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과 탈북자년에 대해서 썰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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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45회 작성일 20-01-08 03:35본문
6. 그쪽은요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것만으로도
가게 전체가 환해진다.
미니홈피 사진 속에서 웃고 있던 그 모습이
이곳 피씨방으로 뛰쳐나왔다.
언제나 무표정하던 얼굴에
활짝 꽃이 피어난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다시 마주해야한다는 부담으로
어깨가 짓눌리고 심장이 조여졌었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서 그녀가 웃고 있는 건...
그녀의 미소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보일듯 말듯 살짝 입꼬리만 올리고는
이내 예의 그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럼,
이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엊그제의 그 일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면
무슨 용건으로 그녀는
지금 내 앞에 혼자 서 있는가.
“...혹시나...저 때문에 그만두신건가 해서...”
“아...아뇨...겨우 그런 일로 무슨...하하...”
다시 생각해도 나는
역시나 말재주가 별로 없다.
이 상황에서 겨우 저 따위 말을...
그것도 븅신같이 웃어가면서...
그나저나
어제 그 일을
‘겨우 그런 일’이라고 말한거냐?
“......”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제 제가 잘못한건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지금도 기억이 확실치 않다.
다만
내가 말을 더듬거리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살며시 올라갔을 뿐.
그건 그렇고...
그녀가...
내 걱정을 한건가?
어제 하루 내가 보이지 않아서
신경이 쓰였던 건가?
“아저씨, 정* 두 자리 주세요.”
어느샌가 들어온 양아치 두 마리가
그녀와 나 사이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화사한 순간을 깨뜨린다.
그녀는 잠시 움찔하며 놀라더니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채
휭하니 돌아선다.
그리고는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총총 사라진다.
“아, 뭐해요 아저씨, 정* 두개 달라니까요?”
이런 강아지;들이...
감히 그녀와의 교감을 깨뜨리다니...
그리고 나 아저씨도 아닌데...
좀더 많은 대화를 할 수도 있었는데
침입자들로 인해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괜히 녀석들에게 심술이 나서
신분증을 요구한다.
“신분증 좀...확인할게요...”
“어? 안가져왔는데요? 우리 학생 아니에요 아저씨.”
“하하, 집에서 잠깐 나오는데 누가 신분증을 들고 다녀요 아저씨.”
아저씨 아니라고 했다.
이새끼들,
내가 고딩때 뻔히 쓰던 수법을 쓰는 걸로 봐서
고삐리인듯 하구나.
“그럼 주민등록번호라도 불러주세요. 확인만 되면 되니까.”
“......”
“......”
“아...안 외워왔는데...”
“지...집에서 잠깐 나오는데 누 누가 주민등록번호를...”
“......”
“......”
......
뚫기의 기본도 모르는
이런 찐따고딩들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를 오래 들을 기회를
박탈당해버렸구나.
뭐
이제는 어쩔수 없다.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봤을 때
이 피씨방을 나서는 순간까지
그녀가 다시 이 카운터로 오지 않을 것임은
알 수 있었으므로.
어쨌든
오해는 풀린 것 같으니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뒤늦게야 가게 안을 둘러보고
학생들을 내보내고는
잠시 카운터에 앉아 숨을 돌린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조금 전까지 그녀와 대화하고 있던 순간이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또다시
기회가 있을 것인가.
새벽이 되니
손님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간다.
넓은 피씨방 안은
게임사운드만이 가끔 메아리치고
자리를 비운 노모녀의 컴퓨터에서는
감미로운 발라드가 흘러나온다.
이 시간의 피씨방은 적막하다.
나는 카운터와 가까운 컴퓨터를 켜고
이제 막 재미를 붙인
카트라이더에 잠시 열중한다.
군대를 막 제대한
스물 넷이나 처먹은 놈이
부릉부릉하고 있는 꼴이라니...
......
...그래서 새벽에 하는 거잖아;
요고 은근히 재미있다.
몇 바퀴나 돌았을까.
새벽 피씨방의 적막을 깨고
문 밖으로 ‘딩동’하는
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뒤통수가 소란스러워진다.
오늘은 오셨구나.
우리 동네 사장님들과
그 이하 종업원 형아들.
이제는 익숙해져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형님들 중 더러는
같이 농담**기를 하거나
커피를 뽑아주시는 분도 있다.
물론,
1000원짜리 한장 주면서
“커피 4잔 뽑아오고 1잔은 니 마셔.”
하는 거긴 하지만.
이분들이 왔다고 해서
특별히 긴장할 필요는 없다.
단지
좀 귀찮게 한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
자리를 잡고 앉으신 형님들께서는
오오,
이제는 스스로 컴퓨터도 켤 줄 아신다.
어라?
카드번호 입력할 줄도 아네?
와우,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번호를 입력하시는 분도 있다.
저 형님은 아마도
이 바닥에서 크게 되실 분이다.
남들보다 앞서나가야지만
이 바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어라.
그러고보니,
그녀들은 아직 회원가입을 하지 않았나?
매일같이 카드를 받아가는 걸로 봐선
아직인듯 한데...
경림이 가르쳐주지 않았나보다.
오호라.
이걸 빌미로 다시 한번 말을 걸어본다면...
어쨌거나
자아,
회원번호나 카드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이 끝났으니 이제...
“어이, 알바야!”
...그렇지.
나를 불러야지.
“알바야, 여기 재떨이 좀 갖고 온나.”
역시
“재떨이는 셀프입니다.”
라고 영어로 써놓는게 아니었어.
우리 형님들이 성격이 나쁘신게 아니라
한글로 안써놔서 마음이 상하신 거야.
만약 “재떨이는 니가 가져가세요.”
라고 한글로 써놨다면
나한테 시키지 않으셨을거야.
우리 형님들이 얼마나 애국자신데.
지난번엔
새벽에 다 함께 오시더니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시청하는 내 등 뒤에서
한국 선수들이 나오는 종목은 모조리
내 뒤에 선 채로 응원하셨거든.
......
그때 *;
완전 가시방석이었다.
형님들께 재떨이를 갖다 드리고
잠시 엉*이를 붙이니
이내 불호령이 떨어진다.
“알바야! 여기 커피 다섯 잔 갖고 온나!”
잽싸게 커피를 뽑아 갖다 드리고
천원짜리 한장과 커피 한 잔을 받는다.
형님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신다.
“이거는 니 마셔.”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서 티비를 켜니
다시 부르기 시작한다.
“알바야! 오렌지쥬스 두개 뽑아온나!”
“알바야! 컵라면 세개 물받아온나!”
“알바야! 고스톱 어떻게 치는지 좀 해봐라.”
“알바야! 야한거 볼라믄 우째야 되노?”
“알바야! 여기 네이버가 안깔렸다. 와서 네이버 좀 깔아라.”
......
네이버를 깔긴 뭘 깔아 *;
역시나
이 피곤한 알바생을
오늘도 괴롭히시는구나.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형님들로 인해 실내가 소란스러워졌음에도
그녀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야심한 시각에 매력적인 여자 셋.
질 안좋은 남자들이라면
한번 수작을 걸어볼 만 함에도
우리 형님들은 게임에만 열중하신다.
형님들은 매너도 좋으시다.
이래저래 형님들의 수발을 들다보니
잔여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다행히도
형님들은 인내심이 많이 부족하신 탓에
컴퓨터 앞에 오래 못 앉아있으신다.
두시간도 채 되지 않아
수북한 쓰레기더미와 담배꽁초를 남겨놓고
피씨방을 떠나신다.
형님들은
다섯 분이 오시든 열 분이 오시든
한 분이 몰아서 계산을 하시기 때문에
알바생 입장에서 참 편하다.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자리를 정리하고 카운터로 돌아오니
그녀들도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한다.
벌써 여섯 시인가.
또 한번 내게 말을 걸어줄 것인가.
아니면...
앉았던 자리를 스스로 정리한 그녀들은
카드 세 장을 모아
노모녀의 손에 쥐어준다.
오늘도 말없이 그냥 나가버릴 듯하다.
카운터에 카드를 내밀고 돌아서는 그녀들을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오늘은 실수하지 말아야지.
“저...”
“......”
“저...아직...회원가입은 안하셨나보네요?”
“......”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여전히 말이 없다.
“회원가입하시면...카드 안가져가셔도 되구요, 회원번호만 입력하시면 되거든요.”
“......”
“아...저...그리고...마일리지도 쌓이면 요금 대신 계산할수도 있는데...”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볼륨녀가 먼저 돌아서려는 듯하다.
나와 그다지 얘기하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할게요.”
어라?
노모녀다.
노모녀가 카운터쪽으로
다시 한걸음 다가서며 말한다.
돌아서려던 볼륨녀도 이내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하면 돼요?”
“아...네...성함이랑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만 불러주시면...”
이거,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걸?
저...전화번호도 딸 수 있는거지 이거?
“...이채연...80xxxx-2xxxxxx, 전화번호는...”
호오...
나보다 한살이 많구나.
“...김혜수...79xxxx-2xxxxxx, 공일일...”
으음;
심지어 볼륨녀는
나보다 두살씩이나...
그리고...
귀여운 그녀는?
“...임...수정...81xxxx-xxxxxxx. 전화번호는...”
어이쿠야,
나랑 동갑이었구나 음무화하하하.
음흉한 미소를 짓는
더러운 얼굴을 감춘 채로
조용히 그녀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를 입력하며 말한다.
“...아...네...회원가입됐구요...이제부터는...”
“...그쪽은요?”
뭐?
“...아...네? 무슨...?”
“...그쪽은...이름이 뭐예요?”
어어...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것만으로도
가게 전체가 환해진다.
미니홈피 사진 속에서 웃고 있던 그 모습이
이곳 피씨방으로 뛰쳐나왔다.
언제나 무표정하던 얼굴에
활짝 꽃이 피어난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그녀를 다시 마주해야한다는 부담으로
어깨가 짓눌리고 심장이 조여졌었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서 그녀가 웃고 있는 건...
그녀의 미소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보일듯 말듯 살짝 입꼬리만 올리고는
이내 예의 그 무표정으로 돌아온다.
그럼,
이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엊그제의 그 일이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면
무슨 용건으로 그녀는
지금 내 앞에 혼자 서 있는가.
“...혹시나...저 때문에 그만두신건가 해서...”
“아...아뇨...겨우 그런 일로 무슨...하하...”
다시 생각해도 나는
역시나 말재주가 별로 없다.
이 상황에서 겨우 저 따위 말을...
그것도 븅신같이 웃어가면서...
그나저나
어제 그 일을
‘겨우 그런 일’이라고 말한거냐?
“......”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제 제가 잘못한건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지금도 기억이 확실치 않다.
다만
내가 말을 더듬거리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살며시 올라갔을 뿐.
그건 그렇고...
그녀가...
내 걱정을 한건가?
어제 하루 내가 보이지 않아서
신경이 쓰였던 건가?
“아저씨, 정* 두 자리 주세요.”
어느샌가 들어온 양아치 두 마리가
그녀와 나 사이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화사한 순간을 깨뜨린다.
그녀는 잠시 움찔하며 놀라더니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채
휭하니 돌아선다.
그리고는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총총 사라진다.
“아, 뭐해요 아저씨, 정* 두개 달라니까요?”
이런 강아지;들이...
감히 그녀와의 교감을 깨뜨리다니...
그리고 나 아저씨도 아닌데...
좀더 많은 대화를 할 수도 있었는데
침입자들로 인해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괜히 녀석들에게 심술이 나서
신분증을 요구한다.
“신분증 좀...확인할게요...”
“어? 안가져왔는데요? 우리 학생 아니에요 아저씨.”
“하하, 집에서 잠깐 나오는데 누가 신분증을 들고 다녀요 아저씨.”
아저씨 아니라고 했다.
이새끼들,
내가 고딩때 뻔히 쓰던 수법을 쓰는 걸로 봐서
고삐리인듯 하구나.
“그럼 주민등록번호라도 불러주세요. 확인만 되면 되니까.”
“......”
“......”
“아...안 외워왔는데...”
“지...집에서 잠깐 나오는데 누 누가 주민등록번호를...”
“......”
“......”
......
뚫기의 기본도 모르는
이런 찐따고딩들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를 오래 들을 기회를
박탈당해버렸구나.
뭐
이제는 어쩔수 없다.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봤을 때
이 피씨방을 나서는 순간까지
그녀가 다시 이 카운터로 오지 않을 것임은
알 수 있었으므로.
어쨌든
오해는 풀린 것 같으니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뒤늦게야 가게 안을 둘러보고
학생들을 내보내고는
잠시 카운터에 앉아 숨을 돌린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보니
조금 전까지 그녀와 대화하고 있던 순간이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또다시
기회가 있을 것인가.
새벽이 되니
손님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간다.
넓은 피씨방 안은
게임사운드만이 가끔 메아리치고
자리를 비운 노모녀의 컴퓨터에서는
감미로운 발라드가 흘러나온다.
이 시간의 피씨방은 적막하다.
나는 카운터와 가까운 컴퓨터를 켜고
이제 막 재미를 붙인
카트라이더에 잠시 열중한다.
군대를 막 제대한
스물 넷이나 처먹은 놈이
부릉부릉하고 있는 꼴이라니...
......
...그래서 새벽에 하는 거잖아;
요고 은근히 재미있다.
몇 바퀴나 돌았을까.
새벽 피씨방의 적막을 깨고
문 밖으로 ‘딩동’하는
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뒤통수가 소란스러워진다.
오늘은 오셨구나.
우리 동네 사장님들과
그 이하 종업원 형아들.
이제는 익숙해져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형님들 중 더러는
같이 농담**기를 하거나
커피를 뽑아주시는 분도 있다.
물론,
1000원짜리 한장 주면서
“커피 4잔 뽑아오고 1잔은 니 마셔.”
하는 거긴 하지만.
이분들이 왔다고 해서
특별히 긴장할 필요는 없다.
단지
좀 귀찮게 한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
자리를 잡고 앉으신 형님들께서는
오오,
이제는 스스로 컴퓨터도 켤 줄 아신다.
어라?
카드번호 입력할 줄도 아네?
와우,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번호를 입력하시는 분도 있다.
저 형님은 아마도
이 바닥에서 크게 되실 분이다.
남들보다 앞서나가야지만
이 바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어라.
그러고보니,
그녀들은 아직 회원가입을 하지 않았나?
매일같이 카드를 받아가는 걸로 봐선
아직인듯 한데...
경림이 가르쳐주지 않았나보다.
오호라.
이걸 빌미로 다시 한번 말을 걸어본다면...
어쨌거나
자아,
회원번호나 카드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이 끝났으니 이제...
“어이, 알바야!”
...그렇지.
나를 불러야지.
“알바야, 여기 재떨이 좀 갖고 온나.”
역시
“재떨이는 셀프입니다.”
라고 영어로 써놓는게 아니었어.
우리 형님들이 성격이 나쁘신게 아니라
한글로 안써놔서 마음이 상하신 거야.
만약 “재떨이는 니가 가져가세요.”
라고 한글로 써놨다면
나한테 시키지 않으셨을거야.
우리 형님들이 얼마나 애국자신데.
지난번엔
새벽에 다 함께 오시더니
2004 아테네 올림픽을 시청하는 내 등 뒤에서
한국 선수들이 나오는 종목은 모조리
내 뒤에 선 채로 응원하셨거든.
......
그때 *;
완전 가시방석이었다.
형님들께 재떨이를 갖다 드리고
잠시 엉*이를 붙이니
이내 불호령이 떨어진다.
“알바야! 여기 커피 다섯 잔 갖고 온나!”
잽싸게 커피를 뽑아 갖다 드리고
천원짜리 한장과 커피 한 잔을 받는다.
형님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신다.
“이거는 니 마셔.”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서 티비를 켜니
다시 부르기 시작한다.
“알바야! 오렌지쥬스 두개 뽑아온나!”
“알바야! 컵라면 세개 물받아온나!”
“알바야! 고스톱 어떻게 치는지 좀 해봐라.”
“알바야! 야한거 볼라믄 우째야 되노?”
“알바야! 여기 네이버가 안깔렸다. 와서 네이버 좀 깔아라.”
......
네이버를 깔긴 뭘 깔아 *;
역시나
이 피곤한 알바생을
오늘도 괴롭히시는구나.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니
형님들로 인해 실내가 소란스러워졌음에도
그녀들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야심한 시각에 매력적인 여자 셋.
질 안좋은 남자들이라면
한번 수작을 걸어볼 만 함에도
우리 형님들은 게임에만 열중하신다.
형님들은 매너도 좋으시다.
이래저래 형님들의 수발을 들다보니
잔여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다행히도
형님들은 인내심이 많이 부족하신 탓에
컴퓨터 앞에 오래 못 앉아있으신다.
두시간도 채 되지 않아
수북한 쓰레기더미와 담배꽁초를 남겨놓고
피씨방을 떠나신다.
형님들은
다섯 분이 오시든 열 분이 오시든
한 분이 몰아서 계산을 하시기 때문에
알바생 입장에서 참 편하다.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자리를 정리하고 카운터로 돌아오니
그녀들도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한다.
벌써 여섯 시인가.
또 한번 내게 말을 걸어줄 것인가.
아니면...
앉았던 자리를 스스로 정리한 그녀들은
카드 세 장을 모아
노모녀의 손에 쥐어준다.
오늘도 말없이 그냥 나가버릴 듯하다.
카운터에 카드를 내밀고 돌아서는 그녀들을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오늘은 실수하지 말아야지.
“저...”
“......”
“저...아직...회원가입은 안하셨나보네요?”
“......”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며
여전히 말이 없다.
“회원가입하시면...카드 안가져가셔도 되구요, 회원번호만 입력하시면 되거든요.”
“......”
“아...저...그리고...마일리지도 쌓이면 요금 대신 계산할수도 있는데...”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볼륨녀가 먼저 돌아서려는 듯하다.
나와 그다지 얘기하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할게요.”
어라?
노모녀다.
노모녀가 카운터쪽으로
다시 한걸음 다가서며 말한다.
돌아서려던 볼륨녀도 이내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하면 돼요?”
“아...네...성함이랑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만 불러주시면...”
이거,
일이 너무 쉽게 풀리는걸?
저...전화번호도 딸 수 있는거지 이거?
“...이채연...80xxxx-2xxxxxx, 전화번호는...”
호오...
나보다 한살이 많구나.
“...김혜수...79xxxx-2xxxxxx, 공일일...”
으음;
심지어 볼륨녀는
나보다 두살씩이나...
그리고...
귀여운 그녀는?
“...임...수정...81xxxx-xxxxxxx. 전화번호는...”
어이쿠야,
나랑 동갑이었구나 음무화하하하.
음흉한 미소를 짓는
더러운 얼굴을 감춘 채로
조용히 그녀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를 입력하며 말한다.
“...아...네...회원가입됐구요...이제부터는...”
“...그쪽은요?”
뭐?
“...아...네? 무슨...?”
“...그쪽은...이름이 뭐예요?”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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