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인형탈 쓰고 일하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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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33회 작성일 21-03-19 01:00본문
각종 알바썰 풀었는데
이번엔 인형탈 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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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탈 알바를 꽤나 오래했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주로 명동에서 했는데 고양이 카페 알바를 자주 했다.
상당히 재밌기도 그리고 힘들기도 하다.
인형탈 알바는 덥고 힘들다라는 인식이 있는데 더운것 말고도 다른 힘든 요소가 있다.
우선 그 힘든 요소에 대해 몇가지 알려준다면
1.인형탈은 처음 썼을때 꽤나 무겁다.
인형탈 자체만 쓰는 시간이 대략 7시간 정도.
쓰자마자 더럽게 무거운게 아니고 하루종일 쓰고 있으면 무겁다.
첫날 근무 했던 기억으론, 목이 상당히 아팠다. 숙달되면 괜찮으나 목이 아픈건 정말 어쩔수가 없다.
2.신발과 장갑이 꽤 불편하다.
발 자체를 넣는건 괜찮지만, 마치 오리발 신은 것 처럼 면적이 넓어 스탭을 좀 잘 밟아야 편하다.
물론 뛰고 걷는건 금방 익숙해 진다.
그런데 장갑같은 경우는 손가락을 5개 넣질 못한다
고양이 컨셉의 인형이라 그런지 손가락이 4개 뿐이여서 한 곳에 두 손가락을 넣고 장갑을 껴야한다. 이게 상당히 괴롭다.
특히 전단지 나눠주는게 좀 그지같다.
3.인형옷은 상관없지만 인형 탈 자체에 땀내가 존나 난다
본인이 땀이 나서 그런게 아니고 이때까지 써왓던 알바들의 땀이 겹겹이 쌓여있다.
특히 인형탈 옷을 제대로 안빠는 가게일수록 이게 돌아버릴 지경인데, 명동의 한 곳은 진짜 인형탈을 빨질 않아서 냄새가 개 쩐다
그냥 페브리즈로 커버를 치는데, 쌓인 땀냄새와 페브리즈가 만나면, 냄새를 맡는 순간 3초정도 스턴에 빠질 정도로 괴롭다
익숙해지면 괜찮겠지만 익숙하긴 힘들다
물론 잘 빨아서 사용하는 곳도 많다.
4.인형탈 머리 치고 가는 사람들
머리맞으면 좋아할 인간이 있을까. 진짜 개새끼들이 많다
어린 애들부터 내 또래 애들까지.
인형탈 자체가 웃고있으니까 사람들이 '만만하게' 본다.
당장 고양이 탈 쓰는 나 나 아니면 다른곳에 있는 강아지 탈 쓴 친구 혹은
다른 고양이탈 쓴 친구들은 하나같이 인상이 강할 뿐더러 누구한테 쳐맞을 인간은 아니였다.
물론 뭐 겨울에는 덥지도 않으니 머리 툭툭치고가도 장난으로 받아주겠지만
여름은 진짜 답이없다.
사장 몰래 인형 옷만 벗고 장갑, 신발, 인형탈 만 써도 여름은 여름이니 존나 더운데
이 상황에서 머리통을 툭툭치고가는 씹새끼들이 존나 많았다. 특히 고등학생들이나 여자친구를 데리고 가오부리려는 병신들.
고딩들은 직접 내가 해드락 걸고 욕을 하고 장난으로 받긴 했지만.
진짜 내 또래 애는 쳐놓고 '야 탈 벗어봐ㅋㅋ' 하길래 탈 벗었더니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하고 사과하기 바빴다.
몇몇 인형탈 알바생들은 진짜 눈이 뒤집어져서 사람 팬 적도 있다고 하더라.
인형탈 알바 보면 그냥 한번 웃어주면 된다. 머리는 치지말길.
5.인형탈의 시야각이 너무 좁다.
인형탈을 쓰면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서 내 앞에 있는 어린 꼬마들은 볼수가 없다.
그래서 실수로 부딪힐수가 있기에 앞을 잘 보고 특히 발밑을 잘 보고 다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대 사람끼리 몸통박치기를 하는 수가 있다.
인형탈 알바를 재밌게 하는 법.
인형탈을 쓰고 있는다는건, 자신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즉 내가 누군지 사람들이 알수 없으니 당당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매력있는 알바였다. 필자는 연기를 전공으로 하고 있어서 이러한 알바를 정말 재밌게 했는데 몇가지 방법이 있다.
1.진짜 인형인 척 하기
완전 차렷 자세에서 손을 들고 좌우로 움직이며 인사하는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
진짜 옷을 제대로 입었다면 사람들은 인형탈알바가 아닌 진짜 인형으로 착각하고 오는데, '와아아악!' 하고 놀래키면 개 꿀잼이다.
안낚이는줄 아는데 진짜 많은 사람들이 낚인다.
2.다른 인형탈들과 놀기.
명동같은 경우는 다른 인형탈들이 되게 많은데, 다들 성격이 좋아서 같이 놀 수 있다.
인형탈들 끼리 골목에 들어가서 머리만 벗고 담배를 피며 이야기 해도 좋고. 퇴근한 다음 같이 만나서 술이나 마시면서 이야기 해도 좋다.
3.지나가는 사람들이 음료수 주는거 받아먹기.
준다.
진짜로 준다.
특히 여자분들이나 성격 좋은 커플분들이 주고 가는데,
재밌게 놀아준다 혹은 더운 날씨에 고생한다 라는 말을 하면서 아이스커피나 아이스크림 하나씩 주고 간다.
이럴때 일하는 보람이 생긴다.
4.특정 가게에서 틀어주는 노래 들으면서 춤추기.
이게 되게 재미있다. 본인은 춤도 잘 못추는데 한창 유행하던 노래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였다
춤이 쉽다보니 한참 이 춤을 추고 싸돌아 다녔는데, 외국인 분들이 되게 재밌어 했고
한국 사람들은 나랑 같이 추기도 했다. 특히 노래를 틀어주는 화장품 가게 점장님과 일하는 누나들이 날 되게 좋아해서 인형탈씨 어떤 노래 틀어줄까? 하고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알바 끝나면 너무 재밌어서 즐거웠다며 화장품도 선물해 주더라.
5.정말 모르는 사람들과 즐겁게 놀아보기
가장 좋은 점은 인형탈을 쓰면 '나' 가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되기에 모르는 사람과 정말 재밌게 놀수있다.
가령 지나가는 사람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고 악수도 해주고...
특히 나는 일부러 커플들이 지나가면 남자한테만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무래도 여자가 다른남자랑 하이파이브 하면 싫어 할테니까
남자랑만 하이파이브 해줬다.
근데 어떤 커플중 여자분이 '왜 저랑은 하이파이브 안해줘영?!' 하길래
'야! 나도 남잔데 내가 너랑 하이파이브 하면! 어?! 니 남친이 기분 좋지 않잖아!'
하니까 여자분이 되게 깜짝 놀래면서 웃고 남자분도 껄껄 웃으시더라
평소 다른 인형탈들은 말을 안하니까
당시에 남자분이 너무 재밌고 고맙다고 과일 쉐이크 사줬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사귀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이런식으로 놀거나, 일부러 전단지를 재밌게 주는 경우도 있다
무릎꿇어서 청혼하는 듯이 전단지를 주는데, 안받으면 땅을치고 운다던가
아니면 막 삐진척을 한다던가.
여러모로 재밌는 알바다.
그 외 재미로는
매력과 즐거움 부터 제대로 써보자면
1.난 존나 특별하다.
성우쪽 공부를 하다보니 덕질을 하는 친구들을 어쩔수 없이 알게된다.
사람들은 '오따꾸신가여 씨벌~?' 하고 비꼬긴 하지만
난 걔네들 괜찮다. 단지 어느 단체나 병신은 있을 뿐이다.
어..
이 말을 왜 하냐면, 인형탈을 쓴다는건 하나의 '코스프레를 하는 기분' 과 같은 것이다.
필자가 연기를 배우기도 해서 연기론 적인 이야기를 좀더 섞어서 쓴다면
'나' 가 아닌 '다른 사람' 이 된다는 것이다.
인형탈 쓰는 순간, 생긴게 귀여워 지고 행동도 달라지고 걸음걸이도 달라지고 성격도 달라진다.
남들이 '나' 가 아닌 다른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정말로 유쾌하고 재밌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그 덕분일까, 뭔가 배짱이 생기고 더더욱 자신감이 생긴다.
지금도 서서 동선을 통해 연기하는 연극 연기는 어려워 하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지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좀 더 이야기 걸기 쉬워지고 친해지기 쉬운 성격이 됬다.
2. 무슨 짓을 해도 눈에 띈다.
단순히 앉아서 쉬고만 있어도 존나 재밌다.
'와 저 고양이 앉아서 쉬고있엌ㅋㅋ'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재밌다.
물론 '아 씨발 좆같이 힘든데 뭐 저리 떠드냐 씨발........' 하고 속으로 생각 할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재밌다.
내 성격이 꽤 풀려서 그런걸까 모르겠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기도 하고
또...눈치가 더 좋아진다고 해야할까... 주변을 의식하는게 좋아진다.
시야가 좁은 인형탈을 쓰면서도 주변을 인식하면서 걷고 행동하다 보니, 즐겁다.
3.명동 부근의 가게 사람들과 매우 친해졌다.
명동에 랜드로바 앞에 있는 고양이 카페에서 인형탈을 썻는데, 랜드로바 가게 직원 누나들 같은 경우는
한번씩 와서 손을 꼭 잡아주고는, '날 더우신데 아이스크림 먹고 하세요! 너무 귀엽고 재밌어요! 늘 응원할께요!'
같이,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응원이 되는 말을 한마디씩 해준다.
이러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게는 큰 힘이 되어 지금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른 가게 사장님들 혹은 직원 분들도, 화장품을 준다던가, 먹을걸 준다던가...뭔가 되게 재밌었다.
4.외국인들과 친밀해진다.
외국인들의 리액션은 진짜 한국인들 보다 크다.
서양인이든 동양인이든 일단 한국인보다 리액션이 되게 크다.
나 같은 경우는 인형탈 입 안에 공간이 있어서, 그쪽에 핸드폰을 넣어두는데, 입에 손을 넣어서 핸드폰을 빼서 시간을 보고 다시 집어넣는다
그런 행동만 해도 '오 쒯! 오 마이 갓!' 하면서 놀래거나 웃는 외국인들을 보면
참 친밀해 진다.
평소엔 영어 한마디 못하더라도,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
그리고 힘든 점을 하나씩 쓴다면
1. 진짜 사람들이 툭툭 칠때마다 기분이 확 나빠지는 경우.
좀 무서운 이야기지만, 인형탈은 웃고 있어도
인형탈을 쓴 알바생의 진짜 표정으 웃지않는 경우가 많다.
힘들어서,덥고,지치고,배고파서 등등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걸 알지 못하니까 머리를 툭툭 치고 다닌다.
이럴 때 느낀 점이, 진짜 사람은 외향적인걸 우선적으로 느끼는 구나...하는 것이다.
은근 사람의 본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직업이다.
물론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고
탈 벗고 바로 '씨발럼아 디질래? 니 몇살이고 개새꺄' 하고
구석에 끌고가서 욕하고 뺨도 때린적 있다.
이게 주작이라고 떠드는 애들이 간혹 나올까봐 그러는데, 구라 아니다.
다른 알바생 같은 경우는 여름에 일하던 도중
머리를 툭 친 여고생 얼굴을 개박살 낸 적도 있었다고 하더라
본인은 그렇게 순간 딥빡을 하진 않았으나, 필자도 사람인 만큼 탈 벗고 제대로 눈 마주치고 욕을 하고
때린 적은 있다.
제일 웃기는게, 이놈들은 나랑 눈 마주칠 배짱도 없는 주제에 인형탈만 쓰면 머리를 툭툭 친다는게 너무 어이가 없다.
난 아직도 인형탈을 쓰는 알바생이 있으면 가다가도 그냥 음료수 캔 하나 사주면서 '고생 많으십니다~' 하고 지나간다.
그냥 때리지만 말자.
'열심히 하시네요~' 라는 말만 해줘도 정말 힘이 난다.
2.인형탈 이외의 다른 알바생들과 친해지기 어렵다.
주로 고양이 카페에서 일했었는데
고양이 카페에는, 음료수를 만들면서 카페 내부를 관리 하는 알바와
나 처럼 인형탈을 쓰는 알바생 두 종류로 있다.
그러나 카페 내부를 관리 하는 사람들은 안에서 일하고
나는 혼자서 밖에서 일하니, 아무래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 끼리 어색해 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친해지려고 노력을 해도 인상이 좀 나빠서 그런지 친해지진 못하더라
(다른 고양이 카페는 안그런데, 명동만 꼭 그렇더라)
좀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3. 일하는 도중에 잠시 쉬기가 애매하다.
여름 같은 경우는 인형 옷을 안입고 인형 탈과 장갑, 신발만 신고
나머지는 사복으로 입고 다닌다.
주로 이런식으로 입고 있기 때문에, 골목에 들어가서 탈만 벗고 쉴수가 있는데....
겨울에는 결국 , 옷을 다 입고 있기 때문에, 인형탈을 벗고 쉬기가 참 애매하다.
그냥 눈치 보지 않고 벗고 쉬라면 쉬겠는데, 왠지 어린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깨부수기가 싫어서 탈 벗기가 참 뭐했다.
하루는 다른 인형탈 형 누나들과 탈만 벗고 골목에서 담배피고 쉬는데
일본인 관광객 아줌마가 우릴 발견하고는
'오오오!
하고 슉 도망가더니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선
'픽쳐! 픽쳐!' 를 막 외치는 것이였다
'와 씨발 행님들 누님들 지금 저 아줌씨가 사진찍을라나 본데요?!'
라고 외치는 순간 모두들 탈을 다시 쓰려고 했으나
'에에에에에...ㅠㅠ' 하고 울먹이는 아줌마였다
아마 우리가 탈을 벗고 쉬는걸 원했나 보다.
'어...그냥 머 찍혀주십시다 ㅋ'
하고 단체로 찍혀줬다.
이런 일은 어른들에게 찍혀서 웃음이 될 수 있지만
어린 애들 같은경우는 슬퍼서 우는 경우까지 봐서...
쉬기가 참 애매했다.
쉴때도 옷을 못벗고 탈을 못벗는다니....
당시 같이 일하던 동네 인형탈 친구들
왼쪽에서 두번째 가필드가 나다.
비가 올때도, 눈이 올때도, 날이 존나게 더울때도
우리는 인형탈을 쓰고 밝은 모습을 애써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걸 즐기려고 열심히 뛰어다니기도 했고.
그러나 힘든일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착한 개드리퍼들은 인형탈 알바 볼때마다 인사라도 한번씩만 해주면 고맙겠다.
우리도 귀한 아들 딸인 만큼 어디가서 괴롭히지 말고.
코로나 끝나면 모두 다시 만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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