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쓰는 글 (장문)
작성일 21-03-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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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익명 조회 390회 댓글 0건본문
생도나, 후보생, 임관하고나서도 정복이나 예복에 달린 각종 휘장 등등 보기엔 화려할거야.
뭐 각종 영상매체같은데서 군인들 총쏘고 멋져보이잖아?
속지마라 ㅋㅋㅋㅋㅋㅋ
예전 정복 기준으로 은빛,금빛 계급장, 지휘관이나 지휘자라면 녹색견장도 달고
중대장 휘장도 달고 좀 멋지긴 하지.
아버지뻘 되는 원사분들 정복보면 팔뚝에 근속년수 휘장 쌓인거 보면 멋지더라 ㅋㅋ 확실히 멋져.
그리고 총이나 무기체계, 전쟁역사 좋아하는거... 그런거 뭐 사실 쓸모 없다 ㅋㅋ 진짜로. 그건
단지 취미일 뿐이야
특전사같이 총쏘고 뛰어다니고 기동간사격하고 그럴거 같지? 전혀.
뭐 부대에서 전술토의 한다고 전쟁사 가지고 토의할거 같지?
어이 김중위 이 전사를 보아 소대장이 어떻게 행동했을거 같아?
박중사 여기서 전차장 시점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뭐 하기야 하겠지... 근데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그리고 뭐 발표하라 해도 다 귀찮아 해서 하기도 싫어해.. 몇 관심있는 사람들만
눈치보며 손들고 얘기하는거지.
솔직히 장교들도 몇몇 제외하고는 밀덕들이 좋아하는 전쟁사나 무기체계에
빠삭한 사람들 드물고 실제 그런 무기체계나 전쟁사는
중령 이상부터 뭔가 대화가 되더라.
중대장이 소대장이나 중하사 모아두고 저런 얘기하면 통하겠냐
그냥 어제 배그에서 방향 몇에서 만난 적 얘기하는게 더 잘통하지.
물론 하기는 해. 내 기준으로 훈련때 지휘소에서 시간 좀 남으면
대대장님이랑 참모들끼리 전쟁사 얘기 꺼냈지. 그런거 잘 모르는 장교들도 있지만
그래도 배운게 있으니 자기생각 더해서 대화가 돼..
하다못해 삼국지 전사도 꺼내더라 ㅋㅋㅋㅋㅋ
아니면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본 이라크전 전투사례나
걸프전에서 기갑전력에 대한 얘기를 하거나.
각각의 시점이 달라. 누구는 군단장 시점, 누구는 말단 소총수
누구는 중대장이나 소대장 시점..
이런 얘기는 군생활의 일부다 이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군대의 현실과는 정말 달라. 당연하겠지만. 아니 근데...
뭐 어느정도 생각은 했겠지만, 그 이상과 현실이 반대일 정도로..?
처음에는 애국심이나 국가관 투철한 군인정신 이렇게 생각하고, 양성교육기관에서 훈육관들이 가르쳐주는 대로
올바른 국가관을 가지려 하겠지만 임관하고 길게봐야 중위? 그때까지만 가도 잘 간거 같다.
아 물론 전역한 지금도 동원령 시행되어 전투복입으면 난 당연히 주저하지 않고 주적인 북한군을 향해 총 쏠거다.
그런 대적관은 당연히 있지ㅋㅋ
좀 쎄게 표현할게.
장교의 경우에는 일부 특정 부대들(전방 경계부대 및 특수부대) 제외하고는 사실
군인이 아닌, 장교 계급장 단 일반행정 공무원이고
난 부사관의 현실은 잘 모르지만 내가 본 부사관들은 현장 관리한다고
맨날 땡볕이나 한겨울 찬 바람 맞아가며 시설물이나 장비 유지관리하는 외근직이야.
그만큼 생각하는 현실이 다른거야.
대한민국 군대 특성 상 병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고
대부분이 전투부대 소총수로 근무했지만
실제 중사 이상의 간부나, 중대위 이상 장교들 생활을 잘 떠올려봐.
나는 실탄사격이나 훈련 많이 했는데..? 라고 말하면 그건 그 부대에서 짧게 근무했던거고
장교나 부사관의 경우에는 보직을 자주 바꾸지. 그나마 부사관은 나은 편인데
장교는 짧으면 1년, 길게는 3,4년에 한번씩 보직 바꾼다고 업무방법이 완전히 달라.
그렇다고 소대 중대 지휘한다 해도 과중되는 행정업무 때문에
내가 참모인지 중대장인지 구분도 안가고...
그렇게 행정업무 많이 시키는 대한민국 군대의 구조도 문제지.
난 뭐 정책분야 근무도 안해봤지만... 나름 생각해보니
실제 전투를 안하다보니 뭐가 필요하고 뭐가 불필요한지 모르는거 같아.
소대장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소대장은 지도 잘보고 총쏘고 소대원에게 명령하달 하면서
무전기 잡고 분대장과 상황조치하는 모습을 떠올리겠지만
현실은 중대장이 지시하는 업무처리하고 소대원들 면담철 작성하는게 커.
온나라 메모보고 아니면 한글로 문서 작성하며 행정처리 하는거지.
병력관리의 행정업무가 아니라 진짜 그냥 보여주기식 문서 등등...
참모로 보직 바꾸면 더 심해. 사단, 여단에서 뭔가 자꾸 만들라 하지..
부사관 분대장도 마찬가지일거야. 분대원들이나 행보관들 지시한거 처리하기 바쁘겠지.
뭐 시설물 뭐가 문제인데 언제까지 보수해라
근데 또 사단장 지시로 장비 어떤 것이 문제인지 보고해라 등등.... 우왕좌왕...
장교의 지휘권? 간부의 권한?
근데.. 근무년도가 갈수록 그런 지휘권은 정말 사라지더라.
막말로 팔다리가 다 잘린 느낌이지. 뭘 하고 싶어도 하지 말라고, 다 보고하라고 하지...
그러고선 따르는 책임도 크고 그러다 보니 업무부담이 생기는거지.
막말로 중대장이 아니라 소대장이 된 느낌인데
이건 대대장이랑 술먹으면서 했다.
대대장 그양반도 중대장 참모들 보면서
야... 사단에서 이렇게 행동하라는데 이게 대대장이냐? 중대장이지?
너네들도 그렇게 생각 안하냐? 이러시는거야. 맞는 말이거든. 권한은 없는데 뭐 사고 터지면 책임은 커.
일개 소대장, 중대장이 느꼈는데 대대장이라고 오죽하겠냐.. 그러니 다들 위축되서 지휘하는거야.
사건사고 터지면 견장이랑 쌀자루 단 사람들 징계처리하는거지. 원인은 알면서 원인을 처리하지는 못하구.
그리고.....
내가 중대장때 사단인가 군단 지침으로 중대별로 부모님과 sns활동을 하라고 했어.
사진같은거 올리고 부대 일정에 뭐 했습니다 등등.
당시엔 휴대폰이 없던 시대니까. 재밋긴 했어.
중대원들도 반응도 좋고 애들 찍어주거나 같이 찍은 사진보내고 깔깔거리고 놀았으니까.
그래서 전입신병 오면 나랑 사진찍어서 sns올리고 의견들 하나하나 댓글달고 그랬어.
가끔 댓글로 아버님들이 쟤좀 빡세게 굴리라고 하셔서 좀 웃기긴 했다..
다행히 극성 부모님은 못만나서 다행인데
주작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소대장한테 부모님이 뭘 요청했다는 글이 사실이라면
나는 전역해서 정말 다행인거 같아. 보면 이게 올바른 병영생활일까 싶더라.
중고등학교 수련회 보낸 학부모 느낌이 났거든.
근데 요즘엔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거 같다..
그리고 부사관들도 마찬가지일거야.
당장 업무의 최전선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며 현장감독하는데 뭐만하면 이런 저런 얘기나오고
그렇다고 뭐라고 하면 앞에서,뒤에서 얘기나오고....
그나마 눈치랑 행동력 좋은 병사들이랑 의기투합해서 으쌰으쌰 해나가는데
요즘엔 그런 사람들의 비율도 점점 줄어드는거 같다.
((혹시나 문제될거 같아서 미리 선 긋는데 간부의 현실을 쓰는거지, 간부와 병사들 싸우자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단지, 이런 문제 때문에 간부들의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한거야))
그러다 보니 현타가 오는거지. 이게 뭐하나 싶더라.
내가 나라지키려고 양성기관에서 전투기술, 전술배우고 뛰어다니고 그랬는데
임관하고 자대오니 교범도 중요한데 당장 한글 예쁘게 만지는 장교들을 좋아하더라고..
진짜... 야전기관에서 배운 내용보다 그냥 행정업무가 더 중요했어.
상급자들도 그런 장교들을 좋아하고. 그리고 그런 야전기관에서 배운 것들은 1년에 두세번정도밖에 못써먹어.
그리고 사실 행정업무도 졸라 쉬워 그거 한두달만 문서작성 교범보면 원숭이들도 금방 외우고 익혀서
문서 예쁘게 만드는데 못된 영관들이 지 마음에 안든다고 다 갈아 엎고 다시하라고 꼰티내니까 빡센거야.
위에서는 뭐 하지말라 저거 하지말라
밑에서는 이거 왜시킵니까 힘듭니다 이러고...
부사관들도 오죽하겠냐
병사들 데리고 시설이나 장비 유지보수하고 위에서는 시키는데 일부 병사들은 드러눕고
뭐 시켰더니 바꿔버리고..
그나마 맘 통하는 몇몇 병사들이랑 의기투합해서 하는거지.
예전에 행보관이 그랬다. 지금이랑 예전이랑 너무 다르다고.
군 복무하며 받는 복지는 정말 열악했어도 상급자가 뭐 지시하면 그래도 완수하려는게 눈에 보였는데
요즘엔 그러기 너무 힘들다고 했어.
이게 소대장땐 그래도 버틸 만한데 버틸 수단이 갈수록 없더라. 같이 대대로 전입간 동기들은 다 전역했고
위로는 고참 대위들이라 어디 하소연도 못하고,
주말에 대대장 작전과장 술친구 되어야하니까 참 그렇더라 ㅋㅋㅋ
그래서 나이대 비슷한 어린 중사~30대 중반 상사들이랑 축구하고 게임하고 그랬다.
웃긴건 그러니까 선배 장교들이 좀 안좋게 보긴 했어. 업무 안하고 놀러다니냐는 그런 눈치.
그나마 대위진때는 같이 근무했던 소대장들 참모해서 좀 재밋긴 했다. 그만큼 많이 심심하고 외로워.
부사관도 마찬가지일거 같아. 실제 부사관 근무는 안했지만 간접적으로 보니..
아침부터 퇴근하기 전까지 밖에서 먼지 먹어가며 시설물이다,장비 보수한다 땀흘리지
가끔 사단에서 뭐 평가나온다 하면 그 시간 쪼개서 공부해야하지.. 부사관도 만만치 않은거 같다
스트레스 받다 보니 군인들이 술을 잘먹는거 같다.
농담아니고 난 임관전에 소주 한잔도 못먹었는데 지금은 두병정도 마시게 됐다.. 참....
지금도 복무중인 동기들, 전역각 보고 있더라. 아 내가 진급이 되어도 계속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업무스트레스 때문에 잘 나가는 동기 몇몇 빼고 전역준비 하더라.
물론 육사 동기들도 마찬가지야. 일부는 5년차 전역해서 회사 다니더라. 그중에는 선생님한다고
대학 다시 간 애도 있고... 진짜 육사는 인정해야 함.
진짜 군인, 직업군인은 생각과 정말 다르다.
몇 특수한 부대들 빼고 전술, 편제장비 만지는 훈련은 1년에 다 합쳐서 2,3개월정도? 그 외에는 부대관리다 뭐다뭐다
장교는 컴퓨터, 부사관은 장비 및 시설물 유지보수에 힘쓴다.
이거에 염증 느끼고 전역하는 동기들도 많고
염증 느껴도 이미 그땐 와이프나 애 있으니 먹여 살린다고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는 동기들도 많다.
나야 그런 제한사항이 없어서 전역했지만. ㅎㅎ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워라밸은
이걸 읽어보길 바란다. https://www.dogdrip.net/303098432
진짜 워라밸 없다...
이런 어려움을 버티며 진급하는게 군인의 가장 큰 숙명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한 행정업무, 전술, 장교,부사관의 자질?
이거 다 갖추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이고
나는 아니더라.. -_-ㅋ
그래서.... 장교들은 소령, 부사관은 상사 이상부터 대단하다 생각함.
잘 선택하고 들어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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