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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때 도서관에서 짝사랑 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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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66회 작성일 20-01-08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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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썼더라... 는 너무 상투적이고, 썰 계속 이어본다
새벽에 이런 글을 쓰다보니까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잃어버린 동심에 대한 안타까운 헛손질이랄까.. 무슨 말을 하는건진 모르겠지만 대충 느낌 오지? 여튼 그런게 느껴지면서 결국 한숨도 못자고 쇼핑하러 나왔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 도서관 여자애 때문이 아니라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못다한 학업도 마치고 다른 새로운 일들이 많을거라는 설렘 때문에 잠이 안온거겠지

내가 썰을 풀다보니까 그 여자애의 외형적인 모습에 대해 제대로 못쓴거 같아서 한번 더 얘기해볼게. 귀찮아도 한 번 더 읽어줘
그니까 그애의 머리스타일은 긴머리에 머리 끝에만 웨이브를 한 전체적으로 풍성한 머리였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리면 표현을 하고 싶은데 너네들도 알거야 05-06즈음 내가 좀 귀염상이다 하는 여다애들이 했던 풍성한 머리스타일
그런 머리에 얼굴은 하얗고 동그랗고, 안경을 가끔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듯 보였다 둘 다 청순한 이미지였는데 그 당시에 내 주위에는 같이 고삼이란 중요한 능선을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여자인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카멜레온처럼 아름답게 변하는 여성을 보* 못했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옷은 되게 수수하게 입었던 것 같다
키는 아담했다. 내가 안으면 가슴팍에 폭 하고 안길 정도 였던거 같다 안 안아봤으니 모르겠고 내 상상에서 그애가 어떤식으로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그랬다.

커피까지 얘기했었나? 그 날은 결국 못줬다고 했다 젠장
그날 뜬 눈으로 밤을 샌 건 카페인 과다복용이라는 개그로 승화시키려고 했지만 다들 눈치챘듯이 내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실망감으로 인한 거였다. 뭐냐면 내 안에 서로 다른 두 자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였다. 내가 지금 고삼인데 .정신 못차리고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애를 동경하고 있다는 감정과, 부산사나이답지 못하게 꼴값떨고 있는 초라한 내 모습을 담은 감정이 공존했다 

그래서 결과는, 다들 예상했다시피 공부를 선택했지
그치만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를 선택한게 아니라 불안함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도망이었던것 같다, 선택 이후에 정착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내 모습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거다
뭐 그렇다고 일상이 그다지 바뀌지는 않았다. 난 우등생이었으니까 막이래 
여느때처럼 매일 도서관에 가고, 그여자애의 자리를 습관처럼 잡아두고, 그애가 올때쯤 창문가로 가서 엠피쓰리랑 단어장을 들고 물끄러미 도서관 입구를 쳐다보는 건 변하지 않았다
단 하나 변한게 있다면 내 마음가짐이었지.
그냥 동경으로 끝내자, 이건 그냥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일 뿐이라고.
그러던 어느날, 언제나처럼 자리를 맡아두고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그애가 와있었다. 그날따라 도서관에 사람이 많은 날이었는데 내가 미처 가방을 치우기도 전에 그애가 온거였다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어떻게 해야되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며 멘붕하고 있었다  아 ㅋㅋ 이게 멘붕이었구만...

사실 나만 멘붕한거고 그 여자앤 옆자리에 앉더라 근데 거기에 내가 공부할 수리책이랑 탐구책들 다 있었는데... 저녁이 될 때까지 그자리로는 가지 못했다 내 가방은 불쌍했지만 그 여자애에게 내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들킨다면 좀 더 극적인 상황에서 들키고 싶었다고나 할까
라고 황급히 변명해보*만 그냥 심장이 터질거 같아서 어쩔줄 모르는 고등학생이었던거지.
어쩔줄 몰라한 과거의 나를 주차뿌고 싶다ㅋㅋ HIMYM에서 마샬이 담배피는 과거의 마샬 폭행하는 것처럼... 아참 저 미드 완전 강추한다 꼭 봐라 영어공부도 도움되고 완전 좋다 나 왜이러냐 미안..

여튼 그래서 그 날은 공부고 뭐고 하나도 못했다 그날따라 그여자앤 화장실도 안가더라고
그러다가... 그 애가 잠깐 자리비운 사이에 투명망토 쓰고 후다닥 캔커피를 결국 그자리에 놔뒀다. 참 별거아닌데 그 행동이 왜이렇게 힘들고 어렵고 두근거렸는지 모르겠다 도둑질하는것도 아닌데 말야

그래. 레쓰비였다.
나를 날밤까게 만든 그 레쓰비. 나쁜놈의 시키
레쓰비 놔두고 토꼈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른다 그냥 그곳에는 구포도서관에서부터 그남 지하철역까지 콧노래 부르면서 덩실덩실 뛰어가는 한마리 어린영혼만 있었을뿐.

그리고 며칠을 도서관을 못갔던거 같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날 내가 했던 일을 알까봐, 또 그 여자애가 알아챘을까봐, 사람들이  요래요래 생긴 남자애가 커피 놓고 가던데요 했을까봐 도서관에 가질 못했다
막상 행동을 하고 보니 더 잘할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후회도 남고, 왜그랬을까 머저리 하는 생각도 들고 하더라

공부는 해야하니까 가긴 가야지.. 또 가게 되더라. 그땐 순수하면서도 영악했던지 오만가지 상상을 하면서 갔다 나란걸 알았을까? 알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저도 그쪽이 마음에 들어요, 부터 시작해서 우리 친구할래요? 시간 괜찮으면 점심이나 같이 할까요, 식당은 어디로 갈까, 만약 바깥에서 만나자고 한다면 뭐부터해야하나, 또는 저는 미래를 약속한 남자친구가 있어요, 미안해요 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하면서 두근거리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면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근데, 없더라..
허무하게도 안오더라.. 밤늦게까지 기다리고 다음날도 기다리고,  또 그 다음날도 기다렸는데 그애는 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내가 한짓이 후회되고 미칠거 같았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병신같이 나때문에 그 애가 안온것처럼 말야
개웃기는 소리지. 커피하나 놔뒀다고 도서관 안오는게 말이 안되는 얘기니까
근데 나는 울었다 책상에 고개 처박고 찌질찌질 뜨거운 눈물을 흘린건 아니고, 며칠전에 덩실거리며 뛰어가던 구포도서관에서 구남역 내려가는 그 길을 훌쩍거리며 내려갔더랬지 강조하자면 절대 찌질하게 내려간거 아니다 영화한편 찍을 기세로 내려갔었으니까 동정하지말라우
내가 왜 기억을 하고 있냐면, 그 때 그 가로등이 잊혀지지가 않더라 내 마음을 다 안다는듯 길을따라 비춰주더라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토닥토닥....

ㅋㅋㅋㅋㅋ 진상도 이런 진상이 따로 없제..
여튼 그날 난 다짐했다 복수할거라고, 보란듯이 살아가겠다고, 복수에 대한 대상도 목적도 없이 그냥 복수하겠다고, 잘되어버리겠다고 왜냐면 가로등 아래의 내 모습이 그렇게도 초라해 보일 수 없었으니까. 말이 잘 전달 안될까봐 걱정인데 그 여자애에 대한 복수심이나 실망감이 아니었다  요약하면 쪽팔린거지 새끼가..... 부산갈매기가 울고 가겠다 젠장

난 착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에 흔들릴 수 없었다. 가로등이랑 내 눈물이랑 구포도서관이랑 푸른 나무 아래서 세명이서 한 도원결의와 동급인 약속도 있고 해서 다시 마음을 잡았다. 그즈음해서 나랑 내가 제일 사랑하는 우리 누나랑 같이 도서관에 다니게 되었다 내가 맨날 같이가자고 꼬셨다 결정적으로 누나한테 그 여자애 얘기를 한 것이 계기가 된건 안자랑...
누나가 그랬다 '뭐라꼬? 어느 가시나가 니를 거들떠보*도 않는단 말이고, 내 얼굴 함 보자'라고.. 그래서 나는 그런게 아니라고 나 혼자 동경한거라고 다 실토했다. 그러니까 누나가 같이 가보자고, 한번 보자고.





진짜 미안하다
3편에서 꼭 끝낼게
아직 쇼핑중인데 여기 공짜 와이파이 켜지는 데가 잘 없고 지금도 불안정하다
그래도 틈나는대로 썼는데 퇴고는 차차할게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라서 힘난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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