하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만원짜리 두 장 밖에 없다.

하마년이 주는 용돈은 자그마치 한달에 10만원이다
5만원 받는 남편도 있다니깐 난 나름 고소득층이다

아직 월 중순이었지만 남은 돈은 벌써 만원짜리 두장 뿐이었다
주말에는 하마년 안마좀하고 ㅂㅈ도 좀 챙겨주고 내 용돈도 챙겨야겠다.

오늘은 하마년을 닦달해 같이 치킨을 뜯고 싶었지만
퇴근하기 전부터 이미 하마년은 잠들어 있었다
하마년의 잠을 깨울 순 없기에 포기했다.

아들 진영이는 벌써 수학여행 갈 나이가 됐다 
그저 하마년에게는 휴가같은 날일 것이다
덕분에 오늘 난 치킨을 혼자 뜯을 수 있게 됐다

장을 봐놓지 않아 집에 먹을게 없었다. 
하마년은 아침드라만 잘 챙겨보는데 
장은 잘 안본다.

쌓여있는 설거지를 하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동네치킨!!'
8000원 짜리 동네 치킨이면 만원에 맥주도 마시고 떡도 칠 수 있었다. 
닭굽네 치킨도 수첩을 딱 칠 만원짜리 창조경제였다.

사실 바삭한 크리스피 치킨이 더 꼴렸지만,  그때는 백마, 흑마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치킨과 맥주를 사서 돌아오는 길 
공원쪽에서 작은 노래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요, 나는요 그댈 좋아해요... 왜 그댄 나와 같은 맘 아닌가요~♫”
작게 들렸지만 어린 여자의 목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약간은 돌아가는 길 이었지만 
여린여자.. 
아니 노랫소리에 이끌려 공원 길을 택하기로 했다.
공원에 들어서자
단발머리를 한 처자가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어두운 가로등 불빛이었지만 
멀리서 봐도
엄청 날씬하고 잘생긴 처자임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봤을때는 조금 나이가 있는 여자 같았는데
벤치에 가까워 질수록 여자는 점점 어려졌다

여자는 어디서 본것 같이 낯익은 얼굴이었다.
마침내 다섯 발자국 거리까지 왔을때는
이 처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여자는 트와이스 멤버였다.
그 친구 이름을 정확히는 몰랐지만 확실히 트와이스 인지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연예인을 봤다는 사실에 신나서 물었다.
“혹시 트와이스 아니에요??”

이 친구 생각보다 덤덤하게 트와이스라고 시인하더니
오히려 신난듯 내게 물었다.
“혹시 저 이름도 아세요?”
일본인스러운 조금은 어색한 억양이었지만
맑고 상냥한 목소리였다
게다가 연예인이 자리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해준다는 것도 신기했다.

“아 제가 젊은사람이 아니라 모르는데.. 나영? 맞나요?”
그녀는 손바닥으로 작은 얼굴을 가리며
약간은 투정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이힝… 져는 트와이스 미(:)나인데..”
일본식 억양으로 말하는 그녀는 정말 귀여웠다.
“아 죄송합니다.. 요즘 거의 티비를 못봐서..”
나는 무안한 마음에 농담삼아 들고있던 치킨을 들어 권했다.
나는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지만

“죵말요? 감사합니다. 엄(:)쩡 배고 빴는데”  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녀는 이곳에 치킨을 놓으라는듯 
벤치 한가운데를 비우고 가장자리에 앉았다

약간은 얼떨떨 했지만 
어설픈 몸짓으로 벤치에 치킨을 깔고 닭다리를 건냈다
거절을 못하는 성격인지 배고팠는지
그녀 주는대로 넙죽넙죽 잘 받아먹었다.
미나란 친구는 연예인 같지않게
상냥하고 다정하고 순수해 보였다.
특히 여리여리한 목소리 상냥하게 느겨졌다.
풋풋해 보여 좋았지만
너무 순진하고 경계심 없어보여서 걱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막 모르는 사람이 주는거 먹어도되냐?
연예인인데 무섭지도 않냐? 물었더니
아저씨가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안 무섭단다. (살쪄서 다행이었다)
‘아저씨….. 내가 아저씨구나…’
알고있었지만 이렇게 예쁜 소녀에게서 아저씨란소리 들으니 기분이 묘해 졌다.


.......................................미나와 대화 기록...............................................................
미나는 컴백때문에 몇일째 야채만 먹었고 배가 많이 고팠다고 했다.
걱정이라면서 치킨을 뜯는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이 살짝 안쓰러워 보였다.
연예인들 몸매관리는 역시 힘들겠구나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이 친구 연예인치고는 얼굴에 점이 많아 보였다
보통 연예인이면 눈, 코는 기본으로 수술할텐데
얼굴에 그 어떤 시술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점까지 그대로 있었다
흰 피부에 대비되서 점은 더 도드라져 보였다.
게다가 화장기 없는 피부에도
여전히 미나는 그 누구보다 예뻐보였다.
내가 본 여자중 연예인까지 통틀어 가장 예쁜 여자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공원에서 꿈을 노래하는 소녀 
가로등이 비추는 미나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소녀였다.

성이 묘이라고 한다.

숙소에 연습실이 있는데 좁고 답답해서 가끔 아무도 없는 밤에 공원에 앉아 연습한다고 한다
누구랑 친하냐 물으니까
다 친하긴 하지만 멤버 채연이란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다고 한다.............................................................................................................................................................
십 몇분 정도
서로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갔다
주로 내가 질문하는 식이었지만 
미나는 어색하지 않게 곧 잘 대답해주었다.

술 한잔 하지 않았는데
밤공기와 가로등 불빛에 취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어리고 잘생긴 여자와 내가
공원에서 단둘이 얘기하는건 더 현실감이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이대로 계속 이 친구와 더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늦게 들어가면
하마년이 또 늦게까지 술퍼 마셨다고 쿠사리 놓을게 뻔했다.
어차피 평생 같이살 여자는 하마년이었다.
짦았던 소녀와의 시간을 작별하고 황급히 현실로 복귀했다

남은 치킨을 다 뜯고 양치를 하려는데 
화장실에 칫솔이 없다.

하마년이 또 어디 치웠나? 아직 2달밖에 안썼는데...
아.. 아까 화장대 위에 뒀었지

조용히 안방문을 열어 젖히자
역시 하마년이 콧노래를 부르며 자고 있다.

하마년도 미나같이 상냥하고 예쁜시절이 있었는데..
그렇게 추억에 잠겨 스탠드를 켰지만
스탠드 빛이 하마년의 얼굴을 비추자
조용히 전원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미나같이 상냥하고 여리한 여자는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는 이제
잠만보 한마리가 차지하고 있었다.
침대가 오래되서 그런건지 널찍했던 침대는 작아보였다.
내가 잘 공간을 만들고 싶었지만 
포켓몬 피리가 없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칫솔'

다시 스탠드 불을 켜고 칫솔을 찾아 집는다.
불빛이 눈부신지 하마년이 얼굴을 찡그린다

영락없이 물먹은 하마년이다
찡그린 면상이 더불어 터져있다
인중에 난 왕점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찡그린 얼굴이 정말 너무 귀여워서 
정말 너무 죽이고 싶었다.
귀여운 하마년이 깰새라 금방 전원을 내렸다.


안방을 나와 조용히 문을 닫는다.
문이 닫힐때는 절대 쿵 소리가 나지 않는다
11년의 노하우다

양치를 끝내고
그렇게 하루가 끝났다.

자정을 넘긴 시간
오늘도 어제처럼 소파에 눕는다
널찍한 소파를 사 놓길 잘했다.
거실은 탁 트이고 조용해서 좋다.
하마년의 콧노래도 여기까지 들리진 않는다.

소파에 누우면 이것저것 생각하게 된다

‘내일 아침은 뭐먹지?’
‘오늘은 아침은 혜자 도시락 먹었으니깐, 내일은 혜리 도시락 먹어야겠다’
‘미나도 빨리떠서 미나 도시락 나오면 좋을텐데..’

‘……’
 '어쩜 연예인인데도 그리 싹싹할까?'
 '꼭 크게 떴으면 좋겠다”

주책없이 벌써 미나가 보고 싶어진다.
“……”
“……”
‘그런데 어쩌다가 난 저 하마 같은년이랑 결혼하게 됐을까?’
어제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오늘도 소파위에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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