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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짝사랑중이다. 심적으로 정말 괴롭다.s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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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59회 작성일 20-01-08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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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년째 질질 끌어온,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면서도 오래된 이야기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가슴이 요동치고 먹먹해서 글이 너무 감정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느낀바대로 최대한 담담히 썰을 풀어볼게.


  나는 현재 해외에 있는 영국계 국제학교 12학년에 재학중인 남학생이다. 키는 177에 몸무게 71kg. 얼굴은 그다지 잘생기지도, 그다지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이다. 열등감도 있어서 거울을 보며 내가 너무 못생긴건 아닐까, 키가 너무 작은건 아닐까하는 고민도 하는 평범한 남학생.


  그녀를 좋아하게 된건 작년이맘때 즈음부터였다. 후배중 한명에게 고백했다가 차인이후 실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사춘기 남학생의 흘러넘치는 감수성을 주체 못하고 우울해 있을때, 같은 통학버스를 타고, 말을 주고받고, 너무나도 상냥하게 대해주고, 천진하고 아름다운 그녀 모습에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것 같다.


  내 사랑의 대상이 되버린, 지금도 그 사랑의 대상인 그녀는 나보다 한살 연상의 선배였다. 키는 170에 내가 사는 지역에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여신으로 소문난 정말 소문난 미녀였다. 미녀들이 남자들을 잘 유혹한다던가, 성격이 이기적이라던가 하는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녀는 어른들에겐 공손하고 예의발랐으며, 미술학도이면서도 학업에 충실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학우들에겐 때묻지 않은듯한 밝은 웃음과 봄날 햇살같이 온후하고 상냥한 성품을 가졌으며 화목한 가정안에서 사랑받고 자라온, 운동에 소질이 없다는점 빼면 정말 소녀들이 즐겨보는 순정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일게이들이 소위 말하는 '김치녀'와는 억만광년쯤 거리가 있는, 오히려 '스시녀'쪽에 가까운 여자였다.


  그런 그녀에 비하면 나는 작고 초라해 보였고, 너무나도 못나보였다. 아니, 실지로도 나는 그녀에 비하면 확실히 못나고 작았다. 나는 남들보다 키가 특출나게 큰것도 아니였고, 얼굴이 잘생긴것도 아니었다. 


  작년인 11학년 때는 사실 학년말에 치루는 IGCSE라는 학력인증시험 준비와 같은 Key Stage Group이 아니었던 탓에 얼굴을 볼 기회가 적기도 했고, 버스안에서나 그녀를 볼 수 있었던 나는 ㅡ비록 버스안에선 거의 강박적으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려 노력하긴 했으나, 나 혼자만 좋아하는 감정으로, 풋풋한 호감으로 가슴속에 묻어둔채 약 5개월을 보냈다. 지금은 영국에 있는 의대에 진학한 선배의 도움에 힘입어 나는 학년 3등 장학금을 탈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둘수 있었고, 나름의 만족감과 행복감에 젖은채 마침내 12학년으로 진급했다.


  12학년이 되어 졸업반이 되자 12학년인 나와 13학년인 선배는 같은 휴게실을 쓰게되었고, 얼마 지나지않아 같은 한국인들이라는 얼마간의 동질성과 서로 안면을 이미 트고 있던터라 나와 그녀는 1주 수업중 비는 시간이 있을때마다 휴게실 한켠의 소파를 차지하고 함께 앉게 되었다. 비록 내 친구와 누나의 친구 두명도 함께 앉아, 다섯명이 함께 앉는 자리이긴 했으나 나는 그녀와 함께 있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에 행복에 겨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더욱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그녀의 사소한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하고 있었고, 다른곳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목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너무나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그녀가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했을때 눈에 띌 정도로 ㅡ 이유는 얼버무렸지만, 기분이 변화할정도로.


  그녀는 내년이면 졸업한다, 그녀는 한국으로 진학하길 원하고 있었고 나는 영국진학을 원했다. 아마 내년 9월부터는 서로 보기 힘들, 갈라질 운명. 그런 운명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나는 청소년기의 남학생들에게 자주 나타나고는 하는 근거없는 낙관론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서였을까, 그런것은 어떠한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10,000km정도는 내 노력으로 극복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책없는 낙관론.


  졸업이나 거리따위는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정말 문제는 그녀가 나를 이성으로 보는가라는 문제였다. 몇몇 여성 친구들에게 상담해보았다. 그녀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여자들은 특유의 감이 있어서 왠만해선 어떤 남자애가 자길 좋아하면 거의 알게되" 나는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다. 집착하는 것처럼, 너무 좋아하는 티가 나지 않게 자신을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이따금 카톡할 꺼리가 생기면 카카오톡을 보내기도 했고, 토요일날 9시 30분즈음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그녀의 스케쥴을 파악하고 있다가 두번즈음은 우연을 가장해, 두번즈음은 그녀의 물건을 전해준다며 찾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우연을 가장하면서 그녀의 생일선물을 선물하기도 했고. 기뻐하던 누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누나는 진심으로 고마워했고, 생전 먼저 카카오톡을 하는법이 없던 사람이 고맙다며, 정말 마음에 든다며 감사인사를 보내기도 했다. 친구들과 채팅으로 농담이나 주고받는데 '너 약했냐?' 라는 소리를 들을정도로 가슴이 벅차올랐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곧있으면 대학 진학인 그녀는 특례입시 준비에 너무나도 바빴고, 그녀와 만날기회는 학교 이외엔 좀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토요일날 매주 나오던 한인 청소년 오케스트라 봉사도 얼마전 그만두었다.


  상황은 완전히 정체되어 버렸다. 나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좋아한다는 암시를 보냈으나 그녀는 나를 친한 동생 이외로는 생각치 않는듯 하다. 내가 카톡을 하면 친절히 받아줬지만, 그녀가 먼저 카톡을 하는 법은 없다. 그녀의 친한친구와 이야기를 해보면 그녀는 지금으로썬 대학보단 남자친구인듯 했다.


  그리고 오히려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여 매일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되는 한국에 있는 한국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들은 나를 굉장히 한심히 여기기도하고, 딱히 여기기도 하며 결국은 보다 못했는지 고백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지금 아니면 평생 못할거야' 라는 생각에 얼마간은 마음을 굳히는듯 했다. 이마음을 전하자, 라고.



  그렇게 마음을 정한듯 하였는데, 학교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여자친구와 베트남 남자친구에게 누나에게 고백하겠다는 결심을 말하자, 이들도 내 상황을 위에 언급된 한국인 친구들처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전혀 상반된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마라', 라고. 그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고백해서 얻고 싶은게 뭐냐', '고백하면 지금과 같은 친구관계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고백은 용기가 아니라 절박함이다' '그녀가 널 좋아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도 않은데, 고백은 도박이 아니라 확인을 위해 하는거다' 라고.


  지금의 나는 모르겠다. 완전히 꼬여버린 이 상황에, 너무나 답답한 마음뿐이다.


  어제 크리스마스에는 독서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돌아오며 길거리를 보는데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는 너무나도 큰 거리가 있는것 같은 이질감과 답답함이 들었다. 집에와선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까닭모를 울적함과 공허함, 절망감과 상실감이 가슴을 가득 채웠고, 나는 우울함의 이유도 모르고 있다가,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서야 내가 지금 우는 이유, 누나를 생각하며 울었다. 내 자신에 화가나면서도, 내 자신이 딱해 울었다. 짝사랑같은거 하지말걸, 후회하면서 울었다. 초라한 내 자신을 욕하며 울었다.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점점 자기혐오적으로 변해갔고, 남들에게 아직 들키거나 티나지는 않았지만 왕따와 부모님의 이혼 등 순탄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내며 형성된 이중인격적인 성정과 뒤틀린 성격이 더욱더 뒤틀리는것이 느껴졌고, 내 자신이 피폐해짐을 느끼고 있다. 열등감은 더욱더 심해졌다. 


  고백을 하고 싶다. 지금 고백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못할것만 같고, 평생 후회 할것 같다. 그녀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녀와는 결혼도 할수 있을것만 같이 그녀를 사랑한다.


  고백하기가 두렵다. 지금 고백하여 차이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지금과 같은 친한 선후배 사이론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게 서먹서먹하게 지내다, 누나는 졸업을 하고, 어색함에 연락도 하지 못한채, 일생에 스쳐 지나가는 인연 한가닥 정도로 남는것이 무섭다.


  그리고 내 자신이 애써 무시하고 있던, 아마 사실일 그것은 '그녀는 나를 이성으로써 사랑하지 않는다.'


  지금 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1년도 넘게 끌어온 오래된 이야기이면서도 나를 붙잡고 있는 현실의 문제다.




  모르겠다, 이젠 정말. 모든게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려서, 나혼자 좋아하고, 나혼자 그리워하고, 나혼자 지치고... 이젠 전부다 놓아버리고 싶다. 그녀를 사랑하지 말았으면 나았을걸 하는 마음도 든다. 1년동안 좋아해왔음에도, 나름의 노력과 정신적 역량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으니 지친다. 


  답답한 마음에 써봤다. 감성팔이 미안하다. 민주화 주려면 줘라... 너네들은 짝사랑 하지마라. 짝사랑 하고 있는 일게이들은 좋은 결과 있길 빈다.





3줄요약


1. 짝사랑하는 선배가 있음

2. 근데 그선밴 날 이성으로 안보는거 같음

3. 그냥 있지도, 고백할지도 종잡지 못한채 찌질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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