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에 남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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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82회 작성일 20-01-08 04:21본문
별 내용은 없다. 내가 방금 있었던 일을 글로 쓴 거니까. 아직도 어지럽다.
너무 우울한 날에 밖에 나가면 세상 모든 것이 빙빙 돈다. 길을 걷고 있는데도 어지럽다.
그 어지러움이 어디서 오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돌고 있는 건 아닌데, 세상이 돌 일은 없고, 그럼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
우울이 달래지지 않아서 편의점에 들어갔다. 500ml 캔맥주가 1700원이다. 알바생은 어벙하고 가냘픈 여성이다.
편의점에 가고자 마음 먹었을 때부터 '민증 검사를 하려나'하고 생각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았다.
어차피 나는 스물한 살이니까. 생각해보니 지난 주에는 스무 살이고 이번 주에는 스물한 살이다.
혹자는 이걸 무섭다고 하는데 세상엔 원래 무서운 것들이 많다. 아무튼 맥주를 집었다.
옆에는 지방함량을 낮추었다는 '라이트'한 맥주가 있었다. 그건 2600원인가 였던 것 같다. 비싸다. 그래서 싼 맥주를 골랐다.
요즘 운동 중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니까. 아마도 5000원 정도 있을 것 같다.
지갑을 열어보진 않았다. 돈 없는 것을 뻔히 아는데 열어보는 느낌은 달갑지 않으니까. 계산대에 갔다.
"2700원 입니다."라고 들렸다. 지갑을 열었다. 2000원이 있었다. 알바생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1700원 입니다."였다.
가냘픈 알바생이라 목소리도 연약했다. 그래서 2000원을 냈다.
내가 건넨 돈 말고 지갑에 아무것도 있지 않다는 것을 그 알바생이 봤을까? 창피하다. 알바생은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잔돈 300원을 주머니에 넣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하고는 나왔다. 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틀 간 면도를 하지 않아서?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어서? 날이 춥기 때문에 흰 티에 과잠바를 입고, 그 위에 점퍼를 하나 더 입었다.
지갑을 점퍼 안주머니에 넣어놨는데, 지갑을 꺼내면서 내 과잠바를 봤을 수도 있다.
왼쪽에 커다랗게 박힌 'X' (편의상 X라고 하겠다.) 마크를 보고는 대학생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무쪼록 기쁘진 않았다.
내가 21살이라는 것도, 지갑에 2000원 밖에 없었던 것도, 이제는 300원이 전재산이라는 것도...
그 어느 것에서도 나는 기쁨을 찾지 못했다.
터벅터벅 걸어갔다. 나는 대로변의 인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골목에서 갑자기 오토바이가 튀어나왔다. 치일 수도 있었다.
내가 걸음이 조금 빨랐거나 오토바이가 조금 늦게 출발했어도 나는 치였다.
아쉬웠다. 뭐가? 치여서 돈을 받지 못한 것이.
30만원? 50만원? 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역시 나는 멍청하다.
부딪히지 않은 것을 감사할 줄 모르는 그 어리석음과 부딪혀서 돈을 받고 싶다는 경솔한 생각이 충돌한다. 아니, 추돌인가.
결국은 멍청하다. 나를 욕했다. 오토바이 기사를 욕했다. 더 욕할 거리가 사라지자 다시금 나를 욕했다.
나는 멍청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어지럽다. 모르겠다.
나는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역시 모르겠다.
나는 결국 멍청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다.
아니,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잘 모르는 멍청이다. 이게 맞겠다.
여러분은 행복하길 바란다. 어지러움이 그치는 순간까지.
너무 우울한 날에 밖에 나가면 세상 모든 것이 빙빙 돈다. 길을 걷고 있는데도 어지럽다.
그 어지러움이 어디서 오는지를 모르겠다. 내가 돌고 있는 건 아닌데, 세상이 돌 일은 없고, 그럼 왜 이렇게 어지러울까.
우울이 달래지지 않아서 편의점에 들어갔다. 500ml 캔맥주가 1700원이다. 알바생은 어벙하고 가냘픈 여성이다.
편의점에 가고자 마음 먹었을 때부터 '민증 검사를 하려나'하고 생각했다.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았다.
어차피 나는 스물한 살이니까. 생각해보니 지난 주에는 스무 살이고 이번 주에는 스물한 살이다.
혹자는 이걸 무섭다고 하는데 세상엔 원래 무서운 것들이 많다. 아무튼 맥주를 집었다.
옆에는 지방함량을 낮추었다는 '라이트'한 맥주가 있었다. 그건 2600원인가 였던 것 같다. 비싸다. 그래서 싼 맥주를 골랐다.
요즘 운동 중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모르니까. 아마도 5000원 정도 있을 것 같다.
지갑을 열어보진 않았다. 돈 없는 것을 뻔히 아는데 열어보는 느낌은 달갑지 않으니까. 계산대에 갔다.
"2700원 입니다."라고 들렸다. 지갑을 열었다. 2000원이 있었다. 알바생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1700원 입니다."였다.
가냘픈 알바생이라 목소리도 연약했다. 그래서 2000원을 냈다.
내가 건넨 돈 말고 지갑에 아무것도 있지 않다는 것을 그 알바생이 봤을까? 창피하다. 알바생은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잔돈 300원을 주머니에 넣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하고는 나왔다. 왜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틀 간 면도를 하지 않아서? 트레이닝 복을 입고 있어서? 날이 춥기 때문에 흰 티에 과잠바를 입고, 그 위에 점퍼를 하나 더 입었다.
지갑을 점퍼 안주머니에 넣어놨는데, 지갑을 꺼내면서 내 과잠바를 봤을 수도 있다.
왼쪽에 커다랗게 박힌 'X' (편의상 X라고 하겠다.) 마크를 보고는 대학생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무쪼록 기쁘진 않았다.
내가 21살이라는 것도, 지갑에 2000원 밖에 없었던 것도, 이제는 300원이 전재산이라는 것도...
그 어느 것에서도 나는 기쁨을 찾지 못했다.
터벅터벅 걸어갔다. 나는 대로변의 인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골목에서 갑자기 오토바이가 튀어나왔다. 치일 수도 있었다.
내가 걸음이 조금 빨랐거나 오토바이가 조금 늦게 출발했어도 나는 치였다.
아쉬웠다. 뭐가? 치여서 돈을 받지 못한 것이.
30만원? 50만원? 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역시 나는 멍청하다.
부딪히지 않은 것을 감사할 줄 모르는 그 어리석음과 부딪혀서 돈을 받고 싶다는 경솔한 생각이 충돌한다. 아니, 추돌인가.
결국은 멍청하다. 나를 욕했다. 오토바이 기사를 욕했다. 더 욕할 거리가 사라지자 다시금 나를 욕했다.
나는 멍청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어지럽다. 모르겠다.
나는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역시 모르겠다.
나는 결국 멍청하고 잘 모르는 사람이다.
아니,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잘 모르는 멍청이다. 이게 맞겠다.
여러분은 행복하길 바란다. 어지러움이 그치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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