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했던 연애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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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20-01-08 03:58본문
그때가 한창 월드컵때였으니 아마 2006으로 기억한다.
처음 시작은 집안 사*으로 유난히 이사를 많이 다녔던 내 사*에 기인한다.
이사를 많이 다녔으나 특유의 능글맞음과 사교성으로 지나온 지역에 남은 친구들도 유난히 많았다.
서울에 태어나, 경기도, 감자국, 고담, 대전, 경주까지...
많은 사이트에서 금칙어로 지정된 그곳을 제외한 어지간한 곳에서 다 살아봤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
2006, 월드컵 전에 한창 피씨방 아르바이트(당시 고삐리였다.)를 하고 있던 내게 꽤나 재밌는 상황이 펼쳐졌다.
친구 여동생에게 문자가 온 것이었다. 어렸을때 친구집에 놀러가며 자주 얼굴을 봤던 내게 있어 마치 친동생(친구와 연년생이었다)이었던 아이였기에
난 자연스럽게 답장을 보냈고 아직도 그 내용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오빠야 뭐해요'
그때는 몰랐다.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연애가 시작될줄은.
그렇게 약 한달정도 문자를 주고 받았을까. 무뚝뚝한 친구녀석들 덕분에 문자는 쓸일이 없었고 대체로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은 짧은 통화 1~2분이 끝이었다. 모든 사내애들이 그렇듯이
'뭐하노'
'겜'
'어디'
'집앞겜방'
'기다리라'
딱 이 수준이었다. 그런 내게 있어 자연스레 오빠야 오빠야 하는 귀여운 여자아이의 문자는 마치 매주 일요일 아침에 디즈니 만화동산을 기다리는 어린 시절의 설렘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연애 감정은 아니었다. 그리 바른 학생은 아니었던 내게 있어 사실 주변 여자아이들의 연애란 개념은 무척 가볍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동안 문자를 하며, 어렸을때 오빠 노래부르는 목소리가 멋있었다며 쓸데없는 칭찬도 하고는 했다. 그리고 나역시 너 이뻤다는 립서비스도 했었고... 어쨌든 한달의 문자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들은 이 아이가 나와는 다르게 무척 바르게 자라났다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어린시절 즐거웠던 시간을 공유한 친동생 같은 아이가 이렇게 바르게 컸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했고.
한달이 지나고 어느날, 여자아이의 문자는 왜 갑자기 연락을 한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나 오빠 사는 동네로 전학가요.'
사*인즉 내가 현재 사는 지역으로 이사를 오는 것이었다. 그 친구 아버님 고향이 마침 내가 살고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쩐지 기쁜 마음으로 여자애한테 빨리 오라 빨리오라, 오믄 니 나한테 꼭 와라. 라고 이상한 다짐이나 받고 앉아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 이 아이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약 두달뒤, 이사를 온다는 아이와 연락을 하며. 나는 어쩐지 좀더 적극적이게 되었다. 연애 감정을 떠나 그냥 그러고 싶었다. 지저분한 농담도 하지 않으며 녀석이 날 '남자'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에는 하지 않았던 쓸데 없는 걱정과 멋진 척을 하면서.
'오빠야는 노래부를때 빼고는 다 바보 같아서 하나도 안 멋있어요.'
그렇게 어렸을때 부터 좆댓말을 하던 여자애, 집안이 엄하기도 하고 지 오래비한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던 아이였기에 그러려니 했으나 어린마음에 왜 그렇게 그게 좋았는지 모르겠으나 별 시답잖은 문자에도 배를 째며 웃기도 했다. 그냥, 아무런 이유가 없이 이렇게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는 시간이 좋았다. 가슴어림이 뜨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위의 녀석의 문자가 오고 나서부터, 어린나이에 대가리에 피도 안마르고 피기 시작한 담배도 끊어가며 노래도 불러봤다. 어디가서 못부른다는 소리는 못들어봤지만 그래도 담배에 쩔어서 인지 목소리가 탁하기 그지 없었다. 문득 예전과는 많이 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옛날 그대로, 그 간지러운 목소리와 따뜻하기 그지 없는 그 아이에 비해 나는 너무 한심하게 변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행복했던 그때, 그 어렸을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돈걱정할필요도 없이 그냥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되던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이 아이와 연락하는 순간에는....
일하는 중이라 다음은 퇴근하고 쓸게.
밥처먹고 담배피다 문득 생각하서 근무중에 조금씩 써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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