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시술소 여자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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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69회 작성일 20-01-08 03:15본문
14. 끼익끼익
[귀염둥이재석]
채연은 혼자 킥킥거리기에 여념이 없고
귀염녀는 아주 자*러지고 있다.
언제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볼륨녀마저도
알듯말듯한 미소를 입가에 슬쩍 흘리며
애써 웃음을 참으려는 듯한 표정이다.
이렇게 쪽팔릴 수가;
혼자 시작한 게임이고
또 언제나 혼자서 즐기는 게임이었다는 게
치명타로 돌아오고 말았다.
하다못해 회원가입을 하고
라이더명을 생성하는 순간에
누구라도 한 사람만 곁에 있어주었다면
내 라이더명을 저 따위로 짓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후회만 하고 있어봐야
어차피 쪽팔린 건 쪽팔린 거다.
뭐라도 변명을 해보자.
“아...아니...저...그게 아니라...죄 죄송합니다;”
변명을 하랬더니 왜 사과를 하냐 븅신아.
“아뇨. 죄송하긴요. 앞으로는 안 그러시면 되죠.”
“아...네...그 그럴게요.”
앞으로는 안 그러시면 되죠.
앞으로는 안 그러시면 되죠.
안으로는 안 그러시면 되죠.
앞으로는 안 그러시면...
......
내가 귀염둥이라고 한 게 그렇게 이상하냐?
난 쫌 귀여우면 안되냐? 응?
아 그것보다도
‘그럴게요.’라고 대답하는 나는
도대체 뭐하는 놈일까.
마침
카운터 쪽에서 “여기요.” 하고
나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살았다.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겠다.
“아...저...자 잠깐만요. 카운터 좀 보고 올게요.”
“네. 얼른 갔다와요.”
황급히 자리를 피해 카운터로 돌아간다.
마침 계산을 하고 나가는 손님이다.
이 손님이 나가고 나면
사용한 자리를 치우고 와야 된다.
그러는 사이에 이 일은 잊혀지겠지?
잊혀지겠지? 잊혀지겠지? 잊혀지겠지?
요금은 삼천육백 원이다.
때마침 금고 안에 백원짜리가 없다.
금고 안쪽에 보관하고 있는
오십개짜리 백원짜리 뭉치를
최대한 천천히 뜯어 금고 안에 쏟아붓고
최대한 천천히 거스름돈을 계산해 준다.
그러고 나서
최대한 천천히 손님이 앉았던 자리로 향한다.
최대한 천천히 앉은 자리를 치우고
최대한 천천히 쓰레기를 버린다.
아 젠장.
이제 어떡하지?
다시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건가.
카운터로 돌아와 그녀들이 앉은 쪽의 눈치를 살핀다.
채연과 귀염녀가
번갈아가며 한번씩 내 쪽을 돌아본다.
그럴 때마다 눈이 마주친다.
수작 부리지 말고 빨리 오라는
무언의 협박이다.
하아-
짤막하게 한숨을 내뱉고는
다시 그녀들이 앉은 자리로 걸어간다.
다른 게임을 권해볼까?
이 상황을 무마할 수 있는
권장할 만한 게임이 없을까?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아케이드?
......
젠장;
뭘 해도 내 닉네임은 [귀염둥이재석]이다.
친구녀석과 함께 즐기던
3d 온라인게임이 아니고서야
혼자 몰래한 게임들은
하나같이 닉네임이 똑같다.
그래도 고급게임들에서는
[터프가이재석]이 닉네임인데...
......
이건 더 븅신같잖아 *;
차라리 [귀염둥이재석]을 보여준 것이 다행이다.
[터프가이재석]은 아무리 생각해도 찌질하다.
‘터프가이재석’으로 설정되어 있는 게임들은
그녀들에게 권하기에는 비교적 난이도가 높다.
이것만은 걸리지 말아야지.
그녀들이 앉은 자리로 돌아가보니
이미 세 여자 모두 회원가입을 끝낸 후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가입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긴 하지만
마침 내가 그 자리로 돌아갔을 때
그녀들은 이미 게임에 접속하여
각자 자신의 디지니와 다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있는 중이었다.
귀
염
둥
이
수
정
귀
염
둥
이
채
연
......
......
제기랄;
이 여인네들은 이제 아예
노골적으로 나를 놀리기로 작정한 듯 하다.
내가 권해준 게임이니만큼
앞으로 이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닉네임을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우스울까.
볼륨녀는 무언가 결정을 짓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하긴 아무것도 아닌 게임이지만서도
자신을 대표할 만한 이름을 생각해 내기는
굉장히 어??일이다.
“귀하의 아이디는 귀하의 얼굴입니다.”
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단순히 누군가를 조롱할 목적으로
단순하게 이름을 지어버리는 건
정말이지 생각없는 짓이다.
무 물론
내 얼굴이 귀염둥이는 아니다.
쓸데없는 걸로 따지지는 말자;
볼륨녀가 여전히 결정을 하지 못하고
이래저래 뜸을 들이고 있자.
다른 두 여자의 비난이 빗발치기 시작한다.
“언니! 그냥 ‘귀염둥이혜수’로 하라니까!”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귀염둥이 해 귀염둥이!”
“......”
강요하지마라 이 여자들아.
왜 그렇게 나를 걸고 넘어지려고 하냐.
“이거...정말 해도 괜찮을까?”
“뭐 어때? 어차피 그냥 게임인데.”
“남자도 저런거 쓰는데 뭐.”
한동안 이걸로 시달리겠구나;
볼륨녀는 ‘귀염둥이’까지 썼다가는 다시 지운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귀염둥이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이상한가;
나보다 두 살이 많았으니
당시 나이 스물 여섯.
현재 내 나이가 스물 여섯인데
지금 닉네임을 지으라고 해도
절대로 저따위; 닉네임은 만들지 않을 것이므로
지금 그녀가 고민하고 있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야...나 도저히 이거 못하겠어.”
“언니 정말 이러기야? 그럼 우리는 뭐야?”
“내 나이가 스물여섯인데...어떻게 이런 짓을...”
“나도 스물다섯이야 언니.”
“나도 스물넷. 그리고...음...또 한명 더 있네.”
귀염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쪽을 슬쩍 쳐다본다.
최근 나는 대학에서
국어의미학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현재 그녀들의 발화에는
상당히 많은 전제가 내포되어 있으며
문맥과 상황에 따른 관련성을 함축하고 있다.
표층적인 발화만으로는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고
상황을 고려하여 봤을 때 그녀의 발화는
“스물네살 처먹은 남자새끼도 지가 귀염둥이라는데 겨우 두 살 많은 언니가 뭐 어때서.”
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여기서 청자는 그러한 의미를
쉽사리 추론하는 것이 가능하다.
......
괜히 어??소리해서 미안하다;
뭐 말하자면 결론은
“지가 귀염둥이래 찌질이새끼 ㅋㅋㅋ.”
이거다.
볼륨녀는 그로부터 몇 번이나 더 고민한 뒤에야
겨우 그녀들의 거사에 동조하기로
결심을 굳힌 듯하다.
결국 못 이기는 척 하면서 그녀는
내 눈치를 한번 보더니
[귀염둥이혜수]라는 캐릭터 한 마리를 생성한다.
본의 아니게 ‘귀염둥이’길드가 탄생해 버렸다.
물론 그 후로 그녀들과 함께
카트라이더를 즐긴 적은 없기는 하지만.
그렇게 세 마리의 귀염둥이;를 만들고 나니
운전면허 취득이라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가운데에 앉아 있는 귀염둥이채연의 캐릭터로
손쉽게 면허시험에 통과하며
다른 두 여자에게 요령을 설명해 주었다.
나의 현란한 운전솜씨에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이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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