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살면서 몰몬 성경책 받은 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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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26회 작성일 20-01-08 03:32본문
벌써 삼 년 전이다. 내가 미국으로 거처를 옮겨 일년쯤 지났을까? 겨우 타지생활에 적응하며 살 때다.
항상 남가주 지역이 그러듯 찌는듯이 더운 여름날 선풍기 하나에 의존한채 팬티와 나시차림으로 할 짓없는 오후를 보내고있었을때
집에 초인종이 있었는지를 잊을정도로 쓰이지 않던 초인종이 울리던 것이였다.
타지생활을 하며 아는 사람들이라곤 다니던 한인교회 사람들밖에 없을 때에 왠일로 초인종이 울리나 하고 기대반 불안함 반으로 창문밖을 쳐다보았다.
월세를 까먹고 일주일치 밀렸다는 생각과 함께
방세를 내라고 영어하나 못알아 먹는 나에게 말라비틀어진 입술사이로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사람처럼 콩슬리쉬를 뱉어대는 타운샌트 할아버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창문밖으로 보이는 사람은 이 더운 여름날 까만 모자와 정장을 입고 초인종을 누른후 나를 기대하는 사람이였다.
"누구세요?"
내 어눌한 영어와 방충망을 열어주면서 본 그는 옆구리에 성경책을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한국살적에 나에게 열시간이고 하느님의 교리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기세로 나를 교회로 끌어드릴려고 한 위층의 할머니가 생각나는 모습이였다.
미국에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생각하던 것과 달리 백인들이 그리 잘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충분히 터득할만한 시간이 지났다.
아니, 오히려 한국사람들에 비해 얼굴에 정이 없다고 별로 백인들의 얼굴은 호감이 가지 않는것 같다고 교회 목사님께 투덜거리던 나였지만
나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설명하시던 할머니가 오버랩 되고난후 다시본
그 검은 모자와 검은 정장의 사나이는 정말 대단한 미남이였다.
내가 만약 여자였으면 우선 집안에 들어오라고 했을거라는 생각과 함께 누구냐는 내 질문에 그의 대답이 돌아왔다.
"당신은 한국사람입니까?"
내가 이 동네에 처음와서 놀랐던 것은 한국에서는 한국인들이 자국을 자책하듯이
'미국에 가면 양키들은 항상 중국인이냐 묻고 그다음 일본인이냐 묻고 한국인이냐는 말은 묻지도 않는다' 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말들을 내뱉었지만
이 동네는 교육환경이 좋아서 그런지
중국,일본인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아시아 사람들은 죄다 한국 사람들 뿐이였다.
몰론 베트남 사람들도 한국사람 못지않게 많았지만
그들은 미국인들이 보기에도 한국인들과 다른인종임이 확연하기에 한번도 나는 베트남 사람이냐는 말은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무슨 용건이시죠?"
용건이라는 단어가 순간 생각나지않아 뜸을 들여 대답한 내 말에
그 잘생긴 남자는
"제가 한국말을 잘 모르니 차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하는것이다. 한국말을 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차후에 다시오겠다는 말은 뭔가? 이해안가는 말이였지만
더운 여름날 내 휴식을 방해한 사람이 제발로 사라져 주겠다는데 딱히 내가 할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잘가세요"
내가 영어가 서툴러서 그러세요, 같은 대답을 하지 않았는지, 그때의 내가 워낙 귀찮아서 일초라도 빨리 그를 보내고 싶어서 그랬는진 몰라도
간단한 대답도 없이 잘가라는 내 말에 그는 순순히 '잘 가줬다' 말그래도 아무런 피해를 주지않고 잘 가주는 그런
한국살적 윗집 할머니와는 다른 그런 사람이였다.
뒤로 물러가며 그 남자는 마지막으로 내게
"혹시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하고 물었고
나는
"제 이름은 '잘가세요' 입니다" 라고 대답해줬다.
무슨생각으로 내가 그런 장난을 쳤는진 모르겠지만 그는 내 이름을 까먹지 않겠다는듯이
"Jal Ka Sae Yo"라고 중얼거리며 작은 노트에 내이름을 써가는 것이였다.
어찌됫든 생판모르는 백인이 윗집 할머니처럼 귀찮게 하루가 멀다시피 찾아와가지곤
영어하나 제대로 못알아 듣는 내게 예수니 하느님이니 성역이니 하는 식의 말을 할리도 없고 나는 그 일을
내 미국 생활중 일어난 재미있는 한 해프닝이라고 단순히 치부했었다.
그 다음주
내가 그 사건에 대해 거의 잊었을 적에 그때와 비슷한 시간에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설마 그 잘생긴 예수쟁이 청년이 다시왔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창문밖을 봤는데
이게 왠일인가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한국인 청년과 그때의 그 잘생긴 백인청년이 내 문앞에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이거 잘못하면 윗집 할머니를 미국에서도 다시 보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번에는 확실히 돌려보내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식비나 아끼고 한국사람들과 대화 할겸 다니던 한인교회에서 나눠준 성경을 들고
내 소중한 '성역'을 침범한 그들을 물리치러 십자군 원정에 참가한 중세 농민과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하러 갔다.
" '잘가세요'씨 계십니까?"
순간 나는 내가 그 예수쟁이 청년에게 내이름을 '잘가세요'라고 알려준 것이 생각났고
그가 대동한 든든한 지원군 한국인 청년은 그가 알려준대로
'잘가세요'씨를 애타게 찾고 있었던 것이였다.
이왕 저들을 물릴거 말이 통하는 한국인을 데려왔으니 오히려 쉽게 되돌려 보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과 함께 내 유일한 무기인 성경책을 들고 나는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잘가세요'씨 진짜 이름 아니시죠?"
하며 가볍게 웃는 그 한국인 청년의 말에
"한국 사람이 올줄은 몰랐습니다. 제 미국이름은 Peter 입니다."
하며 다시생각해도 능청스러운 내 대답이 이어졌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다시 피터씨에게 온것은 말이죠..."
하며 말끝을 흐리는 그 청년에게 나는 내 무기를 들이밀며
"저는 보시다시피 이미 한인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는 나는 마치 칼을 빼들고 위협하는 강도에게 양복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들며 웃는 영화속의 한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고등학교때 알았던 것 처럼
이번 상황에서도 나는 그런 멋진 주인공이 아니였다.
"죄송하지만 저희는 피터씨에게 크리스쳔에 대해 말씀드리러 온것이 아닙니다"
하며 그 한국인 청년은 나에게 성경을 내미는 것이였다.
'아니 크리스쳔도 아니면서 무슨 성경책을 내미는거야?'
하는 생각과 함께 받아든 그 성경책에는
황금빛 빛을내며 빛나는
'몰 몬'
이라는 두 글자가 박혀있었다.
3줄요약:
미국사는 존나더운날 양키가 찾아옴
잘가세요 라고 하면서 제 이름은 '잘가세요' 라고함
'잘가세요'씨 계세요? 하면서 한국인 대동해서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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